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바래봉 산행 후기. 바래봉 철쭉제 막바지에 다녀 온 상쾌한 산행

오랫만의 여행, 오랫만의 산행

마눌님께서는 남원 여행을 계획하면서 지리산 철쭉제가 열리는 바래봉에도 들러보자고 합니다.


아주 가끔 마눌님의 손에 이끌려 산을 오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여행을 유유자적하게 늘어지는 시간이라 생각하는터라,  지리산, 바래봉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살짝 쎄~한 느낌이 들긴 했습니다.


마눌님께서는 등산보다는 철쭉제에 철쭉을 구경하러 가려는 것이라고 했지만, 남원에 도착 후 철쭉철은 이미 좀 지났다는 얘기가 들렸고 그나마 철쭉제는 한 주가 더 연장되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철쭉제가 아닌 산행, 또는 등산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지리산허브밸리 주차장에 차를 세웠습니다.

지리산허브밸리 주차장


지리산 허브밸리는 평소 성인 1인당 6천원의 입장료가 있지만 바래봉 철쭉제 기간에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리산 허브밸리 철쭉제 입장

대신 주차료는 부과된다고 했는데, 5시간 이상 주차할 경우 주차요금은 6천원, 그 이하는 시간별로 계산되며 입차시 번호를 자동인식하는 방식입니다.


허브밸리에서 바래봉 등산로로 향하는 길에는 철쭉제 기간동안 운영되는 음식점 천막들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지리산허브밸리 초입

노래방 기계를 두고 영업하는 등산로 주변의 음식점들이라, 후딱후딱 지나쳤고 좀 걷다보니 관리가 잘 된 허브랜드의 꽃과 나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허브랜드에서 바래봉 등산로로 향하는 길은 키 큰 나무들이 터널을 이루고 있습니다.

유독 이번 남원 여행에서 나무 터널을 자주 보는 것 같네요.

지리산 허브밸리 산책로


길을 따라 쭉 올라가다보니, 이제부터 약간의 경사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바래봉 등산로 초입


길을 따라 걷다보니 갈림길이 나오고, 위쪽으로 올라가는 길은 차단봉이 쳐 있습니다.

처음에는 입산금지 차단봉인가 싶었는데, 표지판을 자세히보니 오토바이나 산악자전거 출입을 막는 차단봉이었고, 바래봉으로 가려면 차단기를 지나가면 됩니다.

바래봉 바이크 산악자전거 출입금지

짙은 녹색에 간간이 철쭉이 남은 바래봉 탐방로

그렇게 주차장으로 부터 40분 남짓 걸은 뒤 바래봉 탐방로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여기부터 국립공원입니다'라는 안내문을 보니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기분입니다.

바래봉 탐방로 입구


그런데 바래봉 탐방로는 흙바닥보다 콘크리트, 돌, 보도블럭(?) 등을 깔아놓은 길이 더 많았습니다.

지리산 바래봉 등산로 돌바닥


그냥 흙을 밟으며 지나가게 두지 굳이 여기까지 돌을 깔아놨을까 살짝 궁금하기도 했는데, 70년대에는 이쪽에서 양을 많이 키웠고 양떼를 실어나르기 위해 정비한 길이라고 하네요.

지리산 바래봉 등산로 흙길


역시 오랫만에 파랗고 맑은 하늘과 진녹색과 연녹색이 섞인 숲을 걸어가니 기분이 무척 상쾌합니다.

바래봉 산행 5월말

바래봉 산행은 중간중간 약간의 경사가 있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는 길입니다.

물론 페이스 조절은 잘 해야하는데, 마눌님께서 자꾸 오버페이스를 하는 통에 중간중간 진정을 시켜야 했습니다.


그렇게 길 양쪽으로 빽빽한 나무길을 지나다보면 중간중간 옆 동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시원한 곳들을 지나게 됩니다.

바래봉 등산로 전경


1시간 40분 남짓 걸어가니 하늘이 부쩍 가까와진 느낌, 돌이 깔린 길을 걷게 되고

바래봉 철쭉


어느덧 저 멀리 바래봉 정상이 가까와진 것을 느끼게 됩니다.

