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같은 볼거리가 있었던, 강화도 전등사 가을 여행

깊어가는 가을에 다녀온 강화도 전등사

깊어가는 가을, 여행 욕심에 코에 바람이 솔솔 들어옵니다.

 

며칠씩 다녀오는 여행을 당장 떠나기는 살짝 부담이 되지만 부쩍 높아진 가을 하늘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기에, 당일치기로 집을 나섰습니다.

 

나설때만 해도 집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용인 농촌 테마 파크로 다녀올 생각이었지만, 지난 여름에 다녀왔던 곳이라 구미가 덜 당겼고 퍼뜩 떠오른 강화도 전등사로 목적지를 변경했습니다.

 

오후 1시에 출발해 3시 정도에 도착했네요.

 

가을이라 그런지 3시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햇빛이 많이 낮은 느낌입니다.

강화도 전등사 당일 여행

 

그리 북적이지도, 그렇다고 한적하지도 않을 정도로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늘이 무척이나 맑네요.

강화도 전등사 당일 여행

 

청명한 가을 하늘이란 이런 날을 말하나 봅니다.

강화도 전등사 당일 여행

 

요즘 고궁이나 사찰을 가면 처마, 특히 단청을 눈여겨 보게 됩니다. 이곳 전등사의 단청은 건물마다 조금씩 느낌이 달랐는데요, 이렇게 오래된 느낌의 단청도 인상적이었고

강화도 전등사 당일 여행

 

새로 단장한 듯한 단청도 섞여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강화도 전등사 당일 여행

 

유난히 낮고 넓은 기와 지붕이 눈에 띄는 건물도 있었고

강화도 전등사 당일 여행

 

이름모를 잡초들이 피어있는 기와도 눈에 띕니다.

강화도 전등사 당일 여행

 

전등사 초입에는 너와를 얹은 작은 건물이 있었는데요, 여기도 잡초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셔터가 내려져 있어 무슨 용도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마도 안내소나 매점 정도의 용도로 쓰였던 건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강화도 전등사 당일 여행

 

지난 봄, 여행을 하면서 부쩍 사찰을 돌아보는데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는데요, 종교적인 이유보다는 사찰을 가려는게 아니라 등산을 하려는데도 입장료를 징수하는 일부 사찰에 대한 반감과 더불어 비싼 입장료에 관광지가 된 듯한 느낌[각주:1]을 많이 받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곳 전등사도 2000원의 주차료에 성인 1인당 2500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었지만, 여느 사찰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사찰 곳곳, 눈에 띌듯 말듯 구석 구석에 숨겨져 있는 나무 조각들은 누구의 작품인지 모르겠지만 꽤 솜씨가 좋아보였습니다.

강화도 전등사 당일 여행

 

전등사 입구에 자리잡은 다원에는 이렇게 통나무를 깎은 학이 긴 다리를 뽐내고 있었고

강화도 전등사 당일 여행

 

동글동글하게 깎아 놓은 조각도 솜씨가 좋아보였지만

강화도 전등사 당일 여행

 

머리에 쇳대를 이고 있지만 하회탈의 넉넉한 웃음이 담긴 통나무 조각도 꽤나 멋졌습니다.

강화도 전등사 당일 여행

 

오래되어 녹이 슨 종탑의 기둥에는 동자승 인형들이 얹혀있었고

강화도 전등사 당일 여행

 

약수터 뒷편, 구석에도 동자승 인형이 살짝 숨겨져 있더군요. 눈여겨 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구석구석 숨겨진 깨알같은 아이템(?)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강화도 전등사 당일 여행

잔소리 :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대고 들여다보고 있자 슬그머니 다가오셔서 사진을 찍으셨던 여성분, 동자승 앞에 나뭇잎 두어 개 얹어놓는 센스까진 좋았는데, 왜 굳이 동자승을 건드려 넘어뜨리셨나요. 굳이 다른 사람이 찍고 있는데 다가와서 건드려주시는 센스는 또 무엇인지...내가 사진 동호회 출사를 나왔나?? 잠시 착각을 했습니다.

 

전등사 이곳 저곳을 거닐다보니 '정족사고'란 표지판이 눈에 띄더군요. 잘은 모르지만, 이름에서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한 서고가 아닐까 짐작해봤는데, 맞았습니다 ㅎㅎ

이곳은 일제 시대때 건물 터만 남긴채 없어진 것을 1999년 건물을 복원한 것이며 정족산사고본 실록은 서울대 도서관에서 보존, 관리되어 있다고 합니다. 문에는 자물쇠가 굳게 채워져 있어 건물 구경만 하고 나왔습니다.

강화도 전등사 당일 여행

 

정족사고에서 나와 걷다보니, 수풀 저쪽에 길다란 벤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한적한 장소라 여기서 도시락을 먹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사진속 이 분, 자세가 좀 이상하죠? 벤치 뒤쪽 시들어버린 수풀 속에서 자꾸 부시럭대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인데요, 범인은 산새들이었습니다 ㅎㅎ

강화도 전등사 당일 여행

 

준비해 온 도시락을 간단히 비우고, 후식도 챙겨 먹다보니

강화도 전등사 당일 여행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 갑니다. 산속의 해는 유난히 짧은 듯...

강화도 전등사 당일 여행

 

전등사 출구 저~~쪽에 '차량 직진 금지'라 써진 표지판 하나가 서 있습니다. 직진하면? 계단으로 굴러가게 됩니다.

사실, 이곳 훨씬 전부터 관광객의 차량은 들어올 수가 없고 차량 출입을 막는 표지판과 차단기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지만, 전등사 안쪽으로 자동차가 꽤 빈번한 출입을 하고 있었는데요, 템플스테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주차장까지 마련되어 있더군요.

길이 험한것도 아니고 기껏 200~300m 정도 걸으면 되는 것을 굳이 사찰 안에 템플 스테이 전용 주차장까지 따로 마련해두는 배려(?)가 그다지 좋아보이진 않았습니다.

강화도 전등사 당일 여행

 

주차장으로 나가는 길, 매캐한 냄새가 난다 싶었더니 양철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더군요. 이런 광경, 꽤나 오랫만에 본 것 같습니다.

강화도 전등사 당일 여행

 

노을이 꽤 멋진 날이라 그냥 돌아오기 아쉽더군요. 스마트폰 네비게이션, 티맵으로 전등사 주변 관광지를 검색했더니 '고려산' 일몰이 꽤 볼만하다고 나와 차를 몰고 갔습니다.

그런데...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은 주차장에서 경사 40도는 족히 될 듯한 '등산로'를 걸어올라가야 되는 난이도가 꽤 높은 코스였습니다.

그나마 일몰 전망이 꽤 좋다는 네비님 말씀을 믿고 헉헉대며 등산을 했지만, 나무 수풀에 가려 일몰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네요.

강화도 전등사 당일 여행

 

수풀 틈새로 카메라를 디밀어 그냥 한 장 사진을 찍고 말았습니다.

네비님 따라 마눌님 끌고 왔다가 다리가 후들후들 힘만 빼고, 잔소리만 잔뜩 들었네요.

앞으로는 티맵 네비님의 즉석 추천은 절대 믿지 않기로 했습니다!

강화도 전등사 당일 여행

 

  1. 불국사, 그중에서도 석굴암은 도시락을 싸들고 말리고 싶은 장소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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