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 보와이 키캡 사용 후기. 키캡놀이, 기계식 키보드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

마제스터치 컨버터블 2, 번들거리는 키캡

4월말에 구입한 필코 마제스터치 컨버터블 2 키보드는 무척 만족하며 사용중입니다.

 

청축 스위치 특유의 찰칵 거리는 타건음은 키보드를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고, 특히 글빨(?)을 받아 빠른 속도로 입력을 할 때 연속으로 들리는 소리는 더 가열차게 입력을 하라는 응원소리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ㅎㅎ

 

필코 마제스터치 컨버터블2를 구입할 당시 꽤 큰 비중을 차지했던 블루투스를 이용한 스마트폰 연결은, 시간이 흐르면서 잘 쓰지 않게 되었지만 필요하면 언제는 스마트폰의 무선 키보드로 연결할 수 있으니 든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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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코 마제스터치 컨버터블2 기계식 키보드

 

그렇게 6개월 남짓 만족하며 사용해 온 마제스터치 컨버터블2지만, 구입 후 한 두달 정도 된 시점부터 번들거리기 시작한 키캡의 상태는 좀 아쉽습니다.

키캡의 손가락이 닿는 부위가 번들거리는 증상은 ABS 재질의 키캡의 특성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키보드를 오랫동안 사용한 세월의 흔적 정도로 생각하여 딱히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ABS 키캡 필코 마제스터치

하지만 필코 마제스터치 컨버터블2의 키캡은 그간 사용해 온 저렴한 키보드보다 훨씬 빨리 번들거리기 시작하더군요.

 

두 달 전, 더러워진 키캡을 물세척하면서 먼지를 벗기고 보니 유난히 번들거림이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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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캡 교체, 기계식 키보드만 누리는 호사

그렇게 번들거리는 키캡을 다시 장착하여 사용하다가 결국 별도의 키캡 세트를 주문했습니다.

흔히 '한성 키캡'이라 불리는 이 키캡 세트는 색상별로 꽤 다양한 종류가 나와 있는데, 저는 회색과 아이보리 색의 투톤 키캡을 주문했습니다.

한성 보와이 키캡

 

좀 더 비싼 고급(?) 키캡들은 키배열에 따라 칸을 만들어 놓은 종이 박스에 담겨있지만 한성 키캡은 투명 플라스틱 상자에 한꺼번에 담겨 옵니다.

한성 키캡은 색상에 따라 '보돌이'와 '보와이'의 두 종류가 있는데 제가 주문한 제품은 회색과 아이보리 색상의 키캡으로 구성된 '보와이' 제품입니다.

이중사출 키캡 한성 보와이

 

회색과 아이보리의 키캡 색상을 고른 것은 90년대 중반 사용했던 IBM Model M 키보드에 대한 추억 덕분입니다.

버클링 스프링 방식의 IBM Model M은 요즘 청축 스위치보다 타격음이 훨씬 크고 우렁찬 키보드였고 특히 회색과 아이보리 색의 키캡 역시 기억에 남는 제품이었습니다.

IBM Model M

사실 IBM Model M 키보드에 대한 추억을 잊지 못하고 2007년엔가 중고 장터에서 구입하여 사용해 보기도 했습니다.

요즘 키보드에 비하면 무기로 써도 될만큼 크도 투박한 몸체가 반가웠지만 오랫만에 만난 버클링 스프링의 키압은 제 기억에 남아 있던 것보다 무척 강해서 오랫동안 문서작업을 하기에는 불편하더군요.

 

십수년 이상 된 중고 제품과 신품의 차이인지, 제 기억의 오류(?)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IBM Model M 키보드는 다시 중고장터에 내다 팔아버렸는데 한성 키캡 보와이의 색상은 IBM Model M을 연상시키는 색상 구성이 반갑더군요.

한성 보와이 키캡

IBM Model M의 키캡과는 톤이 다른데다 문자 각인이 파란색이라 아쉽지만 그래도 마음에 듭니다.

