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만에 영월로 떠난 캠핑
한창 때는 한 달에 3~4번씩 나가던 캠핑이었는데, 지난 해 가을을 마지막으로 캠핑을 전혀 나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바빠진 스케줄과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생겨 캠핑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요, 여름 휴가철이 다 되어서야 짬이 나서 캠핑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사실 꽤 정신없었던 몇 달을 보내고 난 뒤라, 캠핑보다는 준비물 없이 다녀오는 여행을 다녀오려고 했는데 휴가 며칠 전 캠핑을 다녀오기로 방향을 잡았고, 그때부터 마눌님은 여기저기 캠핑장을 알아보았습니다.
오랫만의 캠핑인 만큼, 전국 곳곳의 캠핑장을 꼼꼼히 물색한 끝에 강원도 영월의 사랑나무 캠핑장을 다녀왔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저는 캠핑장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이 올란도에 캠핑짐을 싣고,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대로 달려 왔고 들어선 캠핑장 내부는 키 큰 침엽수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는, 강원도 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경이었습니다.
집에 쌓아 두었던 캠핑짐들을 챙겨오면서, 이것저것 빠지지 않았을까 살짝 걱정했는데, 다행히 팩망치 하나만 빼 먹는 정도로 선방(?)했고 매점 겸 관리실에서 팩망치를 빌려와 텐트와 타프를 쳤습니다.
이젠 팩망치를 빼먹어도 아무일 없다는 듯 능청스럽게 팩망치를 빌려온다는 마눌님의 우스개 소리를 뒤로하고 텐트와 타프를 후다닥 쳤습니다.
텐트와 타프를 워낙 오랫만에 치느라 감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역시 다행스럽게도 몸은 텐트와 타프 치는 법을 기억하고 있더군요ㅎㅎ
저희가 도착했을 때는 아직 군데군데 텐트가 쳐 있는 한산한 상황이라 여러 곳을 둘러본 뒤 29번 사이트를 선택했는데,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솔숲에 5*8m의 사이트가 꽤 넉넉하게 느껴졌습니다.
사랑나무캠핑장의 각 사이트별 크기나 배치도는 사랑나무캠핑장 까페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후 다섯시 남짓하여 도착했고, 일단 고기를 구워 배를 채웠습니다.
요즘들어 가끔 사서 구워먹곤 하는 스테이크용 고기를 가져왔더니, 캠핑용 불판에 굽기에는 너무 두꺼워 보여 불판과 (반)직화 구이를 반복해서 익혔습니다.
고기를 굽는 동안 날은 어둑어둑해졌고, 미디움으로 구워 썰은 스테이크 고기와 된장찌게로 이른 저녁을 먹었습니다.
해가 지고 건너편 산너머 떠오른 달이 유난히 밝더군요.
밝은 달을 보고서야 날짜를 확인하니 보름, 휘영청 밝은 달을 구경하며 마눌님과 맥주를 기울였습니다.
넓고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사랑나무 캠핑장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 아침에 마눌님이 내놓은 재료는 만두국입니다.
제가 특히 만두를 좋아해서 냉동실에 만두 떨어질 날이 없는데, 만두국은 캠핑장에서나 맛볼 수 있는 별미...라기 보다는 뚝딱 끓여 먹을 수 있는 간편함이 미덕입니다.
캠핑 초기에는 매끼니마다 뭘 해먹을지 메뉴를 정하고 재료를 꼼꼼하게 준비해 왔지만, 이제는 냉장고에 있던 식재료 위주로 챙겨 나오다보니 간편하기 이를데 없는 상차림입니다ㅎㅎ
두 그릇 남짓한 만두국을 뚝딱 비우고, 드립 커피 한 잔을 우아하게 마신 뒤 좀 더 본격적으로 누워 희희낙낙 쉬고 싶었지만, 마눌님의 성화에 못이겨 물가로 나왔습니다.
사랑나무 캠핑장 옆을 끼고 흐르는 내리계곡은 맑고 시원한 물이 넓게 흐르는 멋진 계곡입니다.
깊은 곳이 어른 허리 정도 오는 정도라 튜브나 고무보트를 이용한 물놀이하기에 정말 멋진 곳입니다.
튜브까지 준비해서 물놀이를 즐겼던 마눌님과 달리, 저는 그냥 의자 하나 가져다가 발담그고 물놀이를 구경하면서 맥주만 마셨습니다.
실은 시원한 타프그늘 아래 널부러져 있는게 더 좋은데, 억지로 끌여와(?) 강제 족욕을 한 셈이라고 할까요ㅎㅎ
나는 발담그고 맥주나 마시련다!
몇 번쯤 물에 들어올 것을 강요하던 마눌님은 제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곧 포기하고 혼자 첨벙거리며 물놀이를 즐겼습니다.
발만 담고그 있다가 계곡 한쪽에서 송사리 떼를 발견했는데요, 투명하고 얕은 물에서 물살을 거슬러 헤엄치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어 동영상으로 찍어봤습니다.
동영상 중반부에 물살이 퍼지는 모습과 물소리에서 꽤 세찬 바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 시간 남짓 물놀이를 즐긴 후 돌아오면서 봤더니, 한낮의 땡볕이 내리쬐는 날씨였지만 나무 그늘 덕분에 캠핑 사이트쪽은 반그늘과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키만 훌쩍 큰 침엽수들이라 햇볕을 얼마나 가려줄까 싶었는데, 저희가 자리잡은 솔숲사이트 쪽은 상당수의 사이트가 이런 반그늘이었습니다.
