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닥다리 DSLR GX-1S, 자가 핀교정으로 환골탈퇴!

구닥다리 DSLR GX-1S, 핀이 자꾸 나간다 ㅠㅠ

카메라에 있어 '핀'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의도한 지점에 초점을 맞추고 찍었을 때, 결과물에도 초점이 제대로 맞아야 하는데, 초점이 제대로 맞는, 소위 '칼핀'이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죠.

 

의도한 맞춘 지점보다 앞쪽에 초점이 맞는 것을 '전핀'이라 하며, 뒤쪽에 맞으면 '후핀'이라고 하는데요, 렌즈를 바꿔 끼울 수 있는 DSLR은 바디 특성에 따라, 또 각 렌즈마다 핀이 달라 모든 렌즈에 '칼핀'이 맞기는 어렵습니다.

때문에 DSLR 유저에게 있어 핀은 어느정도 타협을 해야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칼핀에 대한 집착은 정신건강에 해롭다고 생각하는 쪽이라 카메라와 렌즈를 처음 샀을 때 슬쩍 테스트해본 이후로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지냈는데, 최근 블로그에 올릴 사진을 찍으면서 핀이 맞지 않는 경우와 종종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얼마전 찍은 건담 프라모델 사진을 컴퓨터로 확인하면서, 핀 문제가 심각한 상태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분명 저는 건담의 목부분(상단 동그라미)에 초점을 맞췄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을 보면 다리쪽에 초점이 맞는군요.

 

DSLR의 액정을 통해 결과물을 확인할 때는 제대로 알 수 없었지만 컴퓨터 모니터에서 100% 사이즈로 확인하자 핀이 틀어진 것이 확연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초점을 맞췄던 목부분은 흐릿하게 초점이 틀어진 반면, 다리 부분은 또렷하게 초점이 맞은 것이죠.

목부분(노란색)에 초점을 맞췄으나 엉뚱하게 다리에 초점이 맞은 상태

 

커피콩 묘목과 같이 작은 사물을 들이대어 찍는 경우에도 이런 증상은 확연히 드러납니다.

저는 줄기의 끝, 잎이 새로 돋아나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지만 결과물은 한단 아래의 잎에 초점이 맞은 것이죠.

사진의 핀이 맞지 않음을 정확히 확인하는 방법!

결과물을 보면 후핀(초점이 뒤에 맞는 증상)임을 알 수 있었지만 좀 더 정확히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인터넷에서 자가 핀교정에 흔히 쓰이는 핀 테스트 용지를 다운로드하여 확인을 시도했지만, 용지에 뚫은 바늘 구멍으로 용지의 특정 지점에 초점을 맞추는게 무척 어렵더군요.

 

핀교정 용지와 잠시 씨름을 하다가 용지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좀 더 원시적인 방법으로 테스트해보기로 했습니다.

같은 종류의 충전지 4개를 살짝 대각선으로 배치하고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일단 원활한 핀테스트를 위해 조리개는 최대로 열었고 자주 쓰는 최대 망원(접사 모드)로 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또, 정확한 테스트를 위해 카메라를 삼각대에 올려놓은 상태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테스트 결과물입니다. 저는 파란색 원에 초점을 맞추고 찍었지만 의도했던 자리보다 뒤쪽이 더 선명하게 찍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후핀이 확실하네요.

 

렌즈를 35mm로 맞추고 찍자 후핀이 더 확연하게 들어납니다.

바디의 메뉴 설정에서 핀교정이 가능한 GX-1S

이제 핀이 틀어진 것을 알았으니 핀 교정을 할 차례인데요, 핀 교정은 렌즈와 바디, 두 곳에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일단 시그마 렌즈 유통사 고객센터에서 렌즈의 핀 교정 정보를 확인해봤더니 비용은 25000원(렌즈에 따라 다름)이 든다고 하며 카메라와 렌즈를 택배로 보내고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비용보다 카메라 & 렌즈를 택배로 주고 받는다는게, 게다가 핀 교정을 받은 사용자들의 후기를 보니 결과물이 썩 미덥지 않네요.

