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구석에 두었던 고무나무 선반
몇 년전 아파트 경비실 앞에 나와 있던, 쓸만해 보이는 고무나무 선반을 하나 주워왔습니다.
사이즈도 애매하고, 딱히 고급스럽지도 않았지만 원목(집성목)으로 만들어진 꽤 무게가 나가는 나무 선반이었는데요, 실내에 두고 쓰기는 좀 애매해서 앞쪽 베란다 한 구석에 놔두고 가끔 쓰는 자잘한 물건들을 올려두는 용도로 사용했습니다.
햇볕이 꽤 잘드는 저희 집 앞 베란다에서 2~3년 쯤 햇볕과 함께 먼지가 소복소복 쌓아가며 방치했던 선반인데 연휴를 맞아 이사짐 정리를 하다가, 이 고무나무 선반이 눈에 띄었습니다.
얼룩덜룩 지저분해진 고무나무 선반을 깨끗이 손 본 뒤 새 집에서는 실내에 두고 써야겠다 생각하고 뒷베란다로 옮겼습니다.
꽤 오랫동안 엉망진창으로 방치했던 뒷베란다인데, 이사때문에 싹 치우고 나니 이런 작업 공간이 되는군요ㅠㅠ
이 고무나무 선반에는 원래 유광 바니시가 칠해져 있었던 것 같은데 오랜 시간동안 햇볕을 받고 먼지가 쌓이면서 반광, 혹은 무광 코팅처럼 변했습니다.
물수건으로 쌓였던 먼지를 깨끗이 닦았는데도 깨끗해진 느낌보다는 낡은 나무 선반, 근사하게 오래된 느낌이 아닌 그냥 낡고 바랜 느낌만 드는군요.
오랫동안 방치해 둔 동안 접합부의 틈새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고무나무 선반을 주워올 때만해도 그냥 '원목선반'이라고 알 정도 였는데, 그간 나무를 좀 집적(?) 대다보니 이제는 집성목 중에서도 저렴한 탑 핑거(Top Finger) 방식이라는 정도는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흔히 원목이라고 하는, 집성목
집성목 중 윗면에 톱니 모양의 접합부가 보이는 방식을 탑 핑거, 모서리 부분에 접합부가 보이는 것을 사이드 핑거라고 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저런 접합부 무늬도 나무 무늬라 생각해 크게 신경쓰진 않지만 집성목의 강도와 가격에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고무나무 선반 분해
낡아버린 고무나무 선반에 제가 할 작업은 사포질을 해서 낡은 마감재를 벗겨내고 우드 스테인을 칠해 좀 더 차분한 느낌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사포질을 위해 일단 고무나무 선반 옆면의 육각나사를 풀어 선반과 기둥을 분리했습니다.
각 단은 양쪽 2개씩 육각 볼트로 고정되어 있었고, 육각볼트만 풀어내니 선반이 쉽게 분리되었습니다.
선반이 있던 자리가 밝은 색으로 드러났는데, 아마도 선반이 모두 조립된 상태에서 마감재를 칠하여 안쪽에 마감재가 묻지 않아 생긴 색상의 차이로 보입니다.
총 4단의 선반을 모두 분리했고
기둥과 선반을 분리한 뒤 뒷쪽 지지 각목을 모두 떼어냈습니다.
지지각목은 선반 기둥에 목다보(원통형 나무 조각)로 고정되어 있었는데, 목공본드 등의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았는지 쉽게 분리되었습니다.
그렇게 선반과 기둥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집성목의 접합 부분의 접착제가 떨어져 덜렁거리는 부분도 발견됐습니다.
집성목이 오래되거나 물기를 먹었다가 마르는 과정에서 저렇게 접합부가 풀려버리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이 부분에는 목공본드를 넣어 다시 붙여줄 생각입니다.
이렇게 고무나무 선반의 선반과 기둥, 뒤쪽 지지 각목을 모두 분리했습니다.
사실 원래 생각은 양쪽 기둥 역시 모두 분리하여 작업을 하려고 했지만, 이 기둥을 이루는 각목들은 모두 접착제로 단단히 고정되어 있기에 그냥 사포질을 하기로 했습니다.
