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궁, 한글의 위엄, 바가지 머리

외국 양궁 선수들의 장비에 또렷한 한글! 바가지 머리

지난 토요일 남자 양궁 예선, 우크라이나 팀과의 경기를 보던 사람들을 빵 터지게 만든 것이 있었죠.

 

삭발에 수염이 덥수룩한, 멧돼지라도 때려잡을 것 같은 인상의 우크라이나 선수가 차고 있던 가슴 보호대에는 앙증맞은 캐릭터 그림과 함께 '바가지 머리'라는 한글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습니다.

올림픽, 양궁, 국가대표, 바가지머리앙증맞은 가슴보호대를 착용한 우크라이나의 마르키얀 이바슈코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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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캐릭터 가슴 보호대는 한국 선수, 외국 선수를 가리지 않고 꽤 많은 선수들이 착용하고 있더군요.

 

어제 밤 펼쳐진 여자 단체전에서도 바가지 머리 가슴 보호대를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양궁 경기를 보면서 SAMICK이라 새겨진 활을 많이 봐 왔습니다. 삼익 피아노의 자회사, 삼익스포츠가 만든 국산 활인데요, 한국 양궁이 월등한 실력으로 세계를 제패하면서 삼익 활의 인기가 높아져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49개국 양궁선수 128명 중 68명, 무려 53%가 삼익 활을 사용했다는군요.[각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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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머리 가슴보호대 역시 삼익 활과 마찬가지로 바가지머리라는 양궁 용품 업체가 있나보다 했는데, 관련 용품 업체라기에는 글씨나 캐릭터가 너무 앙증 맞아보이네요. 정체가 뭔가 싶어 인터넷을 찾아보려니 이미 바가지머리와 관련된 연관 검색어가 꽉 차 있네요.

네이버 바가지머리 연관검색어

 

궁금했던 바가지머리의 정체는 옷 쇼핑몰이었습니다.

 

와, 전세계를 상대로 쇼핑몰 홍보 효과 끝내주게 했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한국 선수들이 하고 나온 것이야 그럴 수 있겠다 싶었지만 외국 선수들까지 입고 나온 걸 보니 광고 담당자 능력이 정말 탁월하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인터넷 기사는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었네요. 일단 이번 올림픽을 타겟으로 광고를 진행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올림픽때만 반짝 관심을 받는 비인기 종목 양궁, 선수들에 대한 지원도 적어서 힘들게 훈련한다는 얘길 들은 쇼핑몰 운영자가 2009년 초, 선수들에게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공짜로 지원한게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가슴보호대 역시, 양궁 선수들이 헬로 키티와 같은 캐릭터를 가슴 보호대에 손수 바느질해 붙인다는 얘길 듣고, 가슴보호대에 쉽게 부착할 수 있도록 특수 제작한 바가지머리 캐릭터 300~400장 양궁 협회에 무료로 공급했고 그걸 본 세계 선수권 대회에 온 외국 선수들이 서로 교환하는 등의 방법으로 퍼져나갔다고 합니다.

 

결국 공식 후원사가 아님에도 전 세계적으로 홍보효과를 톡톡히 올리게 되었네요.

 

짧은 순간, 우크라이나 양궁 선수의 가슴에 새겨진 한글 캐릭터에 빵 터져 찾아본 캐릭터 속에 많은 얘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힘든 훈련을 견디고 영국에서 뛰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선수들! 화이팅입니다!

 

  1. 삼익이 활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자국선수들에게만 신형 활을 공급한 활 제조업체의 횡포때문이란 설도 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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