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신용카드 분실 대처법을 알려주다 떠오른 황당 상담원

새벽, 외국으로 배낭여행간 후배로 부터 걸려온 갑작스런 전화

한밤 중에 갑자기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 시계를 보니 새벽 세 시가 다 되어 가는군요.

 

찍힌 전화번호 역시 정체를 알 수 없는 번호, 보이스 피싱이나 스팸 전화다 싶어 받을까 말까 살짝 고민하다가 한밤중에 잠을 깨웠으니 욕이나 한바가지 해줄 요량으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뜻밖에, 전화를 건 사람은 스페인 배낭 여행을 떠난 후배였습니다.

 

새벽이란 걸 알면서도 전화한 걸 보니 뭔가 심상찮은 일이 생겼구나 싶어 왠일이냐고 물었더니 여행중에 지갑을 잃어버렸다는군요.

도난 당한 것인지 분실인지도 잘 모르는 당황스러운 상태였지만 잃어버린 것은 약간의 현금과 신용카드가 전부이며 여권은 무사하다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후배는 잃어버린 신용카드의 분실 신고를 위해 카드사 전화번호를 확인해 달라고 하네요.

5분뒤에 다시 전화를 하라고 한 후, 컴퓨터를 켜고 카드사의 분실 신고 전화 번호를 확인해보았습니다.

 

후배가 사용중인 카드사의 웹사이트에 접속하니 화면 하단에서 고객센터의 전화번호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588로 시작하는 대표 번호 대신, 해외에서 연결할 수 있는 번호가 따로 준비되어 있군요.

신용카드 분실 신고 비자 마스터 카드카드사 웹사이트에서는 고객센터 전화번호를 확인할 수 있다.

 

한가지 더, 잃어버린 카드 대신 현지에서 사용할 이멀전시 카드도 긴급으로 발급 받아야 했습니다.

이멀전시 카드는 은행이나 카드사와는 별개로, 비자/마스터/JCB 등의 서비스 센터로 신청해야 합니다.

후배가 분실한 신용카드는 비자 카드였다고 하니 스페인의 비자 카드 지원 지원 센터 번호가 필요했습니다.

 

(비자 코리아 웹사이트)에 접속하니 첫화면에서 바로 카드 분실과 관련된 안내문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스터 카드는 마스터 카드 한국어 웹사이트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링크를 클릭하니 카드 분실에 관련된 안내가 되어 있었고 수신자 부담 상담 전화번호 링크가 있었습니다.

신용카드 분실 신고 비자 마스터 카드

 

링크를 클릭하니 영문으로 된 안내 페이지가 떴습니다.

여기서 스페인을 선택하자 비자 현지 상담 센터 전화번호가 뜨는군요.

신용카드 분실 신고 비자 마스터 카드

 

다시 전화를 걸어온 후배에게

  1. 카드사로 전화를 해서 해외에서 분실했다는 신고를 하고(후배의 경우 KB 카드)
  2. 비자 현지 상담 센터로 전화를 해서 긴급 카드를 신청하면 하루 정도 걸려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3. 혹시, 스페인 상담원이 받을 경우 'Korean Speaking Please'라고 말하면 한국어 통역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일러주었습니다.

잠시 후, 덕분에 긴급 카드 신청까지 무사히 마쳤다는 후배의 전화를 받았고, 잠을 청했습니다.

10여년 전, 배낭 여행 중 겪었던 도난 사고

제가 카드사에 근무하는 것도 아니면서 해외 신용카드 분실시 대처법을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은, 2001년, 뉴질랜드 배낭 여행 중 황당한 경험을 겪은 덕분입니다.

 

2001년 초, 약 50일간의 일정으로 뉴질랜드 배낭 여행을 떠났다가 15일 쯤 되던 날, 지갑을 도난 당했습니다.

값이 저렴한 여행자 숙소(백패커)를 이용하던 어느 토요일 아침, 눈을 떠보니 지갑과 각종 소지품을 싹쓸이 도둑을 맞은 상태였습니다.

