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에서 전주한옥마을로 이동
진안 운장산자연휴양림에서 편안한 하루를 보냈고, 12시 퇴실시간을 한 시간쯤 남겨두고 느긋하게 커피까지 마신 뒤 전주한옥마을로 출발했습니다.
빈틈없이 꽉 채운 여행을 좋아하는 마눌님은 진안까지 왔으니 마이산을 살짝 둘러보고 전주한옥마을로 가자고 했는데, 쫒기듯 다니고 싶지 않았던 저는 두 군데 중 한 군데만 돌아보자고 설득(!)했고 결국 마눌님께서는 전주한옥마을을 선택했습니다.
운장산자연휴양림에서 전주한옥마을까지는 약 40km 정도, 역시 날씨는 맑았고 도로 끝에 솟아 있는 녹색의 산은 왠지 푸근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2017/05/19 - 가는 길도 아름다웠던 운장산자연휴양림. 숲속의 집에서 편안히 즐긴 1박2일
전주한옥마을에 도착해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한옥마을 입구로 들어서니 관광안내소가 보였는데, 마침 점심시간이라 문이 닫혀 있어 관광안내도만 한 장 뽑아들었습니다.
저희가 찾았던 한옥마을1 공영주차장은 기본 1시간 2000원, 추가 15분당 500원의 요금이 부과되는 유료 주차장으로, 진안에서 출발하기 전에 확인해 본 정보에 따르면 주변에 무료로 운영되는 주차장들도 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무료주차장을 찾느라 시간을 뺏기고 싶지 않았고, 한옥마을1 주차장은 전주한옥마을로 바로 들어서는 가장 가까운 주차장이라 바로 들어갔습니다.
한옥마을로 들어서니 아스팔트 길 양쪽으로 한옥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그런데 직선으로 뚫린 길에 반듯하게 들어서 있는 한옥 건물들이라 그런지, 왠지 좀 낯선 느낌이 듭니다.
차길을 벗어나 골목길로 접어들었는데도 보도블럭과 잘 정리된 담벼락에 (새로 지었거나) 깨끗이 수리된 한옥 건물의 외형 때문인지, 제 머리속에 들어 있던 '한옥'이라는 느낌과는 좀 거리가 있더군요.
그나마 좁은 골목길로 접어드니 진짜 옛스러운 한옥 건물들이 보입니다.
그런데 한옥의 담장이 이렇게 낮은 줄은 몰랐었네요.
일부러 들여다보려 하지 않아도 고개만 돌리면 안쪽이 훤히 들여다 보일 정도로 담장이 낮았습니다.
요즘 실내에서 키우기에 점점 버거워지는 커피나무 때문에 마당 있는 집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는데, 이런 마당 있는 집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싶습니다ㅎㅎ
전주한옥마을하면 익히 떠오르는 이미지라면, 한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 역시 한복을 대여하는 가게들이 여기저기 많았습니다.
뭐 한복 뿐 아니라 전동스쿠터 등의 탈 것을 대여하는 곳부터 간식과 기념품을 판매하는 곳 등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더군요.
워낙 많은 가게들이 들어서 있는 거리다보니, 마치 대학로나 명동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이 많은 큰길과 골목길을 돌아다니다 동네 뒷산 분위기가 나는 나무 데크길이 나타났습니다.
한옥마을 둘레길이라는 표지판을 본 마눌님께서는 전주한옥마을 전경을 내려다보기 좋은 곳 같다며 무작정 올라갔고 20m 쯤 되는 계단을 올라가니 정말 전주한옥마을이 내려다보이는 근사한 풍경이 나타났습니다.
한옥마을 둘레길(숨길)이라는 표지판과 함께 오른쪽은 숲, 왼쪽은 한옥마을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주한옥마을의 뷰포인트입니다.
날씨가 워낙 좋은 날이라 볕이 살짝 따갑기도 했는데, 숲속의 그늘로 들어와 내려다보는 풍경도 근사했고, 길거리처럼 사람이 붐비지도 않아 한결 편안한 느낌입니다.
전주한옥마을의 먹을거리
그렇게 한 시간쯤 전주한옥마을을 돌아다니다가 배가 고파졌고, 마눌님께 검색한 점심 메뉴를 읊어달라고 했더니 비빔밥과 특이한(?) 칼국수 중 선택하라더군요.
전주 비빔밥은 그다지 당기질 않아 칼국수를 선택했고, 마눌님은 다시 스마트폰의 지도를 보며 길을 안내합니다.
