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서다 반복하던 귀경길, 월정사로 잠시 빠지다
설연휴를 보내기 위해 주문진의 부모님 댁에 갔다가 짧은 일정을 마치고 다시 동탄으로 돌아오는 길, 조금이라도 덜 막히는 시간대를 알아보고 좀 일찍 출발했지만 그래도 가다서다를 반복하게 됩니다.
영동 고속도로를 타고 오면서 한참을 느릿느릿 가다가 길이 뻥 뚫렸다 싶을 때 쯤, 마눌님께서는 어차피 밀리는 길, 월정사 전나무숲을 구경하고 가는게 어떠냐고 합니다.
평소같았으면 가던 길을 재촉하여 그냥 집으로 돌아가자 하겠지만, 설연휴 기간동안의 스트레스를 풀어주자는 생각에 오랫만에 월정사 전나무숲을 가보기로 합니다.
네비를 찍어보니 고속도로를 빠져나가 20분 정도 달리면 월정사 전나무숲에 도착한다고 하니 시간상으로도 큰 무리는 없을 듯 싶었습니다.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횡계 톨게이트를 향해 빠져나가 국도를 달리다보면 중간중간 오대산 국립공원과 월정사를 안내하는 표지판들이 보이니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월정사까지 가는 길 양옆에도 키가 큰 전나무들이 빽빽하게 서 있고, 특히 그제, 어제 눈이 내려서인지 분위기가 근사합니다.
길을 따라 쭉 가다보면 월정사 입구 표시가 있고, 여기서 주차비 4000원, 성인 1인당 3000원씩, 총 1만원의 요금을 내고 들어갑니다.
사실 절구경은 하지 않고 산 구경만 하려고 해도 무조건 월정사에 요금을 내고 들어가야 하는데다 5분을 주차하건 하루종일 주차하건 4000원씩 주차료를 걷는 절들이 많더군요.
이 곳 역시 개인적으로는 기피대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오늘은 마눌님의 기분을 달래기 위해 온 것이니 만큼 요금을 내고 들어갑니다.
월정사의 요금은 카드 결제는 되지 않습니다.
대신 영수증을 가지고 절안의 사무실로 가면 현금 영수증은 끊어준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입장료와 주차료를 내고 들어서자 길가에 늘어선 전나무에 눈덮인 풍경이 TV에서 보던 캐나다 어디쯤의 풍경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저희들처럼 귀성길, 혹은 귀경길 중간에 빠져 월정사를 들러보기로 한 사람들인지, 아니면 아예 월정사 전나무숲을 찾기로 한 사람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주차장에서 월정사 입구로 넘어가는 다리를 보니 이 곳이 예전에 왔던 곳이구나...하는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월정사 입구로 넘어가는 다리 위에서 개울을 내려다보니 온통 눈밭입니다.
예전에 월정사에 왔을 때는 가을이라 온통 울긋불긋했는데 눈덮인 산과 파란 하늘을 보니 기분이 참 상쾌해지더군요.
이틀에 걸쳐 눈이 꽤 많이 내렸고, 저희가 들렀던 때는 오후 3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습니다.
단청 지붕위로 눈이 조금씩 밀려 내려오면서 후두둑~ 눈이 아래로 떨어지는 광경을 여러번 목격했습니다.
사진을 찍어준다는 핑계로 마눌님을 저 위치에 잠시 세워두어 눈폭탄을 맞출까 하다가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듯 싶어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ㅎㅎ
마눌님께서는 눈덮인 풍경을 너무 좋아하더군요.
바닥에 쌓여 있는 눈을 뭉쳐 하트를 만들었기에 사진을 찍었는데, 마침 그림자도 그럴싸한 사진이 나왔습니다 ㅎㅎ
귀경길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잠시 짬을 내어 들른 만큼 길게 머무를 시간은 없었습니다.
눈덮인 월정사를 빠져나와 바로 옆의 전나무숲길을 걸었습니다.
역시나 전나무들은 눈을 잔뜩 맞고 있어서 분위기가 근사했습니다.
눈덮인 전나무 숲길과 시원하고 맑은 공기, 파란 하늘에 오후의 따뜻한 햇볕까지 즐기면서 유유자적한 산책을 하고 있는데, 아름드리 전나무에 스마일이 새겨져 있더군요.
뭔가 싶어 봤더니 누군가 눈으로 전나무에 스마일을 그려놨고, 전나무에 크게 그려진 스마일을 보고 있노라니 절로 스마일이 나왔습니다ㅎㅎ
바로 옆 전나무의 스마일에서 사진을 한 장 남기고
처음 봤던 빅스마일에서 셀카봉으로 사진을 찍다보니,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둘 서서 사진을 찍으려고 차례를 기다리네요 ㅎㅎㅎ
아무튼 눈이 내린 키 큰 전나무숲을 지나면서 차갑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고속도로에서 가다서다를 반복하던 피로를 싹 씻을 수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컴퓨터의 사진 폴더를 열어 2009년 가을, 월정사와 전나무숲길에서 찍은 사진들을 구경했고, 파릇파릇하거나 울긋불긋한 봄가을의 숲과는 또 다른, 겨울숲의 분위기를 또 한번 되새겨보았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월정사, 전나무숲을 산책하고 다시 고속도로로 들어서기까지 대략 2시간 남짓 시간을 더 보냈습니다.
집으로 도착하는 시간은 조금 늦어졌지만, 그래도 상쾌한 느낌으로 돌아올 수 있었네요.
영동 고속도로를 이용해 돌아오는 분들이라면, 꽉막힌 길에서 앞 차만 쳐다보며 스트레스를 받기 보다 저희처럼 샛길로 빠져 잠시 기분전환이라도 하고 돌아오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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