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 후 발길을 돌린 캠핑장
어느덧 가을이 깊어가는 10월 말, 마눌님께서는 올해 봄여름에 캠핑을 다니지 못한 만큼, 가을은 놓칠 수 없다며 틈만나면 캠핑장을 검색 중이었습니다.
동탄에 살 때는 주로 경기, 충청권의 캠핑장을 찾았고 가끔 강원도로 떠나는 정도였는데, 지금 사는 천안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전국 사방으로 떠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전북 완주의 운주계곡에 있는 캠핑장으로 신나게 달려갔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인터넷으로 보던 사진과는 주변 분위기가 전혀 달랐습니다.
저희는 가을 단풍에 물든 나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캠핑을 생각하며 달려 갔건만, 담 하나 간격으로 도로와 맞닿아 있는 캠핑 사이트들을 보니, 도저히 머무를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목적지까지 와서 다른 캠핑장들을 검색하기 시작했고, 금산산림문화타운 안에 있는 남이자연휴양림으로 목적지를 바꾸었습니다.
유난히 많았던 진한 색의 감나무
금산으로 가는 중간중간 유독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와 감을 깎아 곶감으로 손질해 놓은 곳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습니다.
급히 예약(?)한 남이자연휴양림 캠핑장
원래 남이자연휴양림 캠핑장은 금산산림문화타운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 후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당일에 급히 계획이 틀어진 상황이라, 금산산림문화타운 현장사무소로 전화(041-753-5706)으로 하여 당일 이용이 가능한지 물어봤고, 이용객이 거의 없는 평일이라, 현장에서 이용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포스팅에서 일일히 밝히진 않지만) 몇 군데의 캠핑장에 문의한 끝에 금산산림문화타운에 도착했고, 입구에서 캠핑장 이용료 2만원과 성인 1인당 입장료 3천원씩, 총 2만6천원을 내고 남이자연휴양림 캠핑장으로 들어왔습니다.
남이자연휴양림 캠핑장은 제1캠핑장부터 제3캠핑장까지 총 3개의 캠핑장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매표소 입구의 도로를 따라올라가다보면 캠핑장들이 차례대로 나타납니다.
일단 이 곳 캠핑장은 넓직한 주차장과 커다란 나무아래 자리잡고 있는 사이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저희가 사용하기로 한 제3캠핑장을 따라 올라오니 역시 사이트마다 서 있는 키 큰 나무들과 그 뒤에 펼쳐진, 시야를 압도하는 커다란 산과 숲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남이자연휴양림의 제3 캠핑장 사이트들 중에서 유독 12번과 13번 사이트에는 지붕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저희가 도착했을 때는 맑고 서늘한 가을 오후였고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았지만 다음날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믿고 지붕 아래 텐트를 치기로 했습니다.
차에서 캠핑짐을 꺼내다 말고 주변을 둘러보니 덩치 큰 나무들이 사이트마다 든든하게 버티고 있는게, 참 푸근한 느낌이었습니다.
몇 칸 떨어진 사이트에는 머리가 희끗한 노부부께서 캠핑 중이었습니다.
원래 목적지로 설정했던 캠핑장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오다보니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시간은 오후 3시30분을 훌쩍 넘습니다.
일단 라면 하나 끓여 먹고 짐을 풀기로 했습니다.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캠핑난로 사나. 진짬뽕 사먹지!
춥지는 않았지만, 해가 부쩍 짧아진 늦가을 오후, 라면 하나 뚝딱 해치우고 텐트 설치를 막 끝내고 나니 금새 어둑어둑해졌습니다.
마눌님은 곧바로 저녁 준비를 시작했고, 이 날 저녁은 돼지고기 수육입니다.
남이자연휴양림 캠핑장은 숯불이나 화로불을 피울 수 없는 곳이라 급히 변경한 메뉴고, 수육 양념 재료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있는 재료들로 급하게 만들어도 정말 맛이 있었습니다.
2016/10/25 - 캠핑장에서 뚝딱 만든 돼지고기 수육. 있는 재료만 넣고 돼지고기 수육 만들기
밝기만 따져보면 LED 랜턴보다 떨어지지만 가스 랜턴의 노란 불빛은 캠핑 감성과 참 잘 어울린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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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돼지고기 수육에 맥주를 한잔 하고 있을 때, 가까운 곳에서 애옹~애옹~ 하는 고양이 소리가 들리더군요.
배가 고팠던지, 저희 텐트 근처까지 다가왔기에 작은 참치캔 하나를 까 주었더니 찹찹찹 소리를 내며 허겁지겁 먹었습니다.
참치캔 옆에 떠 준 생수까지 맛있게 먹고 사라졌던 녀석은 30분 정도 있다가 또 나타났습니다.
작은 참치캔 하나를 더 먹고 난 뒤 한결 여유있는 모습이 되었고
다리 사이에 끼고 안마(?)를 해주었더니 골골골 소리를 내면서 한참 재롱을 떨었고, 그렇게 얼마간의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고양이는 사라졌습니다.
캠핑장의 길고양이의 행동치고는 너무 개냥이 같아 좀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원하는 것을 얻고 난 뒤에는 또 다시 경계 모드가 되어 멀찍이 도망가는 모습을 보고 그나마 안심을 했습니다.
남이자연휴양림, 압도적인 가을 풍경
다음 날 비가 올꺼라던 일기예보보다 좀 더 이른, 새벽부터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날이 밝을 무렵에는 꽤 거센 비바람이 몰아졌습니다.
그래도 저희는 지붕이 있는 사이트에 텐트를 쳤기에 비바람 걱정없이 편안한 아침 식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전날 조금 남은 수육 고기를 재활용(?)한 김치찌개와 미리 담가두었다가 지은 취나물 밥, 그리고 집에서 챙겨온 김치로 맛있는 아침을 먹었습니다.
아침 10시를 넘으면서 비바람은 그쳤고, 하늘도 조금씩 맑아졌고, 눈 앞을 가득 채운 남이자연휴양림의 압도적인 가을 숲을 좀 더 편안하게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늦가을에 알록달록한 숲은 어디든 아름답지만, 이곳 남이자연휴양림 캠핑장은 커다란 나무들, 커다란 산이 눈앞을 꽉 채우며 펼쳐지니 더 즐거웠습니다.
문열고 들어가면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깨끗한 화장실, 규모는 작지만 따뜻한 물이 나오는 샤워실 등 편의시설마저 훌륭합니다.
다만 아쉽게도 금산산림문화타운 캠핑장은 동계(11월15일~3월31일)에는 운영을 중단한다고 합니다.
산불 예방,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 좋은 풍경을 사계절 즐길 수 없는게 아쉽습니다.
하지만 캠핑장 운영이 중단되는 겨울에도 건너편 숲속의 집 시설은 운영된다는 얘기를 들은 마눌님께서는 숲속의 집도 이용해 보고 싶다고 합니다.
예정에 없이 우여곡절 끝에 찾게 된 금산산림문화타운의 남이자연휴양림 캠핑장에서 늦가을의 분위기를 한껏 즐길 수 있었고
캠핑장을 철수할 때쯤 다시 나타난 가을 햇볕을 즐기면서 기분 좋은 가을 캠핑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2016년10월24일~25일, 금산산림문화타운 남이자연휴양림 캠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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