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블랙박스의 메모리,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이유

자동차 블랙박스의 메모리, 얼마나 자주 확인하세요?

2010년 10월에 아반떼 XD를 내 첫 차로 구입한 후, 며칠이 지나기 전에 블랙박스를 주문해 달았습니다.

 

당시만해도 복잡한 시내 운전은 살짝 겁이 났던 초보 운전자였기때문에 블랙박스와 후방 카메라 등의 보호 장치에 관심이 많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블랙박스를 구매할 당시 나름 블랙박스 업체 중에서 인지도가 있는 제품으로 고른 덕분에 2년 6개월 남짓한 사용기간동안 아무 문제없이 잘 사용해 왔습니다.

 

구입 당시 블랙박스 값은 대략 13~4만원 쯤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4~5%가량의 보험료 할인을 3번 받다보니 블랙박스 값은 거의 뽑은 듯 합니다.

 

특히 자동차 보험료가 제일 비쌌던, 첫 보험 가입때(자차 포함 100만원에 육박) 블랙박스를 구매한 덕분에 블랙박스 할인의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자동차 블랙 박스 SD 메모리켜놓건 꺼놓건, 존재만으로 든든하다

사실 요즘은 주차할 때는 블랙박스를 꺼놓습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주차할 때도 상시 녹화 기능을 가동했지만[각주:1] 요즘 배터리가 살짝 비실대는 느낌이 들어 시동을 끄면 블랙박스도 꺼지도록 설정해 두었습니다.

블랙박스 전원을 꺼놓았더라도 밖에서도 초코파이만한 블랙박스가 떡하니 보이는 덕분인지 접촉 사고를 낸 운전자가 스스로 연락해 온 경우도 있었습니다(블랙박스 전원이 꺼진 상태란 걸 알았더라도 연락을 했을까요? 했으리라 믿으려 합니다ㅎㅎ)

 

어쨌든 블랙박스는 꼭 고가의 제품이 아니더라도 달아 놓은 것만으로도 효과는 꽤 좋습니다.

블랙박스 구입 비용이 부담된다지만 어차피 보험료 할인을 받으니 기회가 될때마다 블랙박스 설치를 권하곤 합니다.

평소와 상태가 다른 블랙박스,

그런데 오늘 차를 운행하면서 블랙박스가 왠지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 블랙박스는 GPS가 내장된 제품이라[각주:2] 주행중에는 날짜와 시간, 현재 운행 속도가 LED에 번갈아가며 표시되는데, 문득 블랙박스를 봤더니 속도는 표시되지 않고 펌웨어 버전과 현재 시간만 번갈아가며 깜빡이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죠.

자동차 블랙 박스 SD 메모리블랙박스 상태가 평소와 다르다

그러고보니 시동을 걸면(블랙박스 전원이 켜지면) 부팅된 후 삑삑삑~ 하는 비프음이 들렸는데, 한동안 그런 소리도 듣지 못한 듯 합니다.

 

뭔가 이상이 생겼구나 싶어 블랙박스 전원을 끄고 메모리 카드를 뽑은 후 다시 전원을 켰습니다(전원이 켜진 상태에서 메모리 카드만 뽑을 경우, 메모리 카드에 이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랬더니, 메모리카드가 없다는 뜻의 SD_Fail이라는 글씨가 표시되면서 계속 삑삑 울어댑니다.

 

일단 메모리 카드의 상태부터 점검을 해봐야 겠네요.

자동차 블랙 박스 SD 메모리메모리를 끼우고 뺄 때는 블랙박스의 전원을 끈 상태에서!

블랙박스 오작동 원인은 수명을 다한 메모리 카드!

노트북 없이 외출한터라, 집으로 돌아와서 메모리 리더에 SD 메모리를 꽂아봤습니다.

디지털 카메라에 사용중인 SD 메모리를 꽂으면 거의 실시간으로 폴더가 열리는 것과 달리, 블랙박스의 SD 메모리를 꽂으니 리더기는 계속 불만 깜빡깜빡 거리고 하염없이 시간만 흘러갑니다.

기다림에 지쳐 윈도우 탐색기를 열고 SD 메모리의 드라이브를 열어보려 더블클릭했더니, 응답없음 메시지와 함께 탐색기가 종료되어 버리는군요.

그래, 기다려보자고 한참을 기다렸더니 결국, '디스크를 넣으십시오'라는 메시지만 허무하게 뜹니다.

자동차 블랙 박스 SD 메모리컴퓨터에 꽂으니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컴퓨터가 느려진다

 

그렇습니다. SD 메모리가 사망한 것입니다.

한때 꽤 신뢰도 있던 Kingston의 SD 메모리카드, 뒷면에는 Made in Japan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는데, 2년 반 남짓 블랙박스에서 사용한 결과 사망하고 말았네요.

