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의 명물, 딸기
어릴 때 학교 수업시간에 담양의 특산품하면 '죽제품'이라고 배웠는데, 담양에는 살아있는 대나무는 많이 볼 수 있었지만 '죽제품'이라고 할만한 것은 대나무 통속에 술을 담아 놓은 '죽통주'가 전부였습니다.
3년전 담양에 왔을 때는 녹색의 왕죽통에 담아 놓은 죽통주가 신기하여 3~4병 사서 주변에 선물로 돌리기도 했는데, 대나무의 향이 너무 강해서 어르신들도 썩 즐겨 드시지는 않더군요.
그래도 대나무 통속에 담긴 죽통주의 풍미가 생각나서 오랫만에 한 병 살까했지만 3년전에 비해 가격이 꽤 많이 올라있었고, 결국 이번 담양 여행에서는 죽통주는 패스했습니다.
이번 담양 여행에서 느낀 '담양의 특산품'은 단연 딸기였습니다.
담양을 차로 돌아다니다보면 유난히 비닐하우스가 많았고, 많은 수의 비닐하우스에서는 딸기를 재배하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머물렀던 금성산성 펜션 바로 뒤에도 딸기 비닐하우스가 있었고, 펜션 주인장께 딸기를 좀 사다주실 수 있겠냐고 했더니 딸기밭 주인장께 연결(?)을 시켜주었습니다.
펜션 뒤쪽의 딸기 비닐하우스를 지나며 슬쩍 들여다 봤더니 엄청나게 비닐하우스 안이 온통 딸기 천지입니다.
딸기 비닐하우스 옆의 조그만 천막에서는 딸기밭 주인장 내외께서 수확한 딸기를 마트용 비닐팩에 골라 담고 계셨습니다.
둘이서 먹을 요량으로 만 원어치만 살 수 있겠냐고 했더니 800g 남짓한 케이스에 딸기를 듬뿍 담아주십니다.
사실 요즘 딸기 값이 워낙 비싸서 만 원 어치가 얼마나 되려나 했는데, 꽤 푸짐하게 받았습니다.
물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맛보라며 주신 딸기의 양도 꽤 됐던게 사실입니다 ㅎㅎ
역시 산지에서 바로 먹는 딸기 맛은 마트에서 사서 먹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싱싱하고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사실 여기서 포장한 딸기는 이틀 뒤에 마트에서 판매된다고 하니 마트에서 파는 것과 별반 다를바 없을 듯 싶은데, 마트에서 샀던 딸기 맛과는 확연히 다른게 무척 신기하더군요.
하우스에서 바로 딴 딸기 맛에 홀딱 반한 저희는 둘째 날, 펜션을 출발하기 전에 또 하우스를 들러 스티로폼 박스 한가득 딸기를 사들고 돌아왔습니다 ㅎㅎ
겨울철 평일에는 문을 열지 않아 아쉬운, 대나무골 테마공원
담양의 대나무 공원으로 유명한 곳이라면 죽녹원을 떠올리곤 하지만 저희는 3년전 담양을 찾을 때 대나무골 테마공원에서 평생 볼 대나무 구경을 다했다 싶을 정도로 깊은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대나무골 테마공원은 저희가 머물렀던 금성산성 펜션에서 가까왔기에 이번에도 대나무골 테마공원을 들르기로 했습니다.
어라 그런데 오랫만에 찾은 대나무골 테마공원 주차장으로 올라가는 길이 철망이 쳐져있네요.
안내문을 읽어보니 겨울에는(2월 말까지) 평일 개장을 하지 않고 주말에만 연다고 하네요.
아쉬운 마음에 철망 옆에 나 있는 샛길을 통해 주차장 까지만 올라가보기로 했습니다.
주차장으로 들어서니 3년전에 봤던 익숙한 대나무의 장관이 펼쳐지는군요.
대나무골 테마공원 안쪽에는 대나무 숲길을 찬찬히 걷는 기분이 정말 근사했던, 엄청나게 키가 큰 대나무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데, 들어가보지 못하는게 참 아쉬웠습니다.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어 찾았던 창평시장 국밥 거리
슬슬 점심시간이 되니 배가 출출해집니다.
마눌님께서는 담양에 왔으니 떡갈비를 먹어봐야 하지 않겠냐며, 또 그 '한식대첩' 출연자의 떡갈비집을 가보는게 어떻겠냐고 하네요.
하지만 둘째 날 점심시간은 '퍽퍽한' 고기를 먹기 보다는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다고 했더니 창평 국밥거리로 가보자고 합니다.
T-MAP 네비게이션에 '창평국밥'이라고 입력했더니 창평국밥, 창평원조국밥, 창평장터국밥, 창평할머니국밥 등등 비슷비슷한 이름의 국밥집이 많이 검색되는데 모두 창평국밥 거리안에 있는 집들입니다.
마눌님께서는 여러 창평국밥집들 중 '창평시장국밥'집을 선택해서 들어갔습니다.
꽤 다양한 국밥들이 있었는데 저는 내장국밥, 마눌님은 따로국밥을 시켰습니다.
