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 선정은 마눌님 몫입니다!
요즘은 캠핑장 포스팅에 '캠핑장 선정은 마눌님 몫입니다'라는 얘기를 거의 적지 않지만 장소 선정은 여전히 마눌님의 전담 사항입니다.
여러가지 조건이 맞는 좋은 캠핑장을 찾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느냐는 불평에 '나도 짐나르고 운전하고 사이트 구축하고 등등등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캠핑장 선정이 어렵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ㅎㅎ
어쨌거나 이렇게 캠핑장 선정을 마눌님께서 전담하다보니 마눌님 머리속에는 아쉽게 인연이 닿지 않은 캠핑장들이 지역별로 리스트업 되어 있는 듯 합니다.
이번에 찾은 봉평 마가리 캠핑장 역시 2년전 여름에 다녀 오려다가 갈천 오토 캠핑장으로 가면서 인연이 되지 못했던 캠핑장인데, 며칠 전 다녀왔습니다.
제가 사는 동탄에서 경부-영동 고속도로로 가다가 장평IC로 빠져 나와 10분 남짓 달리다보면 차량 1대가 지나다닐만한 숲길을 가게 됩니다.
차량 1대가 다닐 정도의 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길 옆으로 감자꽃이 잔뜩 핀 감자밭, 배추밭이 펼쳐집니다.
연일 가뭄이 맹위를 떨치는 중인데,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에 한바탕 소나기가 내렸고, 그나마 짧게 내린 소나기 덕에 밭작물이 생기가 도는 듯 합니다.
그렇게 흐드러지게 핀 감자꽃이며(감자꽃이란 건 나중에 알았음) 배추밭을 지나 산으로 좀 더 올라오면, 마가리 캠핑장 표지판이 나타납니다.
평소 다녔던 캠핑장들과 달리 마가리 캠핑장에는 사이트 번호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캠핑장 예약 역시 마가리 캠핑장으로 전화(010-9263-0452)하여 이용 날짜 예약 후 사이트는 현장에 와서 정하는 방식입니다.
마가리 캠핑장의 이용 요금은 하루 3만5천원, 전기 사용료와 쓰레기 봉투값이 포함된 금액이며 연박시 1일 3만원이라고 합니다.
여름 성수기에는 이용 요금에 차이가 있다는데, 더 자세한 사항은 마가리 캠핑장 까페나 전화로 문의하면 됩니다.
무언가에 홀린 날, 두 번의 실수
마가리 캠핑장의 첫 느낌, 키가 큰 나무들이 인상적이었고 소나기 덕에 공기도 상쾌했습니다.
늘 그렇듯 평일 캠핑이라, 마가리 캠핑장 역시 한산한 숲속 분위기였습니다..
키 큰 나무들 사이에 마련된 캠핑 사이트
마가리 캠핑장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관리실 겸 매점 시설도 나무로 지어져 있어 분위기가 그럴듯 합니다.
차를 세우고 저희가 머물 장소를 물색한 뒤, 돔스크린 설치를 위해 장비들을 하나둘 꺼냈습니다.
그런데, 어??? 어라??? 돔스크린 폴대 주머니라고 가져온 주머니에는 황망하게도 타프 폴대만 들어있었습니다.
여기서 텐트를 빌리긴 어렵겠지?? 돔스크린 폴대를 가지러 다시 동탄까지 왕복 300km가 넘는 거리를 다녀와야하나??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 근처의 캠핑장으로 가야하나?? 짧은 순간이지만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천만 다행으로 마가리 캠핑장에 대여 텐트가 있었습니다.
먼거리를 헛걸음하지 않아 다행이지만 싸나이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ㅠㅠ
옆 사이트에 머물던 캠퍼께서는 본인도 같은 실수를 한 적이 있다며 위로(?)했지만, 그냥 모른척 해줬으면 싶은 순간이었습니다.
저희가 빌렸던 스노우라인의 6각 텐트는 가운데 봉을 세우는 스타일로 나름 특이한 스타일이었습니다.
원래 캠핑장에 지인들이 오면 빌려주려고 비치해두었다 하셨는데, 가끔 저와 같은 실수를 하는 사람들에게 대여(하루 1.5만원)해주기도 한다는군요ㅠㅠ
원래 쓰던 돔 스크린의 플라이(덮개)는 결국 타프처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양쪽에 타프 봉을 세우고 돔스크린의 플라이를 걸어 세운 뒤
이거라도 해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던 ㅠㅠ
네 귀퉁이에 타프 봉을 세우고 스트링으로 묶어주니 그런대로 쓸만한 그늘 겸 전실이 되더군요.
그나마 잘못 챙겨온 타프봉도 일부가 빠져서 각 따위는 포기한지 오래입니다.
2013/07/25 - 초보 캠퍼를 위한 헥사타프 스트링 매듭법 두 가지. 어렵지 않아요!
