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진으로 찌든 컴퓨터
컴퓨터 두 대가 있었는데, 1대는 진작부터 부팅이 안되었고, 나머지 한 대 마저도 부팅 도중 멈춰버린다는 A/S 요청이 들어와 출동했습니다.
출동해보니, 20대 후반의 남자 분 혼자 살고 있었는데,
컴퓨터 옆의 우유곽에 수북이 쌓여있는 담배꽁초를 비롯하여 집안 분위기가, 지저분하기로 소문난 컴터맨의 작업실보다 쪼~금 더 터프했습니다.
물론 이정도는 아니었다(구글검색 펌 사진)
어쨌든 컴퓨터를 켜보니 두 대 모두 전원은 들어오지만, 한 대는 화면이 아예 먹통이었으며, 나머지 한 대는 컴퓨터를 켰을 때 텍스트 환경의 바이오스 화면은 나오다가 윈도우 부팅 로고(일명 지렁이 화면)로 넘어가면 다운되어 버리는 상태였습니다.
윈도우 XP 부팅화면, 아래쪽의 진행막대를 일명 '지렁이'라고 한다.
본체에서 밀려오는 쩔은 담배 향기
컴터맨은 현재 담배를 잠시 쉬고 있는 상태입니다(누가 물으면 끊었다 하지 않고 쉬고 있다 합니다ㅡㅡㅋ).
담배를 늦게 시작했던 탓인지(23~4살쯤?) 있으면 피우고 없으면 안피워도 그만, 평상시에는 그리 많이 피우지 않았지만 술자리에서만은 골초같이 피워대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해 추석 무렵, 공항 면세점에서 사왔던 몇 보루의 담배가 다 떨어졌다는, 지극히 단순한 이유로 부터 담배를 쉬기 시작했는데, 금단 증상같은 것도 없이 지내고 있네요.
이런 얘기를 줄줄이 늘어 놓는 것은 컴터맨의 의지가 강력하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어쨌거나 담배를 십 몇 년 넘게 피워 왔던 탓에 담배 연기에 그렇게 민감한 편은 아님에도, 본체를 여는 순간, 담배 쩔은 역한 냄새가 훅~~ 밀려올라 옵니다.
컴퓨터 내부는 두껍게 쌓인 먼지가 누런 담배진에 염색이 된, 아주 처참한 상태였습니다.
특히 상태가 심각한 것은 그래픽 카드였습니다.
다음 사진은 화면이 전혀 나오지 않는 컴퓨터의 그래픽 카드입니다. 멀리서 보기엔 상태가 썩 나빠 보이진 않습니다.
멀찍이 보면 상태가 괜찮은 듯...
하지만 쿨러를 가까이서 살펴보니 심각합니다.
방열판에 담배향 먼지가 덕지덕지 낀 것은 물론이며, 니코틴, 타르와 함께 엉겨붙은 탓에 쿨러가 전혀 돌아가지 않는 상태입니다.
손으로 억지로 돌려보니 쇳가루 갈리는 느낌이 나며 아예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쿨러는 손으로 돌려도 돌아갈 생각을 않고...
방열판에서 쿨러를 분리해보니, 녹까지 잔뜩 슬어 있습니다.
컴퓨터에 물을 쏟은 것도 아니고, 온도차가 심한 곳에 내놔 이슬이 맺힌 것도 아닌데, 녹이 슬어 쿨러가 전혀 돌아가지 않는 상태입니다.
담배 연기가 이렇게 녹까지 슬도록 하진 않을 듯 싶은데, 이유를 모르겠네요.
쿨러에 시뻘건 녹이 슬었다
이번에는 화면이 나오다가 지렁이 화면에서 죽는 컴퓨터의 그래픽 카드입니다.
얼핏 봐도 쿨러 날개에 먼지가 좀(ㅡㅡ;;) 있죠?
척봐도 먼지가 눈에 띈다
가까이 들여다보니 상태가 더욱 심각합니다.
콘덴서는 죄다 터졌고, 쿨러에는 누런 니코틴 염색이 된 떡먼지가 가득합니다.
쿨러를 손으로 돌려야 뻑뻑~하게 억지로 돌아가는 것이, 찐득찐득한 뭔가가(먼지+니코틴) 엉겨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아니,부엌 가스레인지 뒤쪽 타일에 누렇게 엉겨붙은 찌든 기름때 느낌이라고 하는게 더 정확하겠네요.
