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2박3일 렌트한 쉐보레 올뉴말리부
얼마 전 제주도 여행을 다녀 오면서 쉐보레 올뉴말리부 1.5터보를 렌트했습니다.
마눌님과 둘이 가는 여행이니 소형차로 렌트할까 하다가 비수기 평일 렌트 가격이 얼마 차이나지 않아 올뉴말리부로 빌랬습니다.
올뉴말리부의 외형이야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낮고 날렵하게 생긴 얼굴이 참 매력적이었고, 생각보다 차체가 길더군요.
만원 정도 더 저렴한 구형 말리부를 빌릴까 하다가 올뉴말리부를 선택했는데, 선택하길 잘한 듯 싶었습니다.
그렇게 2박 3일동안 올뉴말리부를 편하게 타고 다니면서 느낀 소감을 적어봅니다.
참고로 3월 중순, 평일 48시간 동안 올뉴말리부를 렌트하는데 든 비용은 완전자차보험 포함 79000원, 랜터카 업체 앱으로 예약했더니 추가 할인을 받아 총 75000원이 들었습니다.
출발 전날 급히 예약을 하느라 오픈마켓을 거치지 않고 렌터카 업체에 직접 예약했음에도 꽤 저렴하게 빌렸습니다.
저는 제 올란도 외에는 차를 잘 알지 못하는터라 이 포스팅은 올뉴말리부에 대한 감성적이며 주관적인 느낌을 올란도 2.0 디젤과 비교하며 두서없이 적었다는 점을 미리 언급합니다.
쉐보레 차량들은 늘 앞모습은 예쁜데 뒷모습은 에러라는 얘길 자주 듣곤 합니다.
저도 날카로우면서 낮은 앞모습에 비해 뒷모습은 특색없이 밋밋하다는 느낌이 좀 들긴 했습니다.
올뉴말리부의 트렁크는 길이 65cm의 여행가방이 짧게 보일 정도로 깊었고, 저런 여행 가방 3~4개 쯤은 충분할 듯 싶었습니다.
저는 올란도의 3열을 늘 접어둔 채로 짐을 싣고 다니는데다, 둘이서 가볍게 챙겨 떠난 여행이다보니 상대적으로 올뉴말리부의 트렁크 크기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막상 짐을 싣기 위해 열어보니 생각보다 깊고 넓직한 트렁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트렁크 바닥 덮개를 열어보니 철제 휠이 끼워진 템포러리 타이어가 들어 있었습니다.
올뉴말리부의 실내, 수납공간
제가 빌린 올뉴말리부는 LS/LT/LTZ의 세 트림 중 LT, 그리고 디럭스 모델입니다.
올뉴말리부 LT 트림에는 자동 공조기가 장착되며 버튼 구성은 무난해 보이는데, 자동 공조기라도 에어컨이나 히터 조작을 수동 조작하는 습관이 있는터라, 특별한 감흥은 없었습니다.
올뉴말리부의 전면 대시보드, 사진에서 커다란 스티커가 붙어 있는 부분은 복잡하게 교차한 곡선으로 면을 나누어 놓아 번잡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복잡하게 면을 나누는데 들인 정성을 글로브 박스의 수납 공간을 넉넉하게 늘리는데 들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반면 대시보드 상단은 약간의 굴곡이 있었지만 무척 간결한 느낌이었고, 운전석에 앉았을 때 보이는 시야를 방해하지 않았습니다.
올뉴말리부의 운전석 옆 콘솔박스의 깊이가 넉넉하여 제 카메라를 여유 있게 넣을 수 있는 점이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사진 오른쪽, 밝게 날아간 부분의 홈은 스마트폰 무선 충전을 지원하는 스마트폰 거치함인데, 아쉽게도 제 스마트폰은 무선충전을 사용할 수 없어 미리 준비한 시거잭 충전기를 이용했습니다ㅎㅎ
사이드 브레이크와 공간을 나눠 쓰느라 시거잭 충전기나 잡다한 영수증을 넣어두는 용도로만 쓸 수 있는, 올란도의 좁은 콘솔 박스에 비하면 그야말로 광활한 공간이더군요.
참 애매한 크기의 올란도 콘솔박스
올뉴말리부의 시거잭은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었고, 그 아래쪽에는 지갑이나 스마트폰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시거잭이 왜 저렇게 들어가 있나 싶었지만, 저는 시거잭에 충전기만 꽂아 쓰는 용도이다보니 더 편리한 배치다 싶었습니다.
