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로 스마트폰 증폭 스피커 만들기
올해 1월 중순 지인의 별장(?)에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한적한 시골집 분위기가 나는 동네에 작은 집이 있는 그야말로 주말에 이용하는 별장이었는데, 뒷 마당이 울창한 대나무 숲이더군요.
지름 10cm가 됨직한, 나름 굵은 대나무를 보니 예전부터 생각만 하고 실천에 옮기지 못했던 DIY꺼리가 떠올랐습니다.
2년전, 처음 캠핑을 떠났을 때 키친 타올 심을 이용해 스마트폰 증폭 스피커를 만들때부터 줄곧 대나무 스피커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2013/03/28 - 1분만에 만든 스마트폰 증폭 스피커, 간단하지만 효과 만점!
2013년 첫 캠핑에서 만들었던 종이심 스피커
하지만 적당한 굵기의 대나무를 구하는게 쉽지 않았고, 대나무를 가공하는데 사용할 마땅한 공구도 없었기에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사실 대나무를 이용한 스마트폰 증폭 스피커는 ibamboo라는 상용 제품을 본게 시작이었고, 저렇게 매끈한 가공은 어렵겠지만 드레멜을 이용해 나름 쓸만한 대나무 증폭 스피커를 만들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물론 이후 배터리를 이용하는 블루투스 스피커를 하나 구입했고, 음질이나 음량 모두 만족스럽게 사용중입니다.
하지만 배터리를 이용하는 스피커다 보니, 배터리가 방전되어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기에 무전원 증폭 스피커에 여전히 눈길이 가더군요.
2013/11/13 - 머레이 BS-K703 블루투스 스피커 리뷰, 알찬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
대나무 건조시키기
집주인에게 대나무 하나만 베어가겠다고 허락을 받은 뒤, 지름 10cm가 좀 넘는 대나무를 잘라왔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건조하지 않은 대나무는 시간이 지나면서 쫙쫙 갈라지기 때문에 필히 건조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위쪽의 갈색 대나무는 이미 베어져 오랜 시간 방치되면서 건조된 것인데, 좀 가늘어 아쉽습니다.
대나무를 건조하는 방법에 대해 찾아보니 뜨거운 증기로 쪄내서 말리는 방법과 함께 가스토치로 열을 가하는 방법이 있더군요.
뜨거운 증기로 쪄내서 건조시키는 방법은 제가 따라하기 어려워 가스토치로 열을 가했습니다.
신기하게도 대나무에 열을 가하자 속에서 습기가 올라오면서 대나무의 색상이 확 바뀝니다.
대나무에서 올라오는 물기의 양은 상당했고, 끈적끈적했습니다.
흔히 대나무 진액이라 부르는 것이 아닐까 싶더군요.
어쨌든 가스토치를 이용해 습기를 빼고 하루 정도 지나 다시 가스토치로 가열하는 과정을 4~5번 정도 반복하니 빠져나오는 물기의 양이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녹색이던 대나무의 색상은 갈색으로 바뀌었고 좀 더 욕심을 내서 가스토치로 가열했더니 군데군데 까맣게 탄 자국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가스토치로 물기를 빼낸 대나무는 그늘진 베란다에 내놓았습니다.
사진을 찍은 날짜를 보니 1월 중순이니 대략 두 달 반 정도 더 말린 셈이네요.
사실 제대로 하려면 1년 쯤 말려야 한다는데, 그만큼을 기다릴 인내심은 없었고 드디어 대나무 증폭 스피커 만들기를 시작했습니다.
대나무 증폭 스피커 만들기 - 양쪽을 절단
가스토치를 이용해 상당량의 수분을 날려버렸음에도 두 달 반 정도 말리는 기간동안 대나무 한쪽 끝이 길게 갈라져버렸습니다.
사실 대나무를 베어낼 때 톱질을 너무 거칠게 해서 갈라질 징조가 있었지만 어차피 저 부분은 잘라내 버릴 생각이었고 중간에 케이블 타이를 이용해 감아두었기에 더 이상 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길이 30cm 정도로 대나무 증폭 스피커를 만들 계획이며 대나무의 양 끝을 사선으로 자르기로 했습니다.
대나무 양끝을 자르는데는 쇠톱을 이용했습니다.
목공소에서 볼 수 있는 기계톱이라면 순식간에 잘랐겠지만, 그런 도구가 없기에 쇠톱으로 잘랐습니다.
그나마 대나무는 속이 비어 있어 자르는게 수월했고, 잘린 단면도 생각보다 깔끔했습니다.
이렇게 대나무 양쪽을 비스듬하게 잘라냈고, 이제 스마트폰을 끼울 구멍을 뚫을 차례입니다.