 

잠시 혼미해진 정신을 차리고, 근처 경찰서로 가서 도난 사실을 신고하고 도난 당한 물품에 대한 도난 신고서를 발급받았습니다(다행히 출국전 공항에서 몇천원을 내고 여행자 보험을 들었던 터라, 금전적으로 손해볼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신용카드 분실 신고 비자 마스터 카드

지금도 그렇지만 현금보다는 신용카드를 선호하는터라 지갑에 들었던 돈은 5만원 남짓인 것이 다행, 하지만 신용카드까지 몽땅 잃어버려 돈 한푼 없는 거지 신세나 마찬가지 였습니다.

 

도난 당한 신용카드는 LG 마스터와 외환 비자, 두 장 이었는데, 일단 숙소 사무실에 있는 전화로 LG 카드사에 전화를 걸어 신용카드 도난 신고를 하고 상담원에게 해외에서 긴급으로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절차를 알려달라고 하자, 상담원 왈

 

'해외 긴급 발급 서비스 같은 건 없고, 국내 고객님 댁으로 카드를 재발급해서 발송하고, 댁에서 뉴질랜드로 카드를 발송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라고 하더군요.

 

순간 이게 무슨 소린가, 귀를 의심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되물었습니다.

 

'나는 지금 해외에서 신용카드를 도난 당한 상태입니다. 당장 쓸 카드가 필요하니 뉴질랜드에서 바로 받을 수 있는 이멀전시 카드 발급 절차를 알려달라는 겁니다'

 

두번째 물음에도 상담원의 대답은 황당했습니다.

'현지에서 카드를 발급받는 제도는 없습니다. 제가 알려드린 대로 국내 주소지로 배송하고 그걸 계신곳으로 배송하는 방법 밖엔 없습니다.

IMF 전에는 그런 제도가 있었지만 IMF 이후 없어졌습니다'

 

LG 카드 상담원이 말한 식으로 신용카드를 받으려면 최소한 2주 이상은 걸릴텐데, 그게 무슨 이멀전시 카드라는 건지, 답답했지만 상담원이란 사람은 같은 말만 되풀이 하더군요.

답답하고 어이가 없었지만 국제 전화를 계속 쓰는것도 눈치를 보여 전화를 끊었습니다.

 

다른 한 장의 신용카드, 외환 카드사에 전화를 걸어 분실신고와 함께 이멀전시 카드를 발급받고자 한다고 했더니 이멀전시 카드 발급은 외환카드사 소관이 아니라 해외 브랜드(비자) 소관이라면서 비자 뉴질랜드 지점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습니다.

 

비자 뉴질랜드 지점으로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한 다음 날, 머물던 숙소로 긴급 카드가 도착했고 이 신용카드를 이용해 남은 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신용카드 분실 신고 비자 마스터 카드아름다운 풍광과 도난 해프닝이 떠오르는 뉴질랜드

지금 생각해도 황당한 LG 카드의 상담원의 엉터리 상담

긴급 카드를 발급 받아 예정된 여행을 계속하던 중 LG 카드 웹사이트에 접속해보니, 역시나 해외 긴급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마스터 카드 현지 전화번호가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당시에 LG 카드 한 장만 들고 나갔다면, 현금과 신용카드를 몽땅 도난 당하고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을 겪을 수 있었던 상황, 황당했던 자초지종을 적은 항의 메일을 보냈고 형식적인 사과 답장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신용카드 분실 신고 비자 마스터 카드실컷 맞은 후 '죄송합니다' 얘기를 들은 기분

 

LG 카드의 엉성한 일처리는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귀국 후 날아온 명세서에는 분실신고 이후에도 카드가 사용된 것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분실 신고도 제대로 처리 안된 것이냐, 어디서 쓴 것인지 내역을 알려 달라 호통을 쳤더니 현지 공중전화에서 사용된 것이라는군요. 

 

이미 분실 신고까지 마친 상태라 손해볼 것은 없었지만, 이후 LG 카드 CF가 나오면 채널을 돌릴 정도로 정나미가 뚝뚝 떨어졌습니다.

몇 년 뒤, LG 카드란 회사는 사라졌지만 십년이 훌쩍 넘은 요즘도, 황당한 안내를 하던 상담원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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