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날벌레가 통과하는 방충망
산을 마주 하고 있는 아파트의 저녁, 불빛을 보고 몰려온 작은 날벌레들이 방충망에 잔뜩 달라붙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단지 방충망 바깥에 붙어서 실내로 침입하지 못하면 다행인데, 작은 날벌레들은 쏙쏙 거실로 침입하더군요.
저희 아파트에 출몰하는 날벌레는 모기와 비슷한 크기의 날벌레와 그보다 작은 날벌레 두 종류였는데, 어느 날 저녁에는 거실 벽 위쪽에 날벌레들이 촘촘히 붙어 있는 상황을 보고 때아닌 날벌레와의 전투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모기처럼 사람을 물어대는 날벌레도 아니고 하루 저녁 지나면 대부분 죽어 떨어져 있는 것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 방충망을 교환하기로 했습니다.
며칠 청소를 하지 않은 거실 샷시 하단입니다.
밤에는 방충망을 꼭 닫아 놓지만 유유히 들어와 실내에서 최후를 맞이했네요.
방충망을 닫아두었는데도 많은 수의 날벌레들이 침입하는 원인으로 샷시 하단에 설치된 물구멍, 그리고 작은 날벌레들은 방충망의 그물코를 통과하기도 한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샷시 하단의 물구멍 얘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일반 방충망이라도 날벌레가 통과할 수 있을까 싶은 의구심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방충망 바깥에 붙어 있던 작은 날벌레들이 안쪽에서 들이댄 진공청소기에 빨려 들어오는 것을 보고 방충망을 통과할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방충망 크기 측정과 방충망 주문
예전 아파트 역시 기본 설치되어 있던 같은 그물코의 방충망으로 5~6년을 지냈지만 이런 일이 없었기에 방충망 교체는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결국 방충망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라 '공동구매'라는 명목으로 영업을 하는 업체들 중에는 '촘촘 방충망', 혹은 '미세 방충망' 등으로 교체하는 업체들도 있었습니다.
방충망 교체 비용은 평수(방충망 개수)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저희 집은 25만원을 달라고 하더군요.
2년 전, 주문진 부모님 댁의 낡은 방충망을 스테인레스 방충망으로 직접 교체해 본 경험도 있고 해서 미세 방충망을 구입해 직접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2014/08/11 - 방충망 교체 DIY 방법. 핵심은 방충망의 재질과 망밀대 롤러 사용법
인터넷으로 미세방충망을 검색하면 대부분 폭은 고정되어 있고(120cm, 혹은 150cm) 원하는 길이를 미터 단위로 주문하는 방식입니다.
일단 저희 집 창문에 달려 있는 여러 개의 방충망의 창틀 사이즈를 쟀고, 창틀 사이즈보다 10cm 정도 넉넉하게 기록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폭 120cm, 혹은 150cm에 맞춰 저희 집 방충망 사이즈를 대입해 가장 알뜰하게(?) 쓸 수 있는 길이가 어느정도인지 확인해봤습니다.
실제 크기보다 10cm 정도 여유있게 측정
필요한 방충망의 길이를 가늠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겠지만, 저는 포토샵의 사각형 마키툴을 띄운 뒤 방충망 사이즈만큼의 사각형들을 그려 사이즈를 재는게 편하더군요.
작은 방충망은 가로 세로로 바꿔 배치해 본 뒤 저희 집에서는 총 5개의 방충망을 설치하는데 폭 150cm, 길이 5m면 넉넉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미세 방충망을 검색해보니 방충망의 망목(그물코, 촘촘한 정도)에 따라 미세 방충망도 종류가 다양하더군요.
방충망 판매 업자들마다 말도 조금씩 달랐는데, 무조건 촘촘해야 벌레가 못들어 온다는 얘기부터, 너무 촘촘하면 바람까지 잘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뭐가 좋을지 살짝 고민을 하다가 노루표 페인트에서 생산하는 '노루방충망'을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마침 소셜커머스에서 폭 1.5m, 길이 1m 당 6400원에 판매하고 있는 노루방충망을 발견하고 5m, 32000원 어치를 구입했습니다.
