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을 마감한 자작 우드 트레이
지난 5월에 만들었던 우드 트레이의 결과물은 사실 제 맘에 썩 들지 않았습니다.
우드 스테인과 바니시의 색상이 예상보다 너무 진해 발랐던 스테인을 벗겨내고 다시 칠하는 과정을 거쳤고, 생각보다 '덜 깨끗한' 느낌에 개인적으로는 마감도장을 괜히 했다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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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캠핑장에 나가 직접 써본 마눌님께서는 이 우드 트레이가 실용적이면서도, 캠핑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며 무척 좋아하더군요.
꽤 큼직하게 만든터라 이렇게 손잡이가 달린 면에 먹을 것을 올려 놓고 편하게 옮기는데도 제격이었고
식탁에서는 우드 트레이를 뒤집어 놓고, 위에 먹을 것들을 올려 놓고 사용하곤 했습니다.
우드 트레이의 손잡이를 받침대로 쓰는 것은 제 의도가 아니었지만, 어쨌든 주 사용자가 맘에 든다니 저도 덩달아 뿌듯했습니다.
앞뒤로 뒤집어가며 썼던 우드 트레이
그렇게 자작 우드 트레이는 몇 차례의 캠핑에 따라다녔고, 이제 캠핑 갈때 꼭 챙기는 장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1주일의 휴가 캠핑에서 우드 트레이가 보이지 않더군요.
집에 놓고 왔나보다 했는데, 집에 돌아와 찾아봐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렇게 또 며칠이 지났고, 아파트 경비실 옆의 폐가구 배출 장소에서 낯익은 제 우드 트레이를 발견했습니다.
우드 트레이를 발견한 장소에서 짐작컨데, 캠핑 떠나던 날 마눌님께서 재활용 분리수거 할 것들과 우드 트레이를 함께 들고 나와 우드 트레이를 재활용 분리수거 장소에 놓고 온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찾았으니 다행이다 싶었고 집으로 다시 들고 들어왔는데, 휴가 기간동안 비를 잔뜩 맞았는지 우드 트레이 곳곳에 금이 가고 나무 판재가 뒤틀린 상태였습니다.
단순히 갈라지기만 했다면 목공 본드를 이용해 다시 살려볼텐데, 집성목의 접합 부분 곳곳이 심하게 뒤틀려 있는터라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15mm 소나무 집성판자로 나무 냄비받침 만들기
나무 트레이의 주 재료로 사용했던 판자는 두께 15mm의 소나무 집성목이라 그냥 버리기가 좀 아깝더군요.
넓직한 판자인 만큼, 뒤틀린 피해 작은 뭔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언젠가 캠핑용품 쇼핑몰에서 봤던 나무 냄비받침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판자의 갈라진 곳을 기준으로 칼을 넣어 판자를 길게 갈랐습니다.
물기를 먹고 마르는 과정에서 집성목의 접합부분이 갈라져 있다지만, 또 필요한 사이즈로 갈라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톱을 이용해 필요한 너비만큼 잘라냈고, 잘라낸 판자를 10cm 단위로 줄을 긋고 톱으로 잘랐습니다.
세 조각으로 잘라낸 판자를 그대로 쓰기에는 너무 넙적하니 2.5cm 너비로 잘라줍니다.
집성목의 단면을 보면 나무를 접착한 면이 보이는데, 이 부분을 기준으로 나눠주면 비교적 쉽게 자를 수 있습니다.
마침 2.5cm 너비로, 적당한 사이즈네요.
집성목의 갈라진 단면으로 칼집을 넣어 잘랐습니다.
물론 저는 넓은 판자를 재활용하느라 판자를 각목 형태로 잘랐지만 적당한 사이즈의 각목을 이용하면 작업이 훨씬 간단합니다.
이렇게 잠시 나무 판자와 씨름한 끝에 10cm * 2.5cm * 1.5cm의 각재 5개를 만들었습니다.
톱과 칼을 이용하다보니 잘려진 단면이 거칠거칠합니다.
80방 굵은 사포를 깔고 각재를 두 개씩 들어 각재의 넓은 면을 갈아줍니다.