 

그럼, 바디쪽 핀을 교정받아볼까 싶어, 제 DSLR 제조사인 삼성쪽에 확인해보니 분해가 필요한 작업으로 최소 5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게다가 현재 삼성은 펜탁스 호환 기종쪽은 사업을 접고 삼성 자체 모델만 취급하고 있어서인지 전화를 처음 받은 A/S 센터 직원은 제 카메라 모델명을 듣고 삼성 제품이 아니라고 합니다. (카메라에 삼성 로고가 선명하게 박혀 있는데ㅡㅜ)

A/S 센터 직원에게 GX-1S의 역사를 읇어준 후에야 삼성 제품임을 인정(!) 받았지만 바디 핀 교정은 삼성에서 출시한 렌즈인 경우에만 진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놔 ㅡㅡ;;

 

방법이 없는 것인가? 요즘 나오는 DSLR은 카메라 설정 메뉴에서 핀교정 기능을 지원하기도 한다는데 말이죠.

인터넷을 더 뒤져보다가 예전 펜탁스 기종(ISTDS, ISTDL, ISTDS2, ISTDL2, K100D), 펜탁스 호환 삼성 기종(GX-1S, GX-1L)은 카메라 설정에서 핀교정을 할 수 있다는 정보를 발견했습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1. AE-L과 Info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카메라의 전원을 켜고
   
2. 액정에 펌웨어 버전이 표시되면 Menu 버튼 2회, Info 버튼을 1회 누릅니다.
   
3. 평상시 볼 수 없던 영문 글자가 흘러간 후 다시 영문 메뉴가 뜨는데, DEBUG MODE를 'DIS'에서 'EN'으로 바꾼후 OK 버튼을 눌러줍니다.
   
   
4. 다시 메뉴 버튼을 눌러 설정 메뉴를 띄운 후 셋업 메뉴로 들어와 보면 하단에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메뉴들이 뜹니다.
   이 중 AF TEST를 선택합니다.
   
5. AF TEST 메뉴에서 다시 'Focus Corr' 메뉴를 선택하고 좌우 버튼을 누르면 핀 교정을 할 수 있습니다. 후핀이라면 + 값으로 설정하고 전핀이라면 -값을 주면 됩니다(값은 10씩 바꿀 수 있는데 10은 0.01mm를 움직인다고 합니다)값 설정은 120까지 되지만, 설정 저장 후 값을 추가하면 그 이상도 가능
   
6. 값을 설정한 후에는 사진을 찍고, 컴퓨터 모니터로 결과물을 확인한 후 다시 값을 설정하고 사진을 찍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처음에는 왠지 값을 바꾸는게 조심스러워 10, 20 정도만 바꿔봤는데, 결과물에 큰 차이가 없어 값을 팍팍 올려봤습니다. 결국 +230으로 설정한 상태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위쪽은 핀 설정 전, 후핀 상태이며 아래쪽은 +230으로 설정한 후의 사진입니다. 원으로 표시한 곳이 초점을 맞췄던 부분인데요, 결과물의 차이가 확연합니다!

카메라 메뉴를 이용한 핀 설정 방법의 장/단점

핀 설정이 끝나면 앞서 핀 설정 메뉴를 진입할 때 과정을 반복해 Debug Mode를 'DIS'로 설정하고 사용하면 됩니다.

저는 17-70mm 렌즈의 최대 망원인 70mm와 35mm, 17mm의 세 구간에서 핀테스트를 하고 세 구간을 적절히 아우르는 값으로 설정했는데요, 다행히 핀설정 후 결과물이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이렇게 카메라 메뉴에서 핀교정을 지원하는 기종이라면, 조금 번거롭더라도 한번 시도해볼만 합니다.

 

핀을 수정하고 사진을 찍어 결과물을 모니터로 확인하고 다시 핀을 수정하는 과정이 번거롭지만, 제대로 맞춘다면 훨씬 깔끔한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이렇게 메뉴를 통해 설정하는 것은 카메라나 렌즈를 분해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으며, 따로 비용도 들지 않습니다.

게다가 설정을 잘못하더라도 쉽게 원상복귀할 수 있으므로 위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러 개의 렌즈를 사용하는 유저라면, 렌즈를 바꿔 끼울 때마다 일일이 값을 설정하는게 무척 번거롭겠죠. 이런 사용자라면 렌즈 핀교정을 하는 것이 편리할 것입니다^[각주:1]

 

접사 사진에서 초점이 맞지 않아 흐리멍텅한 사진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핀 교정을 하고 나니 흔히 말하는 '칼핀'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핀 교정을 마치고 나니 새 카메라를 산 것 같은 느낌까지 드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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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부 고급 기종은 메뉴에서 렌즈별로 설정값을 따로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하기도 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