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USIM)칩을 마이크로 유심(Micro USIM)으로 만드는 방법
길고 긴 2년간의 스마트폰 약정이 끝났습니다.
지난 2년간 사용했던 HTC 센세이션은 출시직후 구매했던 덕에 할부원금이 70만원을 넘는, 귀하신 몸이었기에 정말 왠만하면 좀 더 쓰고 싶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먹통이 되고 심지어 전화 번호를 입력하고 통화버튼을 눌러도 3~4초 정도는 기다려야할 정도로 굼뜨는 상황에 직면하고 보니 도저히 그대로 사용할 수가 없더군요.
HTC 센세이션, 그래도 명색이 듀얼코어 초창기에 출시된 스마트폰이라 나름 빠릿빠릿 했는데,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업그레이드 후 바보가 되어버렸고, 정말 괜한짓 했다 후회를 수십번했지만 원래 버전으로 돌릴 방법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던 제조사, HTC 역시 판매부진으로 국내에서 철수해버린, 그런 비운의 폰입니다.
2012/05/12 - 센세이션 ICS 업데이트, 지금하면 후회합니다!
마침 마눌님의 스마트폰도 약정기간은 진즉에 끝났고, 배터리 수명도 다 된데다 역시나 오래된 폰의 전형적인 느려터짐 증상에 시달리고 있던 터라 마눌님의 폰도 며칠 간격을 두고 바꾸게 되었습니다.
지름신을 영접하고 쇼핑몰을 뒤적거리는 즐거움을 꽤 즐기는 편이지만, 스마트폰 시장만큼은 예외더군요. 별도의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된 스마트폰의 빙하기다 보니 구입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갤럭시 S4가 나온 상황이라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겠다 싶어 알아본 갤럭시 S3 역시, 제가 예상하고 있던 가격과는 거리가 멀더군요.
하지만 007 작전을 방불케하는 작전 끝에, 시중에서 보이는 것보다 꽤 저렴한 가격으로 새 스마트폰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물밑에서는 활발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더군요.
얘기가 다른데로 새버렸는데요 스마트폰 시장의 요지경 007 작전은 다른 포스팅에서 살펴보고, 여기서는 유심 재활용하는 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의 빙하기, 유심값이라도 아끼자
유심(USIM)이란 휴대폰 사용자의 정보가 담긴 손톱만한 칩입니다.
이 칩을 전화기에 끼우면 칩에 담긴 사용자 정보를 기반으로 전화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데, 원래는 사용자 정보가 담긴 유심칩만 바꿔 끼우면 전화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만 도난된 휴대폰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을 막는다는 이유로 통신사에서 별도의 등록 절차를 거쳐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요즘 휴대폰은 대부분 기계마다 유심칩이 담겨있고, 사용자는 기계를 바꾸더라도 기존 유심칩의 사용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지만, 휴대폰 개통 업체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기존 유심을 다시 쓰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저 역시 통신사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기기변경만 하는데도 새 유심(9900원)을 구입해야 한다더군요.
그런데, 개통 업체(휴대폰 가입자 모집 업체와 개통 업체는 대개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에서 가입 확인 전화를 하는 도중 원한다면 기존 유심을 다시 써도 문제 없다는 얘기를 들었고 그렇지 않아도 기기 변경을 하느라 지출이 만만치 않았는데, 9900원이라도 아껴보자 싶어 기존 유심을 재활용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기존에 사용하던 유심칩은 엄지손톱보다 좀 더 큰 미니 유심인 반면, 새 스마트폰, 갤럭시 S3에는 이보다 작은 마이크로 유심칩이 들어갑니다.
크기 비교를 위해 아이패드에 쓰던 마이크로 유심 칩과 함께 올려놨는데요, 차이가 꽤 큽니다.
하지만 미니 유심과 마이크로 유심은 플라스틱 카드 크기의 차이일 뿐입니다.
즉, 미니 유심을 마이크로 유심 크기에 맞춰 자르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죠.
시중에 판매되는 유심 커터기. 펀치와 같은 원리
시중에는 미니 유심을 마이크로 유심에 맞게 잘라주는 유심 커터도 판매되고 있다는데, 딱 하나 자르기 위해 전용 커터를 살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직접 잘라보기로 했습니다.