그렇게 사이트 설치가 끝나고 고기를 굽기 위해 장작과 디바디바 불판을 꺼냈습니다.
어이쿠 그런데 이번에는 화로를 챙겨오지 않았네요.
가끔 소소한 장비 한 가지 정도를 잊어버린 적은 있었지만, 텐트 폴대와 화로의 두 가지를 한꺼번에 잊어버린 날이라니, 로또라도 사야하는 날인가 싶더군요.
놓아버린 정신줄
다행히 마가리 캠핑장에는 자동차 휠로 만든 화로대가 여러 개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자동차 휠에 화로 손잡이와 스파이크 그릴대 까지 용접해 만든 투박한 수제 화로대였는데, 무겁지만 멋있는 화로대였습니다 ㅎㅎ
기분을 풀어준 강원도의 푸성귀
돔스크린 폴대에 화로대까지 중요 장비들을 빼먹고 왔으니 기분이 썩 좋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눌님께서는 어느새 캠핑장 주인 내외분과 친해졌는지 삼채, 개똥쑥, 곰취, 상추 등 다양한 푸성귀들을 한 소쿠리 받아들고 돌아왔습니다.
평소에는 맛보기 어려운 독특한 맛과 향이 가득한 푸성귀들로 마눌님께서 싸주는 삼겹살을 먹다보니, 어느새 기분이 풀어졌습니다 ㅎㅎ
나중에 마눌님께 들은바로는, 캠핑장 곳곳에 상추씨를 툭툭 뿌려 놓았는지 곳곳에 올라온 상추 등을 그냥 뜯어도 된다고 하더군요.
우여곡절 끝에 마가리 캠핑장의 첫 날 저녁이 깊어갑니다.
화장실을 다녀오다보니 헥사 텐트 안에서 비추는 불빛이 근사했고, 특히 마눌님께서 텐트 안에 걸어 놓은 가랜드(깃발천)의 실루엣도 근사했습니다.
마가리 캠핑장에서의 밤은 그렇게 깊었고, 밤하늘에는 엄청난 별이 쏟아졌는데 건질만한 별사진을 찍지 못한게 아쉽습니다ㅠㅠ
마가리 캠핑장, 키 큰 나무와 송어가 사는 개울
마가리 캠핑장의 둘째날 아침, 저희가 자리 잡은 사이트 맞은편 산을 타고 햇볕이 쏟아집니다.
개울을 사이에 두고 솟아 있는 산에는 듬성듬성 키 큰 나무들이 인상적입니다.
눈앞에 펼쳐진 산에 녹색의 풀들이 자라있고, 키 큰 나무들이 듬성듬성 서 있는 광경이 오래전 다녀왔던 뉴질랜드? 혹은 주라기 공원의 초원을 연상시키더군요.
눈 앞에 펼쳐진 이국적인 광경
산 주인이 벌목을 과도하게 해서 나무가 듬성듬성한 산이 되었다는데, 빽빽한 숲이었으면 오히려 평범한 풍광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마가리 캠핑장의 이국적인(?) 산 옆에는 개울이 흐르고 있습니다.
사이트 옆으로 흐르는 개울
유래없는 가뭄 덕에 개울물의 양은 그리 많지 않았고, 녹색 빛이 감돌았지만 팔뚝만한 송어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 송어들은 캠핑장에서 풀어 키우는 것이라는데, 송어 외에 송사리들도 많았고 바로 위쪽 개울에는 철갑 상어도 풀어 키우고 있었습니다.
송어와 송사리가 헤엄치는 개울
고기를 키우고 있으니 물놀이는 못하는 것인지 물어봤더니, 워낙 빠른 녀석들이라 물놀이를 해도 무방하다고 합니다.
가뭄에 개울물은 많이 줄어 물 쪽에서 본 광경은 이 정도지만, 물이 많을 때 사진을 보니 물놀이 하기에 딱 좋아 보였습니다.
가뭄으로 줄어든 물이 아쉬웠던
숲속 개울에서의 물놀이는 마눌님이 좋아하는 부분이고, 저는 울창한 나무가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조용한 캠퍼들이 애용한다는 캠핑장 구석쪽 사이트부터
저희가 머물렀던 개울 옆의 중간쯤 되는 사이트들까지, 잣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이 들어차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개울 옆에 서 있는 파라솔 모양의 뽕나무는, 타프 그늘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넓고 짙은 그늘을 낮게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이 뽕나무는 처음 사이트를 정할 때는 그리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둘째 날 아침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상황이 되니 진가를 알 수 있겠더군요.