참고로 사랑나무 캠핑장은 별빛, 솔숲, 사랑나무 사이트로 구성됩니다.
사랑나무 사이트는 몰놀이장 가는 길이 가까운 대신 그늘이 좀 적은 듯 보였고, 솔숲 사이트는 그늘이 좋은 대신 물놀이를 하려면 사랑나무 사이트까지 걸어가야 합니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은 사랑나무 사이트를 선호하는 반면, 저희는 상대적으로 공간이 여유있는 솔숲 사이트가 더 나아보이더군요.
저희는 상대적으로 한적한 시기에 찾은터라 어디를 가도 여유가 있는 편이었는데, 자리가 꽉 찬 상황이라면 상대적으로 사랑나무 사이트, 혹은 솔숲 사이트의 20~23번 정도가 가장 좋을 듯 싶었습니다.
둘째 날 저녁은 역시 집에서 챙겨 온 코다리 냉면을 후루룩 흡입했습니다.
낮에 물놀이가 좀 고됐는지(?) 맥주를 마시가다 깜빡 잠이들었는데요, 사랑나무 캠핑장은 반팔을 입고 있으면 살짝 한기가 느껴질 정도라 마눌님이 이불을 덮어주었네요.
폭염, 열대야가 무색하게 이불이 필요했던 저녁
사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낮에도 숲이 만든 그늘과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3박4일 동안 덥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습니다.
아침에만 낮게 비추는 햇볕이 텐트로 들이치지만 낮이 되면 솔숲이 햇볕을 막아주니 더운 줄 모르겠고, 오히려 바람이 불면 서늘함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스마트폰으로 틀어 놓은 인터넷 라디오에서 전국이 폭염주의보에 열대야라는 얘기가 계속 들려오는데, 말 그대로 남의 나라 얘기더군요.
해발 600m 남짓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데다 계곡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까지 더해져 천혜의 피서지가 된 듯 싶습니다.
깔끔하게 관리되는 시원한 캠핑장
사랑나무 캠핑장의 바닥에는 파쇄석이 깔려 있으며, 파쇄석 아래는 흙바닥이라 팩 고정은 무척 수월한 편입니다.
다만 내리계곡쪽에서 꽤 세찬 바람이 불어오는터라 타프를 칠 때는 팩 고정에 신경을 써야합니다.
저는 늘 사용하던 30cm, 20cm짜리 팩을 이용해 단단하게 고정했지만 아침 저녁,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이 살짝 불안해 작은 팩 위에는 돌을 얹어두었는데요, 옆 사이트에서는 바람에 타프가 날아가 작은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사랑나무 캠핑장의 시설은 작지만 무척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개수대에는 주방 세제, 수세미 등이 구비되어 있고, 탈수기도 따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작지만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화장실의 경우 아르바이트생이 수시로 드나들면서 청소를 하여 3박4일 동안 이용하면서 휴지통에 휴지가 있는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나무에 해먹을 못 걸게 하는 대신 해먹 거치대를 무료로 빌려주고 있었습니다.
마눌님은 자잘한 편의 시설의 무료 대여, 특히 해먹 거치대를 무료로 대여해 주는데 깊은 인상을 받은 듯 싶었습니다.
해먹 거치대까지 준비하며 나무를 보호하는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게 배전반은 나무에 그대로 고정해 둔 모습은 좀 아쉬워 보였습니다.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게 3박4일이 후다닥 지나가 버렸고, 내리계곡을 흐르는 물 소리에 일찍 잠을 깬 뒤 아침을 먹고 인증샷을 남겼습니다.
2016년 7월18일~21일, 영월 사랑나무 캠핑장
아침을 먹은 뒤, 설치했던 텐트와 타프를 모두 걷었는데, 마눌님은 시원한 계곡물을 두고 가는게 못내 아쉬웠는지, 발이라도 한 번 더 담그겠다며 또 계곡으로 내려갑니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있다보니 어느새 점심 시간이 훌쩍 지나 라면을 끓여 먹었습니다.
라면을 먹던 마눌님께서는 하루 더 있다 가는 것은 어떠냐 물었는데요, 라디오에서 며칠째 들려 오는 무더위 얘기와는 너무나 다른 이 곳의 분위기에 저도 어느새 이끌렸습니다.
자꾸 부비적거리게 만드는 경치
하루 더 머물다가 내일 새벽같이 출발할까? 싶은 생각을 잠시 했다가 텐트와 타프를 모두 걷고 짐을 차에 실어 놓았다는 사실에 퍼뜩 정신을 차렸습니다ㅎㅎ
제 블로그의 캠핑장들은 모두 마눌님이 고른 것이다보니 특히 마눌님은 캠핑장마다 조금씩 다른 평가를 내리곤 하는데요, 이번 사랑나무캠핑장에 대해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시원한 그늘에 근사한 계곡이 함께 있고, 깨끗하게 관리되는 시설에 이용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까지, 여름 캠핑장이 갖추어야 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곳이라며 꼭 다시 찾겠다고 다짐을 하더군요.
어지간한 캠핑장들이 다 그렇지, 라며 심드렁하게 대답을 하긴했지만 그야말로 제대로된 피서를 즐기고 온 터라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찾아야지 싶네요.
워낙 인기가 많은 캠핑장이라 원하는 시기에 예약하는게 하늘의 별따기라는 사실을 뒤늦게 들은 것이 함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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