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년 사용한 화장대 의자, 커버 리폼
안방의 화장대 앞에 놓여 있는 화장대 의자는 마눌님께서 결혼 전 부터 사용하던 것이니 얼핏 봐도 십년은 훌쩍 넘은 듯 합니다.
화장대 의자 커버에는 비닐이 씌워져 있었지만 언젠가 좀 찢어진 비닐을 싹 뜯어버려 천으로된 커버가 그대로 드러나 있고, 천 커버에 오랜 기간동안 묵은 때가 쌓이면서 꽤 지저분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마눌님께서는 종종 저 화장대 의자의 커버를 다른 것으로 씌울 수 없는지 제게 묻곤 했는데, 씌울만한 마땅한 커버가 없다는 것을 핑계로 미뤄왔습니다.
그리고 이사를 하면서 옆구리가 터진 낡은 쿠션 몇 개를 버리기로 했는데, 이 쿠션을 화장대 의자에 씌워 리폼을 하면 적당할 것 같아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화장대 의자의 천 커버는 안쪽에 쿠션이 들어 있는 흔한 형태로, 일단은 저 쿠션을 떼어내야 합니다.
화장대 의자를 뒤집어 보니 의자 틀의 네 귀퉁이에 나사 못으로 고정된 형태더군요.
전동 드라이버를 이용하여 화장대 의자 바닥에 고정된 4개의 나사를 풀었습니다.
짐작대로, 화장대 의자 바닥의 나사못 4개를 풀어내자 쿠션에 싸인 의자 바닥재가 분리되었습니다.
믿고 쓰던 대기업 가구, 안쪽을 들여다보고 경악
화장대 의자의 쿠션 커버는 굵은 스테이플러 심으로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이 스테이플러 심은 일자 드라이버를 살짝 밀어넣고 들어올려 하나씩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바닥 천을 고정하고 있는 스테이플러 심을 모두 제거하니 다시 의자 커버를 고정하고 있는 스테이플러 심들이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의자 커버보다 안쪽의 목재 상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목재 표면에 시멘트 가루가 잔뜩 묻어 있었고, 목재의 상태 역시 가구용이라기 보다는 공사장에서 보는 거푸집용 목재 느낌입니다.
화장대 의자 커버를 고정하고 있던 스테이플러 심들을 빠르게 제거했습니다.
스테이플러 심을 모두 제거한 뒤 목재를 감싸고 있던 천 커버를 제거하니 안쪽에 시멘트 가루가 잔뜩 떨어져 있었습니다.
뭐 이 목재가 공사장에서 나온 폐자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네요.
집성목 판자, 긴급 재단
모르면 모르되, 시멘트 가루가 잔뜩 엉겨붙은 공사장 폐목재가 들어 있는 바닥판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어 가지고 있던 집성목 판자를 재단해 끼우기로 했습니다.
화장대 의자 바닥판의 크기는 32*32cm 였고, 꼭 맞는 사이즈의 판자가 없어 직소를 이용해 길이대로 잘라냈습니다.
직소와 쇠톱 외에는 이렇다 할 목재 절단용 도구가 없었고, 직소는 진동과 소음이 불편해 어지간하면 직접 재단하는 것은 피하고 인터넷 목공소의 재단 서비스를 이용해 왔는데, 할 수 없이 재단을 하게 되었네요.
직소로 거칠게 잘린 면은 사포를 이용해 매끈하게 다듬고, 모서리도 둥글게 다듬었습니다.
쿠션을 씌우기 전, 화장대 의자 틀 사이즈에 맞춰보기 위해 재단한 판자를 끼워봤는데, 스테인을 바른 판자와 의외로 느낌이 잘 맞는군요.
마눌님께 사진을 찍어보냈더니, 쿠션을 넣지 않고 그대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고 합니다.
마눌님의 의사를 존중하여(!) 쿠션 없이 판자만 끼워 고정하기로 하고, 재단하느라 목재의 원래 색이 드러난 모서리 부분에 스테인을 발라 비슷한 톤으로 맞춰 주었습니다.
화장대 의자에 쿠션 새로 씌우기
판자 모서리에 스테인을 바르고 마르기를 기다리는 동안, 마눌님께서 '기왕 씌우려 했던 쿠션을 한 번 씌워 보는 것은 어떠냐'며 카톡을 보내 왔습니다.
쿠션을 씌울꺼면 모서리에 스테인을 칠할 필요도 없었는데, 툴툴 거리며 옆구리가 터진 쿠션을 씌우기로 합니다.
먼저 쿠션의 터진 한쪽 옆구리를 완전히 개봉하고 안에 들어 있던 내용물(합성솜)을 모두 빼낸 뒤 잘라 둔 판자를 쿠션 천에 끼웠습니다.
