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찌꺼기를 캠핑 화로의 연료로 만드는 방법. 버리던 커피가루 캠핑장에서 재활용

매일 쌓이는 커피찌꺼기

매일 핸드드립 커피와 커피 머신으로 내린 에스프레소를 즐기다보니, 쌓이는 커피찌꺼기의 양도 꽤 많은 편입니다.

 

그동안 커피찌꺼기를 잘 말려두었다가 화분의 비료로 만들어 쓰기도 하고 커피 비누, 혹은 냉장고나 신발장의 탈취제 등으로 사용하곤 했지만 매일 나오는 커피찌꺼기에 비해 활용하는 양은 적은 편이었습니다.

 

2013/11/09 - 커피 찌꺼기 발효 비료, 기운 잃은 커피나무의 구원투수가 될까?

 

그렇게 모아두었던 커피찌꺼기를 캠핑장에 가지고 나가 장작을 땔 때 부어주기도 했는데, 뭉쳐지지 않은 커피 가루가 장작불을 덮어버리면서 연기가 많이 났고, 불이 붙는데 시간도 많이 걸렸습니다.

커피찌꺼기 재활용

커피찌꺼기를 적당한 크기의 덩어리로 뭉치면 훌륭한 불쏘시개가 되겠다 싶었지만 형태를 유지하면서 뭉치는게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커피머신을 이용해 커피를 내리고 남은 커피퍽을 말렸다가 캠핑장에서 사용해보자 싶었는데, 아쉽게도 커피퍽은 수분이 증발하면 쉽게 부숴져 버리더군요.

전분가루로 뭉친 커피찌꺼기

가끔 버려지는 커피찌꺼기에 열과 압력을 가해 일정한 모양으로 성형한 연료들에 대한 소식을 접하긴 했지만, '열과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점에서 개인이 직접 시도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열과 압력을 가하는 대신 뭔가 끈적한 성분을 이용해 뭉쳐주면 되겠다 싶긴 했지만, 장작불에 태우는 연료로 사용할 것이라 접착제를 사용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러다가 얼마전 싱크대 정리를 하다가 유통기한이 지난 감자전분이 나왔고, 전분의 끈적함이면 커피가루를 뭉치는데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더군요.

감자전분 커피찌꺼기

 

커피찌꺼기에 전분가루를 2:1 정도로 부었습니다.

커피찌꺼기 반죽

 

그리고 물을 붓고 반죽을 시작했습니다.

가루를 반죽해 본 경험(?)에 따라 물을 조금만 붓고 반죽을 시작한 뒤 되직한 정도를 봐가면서 물을 추가하는 식으로 작업했습니다.

커피찌꺼기 반죽

 

물만 부었을 때는 뭉쳐지지 않던 커피찌꺼기에 전분가루를 섞어 반죽했더니 뭉쳐질 정도의 점도가 생겼는데, 중간에 전분가루를 좀 더 섞었습니다.

커피찌꺼기 반죽

반죽을 하기 전에는 향긋한 커피냄새가 날 것 같았는데, 물과 전분을 섞어 반죽하다보니 깻묵 비슷한 냄새가 나더군요ㅎㅎ

 

전분으로 반죽한 커피찌꺼기의 모양을 담아줄 형틀은 키위가 담겨 있던 플라스틱 케이스입니다.

커피찌꺼기 캠핑연료 재활용

 

적당량의 커피찌꺼기 반죽을 떠서 플라스틱 케이스에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커피찌꺼기 캠핑연료 재활용

 

재활용장에서 플라스틱 계란도 하나 주워와 커피찌꺼기 반죽을 채웠습니다.

커피찌꺼기 캠핑화로 연료

 

처음에는 플라스틱 계란판이 적당할 것 같았는데, 제가 생각하고 있던 깊이의 계란판은 없었고 얕은 깊이의 계란판 하나만 구할 수 있었습니다.

얕은 계란판 이다보니 커피찌꺼기 반죽이 옆으로 넘쳤고, 이대로 굳으면 분리하기가 어렵겠다 싶어 커터칼로 한 번씩 그어주었습니다.

커피찌꺼기 캠핑화로 연료

 

이틀 정도 말린 뒤 플라스틱 판에서 커피찌꺼기 반죽을 분리해 이리저리 눌러보니, 쉽게 깨지지 않을 정도로 굳어 있었습니다.

커피찌꺼기 캠핑화로 연료

 

얕은 계란판에서 굳혔던 커피찌꺼기 역시 모양은 볼품없지만 잘 굳었습니다.

커피찌꺼기 캠핑화로 연료

적당히 잘타고, 적당히 오래 타는 커피찌꺼기 연료

커피찌꺼기를 뭉쳐 말린지 3일째 되는 날, 캠핑을 나오게 되었습니다.

 

커피찌꺼기 반죽이 건조되는 상태를 보아하니, 적어도 1주일 정도 건조시켜야 될 것 같았지만 오랫만의 캠핑인 만큼 뭉쳐둔 커피찌꺼기를 모두 가지고 나왔습니다.

비닐봉투에 커피찌꺼기들을 대충 담아 왔는데, 저녁에 봉투를 열었더니 깨지진 않았지만 비닐봉투 안쪽에 습기가 좀 차있네요.

커피찌꺼기 캠핑화로 연료

 

완전히 건조되지도 않은 커피찌꺼기 덩어리에 불이 잘 붙을까? 싶은 생각으로 불붙은 장작불에 몇개 던져 넣었습니다.

캠핑화로 커피찌꺼기 연료

 

전분으로 뭉친 커피찌꺼기는 5분 정도 열을 받으면서 까맣게 타들어가기 시작했고 잘 마른 장작이 거의 다 탈때까지도 잘 타고 있었습니다.

함께 넣었던 차콜과 비교해 보니, 차콜보다 불이 잘 붙으면서 불의 지속 시간은 생각보다 꽤 길었습니다.

캠핑화로 커피찌꺼기 연료

 

잘 타고 있는 장작불 위에 말린 커피가루를 한 줌 뿌리면 장작불 위를 덮으면서 순간적으로 불길이 사그라들고 연기가 많이 발생하곤 했는데, 덩어리로 뭉친 커피찌꺼기는 꽤 쓸만한 연료가 되어주었습니다.

캠핑화로 커피찌꺼기 연료

좀 더 건조시켜서 사용했더라면 효과가 좋았을 것 같지만, 어쨌든 직접 만든 커피찌꺼기 연료는 캠핑화로에서 장작이나 차콜과 함께 사용할만한 꽤 쓸만한 연료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커피찌꺼기 반죽에 생각보다 많은 전분이 필요했지만, 그래봐야 차콜보다 저렴하고 커피찌꺼기를 그냥 버리는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되니 만족스럽습니다.

 

게다가 커피찌꺼기를 반죽할 때 유해한 접착제를 사용하지도 않아 장작불에 고기 구워 먹을 때 써도 전혀 문제없는 연료이니 앞으로 집에 커피를 내리고 남은 찌꺼기의 양이 늘어날 때마다 미리 반죽해 잘 말려두었다가 캠핑때마다 사용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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