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밤나무 캠핑장 이용후기. 너무 이른 봄, 운때가 맞지 않아 그랬을꺼야...

좋은 캠핑장 알아보는 일, 쉽지 않다!

제 블로그에 캠핑 후기 포스팅을 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말이 '캠핑장 섭외는 마눌님 담당입니다'라는 짧은 멘트입니다.

 

딴에는 캠핑 일정이 잡히면 폭풍 검색 삼매경에 빠지는 마눌님께 시크한 남자의 심심한 감사의 표현으로 쓰곤 했던 말인데, 최근에는 이런 저런 조건에 딱 맞는 캠핑장을 물색하는게 얼마나 고된 일인지 아느냐는 얘기를 종종 듣곤 하네요.

 

어쨌든, 마눌님 덕분에 지난 한 해 경치 좋은 캠핑을 줄곧 다닐 수 있었고, 올해 3월에 또 다시 캠핑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지난 주에 금산 인삼골 캠핑장을 다녀왔지만 딱 1주일만에 또 다시 캠핑을 떠났으니, 바로 양평에 자리잡고 있는 밤나무 캠핑장입니다.

 

지난 해 캠핑을 시작하면서 양평은 몇 차례 다녀갔던터라 오는 길은 나름 익숙했고 국도에서 밤나무 캠핑장으로 진입하는 좁은 길, 진입하다가 맞은 편에서 차가 오면 꽤 난감할 것 같은 좁은 길이지만 나름 시골 분위기가 났습니다.

양평 밤나무 캠핑장 Camping

 

양평 밤나무 캠핑장은 선착순으로 운영된다고 합니다.

1일 이용 요금은 3만5천원, 사설 캠핑장들의 요금과 비슷한 수준인데 전기요금에 주차요금, 장작 1묶음이 포함된 금액입니다.

좀 더 자세한 정보는 양평 밤나무캠핑장 블로그에서 확인해보세요!

 

지난 주 금산 인삼골 캠핑장으로 떠날 때는 간만에 꽃샘 추위가 몰려오더니 양평 밤나무 캠핑장으로 떠나는 날은 또 간만에 단비가 오는 날입니다.

뭐, 텐트나 타프 아래서 내리는 비를 감상하는 재미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도착한 양평 밤나무 캠핑장의 입구.

바리케이트에 "무단 출입시 개에게 물려도 책임 안짐"과 같은 경고성 문구가 써 있네요 @,.@

양평 밤나무 캠핑장 Camping바리케이트에 붙어 있는 개조심 문구, 꽤 위협적!

 

지금까지 다녔던 사설 캠핑장 중 꽤 많은 곳에서 주인장의 심복 강아지들이 있었고, 대개 녀석들은 사람을 무척이나 잘 따르고, 심지어 손만 내밀면 발라당 드러눕는 녀석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번 양평 밤나무 캠핑장의 개들은 가느다란 꼬리를 하늘로 추켜세우고 사람을 무척이나 경계하는, 줄에 묶인 녀석들이라 그리 쉽게 접근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별자리 캠핑장 파크밸리 캠핑장별자리 캠핑장, 파크밸리 캠핑장의순둥이들

양평 밤나무 캠핑장, 너무 이른 봄에 찾은 걸까?

(친절하고 상냥했던) 캠핑장 주인께 전화를 했더니 바로 달려 나와 바리케이트를 열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위쪽에 텐트가 쳐 있는 쪽에서 마음에 드는 사이트에 자리를 잡으면 될꺼라고 말씀해주셔서 차를 몰고 올라왔습니다.

밤나무 캠핑장 주인께서 언급한 쪽에는 벨텐트가 쳐 있더군요.

 

지난 초겨울, 벨텐트의 멋드러진 모양에 한참 마음을 뺏겼던 적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아반떼XD로 1박2일의 캠핑을 다니는 용도로 쓰기에는 너무 크고 무거운 텐트라 마음을 접었지만 유목민의 포스를 풍기는 벨텐트는 볼때마다 마음을 뺏기게 되는군요.

양평 밤나무 캠핑장 Camping 벨텐트볼때마다 탐나는 벨텐트의 원뿔

 

밤나무 캠핑장 주인장께서 추천하신 장소는 개수대와 화장실이 가까운 자리로 계단식으로 구성된 사이트(밤나무 캠핑장 블로그에서 확인하니 A였는데 왠지 휑한 느낌이 들어 그닥 내키질 않더군요.

다시 위쪽으로 올라왔더니 탁 트인 넓은 장소가 펼쳐집니다.