고무나무 사포질, 나무 가루와 지구력의 싸움
분해가 끝난 고무나무 선반 부품 중 넓은 판자부터 사포질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핸드 샌딩기에 120방, 180방 사포를 끼운 뒤 사포질을 시작했는데, 몇 번 문질러 본 뒤 단단한 고무나무를 사포질하는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무나무 특유의 매끈한 표면을 만들려면 240방, 320방, 600방 순서로, 상당히 가는 사포를 이용해 순서대로 사포질을 해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장 핸드 샌딩기 밖에 없는터라 240방이나 320방 사포를 이용해 사포질을 하다가는 며칠이 걸려도 일이 끝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80방과 120방 사포로 나무 표면을 거칠게 갈아냈고, 180방 사포를 이용해 거칠게 자국난 곳을 살짝 다듬는 정도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 와중에 미세하게 갈린 나무 먼지가 뒷 베란다를 꽉 채워 중간중간 진공 청소기를 이용해 바닥에 깔린 나무 먼지들을 빨아들이며 작업을 했습니다.
선반 판자의 넓은 면의 사포질이 끝나고
뒷판 고정 각목들을 사포질하는데, 단단하고 좁은 면적의 나무 사포질은 넓은 판자를 사포질하는 것보다 힘이 더 많이 들더군요.
각목의 좁은 면을 세워두고 사포질하는데 자꾸 쓰러지곤 해서 나중에는 각목 4개를 세워 겹친 뒤 사포질을 했습니다.
물론 이렇게 4개를 세워 사포질을 한다고 해서 4개의 면이 한꺼번에 연마되는 것은 아니고, 단지 각목이 쓰러지지 않도록 하는 역할만 하지만 사포질 도중 쓰러지지 않는 것만해도 큰 도움이 됩니다.
선반의 모서리는 둥글게 다듬어져 있었는데, 직선으로 재단된 것보다는 둥근면 사포질이 훨씬 잘되더군요.
핸드 샌딩기를 이용하면 사포를 손에 쥐고 하는 것보다 훨씬 쉽게 사포질을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많은 힘이 들어가는게 사실입니다.
천 사포의 윗면에 그려진 화살표 방향으로 사포를 고정한 뒤 양손으로 핸드 샌딩기를 쥐고 앞으로 밀때만 힘을 주면 그나마 사포질이 수월합니다.
고무나무 선반의 크기를 보고는 만만하게 덤볐던 것이 사실인데, 선반을 구성하는 넓은 판자 4개와 각목의 사포질을 끝내고 나니 입에서 단내가 올라오더군요.
며칠 뒤 누님댁에서 전동 샌딩기를 빌릴 예정이지만 급한 성질 때문에 핸드 샌딩기로 시작했는데 선반 기둥을 사포질하던 이 즈음에는 며칠만 기다릴껄 하는 후회를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선반은 분리가 되어 있었고, 뒷 베란다는 나무가루 범벅이 되어 있는 상황이라 중간에 멈출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나무 표면의 더러운 얼룩이 깨끗이 벗겨져 나가고 곳곳에 성의없이 채워진 우드 필러가 깔끔하게 정리되는 모습을 보면서 사포질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ㅎㅎ
나무가 깨진 부분, 옹이 자리 등을 메우는 우드필러
그렇게 양쪽 나무 기둥 중 하나의 사포질이 끝났고, 함께 세워두고 비교해보니 차이가 많이 납니다.
안쪽의 둥근 기둥은 핸드 샌딩기를 사용할 수 없어서 사포를 둥글게 말아 쥐고 직접 문질러 마감재를 벗겨냈습니다.
둥근 기둥과 맞닿는 좁은 부분 역시 핸드 샌딩기를 사용할 수 없었고, 이런 부분은 드레멜을 이용해 대충이나마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1시간이 조금 넘는 고된 샌딩 작업 끝에 작업은 얼추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물을 꼭 짠 걸레를 이용해 겉에 묻은 나무가루를 닦아내는 것과 동시에, 샌딩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곳을 확인했습니다.
물을 짜낸 걸레로 나무 가루를 닦다보면 나무 특유의 질감 대신 바니시 특유의 번들거리는 질감이 있는 부분이 확인되는데, 이런 부분은 다시 사포질을 통해 깨끗이 벗겨냈습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반나절이면 분해, 사포질, 조립, 우드 스테인 칠하는 과정까지 전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샌딩 작업에서 시간과 체력을 많이 잡아먹었기에 오늘 작업은 여기까지 하기로 합니다.
이제 분해했던 고무나무 선반을 다시 조립하고, 떨어진 접합부는 목공본드를 이용해 보강하고 마지막으로 오크색 우드 스테인을 칠하는 작업이 남았네요.
하루 자고 일어났더니 팔이며 등, 허리가 한 바탕 운동을 한 것 처럼 뻐근하지만 어서 작업을 마무리하고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된 작업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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