바래봉 정상 철쭉군락지


여기까지 걸은 거리가 대략 5km, 트래킹 기능을 10여분 늦게 켰으니 주차장부터 거리는 조금 더 추가될 것 같습니다.

어메이즈 핏빕

사실 어메이즈 핏빕의 트래킹 기능은 이번에 처음 켜봤는데, 측정 항목도 다양하고 쌓인 데이터를 나중에 보는 재미가 꽤 괜찮았습니다.


어메이즈 핏빕의 기능에 대해서는 나중에 별도의 포스팅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그렇게 살짝 경사가 생기며 가빠왔던 숨은 바래봉 정상이 가까와지면서 평지에 가까운 길이 되었고

바래봉 정상 풍경


멀리 보이던 전망대가 가까와지니 나무 계단을 올라가게 됩니다.

바래봉 정상 나무계단


출발할 때는 철쭉이 거의 보이지 않거나, 거의 시들어가고 있었는데, 바래봉 정상에 가까와지면서 여기저기 분홍색 철쭉이 많이 보였습니다.

바래봉 철쭉군락지 5월말


바래봉 정상에 가까와지니 바람이 꽤 많이 불었고, 햇볕이 쨍한 날이었는데도 꽤 쌀쌀함을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온통 녹색과 분홍색이 어우러진 풍경을 보느라 쌀쌀함은 뒷전이었습니다.

바래봉 정상 전경


지리산 자락이 쭉 펼쳐지는, 눈이 시원해지는 풍경에 주변을 한참 둘러봤습니다.

지리산 바래봉


그리고 잠시 후 바래봉 1165m 라고 새겨진 바위에 도착했습니다.

바래봉 정상 1165m

바래봉 정상 데크에는 이미 두어무리의 산악회 사람들로 복작복작했는데, 모두들 정상의 바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더군요.


2시간 15분 남짓, 쉬엄쉬엄 올라온 바래봉을 다시 내려가는 길, 올라올 때 보던 뷰와는 또 다른 전망을 감상하며 내려갑니다.

바래봉 정상 나무계단


역시 올라가는 길보다는 내려가는 길이 더 즐겁습니다.

바래봉 철쭉

지리산 국립공원 등산로의 구급함

그렇게 쑥쑥 내려가던 중 마눌님께서 무릎의 이상을 호소합니다.

오랫만의 등산인데다 몇 번의 오버 페이스때문에 무릎에 살짝 무리가 간 듯 싶습니다.


내려오던 속도를 확 줄여 조심조심 내려오다 보니, 중간중간 쉼터에 구급함이 설치되어 있네요.


처음 본 구급함은 번호열쇠로 잠겨 있고, 안내 전화번호도 없어서 사용하지 못했는데 하나 더 내려온 쉼터의 구급함은 번호열쇠가 풀려있고, 안내 전화번호도 있어 바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지리산 국립공원 등산로 구급함


뿌리는 파스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다행히 구급함에는 뿌리는 파스를 비롯해 벌레물린데 바르는 물파스, 반창고, 붕대, 면봉 등 다양한 구급 약품들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등산로 구급함 약품

무리가 온 무릎에 파스를 뿌리자 증세가 많이 좋아졌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구급함을 닫은 뒤 남은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바래봉까지 오르는데 2시간~2시간 30분, 내려오는데 1시간 30분~2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조심조심 내려오느라 하산 시간이 더 오래 걸렸습니다.

지리산 허브밸리 산책로

사실 가벼운 산행이라 생각하고 쏙쓱 올라간 탓도 있고, 오전에 숙소 앞 요천변과 광한루를 산책(?)한 뒤에 산행을 하는 등 살짝 빡빡한 일정을 잡은게 원인인 듯 싶습니다.


그래도 오랫만에 즐긴 산행 덕에 기분이 시원 상쾌했으며, 개인적으로는 이런 날씨와 이 정도 거리/난이도의 산행이라면 언제든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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