호기심반 기대반, 전기차 렌트
제주도로 휴가를 다녀오기 한 달 전 쯤, 렌터카는 전기차로 하기로 마음먹었고 쏘울 EV를 미리 예약 해 두었습니다.
평소 올란도 디젤만 몰다가 제주도로 여행을 오면 새로운 자동차들을 렌트해 몰아보는 재미가 좋네요.
원래는 쉐보레 볼트 EV를 빌리고 싶었지만 제가 이용하는 렌터카 업체에는 전기차는 쏘울 EV 밖에 없더군요.
뭐 그동안 전기차에 대해 관심은 있었지만 한 번도 타 본 적은 없었기에, 쏘울 EV라도 나름 재미있는 경험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렌터카 업체에 가기 전, 온라인으로 계약서까지 모두 작성해 두었기에 번거로운 절차 없이 바로 제 쏘울 EV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쏘울 EV는 기존 쏘울의 외형과 거의 흡사한데, 전면 흡기구가 막혀있고 흰색으로 장식된 휠을 통해 구별할 수 있습니다.
깔끔, 평범, 단순한 실내
쏘울 EV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제일 먼저 눈에 띄는게 흰색 유광 커버로 덮여 있는 기어봉입니다.
PRND의 기어 순서는 다른 차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B'라고 적힌게 뭔가 싶어 매뉴얼을 살펴보니 '회생제동 최대모드'라는데, 일반 차량의 L(엔진브레이크 모드)와 같은 단이었습니다.
아, 그리고 전기차라는 것을 알려주려는 듯 시동버튼에 새겨진 'POWER'라는 문구와 전원버튼 기호가 재미있었습니다.
운전석 문에 있는 사이드미러 조정 버튼과 도어 잠금, 그리고 창문 개폐 버튼들도 일반 차량과 거의 비슷합니다.
다만 차량에 스마트키를 소지한 상태로 가까이 다가가면 접힌 사이드미러가 자동으로 펴지는 웰컴 기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리 특별한 기능은 아니지만, 제 올란도에는 없는 기능이라 기억에 남았습니다ㅎㅎ
실내 공간에서 눈에 띄는 것은, 유난히 깊어보이는 글로브 박스와
좀 아슬아슬하지만 카메라가 쏙 들어가는 콘솔 박스 역시 쏘울 사이즈에서 여러모로 눈에 띄는 수납 공간입니다.
사실 제 올란도의 수납공간이 워낙 극악에 가까운터라, 사이드 콘솔 등의 수납 공간은 어지간한 차를 타면 다 넓어 보이는군요.
쏘울 EV의 네비게이션은 주변 전기차 충전소를 표시해 주고, 차량 메뉴에서도 전기차 메뉴를 쉽게 조작할 수 있었습니다.
후방카메라 없는 렌터카들도 많은데, 후방카메라가 달려 있으니 무척 반가왔습니다.
계기판은 크게 3구역으로 나뉘어 있고, 왼쪽은 모터 동작 표시계와 주행 가능 거리, 그리고 배터리 충전량을 표시하며 오른쪽은 차량 속도가 표시됩니다.
처음에는 기존 쏘울의 계기판을 그대로 가져다가 표시 내용만 바꿨구나 싶었는데, 속도와 주행가능 거리가 양 옆으로 흩어져 있어 볼수록 시선이 분산되는 느낌이 듭니다.
호텔로비에 세워져 있던 데모용 코나 전기차를 타보니 중요 정보는 계기판 중앙으로, 이외의 정보는 계기판 양쪽에 나눠 놓은 배치가 훨씬 편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대 이상의 조용함, 이질적인 감속감
쏘울 EV의 시동을 걸자 계기판이 켜지며 효과음이 뜨는 것으로 이미 시동 완료입니다.
휘발유차, 디젤차는 스타트모터 소리와 함께 시동 걸리는 소리가 들리고, 계기판 바늘이 끝까지 움직였다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동작에 익숙하다보니, 전기차는 시동이 걸린 줄도 모르고 잠시 멍때리며 계기판을 바라보게 되는군요.
그리고 도로로 몰고 나가보니 듣던대로 에어컨 소리와 타이어가 노면에 닿는 소리만 들릴 뿐, 정말 조용합니다.
힘이 부족하지 않을까 싶었던 주행감은, 딱히 불편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밟는 대로 편안하게 나아가는군요.
택시, 버스, 일반인 차량까지 전기차가 꽤 많이 보였던 제주도
다만 엑셀에서 발을 떼면 속도가 급격히 줄어드는, 전기차 특유의 특성이 느껴집니다.
올란도 구입 초기 ECU 업그레이드 전, 전방 신호를 보고 엑셀에서 발을 떼면 뒷목을 잡아당기는 느낌이 든다고 말하곤 했는데, 쏘울 EV에서 뒷목 잡아당기는 느낌을 오랫만에 맛보게 되었습니다.
2014/12/09 - 쉐보레 올란도 ECM 업데이트 후 변화. 한국 GM 서비스센터 방문 후기
달리는 도중 엑셀에서 발을 떼거나 브레이크를 밟으면 전기를 만들어 배터리를 충전하는 회생 제동 장치가 작동하다보니, 휘발유차나 디젤차보다 감속 속도가 좀 빠릅니다.