 

꽤나 길게 얘기했지만, 사실 필코 마제스터치 컨버터블2를 구입할 당시부터 다른 키캡에 비해 저렴하면서 예전 IBM Mdel M의 기분을 낼 수 있는 한성 보와이 키캡으로 바꿔보리라 노렸던 제품입니다ㅡ,.ㅡ;;

 

플라스틱 박스에 한데 담겨 왔으니 빠진 키캡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키캡을 순서대로 정렬해 봤습니다.

빠진 키캡도, 파손된 키캡도 없이 무사하네요.

한성 보와이 키캡 영문

아, 저는 오래전부터 세벌식 390 자판을 이용하는터라 한글 각인이 없는 영문 전용 키캡을 구입했으며 2벌식 한글 자판이 각인된 버전도 따로 있습니다.

마제스터치 컨버터블2에 한성 보와이 키캡 장착 과정

한성 보와이 키캡은 ABS 재질의 플라스틱에 이중사출(이색사출) 방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중사출이란 키캡의 문자 각인을 다른 색상의 플라스틱을 주입하여 제작한 방식입니다.

이중사출 키캡 한성 보와이

색깔이 다른 플라스틱을 주입해 만든 방식이다보니 키캡 뒷면의 플라스틱 주입 흔적이 보이는데요, 키보드의 각인이 지워질 염려가 없는 장점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이중사출 키캡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보다 저렴한 레이저 각인(레이저로 키캡 표면을 태워 글자를 새기는 방식)을 많이 사용합니다.

현재 사용중인 필코 마제스터치 컨버터블2 역시 레이저 각인인데, 키캡 표면이 반질반질해지면서 각인 역시 살짝 마모된 느낌이 드는군요.

이중사출 레이저 비교

이중 사출 키캡에 카메라를 들이대 접사해보니 문자 색상이 키캡에 살짝 번진 느낌도 나는데, 실제 눈으로 보면 이정도로 비치지 않고 각잡힌 모습입니다.

 

기계식 키보드의 키캡은 호환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키보드의 스위치와 키캡 결합부의 모양, 키 배열 및 키캡 높이에 따라 사용 가능 여부가 달라집니다.

이중사출 키캡 cherry MX

꽤 많은 조건을 따져봐야 하는 셈인데, 일단 키보드 스위치의 호환 여부(필코 마제스터치 컨버터블2는 체리MX 스위치)를 확인해야 하며, 스페이스바가 있는 줄의 키캡 키 배열 및 엔터키, 백스페이스 키 등의 형태등을 미리 비교해봐야 합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사용 중인 키보드와 키캡의 호환여부를 검색해 보면 되는데요, 실은 저도 이것 저것 따져보는 대신 필코 마제스터치 컨버터블2와 한성 키캡을 문제없이 사용 중이라는 인터넷 게시물을 본 뒤에 주문했습니다.

 

키캡 결합부와 위치는 체리MX 스위치의 십자 모양과 정확히 일치하는데, 한성 보와이 키캡의 십자 결합부가 좀 작은 느낌이 있고 실제 키캡을 끼울 때 빡빡하게 들어갑니다.

 

필코 마제스터치 컨버터블2의 스페이스 키 안쪽에 플라스틱 지지대가 성형되어 있는 것과 달리 한성 보와이 키캡의 스페이스 키 안쪽에는 별다른 지지대가 없습니다.

이런 구조적인 차이 때문인지 한성 보와이 키캡의 스페이스 키를 장착하여 눌러보면 유난히 가볍게 울리는 소리가 나는데, 이런 소리도 그리 나쁘진 않네요.

한성 보와이 키캡 스페이스키

 

한성 보와이 키캡을 필코 마제스터치 컨버터블2 키보드에 장착하기 위해 기존에 끼워져 있는 키캡들을 모두 뽑았습니다.

와이어 키캡 리무버 마제스터치 컨버터블2

 

한성 보와이 키캡 세트에 플라스틱 재질의 키캡 리무버가 들어 있긴 하지만, 필코 마제스터치에 포함되어 있던 와이어 키캡 리무버에 비해 불편하더군요.

키캡 리무버

 

필코 마제스터치 컨버터블2의 키캡을 모두 제거했습니다.

