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네루프 프로 충전지 사용기. 높아진 성능보다 더 높아진 가격의 아쉬움

리튬이온 배터리가 대세, 하지만 AA 충전지도 필요하다

요즘 배터리가 필요한 왠만한 가전기기들은 대부분 리튬이온 배터리가 들어가 있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장점이라면 부피대비 용량이 높고 저온에서도 잘 작동하며 제조사가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기 쉽다는 점 등을 들 수 있겠죠.

 

하지만 리튬이온 배터리는 해당 기기에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라 충전된 전기를 모두 사용할 경우 다시 충전할 때까지 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저는 얼마전까지 AA형 배터리를 사용하는 디지털 카메라(삼성 GX-1S)를 사용했습니다.

 

AA형 배터리라 무게감, 부피감이 크고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덜 빠릿빠릿한 느낌이 들지만,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AA형 배터리라 밖에서 방전되더라도 근처에서 AA형 배터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더구나 제가 카메라와 늘 함께 가지고 다니는 외장 플래시에도 AA형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어 사진을 찍다가 디지털 카메라의 배터리가 모두 떨어지면 급한대로 외장 플래시에서 배터리를 빼서 사용한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카드 돌려막기가 아닌 배터리 돌려막기라고 할까요 ㅎㅎ

삼성 GX-1S DSLR 디지털 카메라

 

디지털 카메라와 외장 플래시에 모두 AA형 배터리를 사용해야하는 상황이다보니 오래전 부터 AA형 충전지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매번 알카라인 건전지를 사용하려면 건전지 값을 감당하기 어려운터라, AA형 충전지를 쓰게 된 것인데요, 수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는 에네루프 충전지는 만족도가 무척 높은 니켈수소 충전지였습니다.

에네루프 니켈수소 충전지 eneloop NiMH battery

 

에네루프 충전지에 표기된 용량은 2000mAh, 최소 1900mAh입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충전지들이 2300, 2500, 2700mAh까지, 표기 용량은 점점 높아졌지만 표기된 용량대비 체감하기가 어려웠는데, 이 에네루프는 상대적으로 낮은 2000mAh임에도 기존 충전지들보다 월등히 오래 사용할 수 있었고, 충전된 상태에서 방치하더라도 충전량 감소가 적어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에네루프 니켈수소 충전지 eneloop NiMH battery

오랫만에 찾아본 에네루프 충전지, 에네루프 프로가 나왔네?

에네루프 충전지를 알게된 후로 AA형 충전지가 필요할 때는 늘 에네루프 시리즈를 선택했습니다.

처음 이 제품을 알게된 것이 삼성 GX-1S DSLR을 구매했을 때니 2006~7년 사이가 아닐까 싶은데요, 디지털 카메라와 플래시용으로만 4알짜리 3세트를 구매해 사용하고 있었고, 집에서 쓰고 있는 충전식 전기청소기, 에르고라피도 청소기의 내장 배터리도 에네루프 배터리로 자가 교체를 하여 쌩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2013/03/11 - 에르고라피도 충전 청소기 배터리 자가 교체. 어렵지만 보람있는 작업 

에네루프 니켈수소 충전지 eneloop NiMH battery 에르고라피도 청소기

 

하지만 세월에 장사없다고, 쌩쌩하게 잘 버텨주던 에네루프 배터리도 수명보다 훨씬 오랜 시간을 쓴 때문인지 최근들어 비실대기 시작했습니다.

충전기로 꽉꽉 채워 충전을 하고 가져 나와 외장 플래시에 넣었는데, 채 반나절을 버티지 못하고 외장 플래시의 배터리 부족 등이 껌뻑거리곤 했던 것이죠.

 

오랫만에 에네루프 배터리를 새로 사야겠다고 마음먹고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에네루프 배터리에 새 라인업이 추가되었네요.

바로 에네루프 프로였습니다.

에네루프 프로 니켈수소 충전지 eneloop pro NiMH battery

 

기존 에네루프의 용량 2000mAh보다 높은, 2550mAh의 고용량, 기존 에네루프 대비 30% 용량을 높였다고 합니다.

에네루프의 품질이야 워낙 만족하고 사용중이었으니 에네루프 프로의 품질 역시 전혀 의심할 여지가 없었는데요, 다만 에네루프 프로의 가격이 상당히 높아졌더군요.

 

기존 에네루프 충전지 4알이 1만원 남짓한 가격인 반면, 에네루프 프로 4알의 가격은 거의 2만원에 가까운 수준이었습니다.

거의 80%에 달하는 가격 인상분 때문에 그냥 기존 에네루프 4알짜리 두 세트를 사서 쓸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여러 세트의 충전지를 꼼꼼히 챙겨야하는 번거로움과 더불어 '프로'라고 붙은 제품의 성능이 궁금하여 에네루프 프로로 질렀습니다.

 

포장 뒷면에 에네루프 프로의 특징이 잘 써있네요.

에네루프 대비 30% 용량을 높였고, 사서 바로 쓸 수 있고, 충전 후 1년이 지나도 충전 상태가 양호하며, 일본에서 제조한 제품이라는 점들이 자세히 표기되어 있습니다.

에네루프 프로 니켈수소 충전지 eneloop pro NiMH battery

 

꽤 단단하게 포장된 에네루프 프로를 풀고 충전지를 꺼내보니 꽤 단단한 느낌의 충전지 4개가 나오는데, 어라, 뭔가 허전한 느낌입니다.

에네루프 프로 니켈수소 충전지 eneloop pro NiMH battery

 

지난 3월, 에르고라피도 청소기의 충전지를 교체하기 위해 구입했을 당시 찍은 사진입니다.

기존 에네루프 충전지를 구입하면 이렇게 휴대용 케이스가 함께 배달되었는데, 에네루프 프로에는 그런 휴대용 케이스같은 것은 찾아볼 수가 없네요.