올뉴말리부의 핸들 왼쪽에는 크루즈 컨트롤 관련 버튼, 오른쪽에는 핸즈프리와 계기판 조작 버튼이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핸들 뒤쪽(깜빡이/와이퍼 조작 레버쪽)에 라디오 채널/볼륨 조절 버튼이 있습니다.
제 올란도 핸들 버튼과 배열이 달라 기능을 익히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렸지만 별 문제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핸들 버튼은 운전자가 가장 자주, 가까이 접하는 것임에도 덩어리째 씌워 놓은, 저렴한 느낌의 고무 덮개가 운전 내내 거슬리더군요.
올뉴말리부의 계기판은 시안성이 좋았고, 가운데 클러스터의 해상도도 높아지고 이미지와 텍스트가 적절히 배치되어 보기 좋았습니다.
LTZ 트림에서는 흑백 클러스터 대신 컬러가 들어간다고 하는데, 뭐 이런 부분까지 차이를 두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흑백 클러스터의 느낌도 깔끔하니 괜찮더군요.
엔진 RPM과 속도계, 냉각수 온도와 연료량, 그리고 가운데 배치된 클러스터 등, 오랫동안 몰아 온 올란도와 비슷해서 편하게 느낀 듯 싶습니다.
상위 트림인 LTZ에서는 컬러 클러스터가 장착된다고 하는데, 굳이 그런 부분을 차이를 두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올란도의 계기판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았더라면, 올뉴말리부의 클러스터가 그야말로 확 달라보였을텐데 그나마 업그레이드한 올란도 계기판의 메뉴 구성과 표시 정보가 비슷했습니다.
업그레이드(언락)한 올란도 계기판
3개의 상단 탭으로 나눈 메뉴 구성 뿐 아니라 아이콘 모양도 비슷하네요ㅎㅎ
2016/04/13 - 올란도 계기판 업그레이드 후기. 숨겨져 있던 올란도 계기판의 기능을 써 보니
올뉴말리부의 운전석 문 안쪽, 사이드 미러 근처에는 메모리 시트 설정/호출 버튼이 달려 있고, 사이드미러 조작 버튼은 창문 조작 버튼쪽에 부착되어 있습니다.
비록 사이드미러 조작 버튼이 자주 쓰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올란도의 조이스틱 방식 버튼이 더 직관적이고 편리했습니다.
올뉴말리부 LT 디럭스부터 들어 간다는 가죽시트는 제 올란도 가죽시트와 비슷한 형태와 질감입니다.
하지만 운전석의 8방향 전동시트는 무릎과 엉덩이 쪽 높이를 각각 조절할 수 있어 편리했고 무엇보다 허리받침도 조정할 수 있어 편하더군요.
올뉴말리부의 사이드미러는 꽤 큼직했지만, 광각처리된 사이드미러 바깥쪽면의 왜곡이 심하게 느껴져 오히려 불편했습니다.
그래도 후진 기어를 넣으면 사이드미러가 자동으로 땅을 향하는, 자동 기울임 기능이 지원되어 편리합니다.
제 올란도는 사이드미러 자동 기울임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 이 기능을 DIY 직접 달아볼까 고민하기도 했는데, 사제로 추가할 경우 사이드미러 각이 자꾸 틀어져 자주 조정해 줘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포기한 기능이기도 합니다.
올뉴말리부의 기어봉의 마지막 단은 기어봉의 버튼으로 수동조작을 하는 L단입니다.
제 올란도는 D가 마지막 단계이다보니, 주행 시 습관적으로 기어봉을 맨 아래로 내리는 실수를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자동 시트 포지션 설정 기능이나 사이드미러 기울임 등은 7인치 마이링크 모니터에서 설정할 수 있는데, 큼직한 7인치 터치모니터로 메뉴 구성을 이렇게 밖에 못하는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무엇보다 큼직한 모니터가 달려 있기에 당연히 후방카메라도 지원될꺼라 생각했지만, 후방카메라는 LTZ 트림부터 지원한다고 합니다.
트렁크쪽을 살펴봤더니 후방카메라 자리가 고무 덮개로 막혀 있었습니다.
