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찢은 실크 벽지 복구하기. 벽지로 퍼즐을 맞추는 고양이 집사의 일상

고양이에 적응하며 살기

고양이 뚜기를 식구로 맞아들인 뒤로 저희 집은 여러가지로 바뀌었습니다.


캣타워나 화장실, 모래 등의 고양이 용품이 집안 곳곳에 배치된 것은 당연한 것이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고양이 밥그릇과 물그릇에 새 밥과 물을 채우고, 화장실을 치우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침대 머리맡에 올려져 있던 작은 인형들, 책장과 선반에 올렸던 작은 액자들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치워버렸고, 티슈와 휴지는 필요할 때만 꺼내 쓰고 뒤집은 채로 놔두는 물건이 되었습니다.

고양이가 있는 집휴지는 원래 뒤집어 놓고 쓰는 것...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가끔 고양이가 화분에 올라가 나무를 흔들어 대거나 에어컨 파이프에 감긴 단열재를 스크래치 하는 등의 행동을 보인 적이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나름 생각한 대응 방법이 잘 먹혀 들었는지 더 이상 그런 행동을 하진 않았고, 특히 화분을 괴롭힌다거나 하는 행동은 사람이 근처에 있을 때만 보란 듯이(?) 하는 행동이다보니, 집을 비울 때는 특별히 걱정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외출에서 돌아와 보니 벽지를 쫘악 찢어 놓았습니다.


며칠 전부터 벽지가 살짝 일어난 부분에 집착하면서 발로 뜯으려는 행동을 보여 벽지위에 사진을 붙여 놓았는데, (사진을 떨어뜨린 것인지 저절로 떨어진 것인지) 사진은 바닥에 떨어져 있고 벽지는 70~80cm 가량 쭉 찢어 놓았네요.

찢어진 벽지

찢어진 벽지를 보고 멘붕과 함께 분노가 솟아올랐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라 고양이를 야단쳐봐야 소용없다 싶어 크게 숨을 쉬며 분노를 누그러뜨렸습니다.


그리고 이 벽지를 복구할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같은 무늬의 벽지가 있다면 찢어진 부위를 일정한 모양으로 잘라내고, 무늬에 맞춰 덧붙이면 깜쪽 같겠지만 같은 무늬 벽지가 없는게 문제입니다.

난데 없는 벽지 퍼즐 맞추기

결국 갈기갈기 찢어 놓은 벽지 조각들을 주워 모은 뒤 퍼즐을 맞추는 식으로 붙이기로 했습니다.

딱풀

찢어진 벽지를 붙이기 위해 딱풀을 준비하고 고양이를 거실로 내보낸 뒤 안방문을 닫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바닥에 널부러진 벽지 조각들을 주워 모은 뒤 펼쳐 두었습니다.

찢어진 벽지 조각

벽지의 찢어진 크기에 비해 벽지 조각들이 적은 것은, 큰 덩어리들은 이미 붙인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사진을 찍을 생각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벽지 퍼즐을 맞추고 있다가, 이게 뭐하는 건가 하는 자괴감이 막 들려던 찰나, 뚜기 녀석 덕분에 블로그 포스팅 거리가 생겼다고 마음을 추스리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어쨌든 직소 퍼즐을 맞출 때처럼 크게 찢어진 조각들은 쉽게 위치를 찾을 수 있으니 딱풀을 이용해 붙였고 작은 조각들의 위치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2012/12/26 - 1000피스 퍼즐을 맞추며 보낸 크리스마스, 시간도둑은 여기 있었네

찦어진 벽지 맞추기


직소 퍼즐을 맞출 때 퍼즐의 4면에 붙는 조각들부터 먼저 찾아 맞추곤 하는데, 벽지 퍼즐 역시 큰 조각들 부터 맞춘 뒤 작은 조각들을 맞추었습니다.

벽지 퍼즐


찾아낸 벽지 퍼즐은 처음부터 완전히 접착시키지 않고, 딱풀을 슬쩍 발라 가부착 해 놓은 뒤 다른 조각들을 찾았습니다.

