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드티 앞 주머니에 넣은 휴대폰
지난 주 어느 날 저녁, 집사람과 아파트에 들어서서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는데, 새로 이사를 오셨는지, 아주머니 한 분께서 엘리베이터에 약간의 짐(가재도구)을 싣고 계시더군요.
엘리베이터에 타고선 멀뚱히 기다리느니, 짐 싣는걸 도와드리면 서로서로 좋겠다 싶어 주저없이 엘리베이터에 짐 싣는 작업을 도와드렸습니다.
아주머니께서 연신 고맙다하시며,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고, 아주머니가 내리실 14층에 도착하여, 엘리베이터에 실었던 짐을 밖으로 내리는 일도 함께 도와드렸습니다.
짐이 엘리베이터 밖으로 거의 나갈 찰나, 일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컴터맨은 그림과 같은 편안 후드티를 입고 있었는데, 캥거루 주머니라고도 하는, 후드티 앞주머니에 휴대폰을 넣어둔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짐을 내리느라 몸을 앞으로 숙이자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이 밑으로 쑥~ 떨어졌으며, 하필 열려있던 엘리베이터 문의 틈으로 쏙~ 빠져버린 것이죠ㅠㅠ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주머니에서 떨어진 휴대폰이 엘리베이터 바닥 틈으로 빠지는 모습을 똑똑히 보았고, 손에 있던 짐을 던지고, 휴대폰을 잡아야하는데...하는 생각, 여기가 몇 층? 14층! 그럼 휴대폰이 낙하하면? 끝이지!!! 라는 생각까지...ㅠㅠ
정말 많은 많은 생각이 들었던 긴~ 시간이었습니다.
어쨌거나, 결국 휴대폰은 사라지고, 떨어지며 어딘가 부딫히는지 텅~ 텅~ 하는 소리만 두어 번 들리더군요.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경비실로 연락했고, 경비실에서는 날이 어두워 당장은 엘리베이터 밑으로 내려갈 수 없으니 내일 오전에 꺼내주겠다고 하는군요.
급히 받아야할 전화가 있다면 '착신전환' 서비스를 이용
어쨌거나 휴대폰의 전화번호와 사진, 메모만 살아있길 빌며, 업무용으로 사용하던 전화라, 통화는 해야 하므로, 일단 착신전환을 시켜놓기로 했습니다.
밤 늦은 시간이라 상담원을 통한 연결은 안되는 상태였지만, 이동통신사의 웹사이트에서 신청할 수 있습니다.
착신전환은 1달에 900원인 유료 서비스지만, 날짜 단위로 계산되므로 휴대폰을 살릴 기간 동안 이라면 매우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원래는 휴대폰을 통해 전환할 번호를 입력해야 하지만, 리모콘 서비스(SK텔레콤의 경우)를 이용하면 웹사이트, 혹은 일반 전화를 이용하여 착신전환 설정을 할 수 있습니다.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착신전환 설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애기죠.
박살난 휴대폰...하지만 살아있다!
어차피 아파트 14층에서 낙하한 휴대폰이 살아있기를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혹시나 엘리베이터실 바닥에 물이라도 차있으면, 휴대폰이 침수가 되어 그나마 전화번호도 살릴 수 없는데...하는 생각이 불안할 따름이었는데요,
다음 날 돌려받은 휴대폰은, 다행히 침수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떨어지면서 모서리를 찍혔는지 크게 눌린 자국과 함께 상판과 하판이 떠있는 상태였습니다. 아...과연 내용물을 살릴 수 있을까...
떨리는 마음으로 휴대폰의 전원 버튼을 눌렀더니 깨진 액정 자국이 선명합니다.
그런데, 깨진 틈새로 번쩍번쩍하는 것이 뭔가 화면이 바뀌어가고 있는 듯 합니다.
드디어 잠시 기다리자, 휴대폰의 부팅음이 들립니다! *버튼을 길게 눌러 진동/벨소리 모드를 전환해보니 정상적으로 반응을 하는군요. 이렇게 반가울 수가ㅠㅠ
액정이 안보여도 전화번호는 살릴 수 있다!
