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만 느려졌어요!
얼마전 A/S를 해 드렸던 고객분께서 다시 전화를 주셨습니다.
A/S를 받은 후 한동안 쌩쌩하게 잘 돌아가던 컴퓨터였는데, 갑자기 키보드가 엄청나게 느리게 입력된다는 것입니다.
프로그램이 실행되는 속도는 별 차이가 없는데, 유독 키보드만 느려졌다고 하시는군요.
증상을 파악하기 위해 전화상으로 잠시 얘기를 해봤지만, 원인을 확인할 만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다만 익스플로러, 워드, 한글, 메모장을 막론하고 모든 프로그램의 키보드 입력이 말도 못하게 느려졌다고 하는군요.
일단 악성코드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증상이 아닐까, 짐작만 하고 출장을 나가 보니 키보드 입력이 참 희안합니다.
아래 동영상을 보시면 그 증상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동영상을 보면, 같은 키를 계속 눌러 반복 입력이 되는 상황인데, '다다다다~~' 빠르게 입력되어야 할 키보드가 '딱,, 딱,, 딱,, 딱,,'과 같은 식으로 뚝뚝 끊기는 상태입니다.
게다가 하나하나 누른 즉시 입력이 되는게 아니라 0.5~1초 정도 있다가 입력이 되는 상황입니다.
하드웨어 문제 VS 운영체제 문제
일단, 하드웨어의 문제인지, 운영체제상의 문제인지 부터 확인을 해봐야 했는데요,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컴퓨터를 처음 켜고 BIOS 초기화면이 뜰 때, 바이오스 셋업으로 들어가 방향키를 비롯한 각종 키들을 눌러보아 앞서 증상과 비교를 하면 되는 것이죠.
만일 키보드의 기계적인 이상이라면(증상 자체는 기계적인 이상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만, 보기 드문 증상이라^^;;) 바이오스 화면에서도 같은 증상이라야 겠지만, 바이오스 화면에서는 앞서 증상은 보이지 않고, 얌전하게 정상 작동하는군요. 그러면, 공은 윈도우로 넘어온 듯 합니다.
악성코드/바이러스 문제 VS 설정 문제
기계적인 문제가 아닌 것으로 확인된 상태에서 의심해 볼 만한 부분은 악성 코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고객의 컴퓨터는 포맷한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았으며, 설치되어 있는 각종 프로그램들을 확인해봐도, 백신 프로그램을 돌려봐도 이렇다할 악성코드나 바이러스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기계적인 고장도 아니고, 악성코드/바이러스 문제도 아닌데 증상은 그대로인 상태...이런 상황에서는 끝까지 문제를 파헤치고 들어갈지, 아니면 신속하게 윈도우 재설치 작업을 시작할 지, 고민하게 됩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몇시간씩 낑낑대느니 윈도우 재설치가 시간이 훨씬 절약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인데요, 고객께 양해를 구하고 윈도우 재설치 작업을 시작하기 직전! 퍼뜩 떠오르는 옵션이 있습니다.
바로 고정키와 필터키입니다.
고정키와 필터키
고정키와 필터키 옵션은 제어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작]-[제어판]-[내게 필요한 옵션] 항목을 열고 [내게 필요한 옵션]을 다시 한 번 클릭합니다.
[내게 필요한 옵션] 창을 열었을 때, [고정키 사용] [필터키 사용], [토글키 사용] 항목에 체크가 되어 있다면 모든 체크를 해제하고 [적용] 버튼을 클릭합니다.
체크를 해제하자 키입력이 느릿느릿되던 컴퓨터는 언제 그랬냐는 듯, 빠른 속도로 키 입력이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네, 바로 [필터키]가 설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키보드가 느려졌던 것입니다.
고정키와 필터키, 뭐하는 기능이지?
고정키와 필터키는 손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기능으로, 고정키를 사용하면 SHIFT, CTRL, ALT 키 등이 눌려진 상태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를 사용하다보면 SHIFT, CTRL, ALT 키 등을 함께 눌러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꺼번에 누르기 힘든 사용자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필터키는 너무 짧게 누르거나 반복되는 키 입력을 자동으로 무시하는 기능인데요, 이 기능 역시 손이 불편한 사람들이, 실수로 키입력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그런데, 고정키와 필터키의 기본 값은 사용하지 않음으로 설정되어 있는데요, 어떻게 작동하게 된 것일까요?
그것은 고정키와 필터키에 단축키가 설정되어, 단축키가 눌리면 작동되기 때문입니다.
고정키 설정을 살펴보면 SHIFT키가 다섯 번 연속으로 눌릴 경우 작동하도록 설정되어 있으며
필터키는 SHIFT 키가 8초동안 눌리면 작동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고정키와 필터키의 '바로 가기 키' 설정을 해제해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왼쪽 SHIFT 키가 게임 등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다, 큼직하게 생긴덕에 별 생각없이 키보드를 눌러대는 아이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이번에 문제가 발생했던 집 역시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컴퓨터를 지켜보고 있는 어린 아이가 둘이나 있었습니다^^;;
키보드가 느리게 입력될 때는 소리와 알림영역을 먼저 확인
어쨌거나, 설정되어 있던 필터키를 해제하고 나자 키보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사실, 일반적인 경우라면 필터키가 설정되어 있을 경우 키를 누를 때 마다 본체의 스피커에서 삑~ 삑~ 하는 소리가 들리고(앞서 올려놓은 동영상에서도 소리가 들립니다) 바탕화면 오른쪽 하단의 알림 영역에는 단색의 아이콘으로 표시됩니다.
다만, 메인보드에 달린 조그만 스피커를 통해 소리를 알려주게 되는데요, 컴퓨터 조립시 스피커를 꽂지 않았거나 사운드 카드의 믹서 설정에서 'PC Beep' 항목을 꺼놓은 경우에는 들리지 않게 됩니다.
이번에 방문했던 곳 역시 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PC Beep 항목이 꺼져 있었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고정키와 필터키, 어린이가 있는 집에서는 미리 꺼두시길
필터키, 고정키 기능은 매우 간단한 옵션이며 손이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유용하지만, SHIFT 키를 통해 가동되도록 기본 설정된 탓에 본의 아니게 사람들을 골탕먹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어린 아기들을 통해 작동되기 쉬운 기능이므로 미리 꺼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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