찢어진 벽지 퍼즐 맞추기


남은 조각이 점점 줄어갈 수록 벽지 퍼즐은 점점 작아져 핀셋을 들고 와 작업을 했습니다.

찢어진 벽지 무늬 맞추기


벽지 퍼즐을 맞추다보니 꽤 큰 조각이 보이질 않았는데

벽지 퍼즐 고양이 퍼즐


침대 매트리스를 당겨보니 절묘하게 걸쳐져 있는 조각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찢어진 벽지 조각


약 1시간 정도 벽지 퍼즐을 맞춘 끝에, 아주 작은 조각 몇 군데를 제외한 대부분의 벽지 퍼즐을 맞추었습니다.

찢어진 벽지 가부착


이제 가부착 해 두었던 벽지 퍼즐을 제대로 붙일 차례입니다.

적당량의 벽지 퍼즐을 떼어 낸 뒤 딱풀을 넓게 발랐습니다.

찢어진 벽지 복구


그리고 핀셋을 이용해 다시 원래의 자리로 하나씩 붙였습니다.

가부착 때와 달리 제대로 붙일 때는 벽지 퍼즐의 모서리 부분을 최대한 잘 맞추고 꾹꾹 눌러 티가 나지 않도록 신경썼습니다.

고양이가 찢은 벽지


처음에는 가부착한 벽지퍼즐을 하나씩 떼어내서 붙였는데, 이게 또 시간이 걸리는 일이더군요.

벽지 퍼즐 맞추기


나중에는 요령이 생겨 벽지 퍼즐을 원래 모양대로 떼어두었다가 다시 붙이기도 했습니다.

찢어진 벽지 퍼즐


우둘두둘한 실크벽지의 질감 덕분에 모서리 부분만 잘 맞추면 크게 티가 나지 않을 듯 싶습니다.

찢어진 실크벽지


다만 벽지가 찢어지며 붕 뜬 부분은 안쪽까지 딱풀을 꼼꼼히 발라야 합니다.

찢어진 벽지 복구


그렇게 1시간 20분 남짓한 벽지 퍼즐 맞추기는 완료되었습니다.

벽지 복구 완료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면 벽지의 질감이 좀 다른 느낌이 남아 있지만, 신경쓰지 않으면 잘 모를 정도로 복구가 되어 다행입니다.

찢어진 벽지 복구 완료


고양이 뚜기는 제가 방문을 닫고 퍼즐맞추기를 하는 동안 거실의 캣타워에 올라가 시무룩하게 있는 듯 싶었는데, 잠시 후 화장실로 따라 들어와 순진한 표정으로 얼굴을 들이댑니다ㅡㅡ;;

고양이 화장실방에서 뭐했냐옹? 나랑 놀자옹!!

벽지 퍼즐을 맞추는 일련의 과정은 카톡 사진을 통해 마눌님께 실시간으로 중계가 되었습니다.


마눌님께서는 벽지가 깔끔하게 복구된 것은 다행이지만, 뜯어낸 벽지 자리를 또 습격할 염려가 있으니 그 자리를 더 이상 건드리지 못하도록 안방 침대와 가구 배치를 바꾸자고 합니다.

고양이 집사


그렇게 고양이 뚜기 덕분에 또 한 번 가구 배치를 바꾸게 되었고, 뚜기 녀석은 왜 이런 사단이 일어났는지는 아랑곳 없이 가구 배치가 바뀐 안방 곳곳을 우다다다하며 돌아다녔습니다.

안방 가구배치

벽지 뜯던 자리가 사라져 버린 고양이 뚜기의 다음 분탕질은 무엇이 될지, 기대와 걱정이 함께 하는 저녁입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희 집에는 여분의 벽지가 없어 찢어진 벽지 퍼즐을 맞춰야 했지만 같은 색상/재질의 벽지를 가지고 있다면 큼직하게 재단해 티나지 않게 붙이는게 훨씬 간편하고 빠른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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