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산 센트리노 노트북에서 윈도우8이 돌아갈까?
며칠 전 7년된 구형 센트리노 노트북 내부의 먼지를 청소하면서 문득, 여기에 윈도우 8을 설치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어차피 사양이 무척 낮은 노트북이라 윈도우 XP 운영체제에 웹 서핑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정도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윈도우 8은 태블릿 PC를 타겟으로 나온 제품이라 꽤 가벼워졌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나는군요.
2012/11/03 - [컴퓨터 이야기] - 7년차 센트리노 노트북을 뜨겁게 달군 먼지, 분해 청소로 해결!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내놓은 윈도우 8의 최소 사양을 살펴보니, 1GHz 이상의 프로세서와 1GB 이상의 메모리가 필요하다고 하는군요.
테스트에 사용할 센트리노 노트북의 사양이 1.8GHz CPU에 메모리 512MB이니 그럭저럭 시도해볼만한 사양인 듯 합니다.
2005년산 센트리노 노트북 CPU의 수준은?
재미삼아 해보는 테스트지만 그래도 따질건 따져야겠죠. 2005년산 센트리노 노트북, 센스 X20의 CPU는 Pentium M 750입니다.
싱글 코어, 1.86GHz인데요, 요즘 70만원대에 판매중인 노트북의 코어 i5 CPU가 1.7GHz 정도이니, 클럭만 가지고 따져보면 뭐 그다지 꿀릴게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CPU의 성능은 클럭만 가지고 따지면 안되겠죠. 노트북용 CPU 성능을 측정해 놓은 두 곳에서 Core i5 CPU와 Pentium M 750을 찾아봤습니다.
Notebook.check.net에서는 M 750의 성능이 i5 CPU에 비해 25~30% 수준이라고 나오는 반면
cpubenchmark.net 에서는 1/10 이하의 성능이라고 합니다.
한 마디로, 센스 X20의 CPU, Pentium M 750은 대충 따져도 3~4세대 이전의 CPU로, 펜티움 4 기반이며 요즘 30~40만원대에 팔리는 넷북, ATOM CPU의 1/2~1/3 정도의 성능을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무척 느리단 얘기입니다).
구닥다리 노트북에 윈도우 8, 설치해보자!
테스트에 사용한 윈도우 8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개발자용으로 배포하고 있는 윈도우 8 엔터프라이즈 90일 평가판입니다.
엔터프라이즈 버전이라니 일반 사용자 버전에 비해 좀 무거울 듯 싶지만, 역시나 재미로 설치하는 것이므로 그냥 진행했습니다.
윈도우 8의 설치를 시작했습니다.
설치 과정은 기존 윈도우 XP나 윈도우 7과 크게 다르지 않아, 입맛에 맞게 설정을 바꾸거나 [다음] 버튼을 클릭해 진행하면 됩니다.
다만, 한영 전환을 SHIFT+SPACE로 하는 저는 키보드 종류를 PC/AT 101키 호환 키보드(종류3)을 선택했는데, 설치 막바지 과정에서 키보드 입력이 되지 않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결국 기본 옵션(종류 1)을 그대로 둔 상태로 다시 설치를 시도하니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두 개의 파티션으로 나눠진 60GB 하드디스크 중 첫 번째 하드디스크를 포맷하고 설치했습니다.
설치 과정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모든 설치에 걸린 시간은 대략 35분 정도 였습니다.
앞서 키보드 설정을 바꾸자 키보드 입력이 되지 않았다고 했는데요, 문제의 장면입니다. PC 이름을 입력해야하는데, 아무것도 입력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한 그 화면입니다.
어쨌든, 설치가 끝나고 윈도우 8의 바탕화면이 나타났습니다.
윈도우8, 구형 하드웨어를 문제없이 인식할까?
윈도우 8의 설치가 끝난 후 가장 먼저 살펴본 것이 하드웨어를 제대로 인식하는가 하는 것이었는데요, 보시는 것과 같이 '기본 시스템 장치'라는 것만 남겨두고 모두 제대로 설치되었습니다.
기본 시스템 장치가 뭔지 확인해보니 노트북의 메모리 스틱 슬롯이었는데요, SD 메모리 슬롯은 제대로 인식한 반면 소니의 메모리 스틱 슬롯은 느낌표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 패스했습니다.
그 보다 중요한 것은, 노트북의 무선 랜카드 입니다. 저는 이 노트북에 윈도우 8을 두 번 설치해보았는데, 첫 번째 설치할 당시에는 유선랜을 연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했습니다.
그랬더니, 인텔 무선랜카드를 인식하지 못했고, 수동으로 설치하려고 해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에러로 인식 불능 상태였습니다.