대나무에 스마트폰 끼울 구멍 뚫기
한 가지, 제가 사용중인 갤럭시S3는 스피커가 스마트폰 위 쪽에 있어 대나무 스피커를 이용하려면 스마트폰을 뒤집어 넣어야 하다는 게 아쉽더군요.
그나마 T-MAP 네비게이션 용으로 득템한 넥서스4는 스피커가 아래쪽에 달려 있습니다.
스피커가 아래쪽에 붙은 제품이 쓰기 편하다
단단한 대나무에 스마트폰이 들어갈 공간만큼 길쭉하게 잘라내야 합니다.
드레멜에 절단용 팁을 끼워 길게 잘라냈습니다.
직접 대나무를 잘라보니 드레멜과 같은 공구가 없었다면 이런 작업은 아예 시작하지 않는게 낫겠다 싶더군요.
어쨌든 드레멜을 이용하여 대나무를 원하는대로 잘라냈습니다.
양쪽 끝의 짧은 선은 회전 절단 팁으로 작업하기 곤란하여 조각용 팁을 이용해서 갈아냈습니다.
이렇게 스마트폰이 들어갈 구멍을 뚫었습니다.
그리고 대나무의 막혀 있는 마디를 뚫어야 겠죠.
긴 드라이버와 망치를 이용해 먼저 뚫은 뒤 드레멜을 이용해 적당히 갈아냈습니다.
대나무 증폭 스피커 치장하기
가스토치를 이용해 대나무를 건조시키는 과정에서 대나무 겉이 그을렸습니다.
처음에는 사포를 이용해 연마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대나무 겉면이 상당히 단단한터라 사포질이 쉽지 않더군요.
잠시 고민하다가 칼을 적당한 각도로 세운뒤 검게 탄 대나무 겉면을 긁어냈습니다.
대나무 양쪽과 스마트폰을 넣을 구멍을 가공하는 것보다 겉면을 긁어내는게 더 힘들더군요 ㅎㅎ
원래는 대나무 증폭 스피커 바닥면을 평평하게 가공하여 스마트폰을 꽂아도 쓰러지지 않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작업해보니 적당한 공구 없이 바닥면을 평평하게 가공하는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잠시 고민하다가 대나무 자투리를 잘라내어 드레멜을 이용해 둥글게 갈아냈습니다.
대나무 받침대는 믹스앤픽스 퍼티를 이용해 대나무 증폭 스피커에 붙여버렸습니다.
처음에는 대나무 받침대에 대나무 증폭 스피커를 올려놓는 식으로 쓸까 싶었지만, 아무래도 안정적으로 쓰려면 완전히 고정하는게 낫겠다 싶더군요.
이렇게 두 달 남짓한 건조기간과 두 시간 남짓한 가공을 거쳐 대나무 증폭 스피커가 탄생했습니다.
변변한 공구도 없이 드레멜과 쇠톱만 이용해 만든 것치고는 나름 그럴듯 합니다.
굳이 불편한 점을 짚어보자면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컨트롤 버튼이 하단에 배치되어 있기에 조작을 하려면 스마트폰을 대나무 증폭 스피커에서 꺼내야 한다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증폭 스피커는 인터넷 라디오, 혹은 여러 곡을 걸어놓는 식으로 사용하는 만큼, 큰 단점은 아닌 듯 싶습니다.
음량이나 음질, 스마트폰의 내장 스피커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뭐 키친타올 심으로 만든 증폭 스피커도 와~ 하면서 들었으니 대나무 증폭 스피커는 말할 필요가 없겠죠 ㅎㅎ
음질을 말하자면 뭐랄까, 볼륨을 높여도 뒤쪽으로 퍼져버리면서 빈약하던 소리가 좀 더 단단해진 느낌입니다.
보컬 쪽이 좀 더 듣기 좋은 소리가 되니 보컬 위주의 노래, 혹은 인터넷 라디오를 듣기에 적합할 듯 합니다.
제가 사용중인 블루투스 스피커가 중저음 위주로 증폭하는 반면 대나무 증폭 스피커는 그보다 높은 음에 치우친 느낌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요 분 아니라 락음악을 들어봐도 꽤 그럴싸한 소리인 듯 합니다.
잘라온 대나무는 언제 스피커로 만들꺼냐고 가끔 묻던 마눌님께 대나무 증폭 스피커를 짠~하고 보여주니 일단 외형적인 면에서 합격점을 받았고, 소리도 '대박'이라고 할 정도로 만족감을 표시하는군요.
좀 더 굵은 대나무로 만들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평상시에는 거실에서, 캠핑때는 블루투스 스피커의 대용품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될 것 같은, 꽤 괜찮은 결과물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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