그리고 판자의 한 쪽면에만 빼둔 합성솜을 채워 넣었습니다.
쿠션에 원래 들어 있던 합성솜을 전부 넣으면 너무 빵빵해져서 절반 정도만 펼쳐 넣었습니다.
쿠션은 목재 바닥보다 큰 편이라 꼭 맞게 고정해야 했습니다.
먼저 쿠션의 두 군데 모서리에 맞춰 판자를 넣은 뒤 스테이플러를 이용해 고정했습니다.
스테이플러 대신 글루건을 이용해도 되겠다 싶었지만, 손에 바로 잡히는 스테이플러를 이용했고 가정용 스테이플러지만 나무 판자에 콕콕 박혔습니다.
스테이플러로 고정한 양쪽 모서리(사진의 왼쪽과 위쪽)로 충전재를 꾹꾹 밀어 넣어 모양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아직 스테이플러로 고정하지 않은 모서리, 오른쪽은 반대로 접었습니다.
스테이플러를 이용해 한 쪽 모서리를 고정한 뒤 충전재를 더 채워 넣었고, 남은 나머지 모서리도 스테이플러로 고정했습니다.
스테이플러로 고정할 때는 천 커버를 팽팽하게 당긴 상태로 모양을 잡아야 반대쪽의 팽팽한 쿠션감이 잘 살게 됩니다.
그렇게 스테이플러를 이용해 판자에 천을 고정하고 충전재를 채운 뒤, 길게 남은 천은 가위로 잘라냈습니다.
커버를 씌운 바닥판을 화장대 의자에 다시 끼워보니 느낌이 꽤 괜찮습니다.
강렬한 빨간색으로 순록이 그려진 문양이나 캔버스 원단처럼 거칠거칠한 쿠션 천의 느낌이 꽤 잘 어울립니다.
마눌님께 결과물 사진을 찍어보냈더니, 깔끔한게 좋다고 하면서도 옷장에 쟁여 둔 줄무늬 원단도 한 번 씌워보라더군요.
빨간 순록 커버에 줄무늬 원단을 덧 씌워 다시 사진을 찍어 보냈고, 당분간 이 커버를 사용하는 것으로 낙찰되었습니다.
저는 빨간색 순록 커버가 훨씬 마음에 들지만 쓸 사람 마음에 든다고 하니, 이대로 사용하다가 천 커버가 더러워지면 벗겨내고 안쪽의 순록 커버를 쓰는 것으로 보험을 든 셈입니다ㅎㅎ
그렇게 순록 커버와 줄무늬 커버를 두 겹이나 씌운 상태로 네 귀퉁이의 나사못을 박사 화장대 의자 바닥판을 고정하는 것으로 작업을 마무리했습니다.
국내 굴지의 가구업체, 2002년 생산품
그나저나 화장대 의자 속에 들어 있던 공사장 폐목재를 보고 있자니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오랫동안 안방에 있던, 대형 가구업체의 의자가 저 모양일줄은 생각치도 못했습니다.
꽤 오래 전, 소파를 만들 때 공사장에서 나온 폐자재를 소파 속 주요 자재로 사용한다는 얘기가 공론화 된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소비자 고발 프로를 통해 언급된 업체들은 대부분 중소 가구업체였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이 화장대 의자는 리바트 가구 제품입니다.
국내 주요 가구 업체로 손꼽히는 리바트 가구에서 시멘트가 잔뜩 엉겨붙은 공사장 폐자재를 썼다는 것도 당황스럽지만, 고작 32*32cm의 자그마한 화장대 의자 바닥판에 이런 폐자재를 썼다는게 더 당황스럽스럽습니다.
이 화장대 의자가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 의자에는 흔적이 없었지만 세트로 구입해 사용중인 화장대 안쪽을 보니 2002년 2월2일에 만들어진 제품이네요.
저희 집의 리바트 화장대 의자는 벌써 14년 전에 만들어진 제품이고 당시에는 공사장 폐자재를 가구에 쓰는게 일반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국내 굴지의 가구 업체에서 이런 작은 부분에까지 꼼꼼하게(!) 공사장 폐자재를 썼다는 것에는 적잖이 실망스럽습니다.
얼마 전, 리바트가구 용인상설할인매장에 들러 식탁과 벤치를 사 왔는데 리바트 전시장 곳곳에 리바트 가구는 업계 최초로 E0 등급의, 포름알데이트 등 유해물질 방출량이 적은 친환경 자재를 사용한다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습니다.
리바트 가구 홈페이지 상품 설명 중 일부
14년 전에는 저런 공사장 폐자재를 썼지만, 요즘은 선전 문구대로 친환경 E0 등급 자재를 사용한다는 것을 믿어야 할텐데, 말로만 듣던 폐자재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선전 문구가 쉽게 믿기질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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