일단 김치와 깍두기, 양파와 고추, 새우젓 등의 밑반찬이 나왔고
제가 시킨 내장국밥이 먼저 나왔습니다.
저는 '내장탕' 스타일의 국물을 생각했는데, 말간 국물에 다대기 양념이 올려져 있네요.
내장국밥을 한 입 크게 떠서 먹어보니 맑은 국물 특유의 개운함이 느껴지고 머릿고기와 내장이 푸짐하게 들어가 씹는 맛이 좋았습니다..
다만 너무 강한 후추향과, 굳이 새우젓을 넣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간이 센 편이라 좀 아쉽게 느껴집니다.
마눌님의 따로국밥은 제 내장국밥과 별로 달라보이지 않습니다.
국물을 떠먹어봐도 전혀 다른 점이 없었는데요, 옆 테이블 손님이 점원에게 묻는 말을 엿들으니, 따로국밥과 내장국밥의 차이는 밥이 따로 나오는지의 여부라고 합니다.
단지 밥이 따로 나오는 것 뿐인데, 1000원이 비싸다니...왠지 슬쩍 손해보는 기분이었습니다 ㅎㅎ
맑은 국물보다는 좀 더 진득한 육수 맛이었으면, 후추는 직접 뿌릴 수 있게 했으면, 좀 덜 짰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래도 한 그릇을 깨끗이 비웠습니다.
깨끗이 비운 그릇을 찍는 것은 저의 소심한 만족도 표시인데, 마눌님께서 '요즘 맛집 블로그를 보면 죄다 빈그릇, 빈 반찬그릇을 찍어대는게 유행'이라고 하는군요.
꽤 오래전 TV 드라마 '식샤를 합니다'의 주인공의 만족도 표시 방법이 맘에 들어 따라하던 습관이었는데, 너도나도 다 하고 있다니 다음부터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야 겠습니다 ㅎㅎ
담양 여행의 마지막 코스, 소쇄원
담양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소쇄원입니다.
조선 중기에 만들어진 정원이라는 정도만 알고 3년 전에 찾아갔던 소쇄원을 마눌님께서는 무척이나 맘에 들었는지 담양 얘기가 나올때마다 소쇄원 얘기를 하곤 했습니다.
입구에서 입장료(성인 2000원)를 내고, 담양 안내 지도를 받아 들어갑니다.
3년 전에 찾았던 길이지만 들어서자마자 왠지 낯익은 느낌입니다.
지난 번 소쇄원을 찾았을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해설가로 부터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광풍각이라는 이름의 건물은 소쇄원을 찾은 손님들이 머물면서 시를 읊고 풍류를 즐기던 공간이라고 합니다.
뭐랄까 산골짜기 한쪽에 건물들을 짓고 정원을 꾸며 놓은 것 같은, 인공적인 느낌이 들면서도 자연과 잘 어우러진 느낌이 소쇄원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봉대'라는 이름이 붙은 작은 정자는 주인장이 머무르는 '제월당'에서 훤히 내려다 보이는 구조인데, 올라오는 손님을 맞이하러 나가는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이라 합니다.
살얼음이 남아있고 며칠 전 내린 눈이 남아 있지만 그래도 파릇파릇한 녹색의 풀이 올라오는 것을 보니 봄이 멀지 않은 듯 합니다.
소쇄원 한 켠에 병풍처럼 둘러서 있는 대나무 숲은 더운 여름에 찾으면 더 시원할 것 같습니다.
엄청나게 굵은 왕죽은 키도 크지만 땅에 퍼져 있는 뿌리들이 무척 억세 보입니다.
그리고 굵은 대나무마다 어김없이 새겨져 있는 글씨들을 보면서, 굳이 욕먹을 사랑 표현을 왜 하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저희는 대나무에 글씨를 새기는 대신 셀카봉을 공중으로 높이 세우고 사진을 새겼습니다.
1박 2일의 담양 여행, 수확물
1박 2일의 짧은 일정으로 다녀온 담양 여행, 3년전 다녀왔던 코스를 거의 그대로 다녀와서 조금은 심심한 느낌도 들었지만, 오래전에 다녀왔던 곳을 다시 가보고 추억을 되새기는 것도 꽤 의미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한 번 다녀왔던 곳이니 설레임보다는 여유로움이 배어있는 여행이었다고 할까요 ㅎㅎ
집으로 돌아온 직후, 마눌님께서는 죽물시장 5일장에서 사온 것들을 손질하여 나눠 담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2000원에 득템한 매생이는 물에 잘 헹궈서 쓸만큼씩, 여러 덩어리로 나뉘어 담아 냉동실에 넣었습니다.
8000원 어치의 시래기와 2000원 어치의 호박 말랭이, 5000원 어치의 노가리 역시 적당한 비닐 봉지에 나눠 담아 보관해 두었습니다.
역시 시래기의 양이 만만찮아 보이는데요, 아마도 당분간은 시래기와 호박말랭이를 이용한 요리들이 밥상을 점령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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