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오랫만의 가벼운 외식
가끔 마눌님, 또는 본가 처가 부모님들과 즐겼던 외식은 코로나 이후 횟수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렇게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외식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줄었는데 며칠 전 마눌님과 지방을 다녀올 일이 생겼고, 점심시간 즈음에 출발하는터라 집에서 가까운 유량동에서 밥을 먹고 가기로 했습니다.
유량동은 천안 지역에서 분위기 좋은 식당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라 나름 자주 찾던 곳이었는데, 코로나 이후 거의 1년만에 찾게 되었습니다.
마눌님께서는 친한 지인이 추천한 보리밥집이라며 벽오동이란 곳을 가자했고, 오랫만에 찾은 유량동 거리는 파란 하늘에 조금 따가와진 햇볕이 초여름 느낌이었습니다.
네비 안내에 따라 도착한 벽오동은 좁은 유량동 도로를 따라가다가 길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보이는 곳에 자리잡고 있었고, 큼직한 사각형 건물은 전형적인 신축 식당 느낌입니다.
사실 유량동 길가쪽에 오래된 맛집들이 많지만, 주차 사정이 매우 안좋은 곳들도 많은데 길 안쪽으로 들어간 식당들은 대부분 넓은 주차장을 갖추고 있어 매우 편안합니다.
식당 안쪽으로 들어가니 40석 정도의 테이블이 배치된 실내는 매우 넓고 깨끗했습니다.
평일이지만 점심시간이라 생각보다 손님들이 제법 많았고, 식당 입구에서 체온 측정과 QR 코드 등록을 하고, 테이블도 띄워 배치하고 있었습니다.
벽오동의 주 메뉴는 보리밥으로, 1인당 12000원의 보리밥 정식과 쌀밥 정식이 있습니다.
불고기나 홍어 무침 등은 별도로 시킬 수도 있는데, 저희는 보리밥 정식 2인분을 시켰습니다.
정갈하고 깔끔한 보리밥 한상
보리밥 정식을 시킨지 5분 남짓 지나 반찬들이 담긴 사기접시들이 밥상을 가득 채웠습니다.
저는 단순히 반찬 가짓수가 제법 많다고만 생각했는데, 마눌님께서는 요즘 사기접시에 반찬을 담아주는 곳이 흔치 않다며 첫 인상부터 좋은 느낌이라고 합니다.
반찬은 호박전, 도토리묵, 양념게장, 삼치구이, 계란찜을 비롯해
불고기와 배추 된장국, 돼지고기 수육, 젓갈이 보이는데, 제법(?) 푸짐한 수육에 비해 젓갈이나 불고기 양은 상대적으로 매우 적어 보입니다.
얼핏 양이 적은 반찬들이 눈에 띄어 리필이 되는 지 물어보니, 불고기를 제외한 나머지 반찬들은 한 번씩 리필이 제공된다고 합니다.
이외에 보리밥 위에 얹어먹는 나물류와 홍어무침, 참나물 등등, 참 다양한 한상이 차려졌습니다.
사실 저는 오른쪽의 홍어무침을 꽤 집어 먹었는데 공교롭게 홍어는 쏙 빼고 무우 무침만 집어 먹었고, 아삭하고 새콤한 무우무침 맛이 꽤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한 조각을 먹은 마눌님의 '홍어무침도 맛있다'는 얘기에 이것이 무우 무침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ㅎㅎ
일단 보리밥에 나물을 얹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뿌린 뒤 쓱쓱 비볐습니다.
작은 바구니에는 거의 30cm 쯤 되보이는 큼직한 열무잎이 줄기를 떼지 않은 상태로 나왔고, 그 아래 고추와 상추가 함께 나옵니다.
개인적으로는 고기류에 딸려나오는 쌈에 거의 손을 대지 않는 쪽인데, 흔치않은 열무잎이라 보리밥과 보쌈을 얹어 한 입에 크게 크게 먹었습니다.
열무잎은 상추와 달리, 특유의 향과 맛은 적은 대신 줄기에 물이 많아 시원하게 씹히는 식감이 좋았고, 보리밥을 먹는 내내 열무잎에 싸서 먹었습니다.
그렇게 보리밥과 수육을 비롯한 각종 반찬들을 열무잎에 싸서 먹다보니 어느새 바닥이 드러났고, 나머지도 참나물과 계란찜 등과 함께 맛있게 먹었습니다.
보리밥을 오랫만에 먹다보니 감이 떨어졌는지(?) 고추장을 좀 많이 넣었다 싶었는데, 계란찜을 비롯한 다른 반찬들의 간이 세지 않았기에 오히려 잘 어울렸습니다.
함께 나온 거의 모든 반찬들은 맛있게, 제 입에 잘 맞았는데 살짝 식어 나온 배추 된장국은 비린 향이 좀 느껴져 손이 잘 안갔던 유일한 반찬이었습니다.
그렇게 다양하게 차려진 거의 모든 반찬들을 싹싹 비우면서, 오랫만에 만족스러운 외식을 즐겼습니다.
처음에 반찬의 양이 적지 않을까, 리필이 되는지 물어봤는데 저희 둘에게는 딱 알맞을 정도의 양이었고 리필하지 않고 깔끔하게 한 번에 비울 정도의 양이었습니다.
계산을 하러 나오면서 원산지 표시판을 살펴보니, 꽃게는 바레인산으로 적혀 있는게 유독 눈에 띕니다.
요즘은 해외에서 수입해오는 식재료들이 많아 어지간한 원산지는 눈에 익었지만, 요즘 꽃게는 바레인에서도 가져오는구나, 또 한 가지 배웠습니다ㅎㅎ
그렇게 오랫만에 들렀던 유량동에서 깔끔하고 푸짐한 보리밥 정식으로 맛있는 점심을 먹고 목적지로 출발했습니다.
조만간 천안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갈 예정이라 어쩌면 유량동의 식사는 마지막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드는데,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길 수 있어 다행입니다ㅎㅎ
아, 최근 반찬/국물 재활용 등으로 유명 음식점들이 화제가 되었고, 벽오동 역시 반찬의 가짓수가 꽤 많은터라 살짝 염려가 되기도 했는데 다른 테이블의 잔반을 한 그릇에 모아 치우는 것을 보고 적잖이 안심이 되었습니다.
직접 돈 내고 사먹은 뒤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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