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가구와 목재
5월 말 새로 이사온 곳은 신축 아파트이다보니 속속 입주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사오기 전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집들도 많고 기존의 가구들을 버리고 새 가구를 들여놓는 집들도 많은데요, 덕분에 대형 폐기물로 나와 있는 가구나 나무 들 중에는 나름 쓸만한 재료들도 꽤 보이더군요.
뭔가 대단한 목공 작업을 한 적은 없지만 목공에 나름 관심을 가지고 DIY를 즐기다 보니 버려진 가구나 인테리어 재료 중 쓸만한 목재들을 보면 자꾸 집어오곤 합니다.
얼마 전 인테리어 공사에 사용하고 남은 각목이 버려져 있기에 집어 왔습니다.
원목(집성목)으로 된 아기 침대 난간도 버려져 있어 집어 왔습니다.
물론 마눌님께서는 이런 것을 집어오는 걸 탐탁찮게 여기기에 마눌님 눈에 띄지 않게 신속하게 들고와 창고로 바로 숨기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주워온 각목으로 선반 만들기
각목을 비롯한 몇 가지 목재들이 창고에 쌓여 가던 얼마 전, 작은 베란다에 놓을 선반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빨래 건조대를 설치하고 나니 벽면의 공간이 남아 그 공간에 딱 맞는 선반을 만들기로 하고 밑그림을 대충 그려봤습니다.
높이 2m, 너비 80cm, 깊이 37cm 남짓한 나름 큼직한 5단 선반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제가 사용하는 공구 등 잡다한 물건들을 올려놓을 선반이라 모양이 깔끔할 필요는 없고 단순 무식 '형태만 갖춘' 선반을 만들기로 작정했습니다.
일단 6개의 각목의 샌딩 작업을 했습니다.
이 각목들은 인테리어 공사에서 내부 뼈대가 되는 각목이라 표면이 거칠거칠한 상태였고 샌딩작업을 하다보니 각목이 꽤 많이 휘었더군요ㅎㅎ
길다란 각목을 기둥으로 쓸 요량으로 작업을 시작했는데, 휘어진 각목을 보니 그냥 인터넷 목공소에서 재료를 주문할까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하지만 역시 창고 대용으로 쓸 베란다에 둘 선반인 만큼 쓰러지지만 않으면 되겠다 싶어 그냥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240cm 짜리 각목을 잘라 2m 짜리 기둥 네 개를 만들고 남은 각목들 역시 뼈대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각목과 각목의 연결은 목공피스를 이용합니다.
먼저 목공용 드릴날을 이용해 목공피스의 머리가 들어갈 정도의 구멍을 뚫고 일반 드릴날로 작은 구멍을 뚫은 뒤 목공 피스를 연결했습니다.
목공피스 머리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그리고 목공피스를 박다가 나무가 쩍 갈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흔히 쓰는 방법인데, 더 자세한 과정은 아래 포스팅을 참조하세요.
2016/05/08 - 오래된 나무 선반 리폼 DIY 두 번째. 변형된 나무 보수 작업과 우드 스테인 칠하기
그렇게 길이 2m 각목에 각목 5개를 연결했고
반대쪽에 2m 짜리 각목 기둥을 또 달아 사다리 모양 기둥 하나를 완성했습니다.
상단의 각목과 중간의 각목 두께가 다른 것은 중간 각목은 원목 침대의 기둥을 빼서 달았기 때문입니다.
집성목 아기침대의 벽을 분리하니 꽤 탄탄한 각재들이 나왔습니다.
주워온 각목 6개로는 전체 뼈대를 만들 수 없었기에 집성목 각재들을 마구 섞어 사용했습니다.
그렇게 옆면 기둥 하나를 더 만들었고, 이 기둥을 베란다에 세워 두었습니다.
각목이 휘어져 보이는게 광각렌즈의 효과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도 각목은 꽤 휘어져 있습니다ㅎㅎ
버려진 나무를 활용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이런 작업을 다시 한다면 제멋대로 휘어진 싸구려 각목 대신 제대로 된 각재를 주문하여 각이 딱딱 맞는 선반을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선반 양쪽 기둥 위아래에 가로 뼈대를 붙여 놓으니 대충 선반 모양이 보이는군요.
이렇게 가로 뼈대를 5단, 10개를 붙여 선반 뼈대를 완성했습니다.
