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 7년차, 추석 명절 풍경
추석 명절을 잘 보내고 계신지요?
몇 년전만 해도 본가와 처가가 모두 서울, 그것도 10km가 채 안되는 거리였기에 명절 교통 대란은 남의 얘기였습니다.
그런데 몇 년전 부모님이 주문진으로 이사가고 저도 올해 천안으로 이사하면서 천안-주문진-서울-천안의 삼각형을 따라 700여km 남짓한 거리를 달리게 되었네요.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13일 저녁에 퇴근한 마눌님을 픽업하여 주문진으로 출발했습니다.
라디오에서는 추석 교통정보 방송이 계속되며 시시각각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고 했지만, 네비게이션님이 밀리는 길을 피해서 안내해 준 덕분인지 평소와 거의 다름없이 도착했습니다.
밤 9시 30분 정도에 천안을 출발해 12시 40분 정도에 주문진에 도착했고, 밤늦게 도착해 간단히 맥주 한 잔하면서 그간의 얘기를 나눈 뒤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오전부터 추석음식 준비가 시작됐습니다.
결혼 전의 명절때는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밖에 나가 친구들과 음주가무를 즐기기 바빴지만 결혼 뒤에는 본가에서 온전히 전과 튀김을 부치는 얌전한 남편이 되었습니다.
올해도 역시 전과 부침개는 제 담당이었고, 고구마전을 비롯한 몇몇 전은 기름을 찰랑찰랑하게 붓고 튀김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기름을 조금 두르고 전으로 부칠때와 달리 튀김옷이 가는 실처럼 퍼지며 튀겨지는 것을 보니 또 다른 재미(?)가 있더군요.
커다란 소쿠리 반 정도에 고구마전(고구마튀김)을 쟁겨두고
뒤이어 호박전, 가지전, 동태전까지 두 바구니에 가득 쌓았습니다.
거의 40년 넘게 사용한 대바구니, 예전에는 신경도 쓰지 않던 것이었는데 나이를 먹고 전부치기 전담이 되다보니 한해한해 볼 때마다 반갑네요.
고구마전, 호박전, 가지전, 명태전에 이어 등장한 것은 돔을 비롯한 바다 물고기 말린 것들입니다.
지난해 까지는 시장에서 산 가자미포를 이용해 전을 했는데, 올해는 아버지가 주문진 방파제에서 잡아 손질한 뒤 꾸둑꾸둑하게 말려두었던 생선에 밀가루 반죽을 입혀 튀겨냈습니다.
말하자면, 피시앤칩스의 피시?
비린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저는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생선을 좋아하는 마눌님께서는 뼈째 씹어먹을 수 있는 작은 물고기(하나하나 이름을 들었는데 잊어버렸네요 ㅎㅎ) 튀김을 참 잘 먹더군요.
제가 전과 튀김을 하는 동안 어머니는 재료들을 손질해서 날랐고, 마눌님은 산적 재료들을 꽂고, 올해는 아버지도 옆에 붙어서 튀김 작업을 도왔습니다ㅎㅎ
마눌님이 심혈을 기울여 꽂은 산적을 굽는 것 역시 제 담당이었습니다.
'심혈을 기울였다' 함은, 산적 꽂이에 들어가는 고기와 햄, 맛살, 매운고추, 파, 단무지의 순서와 비율이 중요하다는군요ㅎㅎ
큰 냄비에 하나가득 산적 구이를 채우는 것으로, 장장 5~6시간의 명절 전, 튀김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추석 명절 아침, 오랫만에 가족들이 모여 준비한 음식들을 먹으며 즐거운 식사 시간을 가졌습니다.
추석 아침 식사를 마친 뒤, 한 두시간 정도 뒹굴뒹굴 쉬다가 방학동 처가집으로 출발했습니다.
추석 당일 점심시간이 채 되기 전에 집을 후다닥 나서는 모습에 아버지는 못내 아쉬워했지만, 여기는 우리가 맡을테니 어서 친정으로 가라며 등떠미는 시누이들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처가집으로 출발을 했습니다.
처가집으로 가기 전에 주문진 수산시장에 들렀습니다.
본가를 들를 때마다 주문진 수산시장에 들러 회나 건어물 등을 구입하곤 하는데, 올해는 대게를 샀습니다.
대게 철이 아니다보니 값이 조금 비싼 편이었지만, 꽤 큼직한 대게 3마리를 구입하고, 홍게 몇 마리를 덤으로 받았습니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대게 가격에 찌는 비용은 별도(1만원)였는데, 추석 명절을 맞아 꽤 많은 사람들이 대게, 홍게, 킹크랩 등을 사서 자기 순서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모습이었습니다.
20분 남짓 지나 대게가 맛있게 쪄진 대게를 받아들고 돌아가는 길, 건어물 집을 들어 맥주 안주로 즐기는 두꺼운 쥐포도 한 판 구입한 뒤 주차장을 향해 휘적휘적 걸어갑니다.
추석 당일 오전, 차례만 일찍 지내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주문진에서 서울로 가는 길은 중간중간 막혀 다섯 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즐거운 식사시간, 장인장모님과 마눌님, 저까지 네명이 달라 붙자 큼직한 대게 3마리와 홍게 몇 마리는 금세 해체되어 껍질만 남았습니다.
고심끝에 대게를 해체...;;;
그렇게 처가집에서 즐거운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잠시 밖에 나와 달 구경을 했습니다.
내년 추석에도 지금 그대로들 모입시다!!
구름이 낀데다 스마트폰 카메라만으로 찍다보니 올 해 달 사진은 썩 볼품이 없었었습니다.
2013/09/23 - 디지털 카메라로 보름달 사진 찍는 방법. 관건은 조리개와 셔터 속도!
구름에 가린 달이긴 했지만, 달을 보면서 내년 추석에도 본가, 처가 가족들 모두 건강하게 모이자는 소원을 빌었습니다!
'생활의 지혜 >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탄올 기준 초과한 하기스 퓨어 아기물티슈 환불방법. 브랜드 믿고 산 물티슈의 배신 (4) | 2017.01.14 |
---|---|
포도가 맛있는 계절. 천안으로 이사온 뒤 알게 된 천안 명물, 포도 (2) | 2016.09.28 |
전원을 꺼도 번쩍거리는 LED 조명 잔광 해결. LED 잔광 제거 콘덴서 설치 방법 (4) | 2016.06.14 |
응답하라 1988, 1988년 컴퓨터 잡지, 컴퓨터학습으로 들여다본 1988년의 컴퓨터 (11) | 2015.12.20 |
응답하라 1994, 1994년의 컴퓨터 잡지 - Hello PC (25) | 2013.12.12 |
- 생활의 지혜/일상다반사
- 2016. 9. 16. 20:57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 질문 댓글은 공개글로 달아주세요. 특별한 이유없는 비밀 댓글에는 답변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