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어감, 유기방가옥
서산 여행 이튿날 아침, 가족들과 함께 나선 마눌님께서는 서산 유기방 가옥으로 가자고 합니다.
유기방가옥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놋그릇을 만드는 작업장인가? 생각이 들었는데 마눌님께서는 흐드러지게 핀 수선화가 유명한 서산의 명소라고 하더군요.
유기방가옥이라는 이름을 특이하게 느꼈던 것은 저뿐만이 아니었는지, 부모님과 이모님도 유기방가옥에 대해 한마디씩 하셨고, 마눌님께서 스마트폰을 검색해서 '유기방'은 사람 이름이고, 일제 시대에 지어진 가옥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확인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볕이 쨍한 아침, 10km 남짓한 거리를 달려 유기방가옥에 도착한 뒤 널널하게 비어있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올라왔습니다.
한옥 건물 입구에서 장인장모님과 마눌님은 유기방가옥에 들어서기 전, 안내문을 꼼꼼히 읽어봅니다.
유기방가옥 앞마당(?)의 전경, 꽤 큼지막한 연못과 다양한 나무들이 어우러진 풍경이 꽤 독특한 느낌을 줍니다.
한옥 건물은 나즈막한 동산에 둘러싸여 있는 구조였는데, 집 주변 산책길이 잘 꾸며져 있었고
종류도 색깔도 다양한 나무들이 촘촘하게 심어져 있었습니다.
드디어 유기방가옥 대문으로 들어서니, 작은 마당에는 역시나 나무들이 턱~ 자리잡고 있습니다.
유기방가옥은 여전히 사람들이 거주하는 집인듯, 마당 안쪽에는 커다란 냉장고 등이 자리잡고 있어 오래된 한옥을 기대하고 온 사람에게는 좀 생뚱맞은(?) 느낌을 주지만, 동백 나무가 심어진 마당은 참 부럽기만 합니다.
장인어른께서는 한옥집 마루에 걸려 있는, 집주인들의 유심히 살펴보셨고
저는 더운 여름철에는 들어올려 걸어두었다가, 날씨가 추워지면 아래로 내려 여닫이문으로 사용하는 '들어열개'에 유난히 눈길이 가더군요.
언젠가 제 집을 짓게되면 들어열개를 꼭 응용해 보리라 생각해봤습니다ㅎㅎ
울창한 소나무 숲과 수선화 산책로
사실 유기방가옥은 한옥건물 보다는 건물 주변에 잘 꾸며진 앞마당과 산책로가 주요 포인트입니다.
유기방가옥 옆으로 올라가는 언덕 산책로는 울창한 나무 그늘과 바닥을 꽉 채우고 있는 수선화가 근사했습니다.
유기방가옥 수선화는 서산의 주요 관광포인트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저희가 갔던 4월말에는 아쉽게도 꽃이 시들어가고 있더군요.
4월 중반에만 왔어도 싱싱하게 활짝 핀 노란 수선화 물결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비록 수선화 꽃은 시들했지만 녹색 수선화 잎이 빽빽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게 30분 정도 유기방가옥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늦봄의 햇볕을 듬뿍 쬐었습니다.
유기방가옥을 들어올 때와는 다른 방향으로 돌아나가다보니, 나무 그늘 밑에서 꿀잠을 자고 있는 덩치 큰 강아지가 있더군요.
사람이 지나가거나 말거나 미동도 없이 깊은 잠에 빠진 강아지 표정이 너무 한가로와서, 고무 그릇을 치우고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차마 강아지가 깰까봐 그러진 못했습니다ㅎㅎ
도룡뇽이 살고 있다는 연못 옆을 걸어 나오는데 마눌님께서 손으로 나무 밑을 가리키더군요.
도룡뇽이 사는 연못 옆, 꿀잠에 빠진 새 두마리
뭔가 봤더니 칠면조로 짐작되는, 새 두 마리가 꼭 붙어서는 머리를 날개 속에 묻고 단잠에 빠져 있었습니다ㅎㅎ
비록 싱싱한 수선화 물결을 못 본 것은 아쉬웠지만, 연두색과 녹색으로 잔뜩 채워진 유기방가옥의 앞마당과 뒷동산의 풍경을 보면서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는 느낌이었습니다.
태안으로 출퇴근 할 때는 여행지와는 아예 신경을 끊고 살았는데, 여행을 와보니 가볍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돌아볼만한 멋진 곳들이 많았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하게 되었던 그런 오전의 여유로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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