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무선 이어폰, 디어이어 오벌
개인적으로 대중교통을 거의 이용하지 않다보니 블루투스 이어폰은 음악 감상용보다 스마트폰 핸즈프리 역할로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았고, 운전 중에 양쪽 귀에 모두 이어폰을 꽂을 수는 없기에, 한 쪽 귀에만 꽂고 다른쪽은 어깨쪽에 걸친 채 사용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블루투스 이어폰을 한 쪽으로만 꽂고 사용하려니 목과 어깨에 걸어 놓은 쪽이 자꾸 내려가 불편하기도 했는데, 최근 두 이어버드마저 무선으로 연결되는 형태의 블루투스 이어폰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디어이어(Dearear)라는 업체에서 만든 OVAL 이어폰은 선이 완전히 사라진 무선이어폰으로, 최근 리뷰를 의뢰 받아 사용해 봤습니다.
먼저 큼직하고 두꺼운 박스 형태의 디어이어 오벌 이어폰의 패키지 사진을 통해 계란형(OVAL) 이어폰의 특징을 잘 알 수 있습니다.
패키지 뒷면에는 디어이어 오벌 이어폰의 특징이 요약되어 있습니다.
IPX4 수준(물이 튀는 정도)의 방수, 충전케이스와 사용시 12시간 사용, 핸즈프리 기능, 1쌍의 메모리폼 팁과 5쌍의 실리콘 팁이 들어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패키지 뚜껑을 열자 오벌 이어폰 한 쌍, 충전케이스, 그리고 이어팁과 USB 케이블, 매뉴얼이 든 종이상자가 보입니다.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
먼저 OVAL(계란형) 이라는 이름답게 동글동글한 모양, 무광 플라스틱에 금색으로 투톤 처리된 버튼부 등 전체적인 디자인은 고급스럽습니다.
충전케이스 역시 오벌 이어폰과 짝을 이루는 투톤 색상으로 똑똑 단추가 달린 가죽 끈이 꽤 깔끔하고 실용적입니다.
'충전케이스'는 오벌 이어폰의 단순한 충전 거치대, 혹은 보관용 케이스 역할 뿐 아니라 케이스 내부에 충전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어 자체 충전을 지원합니다.
즉 충전된 케이스에 이어폰을 얹는 것만으로 다시 충전되는 방식인데, 외부에서 배터리가 모두 소모되더라도 충전케이스에 다시 넣어두면 충전이 되니 무척 편리합니다.
충전케이스에 이어폰을 살짝 올려 놓으면 내장된 자석에 끌려 찰싹 거치되는 형태입니다.
케이스 외부의 가죽 마감, 자석으로 붙는 느낌, 이어폰을 올리면 케이스에 파란 불이 깜빡이고, 이어폰에는 흰색 불이 점등되는 등 전체적으로 고급스럽습니다.
디어이어 오벌 이어폰에 포함된 이어팁은 총 6쌍으로, 이어폰에 기본 장착된 이어팁까지 5쌍의 실리콘 이어팁, 그리고 1쌍의 메모리폼 이어팁이 들어 있습니다.
이어팁의 크기와 촉감에 꽤 민감한터라 6종류의 이어팁을 모두 사용해 봤는데 개인적으로는 메모리폼 이어팁이 착용감도 편했고, 중저음을 잘 살려주어 마음에 들었습니다.
매뉴얼은 영문, 한글, 일본어 버전이 포함되어 있으며, 한글 번역 수준도 한 두 곳을 제외하면 꽤 깔끔한 편입니다.
디어이어 오벌의 조작과 페어링, 착용감
디어이어 오벌은 양쪽에 각각 달린 MFB라는 이름의 버튼으로 조작합니다.
MFB(Multi Function Button)는 버튼을 한 번, 혹은 길게 누르는 것 같이 한 가지 버튼으로 여러 동작을 실행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 양쪽 버튼을 2초간 누르면 전원이 켜지고, 4초간 누르면 전원이 꺼지며, 전화가 걸려오면 버튼을 한 번 눌러 전화를 받거나 종료하며, 버튼을 눌러 음악을 재생, 정지하는 식입니다.
디어이어 오벌의 버튼은 전원 조작, 전화 걸고 받기, 음악 재생 정지, 다음 곡으로 넘어가기 등 다양한 조작이 가능하지만, 이어폰의 볼륨 조절 기능은 없으니 연결된 기기에서 볼륨을 조절해야 합니다.
디어이어 오벌의 전원을 켜면 각각의 이어폰에서 Power On, Right Channel, Left Channel, Pairing, Connected와 같이 상태를 알려주는 음성이 들려옵니다.
두 개의 무선 이어폰은 자동으로 페어링되며, 이후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페어링을 통해 간단히 연결됩니다.
블루투스 페어링은 별도의 코드 입력과 같은 번거로움없이 빠르게 진행됩니다.
