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커피나무에서 수확한 커피 열매. 건조, 손질, 로스팅 과정 및 핸드드립 시음 후기

기력을 회복중인 커피나무

거실에서 기르고 있는 세 그루의 거대 커피나무 중 분갈이 시기를 놓친 두 그루가 지난 겨울과 봄을 거치면서 상태가 급속히 나빠져 봄에 분갈이를 했습니다.


분갈이 후에도 한동안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커피 잎이 계속 떨어지는 증상을 보여 걱정을 많이 했는데, 간이(?) 온실을 만들어 과습 상태를 유지하는 등 여러모로 신경 쓴 덕분인지 최근에는 잎이 떨어진 자리에서 새 잎과 가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잎이 많이 떨어진 두 그루의 커피나무는 건강한 한 그루의 커피나무 보다 여전히 앙상하지만, 그래도 가지 곳곳에서 녹색의 새 잎과 가지들이 보여 한숨 돌리고 있습니다.

베란다 커피나무

조금씩 수확, 건조시킨 커피열매

지난 해부터 세 그루의 커피나무에서 커피열매가 조금씩 열리고 있었습니다.


비록 TV나 인터넷에서 보던 것 처럼 가지마다 주렁주렁 커피열매가 열린 것은 아니었고 듬성듬성 커피꽃이 피었다 커피열매가 맺히곤 했는데, 녹색의 쬐그만 커피열매가 점점 자라 붉게, 그리고 검붉게 익었을 때 따서 보관한 커피 열매들입니다.

커피 건조 내추럴 프로세싱


커피나무에서 수확한 커피열매를 건조시키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저는 과육을 벗기지 않고 그대로 말리는 내추럴 프로세싱 방식으로 건조시켰습니다.

베란다 커피나무 수확 건조

내추럴 프로세싱 방식으로 건조하면 커피 열매 과육의 달콤한 맛이 생두에 스며든다는 얘기를 들은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은 적은 양을 오랜 기간동안 수확해야 하는 거실 커피나무의 특성상 방치(?)하여 말린 것이기도 합니다.


지난 해 수확한 소량의 커피 열매들은 화분에 심은 뒤 발아시켜 입양(?)보냈고, 올해 초부터 수확한 커피 열매들을 건조시켰으니 수확한지 3~6개월 정도 지난 커피 열매들입니다.

커피 체리의 겉부분은 꽤 딱딱하게 건조된 듯 싶어, 속까지 딱딱하게 굳은게 아닐까 싶었는데 손톱으로 갈라보니 안쪽은 찐득한 무화과 열매의 느낌이었습니다.

커피 건조 내추럴 프로세싱


찐득한 체리 안쪽의 딱딱한 껍질(파치먼트)을 갈라내는게 꽤 고된 일이 될 것 같았는데, 의외로 찐득한 체리를 손톱끝으로 꾹 누르니 파치먼트가 깨지면서 녹색의 생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베란다 커피나무 수확 건조


완전히 건조된 파치먼트를 깨려면 오히려 많은 힘이 들어갈텐데, 커피체리 덕분에 약간의 수분기가 남아 있었고 파치먼트도 오히려 쉽게 갈라낼 수 있었습니다.

커피 체리 파치먼트


하지만 체리를 가르고 발굴(?)해야하는 원두의 숫자가 나름 많았기에 곧 공구를 이용해 체리를 꾹 누른 뒤

커피 수확 체리 제거


체리 하나 당 두 개씩 들어 있는 파치먼트를 꾹 눌러 생두를 꺼냈습니다.

커피 수확 파치먼트 제거


수확한 커피 열매의 양이 적어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손으로 일일이 작업하다보니 시간이 만만찮게 걸리더군요.

베란다 커피나무 수확 파치먼트 제거

커피 생두는 생육한 지역 이름을 붙인다는 얘기를 듣고, 농담삼아 '동탄천안 아라비카'라고 부르곤 했는데, 진짜 동탄천안 아라비카가 모이고 있습니다.


건조된 커피 체리를 일일이 가르다가 문득 심심해져 동영상으로 찍어봤습니다.

거실 커피나무에서 수확한 생두, 로스팅

그렇게 2시간을 넘기고 3시간 가까이 커피 체리를 반으로 가르고 파치먼트에서 생두 꺼내기 작업을 반복한 끝에 작업이 끝났습니다.