기계가 살아있는 걸 확인했으니, 한결 느긋한 마음으로 휴대폰에 저장된 데이터를 백업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사용하던 휴대폰이 LG 싸이언이었으므로 사이언 웹사이트(http://www.cyon.co.kr)로 접속하여 싱크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합니다.
회사별로 워낙 많은 폰을 출시한데다, 웹사이트의 기능적인 면보다는 현재 주력 제품을 홍보하는 비주얼적인면을 강조하다보니, 싱크 프로그램 다운받기 항목을 찾는게 쉽지 않네요.
한참을 헤매다가 초기화면의 왼쪽 하단을 보니 콕! 박혀 있습니다. 클릭!
이후, 사용중인 휴대폰 모델명을 입력하거나 화면을 좀 더 밑으로 내려 싱크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설치합니다.
다운로드 버튼 아래쪽에 지원 기능을 보면, 연락처, 일정, 메모, 사진, 메시지 등 대부분의 데이터를 백업할 수 있다고 표시되는군요.ㅎㅎ
단, 휴대폰의 데이터를 컴퓨터로 옮기려면, 데이터 케이블이 있어야 합니다.
몇년전에는 휴대폰을 사면 이런 데이터 케이블이 하나씩 들어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언제부터인가, 별도로 신청해야 보내주는 제품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휴대폰을 자주 바꾸는 경향이 있고, 케이블을 안쓰는 사람도 많으니 필요한 사람만 신청하면 보내주겠다...는 얘기겠죠(무료로 보내준다고 생색을 내기도 합니다).
LG 사이언 휴대폰이라면 클럽사이언(http://clubcyon.co.kr, 삼성 애니콜 사용자라면 삼성 모바일 닷컴(http://anycall.com)에서 신청할 수 있습니다. 만약을 대비하여 데이터 케이블 하나쯤 미리 신청해 두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데이터 케이블로 휴대폰을 연결하고, 싱크 프로그램을 설치 후 실행하면 휴대폰의 데이터를 백업할 준비가 완료된 것이며, 그림과 같이 연결 프로그램에 사용중인 휴대폰 모델명과 휴대폰 번호가 표시되면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끝났습니다.
먼저 '전화번호부' 아이콘을 클릭하여 가장 급한 전화번호부를 백업합니다.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던 전화번호가 주르륵 표시됩니다.
컴터맨의 경우 330개 가량 표시되는데요, 이 전화번호들을 복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 생각하면...상상만해도 아찔합니다ㅠㅠ
[전화번호부 내보내기] 버튼을 클릭하고 전화번호부 파일을 저장할 폴더를 지정한 후 [마침] 버튼을 클릭하면 전화번호부가 컴퓨터에 저장됩니다.
사실, 같은 휴대폰, 또는 같은 제조사의 휴대폰에 전화번호부를 옮기는 경우라면 간편하게 [보내기/받기] 메뉴를 이용하면 되지만, 컴터맨의 경우 집에서 놀고 있던 구닥다리 삼성 휴대폰에 전화번호를 옮길 요량으로 [전화번호부 내보내기] 버튼을 클릭했습니다.
이와 같이 제조사가 다른 휴대폰에 번호를 옮길 경우, CSV 파일로 저장이 되는데요, 휴대폰 제조사에 따라 전화번호 필드 형식에 차이가 있으므로 옮길 휴대폰에 맞게 수정해야 합니다.
여기서는 LG 싸이언 휴대폰의 전화번호부 파일을 삼성 애니콜 전화번호부 파일로 수정해야 하는 것이죠.
전화번호를 빼낸 LG폰에서 싱크 케이블을 빼고 새로 사용할 삼성 폰을 연결한 후, 애니콜 PC Manager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불러오기' 아이콘을 클릭한 후 싸이언 휴대폰에서 저장한 CSV 파일을 선택하고 [열기] 버튼을 클릭합니다.
'CSV 파일 필드명'은 싸이언 폰에 저장되어 있던 필드입니다.