올란도의 마이링크도 50만원짜리 쓰레기라는 혹평을 듣기도 하는데, 후방카메라나 네비게이션이 빠진 올뉴말리부 LT의 마이링크 역시 모니터가 아깝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용하고 무난한 주행 성능
올뉴말리부 1.5터보를 타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실내의 정숙함입니다.
올란도 2.0 디젤을 타면서도 소음과 진동에는 큰 불편함이 없었는데, 1.5리터 휘발유 엔진의 소음은 그야말로 정숙했고 오토 스타트&스톱(신호대기시 시동을 끄는 기능)이 더해지니 운전내내 조용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지난 겨울 SM6를 렌트하면서 이상하리만치 승차감이 딱딱한데다 제동감도 좋지 않았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타이어의 트레드가 거의 맨들맨들해진 상황이더군요
덕분에 이번 올뉴말리부를 렌트하면서 가장 먼저 타이어를 확인했고 17인치 휠에 끼워진 타이어는 트레드가 절반 이상 남아 있는 상태였습니다.
타이어 공기압이 규정치보다 높게 채워져 있어(41~42psi) 다소 통통거리긴 했지만 승차감이나 코너링 능력은 무난했고, GEN III 기어의 변속도 이질감없이 잘 맞아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제주도의 규정속도가 60km, 80km에 과속 카메라와 이동식 카메라가 곳곳에 숨어(!) 있어 엑셀을 마음껏 밟을 수도 없었고 평소 제 운전 스타일 역시 락업클러치를 적극 활용하는 연비운전을 중시하느라, 올뉴말리부의 가속력이나 코너링을 평가할 만큼 마음껏 몰아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시내주행이나 외곽 도로에서의 정속주행에서 엑셀 반응이 꽤 민첩했으며, 요즘 한창 재미(?) 붙인 락업클러치 역시 잘 유지 되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2박3일동안 160km 남짓, 제주도 시내와 언덕길 위주로 다닌 후의 연비는 리터당 14~15km 정도, 오르막 내리막이 없는 제주 시내에서 락업클러치를 적극 활용했더니 연비가 19km까지 나오기도 했습니다.
올뉴말리부의 GEN III 미션도 반응이 한박자씩 늦다는 평가가 보이기도 했지만, 말많은 올란도의 GEN II 미션에 최적화(?) 된 발컨트롤로 연비운전을 즐기는 스타일이라 제 발끝에 느껴진 GEN III 미션의 변속은 큰 불만없이 무난하게 느껴졌습니다.
올뉴말리부 1.5의 헤드램프는 HID 램프(올뉴말리부 1.5 LT 등급은 프로젝션 램프이며, HID는 LTZ 등급부터 선택가능한 옵션입니다)로 야간 운전을 해보니 노르스름한 밝은 빛이 또렷하게 비춰주더군요.
지난 겨울 제주에서 탔던 SM6의 헤드램프는 LED Pure Vision이라는 거창한 이름처럼 엄청나게 밝고 멀리 비춰주었지만, 신호대기 시 앞차 꽁무늬에 비춰진 빛의 경계면에 푸른 빛이 도는게 살짝 불편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반면 올뉴말리부의 헤드램프는 SM6보다 밝기나 거리는 덜했지만 눈이 편한 노란빛이 좋았습니다.
이러나저러나 라이트가 켜진게 맞는지, 가끔 라이트 조작을 해보게 만드는 흐리멍텅한 헤드램프의 올란도 오너이다보니, 참 부러웠습니다.
2016/01/17 - 올란도 헤드라이트 전구 교체 방법. 올란도 순정 전구와 오스람 나이트브레이커의 차이
2박3일 동안 몰아 본 올뉴말리부 1.5터보는 듬직한 외형에 정숙함이 인상적이었고, 우려와 달리 1.5리터 터보엔진과 GEN III 미션은 반응이 민첩했습니다.
다만 쓸데없이 복잡한 대시보드 디자인이나 저렴한 인테리어, 큼직한 화면에 비해 쓰임새가 적은 LT 등급 마이링크 등, 원가절감의 흔적이 많이 보여 아쉬웠습니다.
올뉴말리부 1.5터보의 기본기는 무척 탄탄했고 2박3일 동안 패밀리카 용도로 만족스럽게 타고 다녔지만, 후방카메라도 없는 2800만원이 넘는 LT 트림을 구입하라고 한다면 꽤 많은 갈등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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