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꺼낸 한경희 스팀다리미 속 수상한 가루, 물통을 분해하여 확인해 보니

사용하지 않던 스팀청소기, 내부의 소음

저희 집에는 사용하지 않는 스팀 청소기가 있습니다.

 

한경희 스팀청소기라는 이름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유명(?) 메이커 제품인데요, 몇 년전 결혼과 함께 입주하게 된 이 아파트의 입주 청소를 위해 처가집에서 빌렸다가 저희 집에 머물게 된 녀석입니다.

 

생긴 것도 멀쩡하고 전원을 넣으면 스팀이 끓는 소리와 함께 뜨거운 김이 흘러나오는게 기능면에서는 멀쩡하지만 사용 중 전기 계량기가 팽팽 돌아가는 걸 보고 기겁을 했습니다.

 

결국 스팀은 포기하고 밀대로 부지런히 밀어야겠다며 베란다 한 구석에 봉인해 두었고 6~7년 남짓한 기간 중 사용한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한경희 스팀청소기

 

5월 중순에 다른 곳으로 이사할 예정이라 요즘은 시간 날 때마다 구석구석 쓰지 않는 물건들을 찾아 버리고 있습니다.

이 스팀청소기 역시 활용도는 전혀 없이 베란다 공간만 차지하고 있는터라 내다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눌님께서 새로 이사갈 집의 입주청소때 쓰면 되지 않겠냐고 합니다.

한경희 스팀청소기

 

이 스팀청소기가 저희 집에 들어오게 된 것이 입주 청소 때 였는데, 또 한 번 입주 청소를 위해 사용하게 되다니 참 묘한 인연이다 싶네요.

베란다에 오랫동안 방치되며 쌓인 먼지를 대충 닦은 김에 한 번 사용해보자 싶어 물투입구 뚜껑을 열었는데, 물투입구 안쪽에 검은색의, 울퉁불퉁한 질감의 뭔가가 눈에 띕니다.

한경희 스팀청소기 HS-C3220R

마지막으로 쓴 뒤 물을 빼지 않고 뚜껑을 닫아두었나? 분명 물을 다 뺐을 텐데 갸우뚱하면서도 물통 안에 곰팡이라도 핀건가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안쪽 물체의 정체 확인을 위해 이리저리 살피던 중, 안쪽에서 모래 알갱이 같은게 굴러다니는 듯한 소리도 들립니다.

특이한 나사로 단단히 밀봉된 한경희 스팀청소기

작은 물통 뚜껑을 통해서는 안쪽 이물질의 정체를 확인할 수 없었기에 스팀청소기 바닥면의 나사를 풀어 분해해보기로 했습니다.

바닥면에는 꽤 많은 수의 나사가 있었고, 특히 네 모서리에는

한경희 스팀청소기 분해

 

바닥면의 나사들은 흔히 볼 수 있는 십자 나사들인데, 귀퉁이의 나사 네개는 모양이 참 특이합니다.

모양은 6각별 모양의 나사(Torx)인데, 가운데 핀이 솟아올라 있는 Security Torx입니다.

Security Torx

육각 나사를 풀 드라이버는 가지고 있지만 가운데 핀이 솟아 있는 Security Torx 나사를 풀 드라이버가 없어 좀 난감했는데, 일자 팁을 전동드라이버에 끼우고 돌리자 가운데 핀이 휘어지면서 풀어지더군요.

 

그렇게 특이한 나사를 풀고 바닥의 덮개를 열어보니 안쪽에 물통과 히터 부품들이 보입니다.

일단 물통 안쪽의 이물질을 확인해야 하니 물통 주변의 나사를 풀어야 하는데, 십자 나사들 사이에 Torx 나사 두 개가 또 눈에 띕니다.

한경희 스팀청소기 분해

이번에는 일반 Torx 나사였기에 가지고 있던 Torx 드라이버로 쉽게 풀 수 있었는데요, 물을 넣고 전기로 끓이는 방식이니 아무나 풀지 못하도록 한 조치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물통을 고정하고 있던 여러 개의 나사를 모두 풀었는데, 길이가 제각각이므로 나사의 위치를 정확히 기억해야 합니다.

한경희 스팀청소기 나사

스팀청소기 물통 안팎에 보이는 노란 가루

물통 주변의 나사를 모두 풀자 물통 덮개를 쉽게 열 수 있었습니다.