키캡 리무버틀 이용하여 키를 뽑을 때 1개 짜리 일반 키캡은 그냥 위로 들어올리기만 하면 되는 반면, 길이가 긴 키캡은 좀 더 살살 뽑아야 합니다.

필코 마제스터치 컨버터블2 스테빌라이저

긴 키캡들은 금속 재질의 스테빌라이저(긴 키캡의 좌우를 받쳐주는 장치)가 키캡 양쪽과 연결되어 있으며, 스테빌라이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기계식 키보드 청소 포스팅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습니다.

2015/09/13 - 간단히 끝낸 기계식 키보드 청소 과정. 필코 마제스터치 컨버터블2 키캡 분해 청소 방법

 

원래 키캡을 모두 뽑아낸 뒤 한성 보와이 키캡을 바꿔 끼우면 됩니다.

키캡을 다시 끼울 때는 스테빌라이저가 있는 긴 키캡들을 먼저 끼워야 작업이 쉽습니다.

필코 마제스터치 컨버터블2

 

스테빌라이저와 연결된 키캡을 꽂는 과정 역시 지난 키보드 청소 포스팅에서 자세히 언급했습니다.

요점만 살펴보면, 키캡 지지용 플라스틱 부품(흰색)을 끼우는 방향이 중요하며 플라스틱 부품의 길게 튀어나온 쪽을 수평 방향 키(시프트, 스페이스 등)는 위쪽, 수직방향 키(텐키의 +, enter키)는 왼쪽으로 향하게 끼워주면 됩니다.

기계식 키보드 스테빌라이저

 

스테빌라이저가 달린 키들을 모두 끼운 뒤에는 나머지 키들을 끼워주면 되는데, 키캡과 스위치 연결부가 좀 빡빡하다는 점만 주의하면 작업은 일사천리입니다.

이렇게 검정 일색이었던 키들이 회색과 아이보리 색으로 바뀌었습니다.

한성 보와이 키캡 필코 마제스터치

 

한성 보와이 키캡을 필코 마제스터치 컨버터블2와 사용하는데 있어 호환성의 문제는 없었습니다.

다만 필코 마제스터치 컨버터블2의 Fn 키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 윈도우 키를 끼워야 하며 Fn 키와 함께 사용하는 항목들의 인쇄가 되어 있지 않으니 Fn 키를 자주 이용하는 분들은 살짝 불편할 듯 싶네요.

한성 보와이 키캡

 

한성 보와이 키캡의 표면 질감이나 이중사출 방식의 문자 상태는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키캡 옆면의 러너를 끊어낸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어 살짝 신경쓰이더군요.

한성 보와이 키캡 밀핀

 

프라모델을 만들 때는 저런 러너 자국이나 접합선을 일일이 다듬었을 텐데, 귀차니즘이 발동하여 그냥 끼우기로 했습니다.

그나마 키캡의 하단부에 남아 있는 자국이라 키보드에 키캡을 끼우고 나니 가려서 보이지 않으니 다행입니다.

한성 보와이 키캡 밀핀

 

검정색 키캡을 바꿔 끼운 것 뿐인데, 색상이 바뀌고 나니 완전히 다른 키보드를 쓰는 느낌입니다.

사실 한성 보와이 키캡 역시 ABS 재질이라 좀 쓰다보면 반질반질해 질테지만, 검은색이 아니라서 티가 덜 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한성 보와이 키캡 필코 마제스터치 컨버터블2

 

만만치 않은 기계식 키보드 값에 별매 키캡 값까지, 기계식 키보드 사용자가 아니라면 이런 비용 지출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겠지만 저렴한 취미 생활이랄까요, 어쨌든 얼마간의 비용을 들여 원하던 색상의 키캡으로 바꾼 느낌은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별매 키캡

필코 마제스터치 컨버터블2에 들어 있던 검정색 키캡들은 잘 세척한 뒤 보관해 두었는데, 가끔 변화를 주고 싶을 때 키캡을 바꿔가며 사용해 볼까 합니다.

 

본 리뷰는 아내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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