옆에 있는 흰색 플라스틱은 방충망을 방충망 틀에 고정할 때 사용하는 플라스틱 쫄대입니다.
사실 예전에 방충망 설치 작업을 할 때 사용했던 고무 개스킷을 구입해 사용할까 생각하다가, 노루방충망에는 플라스틱 쫄대가 세트처럼 따라다니기에 다들 이걸 쓰는구나 싶어 플라스틱 쫄대로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플라스틱 쫄대로 직접 작업해보니, 방충망 셀프 설치를 하려는 분이라면 저 플라스틱 쫄대는 피하고, 반드시(!) 일반 고무 개스킷을 구입할 것을 권합니다.
방충망틀 탈거와 기존 방충망 제거
방충망 작업의 첫 단계는 샷시에서 방충망틀을 탈거하는 작업, 저희 집은 방충망 틀을 샷시 위로 들어올린 뒤 방충망을 쉽게 탈거할 수 있었습니다.
거실창 바깥쪽에 추락방지 난간이 설치되어 있어 방충망을 거실창 바깥으로 밀어올려 눕힌 뒤 빼야 했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빼낼 수 있었습니다.
빼낸 방충망 틀을 눕혀 놓고 방충망을 고정하고 있는 고무 개스킷을 제거합니다.
고무 개스킷의 마무리 지점에 일자 드라이버를 넣어 끝을 잡은 뒤 당기면 쉽게 제거됩니다.
한 줄의 고무 개스킷으로 마감되어 있기에 방충망 틀 주변을 돌아가며 쭉 잡아 당기기만 하면 됩니다.
고무 개스킷을 제거한 뒤 방충망을 들어올리면 기존 방충망 제거 작업은 끝납니다.
미세방충망 고정 - 이번엔 플라스틱 쫄대와의 싸움
이제 미세방충망을 방충망 틀에 고정하기만 하면 됩니다.
2년 전, 멋모르고 스테인레스 방충망을 선택했다가 방충망 끝부분 처리때문에 꽤 힘들었고, 이번에는 섬유 소재의 미세방충망을 선택했으니 빠르게 설치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일단 돌돌 말려 있던 방충망을 펼쳐 방충망틀위에 놓았습니다.
그리고 제품 설명서에 나온 대로 플라스틱 쫄대를 방충망틀의 홈에다 올리고 망치로 쳤는데, 이 플라스틱 쫄대는 홈에 들어갈 기미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노루 방충망에 따라다니는 옵션인 플라스틱 쫄대의 단면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고무 개스킷을 사용했을 때보다 방충망틀에 단단하게 고정되어 50kg의 무게도 견딜 수 있고 방충망 추락 사고를 막는다는데, 문제는 이 플라스틱 쫄대를 방충망틀에 끼우는게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노루 미세방충망을 구입할 당시 봤던, 인터넷 상의 사용설명서나 제품과 함께 온 설명서에도 '방충망틀 위에 미세방충망을 올려 평행도를 맞춘 뒤 쫄대로 고정시킵니다'라는 한 줄의 설명과 함께, 플라스틱 쫄대를 망치로 두드리는 사진만 있네요.
너무 간단해 보이는 쫄대 고정 방법
저 사진만 보면 망치로 툭툭 두드리면 쉽게 끼워질 것 같은데, 저희 집 방충망틀에는 어지간히 세게 두드려도 전혀 들어가지 않습니다.
사실 노루 방충망의 사용후기 중 플라스틱 쫄대가 끼워지지 않아 원래 끼워져 있던 고무 개스킷을 사용했다는 글이 있었고, 나도 괜히 애먹지 말고 고무 개스킷을 구입할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노루 방충망의 시공 설명서에 워낙 간단하게 나와 있어 별 일 없겠지, 하고 제 짝(?)인 플라스틱 쫄대를 구입했다가 설치에 땀 좀 흘렸습니다ㅎㅎ
망치만으로 플라스틱 쫄대를 두드려봐야 망치가 튕겨나오기만 하여 일자 드라이버를 동원하여 플라스틱 쫄대에 대고 두드려 끼웠습니다.
일자 드라이버를 대고 끝부분부터 세게 두드리니 끼워지기 시작했는데, 망치 두드리는 소음이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닙니다.