개울도 바로 앞에 있으니 더운 여름에는 이 뽕나무 아래가 마가리 캠핑장의 명당 자리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가리 캠핑장 군데 군데 있는 오디 나무에는 까만 오디가 잔뜩 열려 있었고, 마눌님께서는 손이며 입이 까맣게 되는줄도 모르고 오디 먹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울창한 숲과 개울에 관리 잘된 편의 시설
마가리 캠핑장 사이트의 대부분(주로 개울쪽 층)은 파쇄석이 깔려 있으며 일부 사이트는 솔잎이 깔린 흙바닥이며 데크 사이트는 하나만 준비되어 있습니다.
사진의 테이블은 중간 중간 하나씩 놓여 있는데, 역시 캠핑장 이용 특성상 먼저 맡는 사람이 임자입니다.
마가리 캠핑장에서 개울을 끼고 좀 더 올라가면 다른 사이트들과 분리된 좀 더 조용한 사이트가 나타납니다.
편의 시설과는 거리가 있어 간이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팀단위 캠핑에 제격일 듯 합니다
마가리 캠핑장의 화장실과 샤워실 시설은 수준급입니다.
흔히 볼 수 있는 간이 건물이 아닌, 번듯하게 지어진 정식 건물인데다 깨끗하고 뽀송뽀송하게 관리되고 있으며 세탁기도 갖추어져 있습니다.
깨끗한 샤워실과 화장실, 온수는 24시간 공급된다고
매점 옆에는 개수대가 있는데 역시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곳 개수대는 여름에도 손이 시릴 정도로 찬 물이 나오는데, 날씨가 추워지면 개수대의 온수 사용 가능 여부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습니다(__);;
마가리 캠핑장의 배전반은 나무에 못을 박지 않고 별도의 기둥으로 예쁘게 세워 놓은게 인상적입니다.
단, 배전반의 숫자가 많지는 않아 사이트에 따라 30m 남짓한 릴선이 필요할 수 있을 듯 싶었습니다.
릴선을 빌려주기도 하니, 모자라면 일단 마가리 캠핑장 관리실에 SOS를 쳐보면 되겠습니다.
주인장의 배려가 푸근했던 마가리 캠핑장
가끔 캠핑장에서 견공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이 곳 마가리 캠핑장에는 '해피'라는 이름의 강아지가 있습니다.
해피는 아직 어린 '영견'이라 무척이나 활달하고 호기심도 많습니다.
개궁금
해피는 저보다 먹을 것을 챙겨주는 마눌님을 더 따르더군요 ㅋㅋㅋㅋ
캠핑장 이용객의 요구, 혹은 상황에 따라 묶어두기도 하는데, 동물을 좋아하는 저희는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개애교
저는 천방지축 해피보다는 '애기'라는 이름의 고양이에 더 손길이 가더군요.
그동안 만났던 캠핑장 고양이는 모두 길고양이라 짠한 마음이 들었는데, '애기'는 마가리 캠핑장 사택 옆 숙소에서 기르는 엄연한 가족이라 편히 쓰담쓰담할 수 있었습니다.
하루 지나 쓰담쓰담을 허락
마가리 캠핑장은 흔치 않은, 애견 출입 가능 캠핑장입니다.
각자의 사이트를 벗어나지 않도록 하고, 산책은 목줄을 해야하고, 과도하게 짖지 않아야 한다는 등 몇 가지 규칙을 준수한다면 애완 동물과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군요.
마가리 캠핑장은 원래 1박2일의 일정으로 찾았지만 시원시원한 녹색 경관과 깨끗한 캠핑장 시설이 마음에 들어하루 더 머물렀습니다.
한 시간 남짓한 자작나무 숲길을 산책 코스로 추천 받기도 했는데, 저는 캠핑장에서 널부러져 있는 걸 즐기는터라 온종일 캠핑장에서 유유자적했네요ㅎㅎ
밤이면 별이 쏟아지는 해발 700m의 마가리 캠핑장에서 2박3일의 시원한 캠핑을 즐기고 돌아왔습니다.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고 돌아오는 길, 마눌님은 '강원도 산 속 깨끗한 공기, 그리고 자연 휴양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푸근한 인심이 좋았다'고 합니다.
2015년6월15일~6월18일, 봉평 마가리 캠핑장
저는 마가리 캠핑장 전체의 키 큰 나무들, 그리고 개울 건너편 산의 이국적인 전경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 합니다.
물론 텐트 폴대를 챙겨오지 않았다는 걸 인지했던 당시의 아찔한 기억도 오래 기억에 남겠지만 말이죠 ㅎㅎ
울창한 숲과 물고기가 사는 개울이 있고, 조금만 나가면 녹색의 배추밭과 감자밭이 펼쳐지는 마가리 캠핑장은 아이들과 함께오면 더 좋을 듯 합니다.
특히 아직은 사람들에게 덜 알려진 편이라 덜 복작이는 캠핑장을 찾는 분들께도 꽤 좋은 장소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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