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을 사용한 자작 커피로스터
2011년부터 홈로스팅을 해왔고, 나름 재미를 붙이면서 로스터 역시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사용중인 로스터는 3번째 만든(개조한) 로스터라는 뜻으로 킴스로스터 3호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2013년에 만들었으니 벌써 5년 넘게 사용중이네요.
2013/03/01 - 자작 커피로스터, 킴스로스터 3호! 가내 수공업 제작기
사실 커피 홈로스팅을 처음 시작하게 계기가 단지 '재미있어 보인다'는 것이었던터라, 한달에 한 두번씩 7년씩이나 로스팅을 계속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지난 블로그 포스팅들을 보니 무던히 오래하기도 했고 시간이 참 빨리 흘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얼기설기 가내수공업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자작 로스터지만 꾸준히 하다보니 머리속에 나름의 프로파일도 갖추고, 원하는 맛도 조절해가며 능숙하게 로스팅하고 있습니다.
홀린 듯 구매한 알리표 커피로스터
그리고 약 2주 전, 올란도에 필요한 부품을 구입하러 알리익스프레스에 들렀다가 우연히 커피로스터들을 구경하게 되었습니다.
딱히 큰 문제없이 잘 돌아가는 킴스로스터 3호가 있으면서도, 저렴한 가격에 만듦새가 꽤 깔끔해 보이는 가정용 커피로스터들이 꽤 많이 보이더군요.
제가 킴스로스터를 만들 당시에 이런 제품들이 눈에 띄었더라면 만들지 않고 구매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고 무언가에 홀린 듯 커피로스터 한 대를 주문했습니다.
제품 가격은 54달러, 무게와 부피때문인지 배송비가 23달러였지만 제품이 꽤 괜찮아 보였기에 배송비에 연연하지 않고 주문했습니다.
그렇게 주문한지 열흘 남짓 걸려 커피로스터가 도착했습니다.
골판지 박스안에 완충재를 넣은 포장이, 꽤 신경쓴 듯한 느낌입니다.
제가 주문한 알리표 커피로스터의 내용물입니다.
스테인레스 재질의 드럼과 모터, 받침대와 스테인레스 쟁반 등이 들어 있습니다.
간단한 조립이 필요한 로스터
0.7t 남짓 되는 스테인레스 드럼은 생각보다 꽤 탄탄하고 마무리가 깔끔했습니다.
안쪽을 들여다보니 용접처리되어 있는 교반 날개가 하나 달려 있었습니다.
제가 사용했던 스테인레스 다시통은 몸통 전체가 타공처리되어 있는 반면, 이번에는 양쪽에만 타공처리가 되어 있는 형태로 구입했습니다.
생각보다 꽤 크고 묵직한 모터는 220V 50Hz, 14와트 제품입니다.
50Hz 모터라...음...
알리 판매자의 설명에서는 모터 회전수가 25rpm(1분에 25회전)이라고 했는데, 모터 커버를 열어보니 30rpm짜리네요.
만족스럽게 사용 중인 자작 로스터의 모터가 10rpm인 것에 비해 꽤 빠르게 회전하는 셈인데, 일단 조립해서 사용해보기로 합니다.
알리표 커피로스터 세척과 조립
스테인레스 제품을 구입하면 가장 먼저 하는 작업이 안팎의 연마제를 닦아내는 일입니다.
키친타올에 식용유를 조금 묻혀 닦자 까만 연마제가 묻어나옵니다.
국내 유명 업체 상표를 단 냄비나 식기에서도 이보다 훨씬 시커멓게 묻어 나오는 경험을 몇 번 한터라, 중국에서 바로 넘어온 제품 치고는 연마제가 적다 싶기도 합니다.
어쨌든 먹을 것과 직접 닿을 것이니 만큼 식용유 묻힌 키친타올로 닦고, 주방세제 묻힌 수세미로 문질러 닦는 과정을 3번 정도 꼼꼼히 반복하자 더 이상 연마제가 묻어나오질 않는군요.
아울러 스테인레스 드럼 내부를 닦을 때 손을 다치지 않을까 염려스럽긴 했는데, 다행히 절단면 마감이 생각보다 잘 되어 있어 큰 상처 없이 세척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알리표 커피로스터의 조립은 거치대에 모터를 고정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스테인레스 드럼 양쪽에 회전 축을 고정하고
모터와 드럼의 회전 축을 고정합니다.
알리표 커피로스터 조립시, 모터와 드럼의 축이 일직선이 되도록 높이를 맞춰주는게 핵심입니다.
모터와 드럼의 높이가 제대로 맞지 않을 경우 모터가 회전함에 따라 드럼이 들썩거리면서 춤을 추게 됩니다.