휘발휴/디젤차는 신호등 30~50m쯤 전에서 엑셀에서 발을 떼면 신호등에 거의 가까와져 브레이크를 살짝 밟아야 하지만, 쏘울 EV는 평소처럼 30~50m 전방에서 발을 떼면 신호등까지 가지 못하고 멈추곤 하네요ㅎㅎ
쏘울 EV 계기판 왼쪽에는 엑셀을 밟는 정도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는 모터동작표시계가 있습니다.
녹색 구간은 일반적인 주행, 흰색은 급가속, 고속주행, 오르막길 주행시 전기가 많이 소비된다는 표시, 하늘색 구간은 감속이나 내리막길 주행시 배터리가 충전된다는 뜻입니다.
주행 속도가 80km를 넘긴 상태로 정속 주행할 경우 녹색구간을 벗어나 흰색 구간이 되는 것을 보면, 100km 수준으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는 계속 흰색 구간에 머물것으로 짐작됩니다.
쾌적한 연비, 따라 올 수 없는 연료비용
저는 전기차를 처음 타보는 것이다 보니, 완충했을 때 주행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충전 비용은 어느정도인지 궁금했습니다.
일단 쏘울 EV의 공인연비는 1kWh당 5km이며, 1회 충전 주행거리는 148km입니다.
제가 빌린 쏘울 EV는 급속충전으로 완충하니 주행가능거리가 134km로, 완속으로 완충하니 161km로 표시됩니다.
이는 주행가능거리의 차이는 급속충전시 80%만 충전되는 'DC차데모' 충전 방식의 특성이라고 합니다.
쏘울 EV의 ECO 모드로 설정하고, 에어컨 등을 편안하게 켠 상태로 48km를 달린 뒤 계기판의 주행가능 거리는 30km가 줄었습니다.
ECO 모드는 감속시 전기 생산을 보다 적극적으로 하는 모드로 앞서 언급한 '뒷목 잡는 느낌'이 좀 강하게 느껴지는 모드입니다.
ECO 모드를 켰을 때는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가능 거리보다 1.5~1.6배 정도, ECO 모드를 끄면 계기판 주행 가능 거리와 거의 1:1로 달릴 수 있었습니다.
사실 주행가능 거리가 130km, 혹은 160km라면 제 올란도의 연료 게이지가 거의 1칸 남은 정도에 불과합니다.
때문에 처음 쏘울 EV를 받았을 때는 주행가능 거리에 꽤 신경쓰면서 달리곤 했는데, 실제 주행 가능 거리는 계기판보다 살짝 높은데다 제주도에 충전소가 워낙 많은터라, 나중에는 주행가능거리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다니곤 했습니다.
제가 머물렀던 호텔은 전기차 충전이 무료라, 저녁에 숙소에 들어와 충전시키고 아침에 타고 나가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실제 외부에서 유료 충전시에는 비용이 어느정도인지 궁금해서 1000원어치(!)만 충전해 봤습니다.
외부 유료 급속충전소에서는 1000원에 무려 5.83kWh가 충전됩니다.
제주도 여행기간동안 주행거리 210km, 평균 연비는 7km였으니 1000원어치 충전 하면 무려 40km를 달릴 수 있었고, 이는 휘발유/경유/가스들은 범접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특히 제주도는 충전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어 렌터카 이외의 차량들도 전기차가 꽤 많이 보였는데, 저 역시 제주도에 산다면 일단 전기차로 바꿀 듯 싶습니다.
나름 만족스러운 실내공간, 아쉬운 핸들과 페달
두 사람이 탈 차량으로 쏘울 EV는 썩 괜찮았습니다.
조수석의 마눌님은 평소 좌석을 뒤로 끝까지 밀어 앉는터라 뒷좌석 공간이 거의 없다싶을 정도지만, 평소대로 조정한 운전석을 보면 뒷좌석도 큰 불편없이 이용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뒷좌석을 눕히자 지름 1m짜리 튜브를 넉넉하게 실을 정도의 공간이 나왔는데, 뒷좌석이 완전한 평면으로 접히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나름 넉넉한 공간이다 싶습니다.
2박3일동안 쏘울 EV를 몰면서 가장 불편했던 것은 핸들을 돌릴 때 쩔꺽거리는 소음, 그리고 핸들을 좌우로 끝까지 돌릴 때 스프링이 걸리듯 철컹~ 하는 소음이 들리는 점이었습니다.
사실 핸들의 소음은 렌터카 업체에서 차량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그렇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반면 싸구려 스프링을 밟는 듯한 엑셀과 브레이크 페달은 운전하는 내내 피로감이 상당했습니다.
두 페달은 반발력 강한 싸구려 스프링을 밟는 듯, 강한 힘으로 누르고,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지긋이 계속 힘을 주어야 했습니다.
특히 페달을 밟을 때 스프링을 접고 펼 때처럼 쩔꺽거리는 소음이 있는데다, 두 페달의 좌우 유격도 꽤 심했습니다.
에어컨을 켜고도 편안하게 달릴 수 있었고 130km 남짓한 주행거리 역시 제주도에서는 큰 문제가 아니었고, 저렴하기 이를 데 없는 충전 비용은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다만 핸들의 잡소리와 엑셀, 브레이크 페달의 강한 반발력과 이로인한 피로감 등 엉뚱한 곳에서 매력이 반감되었습니다.
제주도에서 쏘울 EV를 타면서 전기차의 매력을 실감한 동시에 제주도에서 전기차를 산다면 쏘울 EV가 아닌 다른 차종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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