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질 무렵에 다녀온 봉평 마가리 캠핑장. 평창의 숲속에서 즐긴 유유자적

여름 휴가 이후 첫 캠핑, 마가리 캠핑장

7월 말 여름 휴가 시즌에 1주일간의 캠핑을 다녀온 뒤, 마눌님의 직장 스케줄이 갑자기 바빠져 캠핑을 전혀 다니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휴가를 다녀온 후에도 8월의 더운 날씨를 그냥 견뎌야(?) 했고, 더운 여름이 지나고 날씨가 선선해 지면서 캠핑 가야하는데...하면서 캠핑 나갈 스케줄을 맞춰보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던 며칠 전 드디어 캠핑을 다녀올만한 시간을 맞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거의 한 달 반만에 나가는 캠핑이다보니 어디로 갈 것인지 꽤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오랫만의 캠핑인 만큼 새로운 캠핑장을 찾기 보다는 다녀왔던 캠핑장 중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을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초여름에 다녀왔던 평창군 봉평면의 마가리 캠핑장을 다시 한 번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평창 봉평 마가리 캠핑장

 

마가리 캠핑장은 곳곳에 키 큰 나무, 키 작은 나무들이 있고 캠핑장 맞은편, 개울 건너의 이국적인 산 풍경이 참 근사한 곳입니다.

사이트 구획이 따로 정해져 있는 캠핑장이 아니다보니 마음에 드는 장소로 편하게 자리를 잡으면 됩니다.

평창 봉평 마가리 캠핑장

 

마가리 캠핑장의 전체적인 풍경, 시설, 이용료나 예약 방법은 지난 초여름에 포스팅했던 마가리 캠핑장 리뷰에서 자세히 적었으니 살펴보세요.

2015/06/20 - 봉평 마가리 캠핑장에서 2박3일 캠핑. 강원도 시원한 숲, 바람, 별을 즐겼던 캠핑

익숙한 마가리 캠핑장 풍경, 달라진 것들

불과 세 달 전 다녀왔던 곳이라 그런지 봉평으로 들어서는 길, 마가리 캠핑장으로 들어서는 길이 이제는 제법 익숙하더군요.

키 큰 나무들이 울창한 마가리 캠핑장의 풍경 역시 달라진 게 없었는데, 그나마 달라진 것이라면 개울가의 물이 조금 더 줄었고 '영견'이었던 해피가 훌쩍 큰 '성견'이 되었다는 정도 였습니다.

마가리 캠핑장 평창 봉평

 

지난 여름에 왔을 때는 개울가 옆에 자리를 잡았으니 이번에는 캠핑장 안쪽으로 자리를 잡아볼까?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꽃과 나무로 천연의 사이트 구획이 나눠진 곳이었는데, 꽃과 나무, 풀밭의 분위기는 근사했지만 마눌님께서 넓은 자리 놔두고 굳이 좁은 곳을 찾을 필요가 있냐고 하네요.

평창 봉평 마가리 캠핑장

 

그래서 지난 여름에 점찍어 두었던, 개울가에 낮고 넓게 드리운 파라솔 모양의 뽕나무 아래로 자리 잡기로 했습니다.

평창 봉평 마가리 캠핑장

 

이 뽕나무 아래는 넓은 그늘이 만들어져 여름에는 마가리 캠핑장의 명당일 듯 싶은데, 배전반까지의 거리가 좀 있어서 20m 릴선을 아슬아슬하게 끌어왔습니다.

마가리 캠핑장 명당

 

그렇게 뚝딱 돔스크린을 쳤습니다.

지난 번에는 돔스크린 폴대를 빼먹고 와서 마가리 캠핑장의 텐트를 빌려야했는데, 이번에는 저희 장비를 제대로 쳤습니다 ㅎㅎ

마가리 캠핑장 명당

깻잎, 삼채, 고추, 옥수수 - 널려 있는 푸성귀들

돔스크린을 치던 중 마가리 캠핑장 주인장 부부께서 돌아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마눌님은 주인장 아주머니를 따라 깻잎 등의 푸성귀를 따러 갔고, 저도 쫄래쫄래 따라갔습니다.

깻잎 마가리 캠핑장

 

사람 키만큼 올라온 깻잎을 먹을만큼 따고 난 뒤, 캠핑장 안쪽에 있는 밭으로 와 파란 고추, 빨간 고추와 삼채를 땄습니다.

홍고추 삼채 마가리 캠핑장

 

마지막으로 딸 시기를 놓쳤다는 옥수수 서너 개를 따왔습니다.

마가리 캠핑장에서는 캠핑장을 이용객들이 자유롭게 따가라고 심고 뿌려둔 것이라는데, 너무 점잖은 캠핑장 이용객들이 도무지 가져다 먹지를 않는다고 하시네요ㅎㅎ

옥수수 삼채 홍고추 깻잎

 

마눌님께서는 씻어 온 깻잎과 삼채, 홍고추와 파란 고추, 진달래 잎까지 작게 잘라 오리엔탈 소스 하나만 넣어서 버무린 샐러드를 내놓았습니다.