양평 밤나무 캠핑장 Camping캠핑장 규모는 꽤 넓은 편

 

비가 후둑후둑 떨어지고 있지만 바닥에 파쇄석이 깔려 있어 배수는 잘되는 편이었습니다.

전망이 맘에 들었기에 밤나무 캠핑장 주인께서 추천한 장소보다 위쪽 사이트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양평 밤나무 캠핑장 Camping파쇄석이 깔린 사이트 바닥

 

역시나 이 날 캠핑족은 저희밖에 없는 전세 캠핑이 되었습니다.

5mm 안팎으로 올거라던 비가 생각보다 꽤 많이 흩뿌리는 통에 부지런히 돔스크린을 쳤습니다.

양평 밤나무 캠핑장 Camping 더캠퍼 돔스크린봄비 속에서 사이트 구축 완료

 

저희만의 단독 캠핑이라 더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밤나무 캠핑장의 사이트 자체가 꽤 넓은 편입니다.

평소 주말에 복작복작한 캠핑장보다 넓직한 장소를 원한다면, 나름 괜찮은 장소일 것 같다는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양평 밤나무 캠핑장 Camping 더캠퍼 돔스크린

 

저희가 구축한 사이트 앞으로 펼쳐진 전경, 후둑후둑 뿌리는 비와 먼 산에 낀 비구름이 어우러져 꽤 시원한 느낌입니다.

양평 밤나무 캠핑장 Camping시원한 전경이 나름 멋졌던 첫 날

 

주변을 둘러보니 떨어져 있는 밤송이 들이 심심찮게 보였습니다.

'밤나무 캠핑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가을이 되면 떨어진 밤송이를 줍는 재미가 쏠쏠할 듯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나무에 초록색 새싹이 올라오지도 않은 이른 봄, 잎을 달고 있지 않은 나무들이 무척이나 을씨년 스러운 느낌입니다.

양평 밤나무 캠핑장 Camping 밤송이밤나무 캠핑장, 가을에 왔다면 꽤 재미날 듯

촉촉한 봄비와 잔잔한 바람이 주는 여유

밤나무 캠핑장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텐트를 치는 동안 촉촉한 봄비가 계속 내렸습니다.

그래도 바람은 거의 없는 날인게 큰 다행이라고나 할까요? 지난 주 다녀왔던 금산 인삼골 캠핑장의 오후는 금강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 덕에 사이트 구축에 꽤 고생을 했는데요, 이번 밤나무 캠핑장은 봄비는 내릴지언정 바람은 잔잔하여 무척 수월하게 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양평 밤나무 캠핑장 Camping후둑후둑 떨어지는 봄비를 맞으며 캠핑

 

사이트를 구축한 직후, 밤나무 캠핑장의 주인장께서 장작 1망태를 가져다 주었고, 저희는 근처 빈 사이트에 놓여 있던 간이 화로에 장작불을 피웠습니다.

부슬부슬 뿌리는 빗속에서도 장작은 활활 타올랐고 장작불이 사그라들고 재가 남을 무렵 준비한 비어치킨을 올려놓았습니다.

양평 밤나무 캠핑장 Camping 비어치킨간만에 비어치킨

 

30분~50분 정도 비어치킨이 익을 동안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또 준비해온 목살을 굽기 시작합니다!

양평 밤나무 캠핑장 Camping 코베아 구이바다

 

준비해 온 목살을 맛나게 해치우고(?) 시간이 지나 화로 뚜껑을 열어보니 맛깔난 비어치킨이 먼산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양평 밤나무 캠핑장 Camping 비어치킨사는게 다 그렇지 뭐...

 

목살에 비어치킨에 맥주까지 한 잔 기울이는 동안 날은 어두워졌습니다.

지난 주 금산 인삼골 캠핑장의 오후 강바람이 꽤 고됐던 터라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한 양평 밤나무 캠핑장의 저녁은 평화와 여유! 그 자체였습니다.

사실 처음 밤나무 캠핑장에 들어와서 오랫만에 느낀 휑~한 느낌에 적잖이 당황했는데, 이렇게 잔잔한 저녁을 맞이하면서는 이번 캠핑장도 나름 잘 잡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양평 밤나무 캠핑장 Camping 더캠퍼 돔스크린

 

나름 깊은 산속에 자리잡은 밤나무 캠핑장의 밤, 새소리인지 짐승소리인지 묘한 울음 소리가 울려오곤 했는데, 개구리 소리도 한 몫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이 개구리들(!) 겨울잠을 덜 깬 탓인지, 자꾸 저희 텐트쪽으로 몰려들더군요.