그러다 꼬치집들이 늘어선 곳에서 애피타이저를 먹고 가자더군요.
군것질은 식사 후에 하면 안되겠냐고 했더니, 애피타이저로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
꼬치집 중 한 곳을 찍은 뒤 문어꼬치를 주문했더니, 처음에는 문어꼬치를 불에 올린 뒤 그릇에 담긴 액체를 바르고 석쇠에 올리자 불쇼가 펼쳐집니다.
문어꼬치에 불향을 내서 주나, 싶었는데 석쇠에서 꺼낸 문어꼬치를 다시 오븐에서 구운뒤 치즈를 감고 양념을 바르는 것으로 문어 꼬치가 완성됐습니다.
꽤 큼직한 문어꼬치의 가격은 4000원, 치즈와 문어의 맛이 썩 괜찮은데다 크기도 해서 오히려 값이 싸다 싶더군요.
양념은 순한맛, 매콤한맛, 겁나매운맛을 선택할 수 있는데 매콤한맛이 그리 맵진 않았습니다.
그렇게 길을 걸으며 문어 꼬치 하나를 다 먹은 뒤 도착한 곳은 베테랑이라는 칼국수집입니다.
베테랑의 칼국수는 좀 특이하다고 하는데, 사진으로만 봐서는 그닥 특별한 점을 모르겠더군요.
저는 칼국수, 마눌님은 콩국수를 시켰고 먼저 나온 제 칼국수를 보니 비주얼이 상당히 특이하긴 합니다ㅎㅎ
계란이 걸쭉하게 풀어진 육수에 중면이 들어 있었는데, 걸쭉하고 진한 국물과 중면의 식감이 잘 어울렸습니다.
미리 뿌려져 나온 들깨와 고추가루때문에 꽤 자극적일 것 같다 싶었지만, 자극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면서 속풀이용으로 든든하게 먹을만한 칼국수였습니다.
마눌님이 시킨 콩국수는 좀 늦게 나왔는데, 콩국에 갈아놓은 얼음과 미숫가루가 얹혀 나왔습니다.
젓가락으로 메밀면을 들어올리니 흘러내리는 콩국이 무척 진해보였습니다.
실제 메밀면에 후루룩 딸려올 정도로 콩국이 무척 진득했고, 마눌님께서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콩국수를 들이켰습니다.
사실 저는 콩국수 체질이 아니다보니 한 젓가락 정도 집어먹은 정도라 뭐, 진하고 고소하네 하는 짧은 느낌이었지만, 마눌님께서는 콩국수를 즐기시는 장인장모님도 모셔오고 싶은 맛이라며 극찬을 하더군요.
뭐 어쨌든 저는 제 몫의 칼국수를, 마눌님은 콩국수를 깨끗이 비웠습니다.
사전 정보나 기대없이 들어온 집이라 그런지 맛은 꽤 괜찮았고, 한 그릇만 시켜도 되는지 조심스레 묻는 옆자리 커플에게 물론이라며 서빙하는 직원도 친절하여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렇게 배부르게 국수 한 그릇씩 먹고 나와 길거리 정자에 앉아 커피까지 한 잔 마셨고, 슬슬 움직이자고 했는데, 마눌님께서는 여기까지 와서 풍년제과는 가봐야 한다며 또 끌고 갑니다.
배부르게 먹고 나와서 무슨 빵집인가 싶었는데, 시식용 센베와 양갱을 먹어보니 땅콩과 잣이 씹히는 맛이 괜찮은게 또 들어가더군요ㅎㅎ
마눌님께서는 회사직원들에게 선물한다며 초코파이와 센베 한봉지를 샀고, 초코파이 하나를 먹어봤더니 촉촉한 초코빵에 초코렛이 꽤 두툼하게 코팅되어 있고 안에는 호두와 딸기쨈이 씹히는 식감이 좋았습니다.
그렇게 3시간 남짓 전주한옥마을을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군것질과 식사를 하며 쨍한 햇볕과 맑은 하늘을 즐겼습니다.
한옥마을의 '한옥'에 기대를 하고 와서인지 상점들이 즐비한 관광지 거리 분위기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기와지붕을 내려다볼 수 있는 한옥마을 둘레길에서 아쉬운 마음을 보상받은 느낌이었고, 군것질와 칼국수가 입에 잘 맞은 덕분에 전체적인 느낌이 나쁘지 않았습니다ㅎㅎ
개인적으로는 하루를 온전히 전주한옥마을만 둘러보는 것보다는 거쳐가는(?) 곳으로 삼으면 썩 괜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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