버리는 책상 서랍과 MDF, 재활용 재료 총동원
선반 뼈대를 만들었으니 선반 역할을 할 80*37cm 판자 5장을 얹어야 하는데 여기에 딱 맞는 판자가 있을리가 없습니다.
선반 판자로 사용할 나무들은 버리려던 책상 서랍의 옆판과 주워온 MDF 판재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타카로 고정된 책상 서랍은 망치 등으로 퉁퉁 치면 옆판이 쉽게 분리할 수 있습니다.
옆판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옆판이 좀 깨지거나 거칠거칠한 면이 보여 사포를 이용해 대충 다듬었습니다.
책상 서랍의 옆판은 이런 식으로 듬성듬성 놓아 선반 역할을 하게 됩니다.
3개의 서랍을 분해한 옆판으로 5단 선반 중 2단을 채웠습니다.
나머지 역시 인테리어 업자가 버리고 간 MDF 판재를 잘라 나머지 선반으로 사용합니다.
책상 서랍은 사포질만 대충 해서 올려놔도 그럴듯 했는데, MDF는 영 보기 싫어 젯소를 한 번 발랐습니다.
나머지 하나의 선반은 아기 침대 난간을 분해한 각목들을 듬성듬성 올려 놓고 나사못을 일일이 박아 고정했습니다.
다 만들어 놓고 보니 모양이 그럴 듯 한데, 9개의 각목 양쪽, 총 18개의 나사못을 박아야 하는 작업이 무척 비효율적입니다ㅎㅎ
목공 드릴날로 나사못 머리가 들어갈 구멍 뚫기, 일반 드릴날로 나사못 구멍 뚫기, 드라이버로 나사못 조이기의 3가지 작업을 계속 반복해야 합니다.
저는 전동 드라이버, 전동 드릴, 드레멜에 각각의 드릴날과 드라이버를 끼워 둔 덕에 빠르게 작업을 할 수 있었는데요, 중복되는 전동공구들이 빛을 발한 시간이었습니다ㅎㅎ
수평, 수직 안맞는 엉성한 선반 완성
그렇게 각목과 재활용 목재를 이용한 엉성한 선반이 완성되었습니다.
완성 후 사진을 찍으려니 베란다가 너무 좁아 각이 나오지도 않을 뿐더러 마무리 작업을 하기 번거로와 거실로 옳겼는데, 높이 2m의 선반이 냉장고 앞에 서 있으니 엄청 커보이네요.
MDF에 젯소를 칠해 마감한 상단의 선반입니다.
앞으로 쓰면서 아래서 위로 올려 볼 경우가 대부분이라 바닥면만 칠을 할까 하다가 기왕 시작했으니 윗면에도 젯소칠을 했습니다ㅎㅎ
아래 3단의 선반 중 2단은 버리려던 나무 서랍으로, 나머지 한 단은 아기 침대 벽을 분해한 집성목으로 마감되어 그야말로 정체불명의 선반이 되었습니다.
완성된 선반은 베란다 벽 한켠에 딱 맞아 들어갔고 베란다에 세운 빨래 건조대를 펼쳐 사용하는데도 문제 없는 깊이의 선반으로 사용중입니다.
각종 공구들을 담은 플라스틱 박스와 공구함을 선반 하단에 배치했고, 상단에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 부품들을 종이 박스에 담아 올려두니 꽤 그럴 듯 하네요.
주워온 목재를 자르고 사포질할 때만 해도 아무리 막 쓰는 선반을 만들자고 시작했지만,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올까 싶었는데 나름 만족스럽게 사용중입니다.
죄다 주워온 목재로 만들었기에 나무값은 따로 들지 않았고, 목공피스를 엄청나게 사용한 덕에 목공피스가 모자라 10개에 300원짜리 목공피스 10봉지 구입 비용 3000원 정도가 들었습니다.
기둥으로 사용한 각목이 휘어진 상태라 수직과 수평은 맞지 않지만 좁은 벽에 꼭 끼워 놓으니 사람이 올라타지만 않으면 쓰러질 염려는 없을 듯 싶네요.
이 선반 덕분에 정리되지 않은 잡다한 공구들과 박스로 가득차 있던 제 방은 조금이나마 정리된 모습이 되었는데, 버려진 공간에 선반을 짜넣었다는데 만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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