어릴적에는 맨손으로 잘 잡았던 개구리인데, 텐트안에 들어온 개구리를 손으로 잡아 밖으로 쫒아내는 축축한 느낌(!)이 정말 낯설더군요.

 

이렇게 모닥불과 함께 잔잔한 밤은 깊어갔습니다. 곧 다가올 폭풍은 짐작도 하지 못한채...

양평 밤나무 캠핑장 Camping 개구리개구리들을 보며 봄은 봄이구나 싶었다. 이때만 해도...

돌변한 날씨, 새벽부터 시작된 돌풍

앞서 저희 돔스크린이 설치된 사진을 보면, 4개의 기둥에 각 1가닥의 기본 스트링만 묶어둔 상태입니다.

지난주 강바람이 세게 불었던 금산 인삼골 캠핑장에서는 돔스크린 기둥이 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기둥마다 하나씩의 보조 스트링을 묶어두었는데요, 바로 지난 주에 묶어둔 보조 스트링이 있었지만 따로 팩을 박아 고정하진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만큼 바람이 잔잔했고, 저희는 중간중간 '비가 내려도 바람이 잔잔하니 참 다행이다!'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릅니다.

양평 밤나무 캠핑장 Camping연륜있는 캠퍼라면 주변 지형지물을 잘 살폈겠지??

 

하지만 깊은 잠에 빠졌던 새벽 2시 경, 돔스크린 따위는 날려버리려는 듯, 불어오는 세찬 돌풍에 잠이 깼고, 자다 깨서 뽑혀버린 팩을 다시 고정하고, 보조 스트링과 팩을 땅에 박고, 뒤족에 세워두었던 아반떼 XD를 바람을 막을 장소로 다시 옮기는 쌩쑈가 시작되었습니다.

 

낮부터 저녁이 깊어질 때까지 바람 한 점 없던 밤나무 캠핑장의 날씨는 그야말로 훼이크(!)였고, 새벽부터 불어오는 돌풍은 다음날 날이 밝고 해가 중천에 뜬 이후에도 계속되었습니다.

아...처음부터 바람이 불어왔다면 준비를 좀 더 단단히 하고 마음을 다잡았을 텐데, 바람 한 점없는 온화한 날씨만 보여주다가 갑자기 돌풍이라니...

 

하지만, 문득 밤나무 캠핑장 사이트 사이에 심어져 있는 소나무 가지들이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 곳 바람은 특별한 행사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새벽부터 잠을 설치며 돔스크린이 무너지지 않을까 이리 뛰고 저리뛰었고, 날이 밝아도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 불어오는 돌풍 덕에 아침을 먹는둥 마는둥, 생각보다 빠른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양평 밤나무 캠핑장 Camping 더캠퍼 돔스크린2014년 3월12일~13일, 양평 밤나무 캠핑장

준비 부족인 밤나무 캥핑장, 우리가 일찍 온 것이길...

사실 포스팅 본문이나 사진으로는 최대한 자제하고 있지만, 처음 밤나무 캠핑장에 들어온 직후, 한참을 망설이고 서 있었습니다.

워낙 평일 캠핑을 다니다보니 주변에 인적이 없는 썰렁함이야 이미 익숙해 있었지만, 밤나무 캠핑장 곳곳에 폐목재와 폐자재, 망가진 천막과 기둥들이 방치(?)되어 있는 통에 과연 이 곳에서 짐을 내려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죠.

 

야외에 있는 거품식 간이 화장실 역시, 전혀 관리가 되어 있지않아 도저히 이용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양평 밤나무 캠핑장 Camping

 

저희 사이트와는 멀리 떨어진, 관리실 쪽 개수대는 꽤 깨끗했지만 역시나 캠핑장 곳곳에 널부러진(!) 폐자재들은 이곳이 제대로 운영되는 캠핑장인가? 싶은 생각까지 들었는데요, 단지 저희가 아직 손님맞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찍 방문하여 그랬던 것이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뒤늦게나마 가을 무렵에 밤나무 캠핑장을 다녀갔던 이용객들의 후기를 봤더니 밤줍기도 하는 등, 저희가 봤던 광경과는 다른 분위기가 배어나오는게 우리가 너무 이른 시기에, 때를 잘못 잡아 찾아왔겠지...하는 생각을 다시 해 봅니다) 

 

캠핑장을 다니다보면 늘 마음에 드는 곳만 다닐 수는 없는게 사실이고,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많았지만, 이번 밤나무 캠핑장은 우리와는 지독히도 운때가 맞지 않았던 캠핑장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양평 밤나무 캠핑장 Camp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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