가격은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렸으면서, 휴대용 케이스는 쏙 빼버린 것이, 좀 괘씸(?)하게 느껴집니다.

아, 그리고 하나 더 눈에 띄는 것은 기존 에네루프가 최대 1800번 충전하여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 반면, 에네루프 프로의 충전 횟수는 500회라는 점도 아쉽네요.

에네루프 니켈수소 충전지 eneloop NiMH battery두 개짜리 배터리에도 미니 케이스가 있었는데 ㅡㅡㅋ

30% 높아진 충전량만 보고 에네루프 프로를 구매했는데, 80% 높아진 가격이나 휴대용 케이스의 부재, 그리고 1/3이하로 줄어버린 반복 충전 횟수 등을 따지면 에네루프 프로의 가격대비 성능은 상당히 아쉬움이 남습니다.

에네루프 프로의 무게, 충/방전 성능은?

가격이나 1/3이하로 줄어버린 충방전 횟수는 일단 넘겨두고, 에네루프 프로 충전지의 외관은 상당히 고급스럽습니다.

처음 에네루프 충전지를 봤을 때의 흰색 포장도 꽤 고급스러웠는데, 에네루프 프로는 더욱 고급스러운 느낌이네요.

충전지야 충방전 성능만 좋으면 되지 기기에 넣어버리면 보이지도 않는 외관따위가 뭐가 중요할까 싶기도 하지만, 외관이 허접한 중국산 건전지나 충전지의 충방전 성능이 좋은 경우가 없었기에 일단 외관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에네루프 프로 니켈수소 충전지 eneloop pro NiMH battery

 

그런데, 에네루프 프로 4알을 집어들어보니 왠일인지 꽤 묵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상스레 무겁다는 느낌이 들어 기존 에네루프 4알을 들어봐도 에네루프 프로가 월등히 묵직하다는 느낌이 드네요.

호기심이 발동하여 저울로 에네루프 프로 4알의 무게를 재보니 120g, 기존 에네루프에 비해 15g정도 무거워졌고, 함께 재본 듀라셀 알카라인 건전지보다는 20g정도 무거워졌네요.

 

그깟 15~20g 정도 무거워진게 뭐 대수냐 싶기도 하지만 현재 들고다니는 카메라와 외장 플래시가 꽤 무거운 편이라, 에네루프 프로 충전지가 무게를 더한 것 같아 역시나 살짝 아쉬움이 남습니다.

에네루프 프로 니켈수소 충전지 eneloop pro NiMH battery

 

에네루프 시리즈는 사서 바로 쓸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에네루프 프로 역시 그런 장점을 내세우고 있기에 바로 외장 플래시에 끼우고 사용을 했고, 사진 파일에 남은 번호를 통해 확인한 결과 대략 350장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평소 플래시 터뜨리는 빈도를 생각해보면 에네루프 프로를 이용해 대략 250~300장 정도의 플래시를 터뜨린 셈인데요, 구매하여 충전하지 않고 바로 사용했는데도 이 정도로 나오니 에네루프 프로의 충전량은 상당히 만족스럽게 느껴집니다.

 

아울러, 기존 에네루프 충전지와 허접한 테스트를 또 하나 해봤습니다.

메츠 58AF-2 플래시를 수동모드, 풀 발광 상태로 설정한 후 플래시를 터뜨리고, 다시 플래시가 충전되어 터뜨릴 수 있는 상태가 될때까지 시간을 재봤는데요, 에네루프 프로가 4.5초, 기존 에네루프가 5.3초 정도 걸려 에네루프 프로의 플래시 충전 속도가 더 빠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에네루프 프로 니켈수소 충전지 eneloop pro NiMH battery

물론, 에네루프 프로는 생생한 신품이고, 기존 에네루프는 수 년간 반복 사용한 제품이라는 점을 감안해야겠죠.

신품의 에네루프와 에네루프 프로로 비교하면, 플래시 충전시간에는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에네루프 프로의 충전에 걸리는 시간을 살펴봤습니다.

제가 사용중인 충전기는 수 년전 구입한 마하 LCDs인데요, 메츠 58AF-2 플래시에서 배터리 경고가 뜬 상태의 에네루프 프로 충전지를 완전히 충전하는데는 대략 3시간 50분 정도가 걸렸습니다.

3년전에 포스팅했던 마하 LCDs 충전기의 리뷰를 들춰보니, 2000mAh 용량의 에네루프 충전지 4개를 충전하는데 대략 4시간이 걸린다고 했는데 충전시간에는 별 차이가 없어 좀 의아한 느낌입니다.

2010/04/29 - 깔끔한 느낌의 니켈수소 충전기 - MAHA LCDs

 

마하 LCDs 충전기 에네루프 프로 충전지 eneloop pro NiMh battery

에네루프 프로의 비싼 가격, 추가 구매시 선뜻 선택하기 어려울 듯

에네루프 프로의 전반적인 성능은 만족스럽습니다.

하지만 가격대 성능비를 생각한다면, 충전지가 또 필요한 상황에서 에네루프 프로를 선뜻 구매하기는 어려울 듯 싶습니다.

 

용량은 30% 높아졌는데, 가격은 80~90% 올랐다면, 게다가 기존 에네루프의 성능도 꽤 만족스러웠다는 점과 업체에서 표기한 충방전 횟수까지 1/3이하로 줄어버린 점을 감안하면, 차라리 에네루프 프로 1세트보다는 기존 에네루프 2세트를 구매하는게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드네요.

 

국내 AA형 충전지의 대명사 처럼 되어버린 에네루프, 지금의 자리를 지키려면 보다 시중에 유통되는 가격 책정부터 손을 봐야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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