플라스틱 쫄대는 느슨하게 끼우면 잠시 후 다시 튀어 올라오게 되므로 방충망이 접혀 올라올 때까지 플라스틱 쫄대를 단단히 끼워야 합니다.
길이 1m 짜리 플라스틱 쫄대를 끼우다보면 방충망틀의 길이에 남거나 모자라게 됩니다.
모자라면 새로운 플라스틱 쫄대를 끼워 작업을 계속하고, 남는 부분은 니퍼로 잘라냅니다.
거실창 방충망의 두 모서리의 플라스틱 쫄대 고정 작업이 완료되었고, 이제부터는 방충망을 당겨가며 플라스틱 쫄대를 고정합니다.
방충망틀 네 방향의 고정 작업이 끝나면, 밖으로 삐져나온 방충망을 잘라냅니다.
스테인레스 방충망을 이용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라내는 작업은 빨리 진행됩니다.
그렇게 거실창의 미세방충망 설치 작업이 완료되고, 방충망을 다시 창틀에 끼웠습니다.
방충망틀을 끼울 때 역시 창틀 위쪽을 먼저 끼워 들어올리고, 창틀 아래쪽을 당겨 끼우는 방식입니다.
가장 큰 거실 방충망틀의 작업이 완료된 후, 방3개의 중간 크기 방충망과 부엌의 작은 크기 방충망의 설치 작업을 순서대로 진행했습니다.
역시 플라스틱 쫄대 설치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거실 방충망틀보다는 훨씬 빨리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거의 사라진 날벌레, 탁 트인 시야
미세방충망 설치 후, 날벌레의 야간 습격에서 자유로와졌습니다.
특히 샷시 물구멍에도 방충망을 설치하고 풍지판을 만들어 설치한 뒤로는, '거의 없다'고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미세방충망을 설치한 뒤 시야도 더 맑아졌습니다.
미세방충망을 설치한 첫 날, 마눌님께서는 '방충망을 열어놓은 줄 알았다'고 할 정도로 시야가 맑더군요.
있는 듯 없는 듯 탁트인 시야
처음 미세방충망의 촘촘한 그물코를 봤을 때는 이걸 설치하면 시야가 확 가리는게 아닐까 싶었는데, 일반방충망보다 시야는 확실히 맑아졌습니다.
미세방충망과 일반방충망의 망목은 어느정도 차이가 날까 싶어 비교해봤는데, 일반방충망보다 2배 정도, 면적으로 따지면 4배 정도 촘촘합니다.
덕분에 창문을 열었을 때 통과하는 바람의 세기 역시 '살짝' 줄어들었다 느껴지는데, 크게 불편할 정도는 아닙니다.
미세방충망의 촘촘한 그물코는 외부에서 날아드는 먼지 역시 더 잘 잡아주고 있는데요, 미세방충망을 설치한지 열흘 정도되었는데 방충망 바깥에는 크고 작은 먼지들이 잔뜩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미세방충망을 설치한 뒤 날벌레의 습격도 사라졌고, 먼지도 잘 걸러주고, 시야도 맑아졌으니 여러모로 만족합니다.
무엇보다 업체를 불렀으면 지불했어야 할 25만원의 방충망 설치 비용을 재료값 4만2천원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점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다만, 본문에서 누누히 밝힌바와 같이 노루 미세방충망에 세트로 딸려오는 플라스틱 쫄대는, (경우에 따라) 개인이 설치하기는 상당히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 쫄대보다 가격도 저렴한 고무개스킷
두 번의 방충망 셀프 설치를 통해 얻은 경험에 따르면, 방충망을 셀프 시공하려고 마음 먹었다면
- 스테인레스 망 대신 섬유 재질의 방충망을 선택
- 플라스틱 쫄대 대신 고무 개스킷과 망밀대 롤러로 시공
- 방충망틀이 샷시에서 쉽게 분리되는지 확인(특히 오래된 집인 경우)
할 것을 권합니다.
저는 '노루 방충망'을 구입했지만, 꼭 이 제품이 아니더라도 섬유 재질 미세방충망+고무 개스킷의 조합이라면 처음 해 보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설치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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