(그런데, 2010년 구입한 블랙박스에 딸려온 메모리의 제조 날짜가 2009년 48주차입니다. 1년 묵은 제품을 받았던 것이네요ㅎㅎ)

자동차 블랙 박스 SD 메모리2009년 48주차 SD 메모리

블랙박스에서 더 짧아지는 플래시 메모리의 수명

SD 메모리, USB 메모리 등으로 널리 쓰이는 플래시 메모리는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메모리의 셀은 수명이 정해져 있고, 쓰고 지우기를 반복할 수록 그 수명은 줄어들다가 정해진 수를 넘게 되면 해당 셀은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사용할 수 없는 셀의 숫자가 늘어날 수록 메모리의 전체적인 읽고 쓰기 속도가 떨어지게 되며, 결국 해당 메모리는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사실 일반적인 사용자라면 메모리 카드의 수명이 다해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경험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메모리 셀의 쓰고/지우는 횟수가 제한적이라고 하지만 특정 셀에만 쓰고/지우기가 집중 되는 것을 막는 Wear-Leveling와 같은 기술이 적용된데다 주구장창 USB 메모리에 데이터를 썼다 지우거나 디지털 카메라의 셔터를 계속 누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블랙박스에 사용되는 메모리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제가 사용중인 블랙박스는 4GB 메모리에 4시간 분량의 영상이 녹화됩니다. 빈 공간이 없을 경우 가장 먼저 녹화된 것을 지우고 덮어 씌우는 방식으로 녹화가 진행되는데, 결국 4시간에 한번은 데이터를 꽉 채울 정도, USB 메모리나 디지털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쓰고 지우는 과정이 빈번하게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블랙박스의 메모리는 대량의 데이터를 끊임없이 기록하며 혹사를 당하는 상황이니 메모리의 수명이 짧을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자동차 실내는 여름의 뜨거운 햇볕, 겨울의 혹한에 고스란히 노출되다보니 사용 환경도 열악합니다.

플래시 메모리 셀의 수명은 셀의 구성 방식에 따라 다른데, SLC(Single Level Cell) 방식의 수명이 가장 길고, 읽기/쓰기 속도가 빠르지만 값이 비쌉니다. 반면, MLC(Multi Level Cell) 방식이나 TLC(Triple Level Cell) 방식은 SLC에 비해 수명이 짧고 쓰기 속도가 떨어지지만 저렴한 것이 장점입니다.

 

전문 사진가들이 즐겨쓴다는 Lexar 메모리 카드는 같은 16GB 용량인데도 값은 6배 이상 비쌉니다. 이러한 제품이 SLC 방식인데 가격이 비싸 수요도 공급도 극히 제한적입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메모리는 MLC, 혹은 TLC 방식으로 최근에는 16GB SD 메모리를 만원대에 살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합니다.

자동차 블랙 박스 SD 메모리같은 용량, 가격은 6~7배 차이인 SD 메모리

블랙박스의 메모리, 주기적인 점검이 필요

블랙박스 메모리가 사망했음을 모르고 계속 운행했더라면, 정작 필요한 순간에 믿었던 블랙박스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미리 알게 되어 다행입니다. 마침 집에서 놀고 있던 4GB 메모리를 바꿔 끼우는 것으로 블랙박스는 다시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 경우 비교적 인지도 높은 제조사의 SD 메모리 카드가 수명을 다할 때까지 2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요즘 HD급, Full-HD급 블랙박스가 대세다보니 메모리의 수명은 제 블랙박스보다 더욱 짧을 것이라 생각되는데요, 최소 한달에 한번은 메모리를 컴퓨터에 꽂아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자동차 블랙 박스 SD 메모리

 

간혹, 블랙박스의 메모리 카드를 주기적으로 포맷하는 것이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지만 포맷(퀵포맷이 아닌 전체 포맷) 역시 메모리의 수명을 깎아 먹는 작업인데다 메모리의 Wear-leveling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Wikipedia의 메모리 수명에 관한 글-영문).

어차피 블랙박스의 영상은 채워진 순서대로 지워지고 기록되는 것을 반복하므로 사용자가 일일이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물론, 메모리 카드는 블랙박스의 전원을 끈 상태에서 빼고 꽂는 것과 같은 기본 수칙을 잘 지켜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한 달에 한 번쯤은 메모리 카드를 컴퓨터에 연결하여 영상이 제대로 기록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6 개월에 한번 쯤 하드디스크 점검 프로그램을 이용해 배드섹터가 생기지 않았는지 확인하기는 정도로만 관리해도 든든한 블랙박스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물론 방전 방지 장치를 달아두어 배터리 전압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녹화가 정지되도록 설정 [본문으로]
  2. GPS가 내장된 블랙박스만 자동차 보험할인을 적용받는 경우가 많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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