각재의 좁은 면도 갈아줘야겠죠.
각재의 좁은 면은 80방 사포를 나무 조각에 감은 뒤 문지르는 식으로 갈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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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방짜리 거친 사포를 이용했더니 나무의 거친면이 금새 정리되었습니다.
내친 김에 각재의 모서리 부분도 쓱쓱 문질러 갈아냈습니다.
잠깐의 사포질을 통해 느낌이 괜찮은 나무 조각 5개가 만들어졌습니다.
제가 만들 나무 냄비받침은 적당히 삐뚤빼뚤해도 상관없는 터라, 거친면을 없애기만 했습니다.
이제 5개의 나무 각재를 세운 뒤 싸인펜으로 점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드릴을 이용해 점찍은 부분에 구멍을 뚫었습니다.
15mm 두께의 각재 중간에 구멍을 뚫어야 하며, 드릴날이 중간을 벗어나지 않도록 최대한 신경써서 구멍을 뚫었습니다.
나무 조각들을 단단하게 고정할 바이스 같은 기구가 없기에 한 손으로 나무 각재를 잡고 한 손으로만 드릴을 사용하느라 나무 각재의 반대편이 좀 거칠게 뚫렸습니다.
거친 나무 조각은 드레멜에 연마팁을 끼워 다듬어주었습니다.
이런식으로 다섯 개의 나무 각재에 구멍을 뚫는 작업까지 완료되었습니다.
보는 바와 같이 구멍이 거칠게 뚫린 부분도 있고 각재 중간이 아예 푹 파인 부분도 있는데, 사포질과 드레멜을 이용해 거친면만 잡아줘도 적당히 보기 좋은 상태입니다.
이제 다섯 개의 각재를 적당한 끈으로 연결해 주면 됩니다.
처음에는 사진벽을 만들때 썼던 마끈으로 연결하려다가 빨간색 가죽끈이 있기에 가죽끈으로 연결해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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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냄비받침을 만드는데 특별한 매듭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냥 뚫어놓은 구멍으로 가죽 끈을 통과시키고
나무 각재를 원형으로 적당히 돌려 놓은 뒤
1cm 미만의 여유를 남기고 가죽끈 양끝을 매듭지어주면 나무 냄비받침이 완성됩니다.
길이 10cm짜리 나무 각재를 이용했기에 꽤 넓은 냄비를 올려놓아도 넉넉하며
지름이 작은 모카포트 등을 올려 놓아도 꽤 그럴 듯한 나무 냄비받침입니다.
평소 캠핑에서 사용하는 냄비받침이 두께 3~4mm 남짓한 실리콘 냄비받침이라 가끔 바닥에 깔아 놓은 테이블보가 눌어붙을 때가 있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굳이 테이블보를 안깔아도 될 것 같은데, 마눌님께서는 테이블보를 깔아야 캠핑 밥상의 완성이라며 테이블보에 강한 집착을 보이더군요.
이제는 높이 15mm짜리 두꺼운 나무 냄비받침이 있으니 캠핑에 나가 뜨거운 냄비나 커피포트를 테이블보에 척척 올려 놓아도 됩니다.
그리고 이 나무 냄비받침을 쓰지 않을 때는 이렇게 대충 접어 둡니다.
펼쳤을 때는 넓은 나무 냄비받침이지만 접으면 휴대하기 편할 정도의 부피가 되는 것이 이 나무 냄비받침의 특징입니다.
이렇게 갈라져 버려야 했던 우드 트레이는 원래 구상했던 형태의 나무 냄비받침으로 재탄생 했습니다.
마눌님께서는 꽤 쓸만한 냄비받침이라면서, 집에서도 쓸테니 두 어개 더 만들어 두라고 하는군요ㅠㅠ
적당한 두께의 각목을 구해서 만들면 훨씬 쉽고, 판매되는 제품을 구입하면 더 쉽겠지만, 어쨌든 펼쳤다 접었다 며칠 써보니 이런 형태의 나무 냄비받침이 꽤 실용적이란 것을 알게 되어 만족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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