다만 2개의 무선 이어폰이 페어링되는 방식 때문인지 복수의 스마트기기와 페어링(멀티 페어링)은 불가능합니다.
만일 복수의 스마트기기와 사용하려면 현재 연결된 기기의 블루투스를 끄고 다른 기기와 블루투스 연결을 진행하고, 이후에도 현재 연결된 장치의 블루투스를 끄고 다른 기기의 블루투스를 켜서 연결하는 식으로 사용하면 됩니다.
디어이어 오벌의 착용감은 선이 없는 덕분에 안정감 있으며, 특히 메모리폼팁을 이용했을 때 편안했습니다.
다만 이어폰을 손에 놓고 볼 때보다 착용했을 때 부피감이 크고 눈에 잘 띄는 편이라 시선이 살짝 부담스럽긴 하지만 깔끔한 디자인 때문에 세련된 느낌입니다.
메모리폼팁을 이용하면 외부의 소음과 완전히 차단된 느낌이 되는데, 음악을 듣다가 외부의 소리를 들어야 할 상황에는 왼쪽 이어폰 버튼을 두 번 눌러 Ambience Aware(오디오 투명도)모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투명도 모드로 주변 소음을 허용, 혹은 차단해 들을 수 있으니 주변 소리 확인을 위해 이어폰을 일일이 뺄 필요가 없어 편리합니다.
기기에 따라 들리는 화이트 노이즈
디어이어 오벌 이어폰은 저음역과 고음역이 적절하게 강조되어 있으며 공간감도 좋은 편입니다.
기타의 울림이나 베이스의 타격감이 잘 느껴지는데, 상대적으로 보컬은 살짝 무딘감이 있습니다.
이어폰의 음량도 꽤 큰 편이라 저는 스마트폰의 볼륨을 30~50% 정도로 듣는게 적당했습니다.
디어이어 이어폰의 디자인이나 착용감, 음색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으나, 두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오른쪽 이어폰의 간헐적 끊김입니다.
음악 감상 중 1~2시간 간격, 5~10초 정도 오른쪽 이어폰이 무음상태가 되었다가 다시 소리가 돌아오는 증상으로, 무선으로 연결된 오른쪽 이어폰이 신호를 놓쳤다가 다시 잡는 것 처럼 느껴집니다.
두 번째는 좀 더 심각한 문제인데, 제 샤오미 Mi5S 스마트폰에 담긴 MP3 파일을 재생하며 듣다보니 지글지글 끓는 화이트 노이즈가 지속적으로 깔려 있습니다.
음악의 기타 전주와 같이 조용한 부분에서 노이즈가 확연하게 느껴졌는데, 볼륨을 0에서 한 단계 높인 정도로 음량을 줄여보면 지글거리는 노이즈가 쉽게 확인됐습니다.
처음에는 스마트폰에 저장된 MP3 파일의 오염이나 샤오미 Mi5S의 기기 문제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LG G Flex나 G2 등 다른 스마트폰에 연결해 여러 음원을 들어봐도 같은 노이즈가 지속적으로 들렸습니다.
제게 제공된 이어폰만의 문제일까 싶어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스마트 기기와 연결해 보니, 삼성 갤럭시S8이나 아이폰6S에서는 노이즈가 들리지 않았고 급기야 책상 서랍에서 잠자고 있던 1세대 아이패드(ㅡㅡㅋ)와 연결해 봐도 노이즈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오른쪽 이어폰의 음이 잠시 끊기는 문제는 그야말로 잠깐 무음 상태가 되었다가 별도의 조작없이 기다리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니 다행이라면, 기기에 따라 노이즈가 깔리는 문제는 좀 심각해 보입니다.
일부 기기들에서만 이런 노이즈가 발생하는 것이니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펌웨어 업데이트 등을 통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리뷰를 의뢰한 디어이어 본사 홈페이지를 통해 질문을 했지만 아쉽게도, 시간이 많이 지난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제가 제품을 수령한 것과 비슷한 시기에 여러 곳에 제품 리뷰가 올라왔는데 극소수의 리뷰에서만 간헐적인 끊김을 언급했을 뿐, 지글거리는 노이즈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봐서 제가 받은 제품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싶은데, 어쨌든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추가 확인은 어려운 상태입니다.
저는 샤오미 Mi5S 스마트폰만 휴대하고 다니는터라, 디어이어 오벌 이어폰으로 음악 감상은 포기하고 단지 운전 중 한쪽 귀에만 꽂는 블루투스 핸즈프리로 용도로만 만족하며 사용중입니다.
디어이어 오벌 이어폰은 선이 완전히 제거된 무선 이어폰으로 디자인과 착용감, 휴대용 케이스에 충전 배터리를 내장하는 등 기능과 디자인 완성도는 꽤 높았지만 음악 감상용으로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제조사에서는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여 부디 문제점이 해결된 제품을 출시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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