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바다 풍경, 여수 여행
아직 바람이 쌀쌀한 2월, 마눌님의 직장 강행군으로 인한 피로를 풀 겸 여수로 여행을 왔습니다.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여수로 출발하던 날은 유난히 바람이 세차게 불었고 여수로 오는 길에 틀었던 라디오에서는 제주 공항에서 비행기도 뜨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여수 여행 첫 날, 도로를 달리던 올란도가 휘청휘청할 정도로 바람이 세게 불었고 덩달아 날씨도 추웠지만 다행히 둘째날은 바람이 잦아들었고 따뜻한 여수 여행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지나가다 우연히 들른 커피 농장
한국의 여행에서는 방방곡곡 있는 절을 빼놓을 수 없다는 마눌님의 지론(?)에 따라 여수 향일암을 다녀오던 길, 바다를 끼고 달리던 한적한 국도, 향일암로에서 '여수 커피나무'라는 안내판이 여러 번 보이더군요.
여수 바다를 끼고 있는 도로변의 분위기 좋은 까페에서 이미 커피를 한 잔 마신 뒤었지만, '커피나무'라는 이름에 끌려 잠시 차를 세웠습니다.
단지 분위기 좋은 커피숍 건물만 눈에 띄었다면 굳이 차를 세울 생각을 하지 않았을 텐데 커피숍 건물 옆으로 비닐 하우스가 눈에 띄었고, '여수 커피나무'라는 이름에서 혹시 커피나무 농장이 아닐까 싶은 기대가 있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비닐 하우스 문을 기웃거리며 들여다보니 예상대로 커피나무들이 즐비했고, 들어와서 구경하시라는 얘기에 끌려 커피나무 하우스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커피나무 하우스 안쪽에는 커피열매를 달고 있는 큼직한 커피나무들 뿐 아니라 꼬마 커피나무 화분들도 무척 많았습니다.
40~50cm쯤 되는 어린 커피나무들을 보고 있노라니, 저희 집 커피나무들의 꼬꼬마 시절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그간 전국 방방곡곡(?)을 여행하면서 커피박물관, 혹은 커피농장이란 이름이 붙은 곳을 다녀봤지만 커피숍의 부속 시설 정도였고, 사람이 없는 시설을 알아서 구경하는 정도였는데, 이곳 여수 커피나무에서는 사장님께서 직접 안내해 주시는 커피농장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수 년 째 거실에서 커피나무를 기르는 입장에서, 흔치않은 커피나무 농장을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을 뿐 아니라 커피나무를 기르다 커피나무 농장까지 열었다는 사장님의 설명을 듣고 있노라니 동지(!)를 만난 기쁨에 커피농장에서 한참을 머무르면서 커피나무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다른 나무들은 쉽게 성공했던 꺽꽂이와 물꽂이 였지만 유독 커피나무 꺽꽂이는 실패를 거듭하고 있던터라, 여수 커피나무의 하우스 한 켠에서 본 커피나무 꺽꽂이 모판들이 더 반가왔습니다.
다른 커피나무보다 잎이 2~3배쯤 큰 커피나무들이 눈에 띄었는데, 키우던 커피나무 들 중에서 발생한 변종으로 이 곳 여수 커피나무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나무들이라고 하는군요.
넓은 하우스 안에서 자라고 있는 커피나무들은 저희 집 커피나무들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터라 부러웠습니다.
거실을 꽉 채우고 있는 커피나무 때문에 가끔 구박(!)을 받다보니 나중에 시골로 이사가서 마당 넓은 집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커피나무를 키워보겠다는 뜬금없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대규모 커피나무 하우스를 보니 용기백배했다고 할까요ㅎㅎ
여수 커피나무 사장님과 커피나무에 대해 한참동안 얘기를 나누다가, 바로 옆에 있는 커피숍에 들렀습니다.
사장님께서는 커피나무를 키우다 커피나무에 빠져 농장을 열게 되었고, 커피숍은 커피농장의 부속시설로 시음장 성격의 시설이라고 했지만, 여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깨끗하고 아늑한 커피숍이었습니다.
여수 커피나무를 방문하기 얼마전에 이미 커피를 마신 상태였지만, 그래도 이런 분위기 좋은 커피숍을 지나칠 수 없다 싶어 카푸치노와 아메리카노를 한 잔씩 시켰습니다.
이 곳에서는 참 특이하게도, 커피를 시키면 은박 봉지에 밀봉한 커피씨앗을 함께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저희 집의 거대 커피나무들 역시 강릉 커피농장에서 커피를 마시며 얻어 온 커피 씨앗에서 시작된 나무들이다보니, 과연 싹이 날까 관심을 갖고 지켜봤던 몇 년전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ㅎㅎ
여수 커피나무의 커피맛이 평소 즐겨 마시던 아메리카노나 카푸치노에 비해 살짝 옅은 느낌이라 아쉬움이 남았지만, 커피나무라는 같은 관심사를 갖고 있는 사람을 만나 커피나무를 기르며 느꼈던 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서 참 반가왔습니다.
늦은 오후, 여수 커피나무를 떠나 숙소를 향하는 길의 햇볕이 참 따뜻한 느낌이었습니다.
여수 여행을 계획 중이고 커피나 커피나무에 대해 관심있는 분이라면, 혹은 여수 향일암을 돌아볼 계획이 있는 분이라면 잠시 짬을 내어 여수 커피나무(061-644-5688)에 들러보실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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