콘덴서가 터지고 담배향 먼지를 뒤집어쓴 쿨러
먼지+니코틴은 컴퓨터에게는 지옥의 하모니
컴퓨터 A/S를 다니다보면, 컴퓨터 내부의 먼지는 일상입니다.
대부분의 컴퓨터가 팬으로 바람을 빨아들여 열을 식히는 방법을 쓰고 있으니, 내부 청소를 하지 않고 1년 넘게 사용했다면, 떡먼지가 쌓일 수 밖에 없죠. 아래 사진과 같은 쿨러를 보는 것도 흔하디 흔한 일입니다.
두터운 먼지 방한복을 입었지만, 털어내기만 하면 그만
자, 얼핏 보면 앞서 올린 두 개의 그래픽 카드보다 먼지가 더 두텁게 쌓여 있는 것 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쿨러에 쌓인 먼지의 색깔은, 앞선 두 제품과 달리 누렇지 않고, 먼지 본래의 색상입니다(응??ㅡ,.ㅡ?)
단지 먼지만 쌓인, 이런 경우라면, 브러시와 진공청소기를 이용하여 먼지만 털어주면 본래의 냉각 성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진공청소기와 브러시를 이용하면 깨끗이 청소된다
하지만, 담배 연기에 찌든 두 그래픽 카드에 붙은 먼지는 브러시로 아무리 털어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찐득하게 달라붙어 있었고, 방열판이나 냉각팬의 날개뿐 아니라 냉각팬의 회전축까지 돌아가지 않도록 만들었습니다.
결국, 두 대 모두 모두 사망 선고를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첫 번째 제품은 새 쿨러를 달아보았지만 화면이 전혀 뜨질 않았고, 두 번째 제품 역시 (오랫만에 납땜 솜씨를 발휘하여) 터진 콘덴서와 쿨러를 교체해 보았지만, 증상은 그대로였습니다.
아마도 쿨러가 멈춰버린 상태에서 무리하게 전원이 들어가면서 그래픽 카드의 코어 및 다른 부품들까지 손상되어 버린 듯 합니다.
컴퓨터도 담배 연기는 싫어합니다.
사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다른 사람의 담배 연기는 싫습니다.
하지만 이 분은 컴퓨터를 앉은 뱅이 책상 위에 놓고 사용하시면서 담배 연기를 컴퓨터 본체에 그대로 뿜었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뿜어진 담배 연기는 컴퓨터 앞쪽의 흡기팬으로 가 컴퓨터 내부로 그대로 빨려들었고, 또 다시 CPU쿨러와 그래픽 쿨러를 비롯, 컴퓨터 내부 전체에 누런 먼지와 함께 엉겨 붙었습니다.
단순히 먼지만 달라붙은게 아니고 찐득찐득한 니코틴+타르 성분이 함께 엉겨붙었기 때문에, 쿨러가 아예 작동을 멈추었으며, 결국 그래픽 카드를 사망에 이르게 만든 것이죠.
PC 방의 컴퓨터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수명이 짧다고들 합니다.
물론 연중무휴, 24시간 가까이 켜놓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PC방의 특성상, 담배 연기가 내부로 빨려들어 가기 쉽고, 담뱃재, 물, 커피 등에 오염되기 쉬운 환경인 이유가 더 크다고 봅니다.
그러다 불난다 ㅡㅡ;;
컴터맨은 다른 사람들에게 컴퓨터 하면서 담배를 피우라 말라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컴퓨터 본체에 담배 연기를 직접 뿜는 것은 컴퓨터에게 '죽어!!!'라고 외치며 때리는 것과 마찬가지 라는 점은 말씀드리고 싶네요.
컴퓨터를 고장없이 오래 쓰고 싶다면, 컴퓨터를 향해 담배 연기를 뿜지 말아야 합니다.
만일, 컴퓨터 작업과 담배 피우기를 꼭! 반드시! 동시에 해야겠다면, 본체를 책상 아래쪽에 내려놓으면 조금이나마 낫습니다.
아무튼, 저 두 대의 컴퓨터가 컴터맨의 작업실에 머문 뒤 며칠동안, 컴터맨의 작업실에는 담배 쩔은 향기가 한동안 지속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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