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발왕산 케이블카
주 중 1박2일 일정으로 장인, 장모님과 함께 강원도 평창으로 여행을 다녀 왔습니다.
첫 날 일정은 평창에 도착해 한우를 배불리(!) 먹고 숙소에서 편히 쉬었고 둘째 날은 마눌님이 정해 놓은 코스대로 부지런히 다니다가 마지막 코스로 잡아 놓은 발왕산 케이블카를 탔습니다.
여행 내내 비가 꾸준히 내렸고, 아침이 되어 비가 살짝 잦아들었지만 비가 그친 것은 아니라서 이런 날씨에 굳이 케이블카를 타러 갈 필요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적당히 비가 내는 날씨에 고도가 높아지면서 안개가 더 짙어지고 빗줄기도 굵어졌지만 그런 분위기 마저 시원하고 상쾌한, 매우 즐거운 일정이었습니다.
발왕산 관광케이블카 매표소는 쇼핑몰 아케이드 느낌의 드래곤플라자 건물 내부로 들어와 2층으로 올라가면 있는데, 평일 비오는 날씨라 그런지 표 사는 사람들은 적은 편이었습니다.
발왕산 케이블카 요금은 성인 1인 왕복에 2만원으로 저희는 4명이 갔으니 8만원입니다.
솔직히 이때까지만 해도 이 요금을 내고 굳이 케이블카를 타야하나, 싶은 생각을 '속으로' 했습니다.
그나마 경로/장애/국가유공자는 본인 25% 할인, KB/BC/신한 카드 결제시 4인 25% 할인 등이 적용되는 것은 다행입니다.
중복 할인은 적용이 안되며 8만원 중 2만원 할인 받아 성인 4명 왕복 케이블카 비용으로 6만원을 결제했습니다.
이외에도 콘도/골프 회원이나 투숙객, 평창주민 등의 할인이 있는데, 자세한 것은 발왕산 관광케이블카 안내(033-330-7423)로 문의해 보면 되겠습니다.
발왕산 케이블카 표를 끊고 건물 안쪽을 걸어가다보면, 케이블카의 길이를 비롯한 사양이 나옵니다.
편도 3710m 거리를 20분, 왕복에 40분 걸립니다.
입장권을 제시한 뒤 한 사람씩 체크 후 입장하는데, 왕복 입장권은 돌아올 때 다시 써야하니 잘 보관해야 합니다.
케이블카는 4명이 함께 타기에 적당한 크기로 위쪽과 옆쪽의 창문을 열 수 있고 선풍기도 달려 있습니다.
보슬비가 내리는 날이다보니, 케이블카 유리에 물방울이 잔뜩 맺혀 있었는데, 출발지점의 알록달록한 풍경을 보니 맑은 날은 더 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케이블카를 타고가는 20분 동안 경사가 꽤 가파른 지점이 군데군데 나오며, 계속 지나가다보면 케이블카 기둥에 해발 1000m, 1100m와 같은 고도 표시가 보입니다.
고도가 높아질 수록 안개가 짙어져 바로 앞 케이블카도 시야에서 사라질 정도였는데, 케이블카 주변으로 펼쳐지는 울창한 숲을 마음껏 볼 수 없어 아쉽긴 하지만, 안개 속을 헤치고 가는 분위기도 꽤 신비스러웠습니다.
사진에 기록된 시간을 보니 정확히 20분 걸려 발왕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발왕산 꼭대기에 도착해 밖으로 나와보니 새로운 전망대 시설을 짓는 중이라 주변 분위기가 매우 어수선했습니다.
뭐, 공사중이라는 사실은 표를 끊기 전 안내를 받은터라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고
제법 쌀쌀한 날씨에 비가 흩뿌리는 날씨지만 발왕산의 유래와 위치 등의 설명도 꼼꼼히 읽어봤습니다.
1975년 한국 최초의 스키장 용평리조트가 시작된 곳이라는 설명 등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봤는데, 해발 1458미터 숫자의 합(1+4+5+8)이 18, 숫자 8이 포함되어 재복을 불러온다는 설명은 매우 생뚱맞게 느껴지는군요.
안개와 자잘한 빗방울이 사방을 가득 채운 분위기는, 모처럼 산에 올라온 관광객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날씨지만 높은 산 정상이다 보니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발왕수 가든으로 향하는 데크길도 흩뿌리는 비를 잔뜩 머금은 짙은 안개가 끼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여년 전 뉴질랜드 배낭 여행에서 빙하체험을 할 때의 날씨와 흡사하게 느껴졌고, 예전 배낭 여행 기분을 느끼며 우산도 쓰지 않고 쓱쓱 걸었습니다.
좋지 않은 날씨에 비하면 그래도 데크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는데, 모두들 밝은 표정으로 힐링하며 걷는 느낌입니다.
장모님께서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짙은 안개를 헤치며 데크길을 걸어내려갔고
10여분 남짓 완만한 데크길을 걸어가자 발왕수 가든이라는 표지판이 보였고
산꼭대기의 발왕수 가든이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4군데 약수물이 떨어지는 공간이네요.
재물, 장수, 지혜, 사랑의 네 군데에서 물이 떨어지는데, 사진에는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쌀쌀한 날씨 덕분에 물줄이에서 김이 솔솔 솟아올라오는 게, 제법 신비스러운 분위기입니다.
사실 산속의 '약수'는 땀을 씻어내는 용도로만 사용하고 잘 마시지 않는데, 발왕산의 데크길 산책을 하는 동안 기분이 매우 상쾌(!)하고 유쾌해져서 재물 한 컵을 받아 시원하게 마셨습니다ㅎㅎ
그렇게 짙은 안개와 흩뿌리는 빗속을 뚫고 20여 분 남짓 데크길 산책을 다녀온 뒤, 다시 안으로 들어와 따뜻한 커피와 핫초코를 마시며 몸을 녹였습니다.
마눌님과 장모님은 오늘 처럼 짙은 안개가 낀 날씨도 흔치 않은 경험이라며 즐거워 하면서, 꽃과 단풍이 펼쳐질 봄가을의 풍경도 근사할 것 같다며 다시 오자고 다짐하는군요ㅎㅎ
저 역시 다소 부담스러운 케이블카 요금과 흐린 날씨로 인해 출발할 때는 별 감흥없이 출발했지만, 뜻밖의 상쾌한 기분을 만끽하고 돌아왔습니다.
친가 부모님이 계신 주문진과 50km 남짓 떨어진 곳이니, 저희 부모님과도 함께 와봐야겠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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