싸이언 폰의 '전화번호 1'은 애니콜의 '휴대폰'으로, '전화번호2'는 '집'전화로, '전화번호3'은 '사무실'과 같이 삼성 폰에 맞게 바꿔주면 됩니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항목들이 있으니, 하나씩 살펴보고 옮길 항목을 적절히 수정해주면 됩니다.
싸이언 폰에서 저장한 CSV 파일이 애니콜의 형식에 맞게 불려졌는데요, 이제 [전체선택] 버튼을 클릭하여 모든 전화번호를 선택한 후 [확인] 버튼을 클릭하면 애니콜 PC 매니저로 불려집니다.
애니콜 PC 매니저에 불려진 모습입니다.
일단 전화번호부는 모두 옮긴 상태지만, 그룹이나 기타 정보들을 애니콜에 맞게 손봐야하므로 꼼꼼히 살펴보면서 수정해 줍니다.
수정이 끝나면 [PC to Phone]을 클릭하면 수정한 전화번호가 폰으로 옮겨집니다. 사진, 메모, 스케줄 등의 데이터 역시 매니저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모두 옮길 수 있습니다.
기기변경까지 인터넷으로 완료!
전화번호를 비롯한 주요 데이터를 모두 옮겼겠다, 내친김에 휴대폰 기기변경까지 끝내기로 했습니다.
SK텔레콤, KT 모두 웹사이트를 통한 기기 변경을 지원하고 있는데요(LG 텔레콤은 사용해본적이 없지만, 웹사이트상에 '온라인 기기변경'이라는 메뉴가 있는 것으로 보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는군요) 컴터맨이 사용중인 SK 텔레콤의 경우 TWorld(http://www.tworld.co.kr)의 검색창에 '기기변경'이라고 치면, 기기변경 메뉴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SMS를 통한 인증, 공인인증서를 통한 인증 모두 가능한데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인증서를 담아둔 USB가 어디로 숨었는지 찾을 수 없었지만, 액정이 깨진 싸이언 폰을 컴퓨터에 연결하여 문자로 날아온 인증번호를 확인하고, 기기변경까지 한 큐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휴대폰의 전원만 켜진다면, 당황할 필요가 없으니...
쓰다보니 또 길어졌군요. 무척 파란만장한 작업을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녁에 휴대폰이 박살나고, 다음날 아침에 박살난 휴대폰을 찾았으며, 휴대폰을 찾는데 걸린 시간을 빼면, 데이터를 백업하고 기기변경을 마칠때 까지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휴대폰을 떨어뜨려 액정이 박살나면, 휴대폰이 완전히 맛갔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액정이 망가졌더라도 휴대폰 자체의 전원이 들어온다면, 데이터 케이블을 이용하여 얼마든지 저장되어 있는 데이터를 살릴 수 있습니다.
T-Bag 서비스를 이용하면 간단하지 않나요?
요즘 SK 텔레콤에서 T-Bag을 선전하더군요.
변기에 휴대폰을 빠뜨리고 눈물 짓던 CF가 무척 인상적이었고, 휴대폰에 저장된 전화번호, 문자, 사진들을 무료로 저장해준다니 꽤 매력적인 얘기로 들립니다.
하지만, 옥션이니 리니지니 해킹 사건도 심심하면 터지는 판국에, 개인의 전화번호와 문자 메시지, 사진을 서비스 업체의 서버에 올려놓는 것 자체가 무척 찜찜합니다.
게다가, 서로 다른 휴대폰 기종간의 전화번호 필드 처리를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데이터 케이블로 옮겨 수작업으로 하는데도 꽤 잔손질이 많이 가는데, 자동화된 T-Bag 서비스가 완벽하게 처리해 줄까요?
아니나 다를까, 검색엔진에 T-Bag이라고 입력해보니, 아직 서비스가 불안정한 상태인지, 백업해야할 정보의 일부분만 올라가 있다는 사용자들의 불만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휴대폰에 100개의 전화번호가 있었는데, 막상 복원된 것은 3~4개 밖에 되지 않았다...는 식이죠.
역시나, 아직은 손이 조금 더 가더라도 내 컴퓨터안에서 모든 작업이 완벽하게 끝나는 데이터 케이블을 이용한 백업과 복원을 앞으로도 꾸준히 이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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