뭐 실패하면 휴대폰 대리점에 가서 9900원짜리 마이크로 유심을 사면되지...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했는데, 실제 해보니 싱거울 정도로 간단한 작업이었습니다.
마이크로 유심으로 자르기 위한 준비물
미니 유심을 마이크로 유심으로 만드는 과정은 매우 간단합니다.
하지만, 유심 칩의 규격에 맞춰 잘라야하므로 자르는 선을 확실히 파악해야 하는데요, 마이크로 유심의 사이즈를 표시한 아래의 PDF 파일을 받아 1:1 사이즈로 프린트한 후 미니 유심을 붙이고 자르면 간편합니다.
다만 저는 며칠전 마눌님의 스마트폰을 개통하면서 받은 유심 카드에 마이크로 유심을 떼어낸 틀이 있었기에 이것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원래 유심칩을 틀에 대고 샤프를 이용해 선을 그었습니다.
선을 그은 미니 유심칩을 테이프 등을 이용해 단단히 고정하고 칼로 그어 잘라내면 됩니다.
아무래도 틀에다 대고 선을 그었으니 살짝 선의 바깥쪽으로 자르는게 좋겠죠?
이런식으로 칼로 몇번 그어주면 플라스틱 카드가 쉽게 휘어져 수월하게 자를 수 있습니다.
역시 자신이 없다면 조금 크게 자른 후 크기를 맞춰보고 더 잘라내는 방법이 안전합니다.
아이패드에 쓰던 마이크로 유심(왼쪽)과 새로 만든 마이크로 유심입니다. 얼핏 봐서는 정품(?) 마이크로 유심이라고 해도 손색없겠죠?
유심 자르기가 끝났으니 스마트폰에 마이크로 유심을 꽂습니다.
역시 금속 접점을 아래쪽으로 향하게 꽂아야 합니다.
작업 과정은 무척 간단했지만 처음해보는 거라, 혹시라도 유심칩이 없다는 메시지가 뜨면 어쩌나 살짝 고민하며 전원을 넣었습니다.
SK텔레콤의 전화기는 유심칩을 꽂은 후 유심 다운 로드 과정을 거쳐야 한다던데 이건 아무런 얘기도 없는 상태입니다. 흠...뭔가 잘못됐나? 싶네요. 1
어라? 전화를 걸어보니 걸리고 받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군요.
재활용하는 유심은 새 정보를 다운로드할 필요가 없이 기존 유심에 담겨 있던 정보를 그대로 사용하네요.
살짝 긴장했었는데, 무척 싱겁게 끝났습니다.
ICS 업그레이드는 문제 없었다던 HTC 센세이션에 잔뜩 쌓인 버그리포트 파일
기존에 쓰던 유심을 마이크로 유심으로 잘라내는 과정을 가볍게 성공한 후, HTC 센세이션에 끼워두었던 16GB 마이크로 SD카드를 새 휴대폰으로 옮기고, 쓰지 않는 파일을 지우다보니 bugrepores라는 폴더에 수MB~수십MB짜리 텍스트 파일 형식의 버그 리포트 파일들이 주르륵 저장되어 있었습니다.
파일 날짜를 확인해보니 HTC 센세이션의 아이스크림샌드위치 업그레이드를 한 직후인 2012년 5월부터 며칠전까지 였습니다.
자신들의 아이스크림샌드위치 업그레이드는 기능상 별다른 문제가 없다던 HTC 담당자,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홈화면이 꺼져버리던 HTC 센세이션은 그런 증상을 버그라고 인지하고 있었던지, 800MB에 육박하는 공간에 150개 가까운 버그리포트 파일을 저장하고 있었네요.
차곡차곡 쌓인 버그 리포트 파일들을 보니 새삼 분노가 솟아오르더군요.
남들이 잘 안찾는 제품이지만 가격대 성능비가 좋다고 판단되어 소신있게 선택한 HTC 센세이션, 왠만하면 그냥 남들이 많이 쓰는 제품을 선택하는게 낫다는 훌륭한 교훈을 남겨주었습니다.
어차피 말썽을 일으키기는 마찬가지지만 HTC와 같이 갑자기 떠나버려 하소연할데조차 없는 것은 더 큰 문제인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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