드럼의 축은 고정된 높이이므로 모터를 돌려 높이를 조절하고 모터를 작동시켜 들썩임없이 회전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모터의 높이를 정한 뒤 너트를 조여 모터가 움직이지 않도록 합니다.
세척과 조립을 마친 커피로스터는 꽤 묵직했고,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 놓으니 나름 안정적인 느낌입니다.
14와트 모터의 힘은 생각보다 무척 강력해서 스위치를 켜고 끌 때마다 로스터 전체가 들썩! 하는데, 모터의 속도 조절이 가능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사실 알리표 커피로스터의 형태와 작동 원리는 자작 커피로스터와 거의 흡사한데, 스테인레스 드럼의 만듦새가 훨씬 깔끔하네요.
다만 깔끔한 드럼의 상태에 비해 드럼과 모터를 연결하는 양쪽 축이 약간 기울어진 상태로 용접되어 있어 모터가 회전하면서 드럼이 조금 들썩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는데, 가격을 감안하더라도 좀 아쉽습니다.
알리표 커피로스터, 예상치 못한 치명적 단점
평소 자작로스터에 200g의 생두를 넣고 로스팅을 해왔고, 알리표 커피로스터에도 200g을 부었습니다.
생두를 넣고 관찰창을 닫은 뒤 모터의 전원을 켜고 가스레인지의 불을 올리자 빠른 속도로 통이 회전합니다.
위에서는 전혀 안보이는 관측창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첫 번째 문제를 발견했는데, 유리로 된 관측창을 들여다봐도 내부 상태를 제대로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일단 작은 유리를 통해 드럼 안쪽의 커피 색깔을 확인하기에는 드럼의 회전 속도가 너무 빨라 보이지가 않습니다.
다행히 관측창을 위에서 내려다 보는 내신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로스팅 상태를 조금이나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관측창에 끼워진 유리가 둥근 유리가 아닌 직선 형태이다보니 스테인레스 커버와 밀착되지 않고 떠 있는 틈새로 채프(얇은 껍질)이 흘러나옵니다.
저는 평소 1차 팝까지 8~9분, 2차팝과 로스팅 마무리까지 13~14분 정도의 시간을 두고 로스팅을 진행했는데, 평소 사용하던 불세기로 로스팅을 진행해 보니 자작 로스터보다 조금 늦은 10분 30초 정도에 1차 팝이 시작되는군요.
어차피 새로운 로스터를 처음 쓰는 것은, 불의 세기와 로스팅 진행 특성을 파악하기 위함이니, 자작 로스터보다 불을 살짝 높여주고 사용하면 되겠다 싶습니다.
다만 밀폐형에 가까운 드럼이다보니 1차 팝, 2차 팝에서 들리는 소리가 월등히 작은 반면, 모터의 회전 속도는 빠르고 생두가 드럼과 부딪히는 소음은 상대적으로 크다보니 소리를 통해 로스팅 정도를 파악하는게 살짝 어렵게 느껴집니다.
이런저런 차이점들은 새로운 로스터를 이용하면서 천천히 적응하면 되겠다 생각했고 로스팅이 완료된 커피를 꺼내기 위해 커버를 열려고 하는데, 이 커버가 꼼짝달싹하지 않습니다.
뜨거운 냄비를 잡을 때 쓰는 주방용 장갑을 끼고 힘주어 잡아 당겨도 커버는 열리지 않았고, 플라이어를 이용해 잡아 당겨 봤지만 움직일 생각을 않습니다.
결국 플라이어로 손잡이 반대쪽을 세게 쳐내는 과정을 몇 번 반복한 뒤에야 조금씩 밀려 나오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커버를 고정하는 슬롯과 스테인레스 커버가 열을 받아 팽창하면서 걸려버린 것 같습니다.
로스팅이 완료된 원두는 재빨리 밖으로 꺼내 식혀야 하지만, 커버가 열리지 않으니 안에서 계속 타들어가고 제 속도 타들어갑니다.
그리고 걸려버린 커버는 로스터의 열이 식은 뒤에도 한참을 씨름한 뒤에 겨우 열 수 있었습니다.
자작 로스터를 만들 당시 뚜껑을 어떤식으로 만들것인지 꽤 고민을 했고, 이번 알리표 로스터 역시 슬롯 형식의 뚜껑이 꽤 괜찮아 보였는데 막상 사용해보니 치명적인 단점이네요.
볼품없지만 빠르고 실용적인 자작로스터
뜨겁게 달궈진 커피 로스터의 뚜껑은 최대한 신속, 안전하게 열고 닫을 수 있어야 하는데, 알리표 커피로스터는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단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저렴하면서도 쓸만한 커피로스터를 구입한 것 같았지만, 싸고 좋은 물건을 만나기는 역시 어렵습니다.
제품 구입시 꽤 친절했던 판매자에게 반품 의사를 밝혀 두긴 했는데, 문제없이 원만히 처리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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