인텔 웹사이트에서 확인해봐도 2200BG 무선랜카드는 윈도우 XP까지만 지원한다고 명시되어 있어서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설치할 때는 유선 랜이 연결된 상태로 진행했는데, 신기하게도 인식하지 못하던 인텔 무선 랜카드가 한방에 인식되었습니다.
원인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오래된 PC에 윈도우 8을 설치할 때는 유선 랜을 연결한 상태로 진행하는게 좋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센스 X20의 LCD는 1400*1050입니다. 나름 고해상도가 마음에 드는 제품인데요, ATI X700이란 그래픽 칩셋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윈도우 8에서는 이 그래픽 칩셋을 정상적으로 인식했으며 해상도를 바꿔주는 것만으로 바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어댑터 종류가 Microsoft 기본 디스플레이 어댑터로 표시되는게 찜찜해서, Dxdiag를 띄워 확인해보니 다이렉트X 가속도 사용중인 것으로 확인됩니다.
CPU 속도는 나름 만족, 문제는 메모리와 하드디스크
성능 정보 및 도구를 띄워 간단한 성능 확인을 해봤는데,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은 그래픽 카드입니다.
하지만, 실제 사용시 문제가 되는 것은 그래픽 속도가 아니라 하드디스크였습니다. 내장된 인터넷 익스플로러 10을 띄워 제 블로그를 표시하려니 버벅버벅 거리며 10초쯤 지나서야 화면이 표시됩니다. 제 블로그 포스팅에는 꽤 많은 이미지가 들어가긴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꽤 늦게 뜨는 편입니다.
뭐가 문제일까 싶어 작업 관리자를 띄워 확인해보니 시간의 대부분을 잡아먹는 것은 하드디스크입니다. 뭐 하나만 띄우려고 하면 하드디스크 표시등에 불이 한참 들어오면서 버벅거리는 상태가 반복되는군요.
이런 상태입니다. 웹 서핑 등의 가벼운 작업에서 CPU 점유율은 10% 내외였습니다(캡쳐 화면에는 39%로 표시되어 있지만, 절묘하게도 높아진 상태에서 캡쳐된 것일 뿐입니다). 하지만 디스크 점유율은 100%에 가까웠는데요, 이것은 512MB에 불과한 메모리 덕분에 가상 메모리를 만들기 때문이 아닌가...짐작됩니다.
프로세스를 띄워보면, 역시 메모리가 눈에 띕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두 개의 창을 열어두었을 뿐인데, 무려 75MB를 차지하는군요.
웹 서핑이나 캡쳐 작업 중 의외로 CPU 점유율은 낮다고 감탄하고 있었지만, 동영상을 재생하자 얘기가 달라졌습니다.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을 저해상도로 재생했을 뿐인데, 대번에 CPU 점유율이 100%에 육박합니다.
아마도, 앞서 성능 정보 및 도구에서 그래픽 성능이 가장 낮게 나왔는데, 낮은 그래픽 칩셋 성능때문에 CPU가 더 많은 일을 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윈도우 7에 비해 가벼운 느낌, 하지만 역시 무리
7년전 센트리노 노트북, 센스 X20에 윈도우 8을 깔아보니, 구형 하드웨어, 심지어 하드웨어 제조사에서도 더 이상 드라이버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하드웨어도 대부분 인식하며, 요즘 넷북 보다 못한 CPU 사양이지만 의외로 CPU 점유율 면에서는 꽤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하드디스크 점유율 때문에 실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해보입니다.
메모리(램)를 1~2GB 정도 늘린 상태에서 테스트해본다면, 또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겠지만, 이 노트북에서 윈도우 8을 지우고 원래 깔았던 윈도우 XP로 돌아오니, 굳이 메모리를 늘려가면서 까지 윈도우 8을 설치할 필요는 없어보입니다.
한 두시간 윈도우 8을 쓰다가 윈도우 XP로 돌아오니 상대적인 체감 성능은 그야말로 '날아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나름대로 최적화를 위해 바탕화면에 가득 깔린 기본 타일을 제거해보기도 했습니다. 타일에서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클릭하고 '라이브 타일 끄기', '시작화면에서 제거' 옵션을 선택해서
이런 상태로 바꿔보았습니다.
또, 시스템 보호 기능을 끄면 하드디스크 엑세스가 획기적으로 줄지 않을까, 싶었지만, 결과는 큰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테스트에 사용한 노트북이 7년, 3~4세대 이전의 제품임을 감안하면 나름 훌륭한 편입니다.
아마도 듀얼 코어 정도의 CPU에 메모리가 충분한 사양의 노트북이라면, 윈도우 7보다는 가볍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물론, 윈도우 8의 인터페이스에 적응하며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별개의 것이지만 말이죠.
간만에, 포토 동영상 베스트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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