뚜껑을 열자 알루미늄으로 생각되는 얇은 금속 판이 나왔고

한경희 스팀청소기 물통 내부

 

금속판을 들어내자 히터 부품으로 보이는 금속 덩어리가 보입니다.

이 금속 덩어리는 바깥의 히터 부품에서 발생한 열을 물통 안쪽으로 전달해 물을 끓이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금속 표면에 옅은 노란색, 흰색의 이물질이 잔뜩 끼어 있습니다.

한경희 스팀청소기 내부 이물질

 

처음 물통 뚜껑을 열었을 때 안쪽의 거무튀튀하게 보였던 것은 히터의 금속 부품이었고, 울퉁불퉁하게 보였던 것은 이 덩어리들이 잔뜩 끼어 있던 것이었네요.

한경희 스팀청소기 내부 이물질

 

사실 물통의 안쪽을 열기 전, 스팀청소기의 바닥 뚜껑을 열었을 때부터 안쪽에는 노란색과 흰색, 검은색이 섞인 가루들이 잔뜩 고여 있었습니다.

한경희 스팀청소기 내부 이물질

사진은 이미 진공청소기를 이용해 이물질 가루들을 싹 청소한 뒤, 새로 떨어진 것인데요 아무튼 이보다 훨씬 많은 가루들이 스팀청소기 바닥에 고여 있었고 처음 들었던 소리는 이 가루들이 내부에서 움직이며 나는 소리였네요.

 

이 가루들의 정체가 뭘까 짐작해보니, 아마도 수도물이 끓고 식는 것을 반복하면서 물속에 있던 미네랄 성분이 굳으며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노란 가루들이 물통 안쪽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히터 부품과 전극 등 물통 외부의 전기 부품에도 엄청나게 많이 침착되어 있는게 염려됩니다.

한경희 스팀청소기 누전

 

이렇게 물통 바깥쪽 히터 부품에도 노란색 이물질이 침착된 것은 스팀청소기 사용 중 물이나 스팀이 스팀청소기의 전기 부품 쪽으로도 샌다는 것이겠죠.

구입 후 사용한 횟수가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임에도 전기 부품에 이물질이 침착된 걸 보니 믿고 써도 될지 걱정스럽습니다.

한경희 스팀청소기 누전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한경희 스팀청소기 사용 중 누전이나 감전 등의 사고가 자주 발생하여 2012년에 안전주의보가 내려진 적이 있었다고 하는군요.

2012년 5월경에 바닥 부품에 물통과 히터, 스팀배출구가 함께 붙어 있는 스팀청소기 사용 중 누전, 감전 위험 때문에 리콜 조치가 내려졌다고 합니다. 

한경희 스팀청소기 누전

뉴스 기사 몇 개를 보다보니, 저희 집 한경희 스팀청소기 역시 누전 위험이 있는 구형 모델에 해당하는 제품이었네요.

 

2007년에는 스팀청소기 물통에서 흰색가루가 다량 나왔고, 이를 성분 분석해보니 니켈, 구리, 납, 아연 등의 중금속 성분이 검출되어 문제가 되었던 적도 있었네요.

스팀청소기 하단의 흐릿해진 스티커에서 HS-C3220R 이란 모델명을 겨우 확인할 수 있었고, 다행히 이 모델은 중금속 배출 모델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경희 스팀청소기 HS-C3220R접사 사진을 찍은 뒤 확인할 수 있었던 모델명

인쇄상태가 멀쩡한 검사필증 스티커에 비해 글씨가 다 지워져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전기용품 안전인증 표시사항 스티커의 대조적인 상태가 인상적입니다.

스팀청소기, 아깝지만 폐기처분

한경희 스팀청소기 안쪽에서 들리는 소리때문에 분해를 시작했고, 히터부에 침착된 이물질을 보면서 누전의 위험이 있겠다 싶었는데 이미 한바탕 바람이 휩쓸고 지나갔네요.

 

몇 번 사용하지도 않았던 스팀청소기 안쪽에 두껍게 낀 이물질을 직접 확인했고, 누전 위험과 소비자 안전주의보, 중금속 논란까지, 아깝지만 새 아파트의 입주 청소에는 사용하지 않고 폐기처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한경희 스팀다리미

결혼 선물로 받았던 또 하나의 한경희 생활과학 제품인 스팀다리미 역시 다림질이 제대로 되지 않아 두어번 사용 후 장롱안에 처박아 둔 상태였는데, 이번 이사때 한꺼번에 버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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