100% 가내수공업으로 원두를 꺼내다 보니, 실제 커피농장에서는 이런 작업을 어찌하나 싶었는데, 다행히 커피농장에서는 기계를 이용한다고 하네요ㅎㅎ

커피 생두 베란다 커피나무


찐득한 커피체리 때문에 생두를 감싸고 있는 실버스킨(얇은 막)을 모두 벗겨내진 못했고, 하루 정도 건조시킨 뒤에 한 줌씩 집어서 손으로 문질러 실버스킨을 벗겨냈습니다.

커피 생두


그렇게 수확한 커피 생두는 약 116g, 저희 집에서 로스팅 할때 한 컵 가득(200g), 4번을 로스팅하곤 하는데 한 번 로스팅하는 분량에도 미치지 못하는 양이네요ㅎㅎ

베란다 커피나무 수확사진의 잔을 가득 채우면 200g


커피나무의 건강이 들쭉날쭉한 상태에서 수확을 하다보니 생두가 썩 굵진 않고, 생두 가게에서 구입한 저렴한 생두 수준입니다.

베란다 커피나무 생두

커피나무에 달려 있던 커피 체리는 꽤 굵직했는데 그 안쪽의 파치먼트, 또 그 안쪽의 생두는 무척 자그마하네요.


적은 양이지만 어쨌든 로스팅을 시작했습니다.

자작 통돌이 로스터에 116g의 생두를 쏟아붓고

자작 로스터 통돌이 커피로스터


가스불을 켜서 로스팅을 진행했습니다.

수 년간 홈 로스팅을 하다보니 이젠 자작 로스터의 불조절에도 능숙한 편인데, 요즘은 불을 약하게 시작하여 온도를 서서히 올리는 방식을 즐겨 사용합니다.

자작 로스터 통돌이 커피로스터

1차 팝은 8분, 2차 팝은 13분에 맞추려고 신경쓰지만 조금씩 빠르거나 느리게 마련인데,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동탄천안 아라비카는 1차 팝과 2차 팝의 시간이 정확히 맞아 떨어졌습니다.


그렇게 로스팅을 마친 동탄천안 아라비카는 망에 붓고 헤어드라이어로 급속냉각 시켰습니다.

홈로스팅 커피 원두

직접 수확, 로스팅한 원두로 내린 핸드드립 커피

그렇게 로스팅이 완료된 동탄천안 아라비카 원두입니다.

평소 200g씩 로스팅한 커피를 식힐 때 담는 접시이다 보니 역시 양이 적어보입니다.

베란다 커피나무 수확 홈로스팅


그래도 거실에서 기른 커피나무에서 수확한 커피열매를 직접 로스팅한 원두라 어떤 맛일지 기대가 컸습니다.

베란다 커피나무 수확 홈로스팅


로스팅 후 하루가 지난 동탄천안 아라비카를 핸드 그라인더에 담아 갈아냈습니다.

포렉스 핸드밀 커피 그라인더


에스프레소 머신을 구입하면서 핸드드립 커피는 캠핑장에서나 가끔 내려 마시곤 했는데, 이번 원두는 워낙 양이 적으니 오랫만에 핸드드립용으로 준비했습니다.

핸드 드립 도자기 드리퍼


끓였다가 80도 정도로 식힌 물을 500원 동전 크기로 뿌려 불렸고

원두 핸드 드립


30초 정도 기다린 뒤 물을 부어 커피를 내렸습니다.

커피 핸드드립


그렇게 직접 길러 로스팅한 커피가 준비되었습니다.

스탠리 마운틴 커피시스템

사실 거실에서 기른 커피나무에 소량의 커피열매가 열리기 시작한 뒤로 직접 기른 생두의 맛은 어떨지, 로스팅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양이 될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집에서 기른 커피나무는 일조량과 양분이 불규칙하여 맛이 없고, 관상용으로 볼만한 정도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첫 느낌은 초코렛 향이 무척 짙었고 달콤한 뒷맛이 풍부했습니다.


직접 싹을 틔워 기른 나무에서 수확한 커피 열매라 더 맛있게 느껴지는, 플라시보 효과가 아닐까 싶었는데, 마눌님의 평가도 저와 비슷했고 오히려 그간 구입했던 생두보다 맛과 향이 더 낫다는 얘기까지 하는군요ㅎㅎ

베란다 커피나무 수확 핸드드립

베란다와 거실을 오가며 기르던 커피나무,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커피열매를 수확하고 건조하여 로스팅까지 해봤는데, 양이 적은게 아쉬울만큼 커피맛이 근사한게 놀랍습니다.


1년에 한 번쯤 적은 양을 특별히 즐길 커피가 생겨 즐거운데다, 거실 전망을 가린다고 구박(?)을 좀 덜 받을 수 있게 되어 즐겁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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