처음에는 딱! 보기에 엄청 매워보이는 빨간 고추를 왜 샐러드에 넣었을까 했는데, 신기하게도 피망처럼 달달한 맛이더군요.

샐러드 삼채 홍고추 깻잎

갓 따온 싱싱한 야채라 그런지 대충 썰어서 소스 하나만 넣어서 버무렸는데, 고기와 싸먹기도 좋고 그냥 먹어도 좋은 근사한 샐러드가 되었습니다.

 

옥수수는 수확할 시기가 며칠만 지나도 딱딱해진다고 했지만, 그래도 몇 개 따서 물에 삶은 뒤 숯불에 올려놨습니다.

옥수수구이 가래열매

 

딱딱해서 맛이 없을 것이라는 주인장 아주머니의 말과 달리 쫀득한 옥수수의 맛이 제대로 더군요ㅎㅎ

옥수수구이

 

옥수수 옆에 올려져 있던 호두 비슷하게 생긴 녀석은 '가래'라고 합니다.

저희가 자리잡은 뽕나무 바로 옆에 '가래나무'가 있었고, 나무 주변에 열매가 잔뜩 떨어져 있더군요.

가래열매 호두

가래라는 이름은 좀 이상하지만 한약재로 쓰이는 것이라고 하며 불에 살짝 올려 두었더니 껍질이 벌어지면서 호두처럼 생긴 알맹이가 나옵니다.

맛은 호두처럼 고소하면서도 약간의 풀향이 감돌았는데, 숯불에 올려두고 꽤 많이 까먹었습니다.

 

이것저것 집어먹다보니 어느새 저녁이 깊었고, 마가리 캠핑장 라운지에서 몇 안되는 평일 캠핑 손님들, 주인장 내외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가리 캠핑장해피는 오빠를 좋아해

메밀꽃 질 무렵 봉평 산책

사실 다녀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봉평 마가리 캠핑장을 다시 찾은데는, 며칠 전 봉평의 메밀꽃 축제가 한창이라는 뉴스 기사 덕분이기도 합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봉평 읍내로 나와 이효석 문학관 근처에서 메밀꽃 구경을 했습니다.

메밀꽃 축제는 저희가 오기 전 일요일에 모두 막을 내렸지만 다행히 하얀 메밀꽃은 실컷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메밀꽃 이효석 문학관

 

그리고 이 녀석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2년전 초겨울, 봉평 여행을 왔을 때 만났던 당나귀와 미니 당나귀는 여전히 같은 축사에 있더군요.

2013/11/07 - 메밀꽃과 당나귀의 고장, 평창 이효석 문학관을 다녀오다

봉평 당나귀

당나귀들의 덩치나 눈매를 보면 2년전 그 녀석들 같긴한데, 그래도 시간이 꽤 흘렀다 싶어 예전 포스팅을 다시 들춰봤더니 그때 그 녀석들이 맞더군요ㅎㅎ

여전히 사람들이 다가오는 걸 반기는 눈치긴 한데 관광객이 없는 평일에는 이렇게 축사에 갇혀서 철망을 핧는 모습을 보니 짠하기도 합니다.

청솔모가 떨어뜨린 잣송이를 노리는 다람쥐

마가리 캠핑장의 키 큰 나무들 주변에는 잣송이가 떨어져 있기도 합니다.

아직 좀 이른 철이라 잣송이의 수는 적지만 가끔 보이는 청솔모들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 잣송이를 떨어뜨려 놓는다는군요.

마가리 캠핑장 잣나무

 

떨어져 있는 잣송이를 살펴보니 잣이 꽤 실하게 들어차 있었고, 잣송이 몇 개를 가져다가 불꺼진 화로 옆에 놔뒀더니 어느새 다람쥐가 슬금슬금 다가옵니다.

평소에는 사람이 근처에 가면 도망가기 바쁜 다람쥐들이지만, 잣송이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슬금슬금 다가왔고, 쫒아내지 않고 가만히 지켜봤더니 잣송이에서 잣을 빼내기 시작합니다.

잣송이 다람쥐 마가리 캠핑장

 

흔치 않은 광경이다 싶어 숨죽이고 지켜봤는데, 잣송이의 녹색 조각을 이빨로 뜯어내고 그 속에 있는 잣을 꺼내어 볼에 채워두는게 여간 재미있는 광경이 아니더군요.

잣송이 다람쥐 마가리 캠핑장

 

다람쥐는 양 볼을 잣으로 가득 채운 뒤 어디론가 갔다가 또 다시 돌아와 잣을 빼내기에 여념없었습니다.

사람 눈치보랴 잣 빼내랴 정신없을 녀석을 위해 주워온 잣송이 중 두 개를 멀찍이 던져뒀더니 몇 번인가 부지런히 왔다갔다 하면서 잣을 빼냈습니다.

잣송이 다람쥐 마가리 캠핑장

 

 

3달 새 훌쩍 자라버린 해피는 캠핑장에 손님이 없을 때면 온 산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흙을 묻히고 다니더군요.

강아지도 식빵을 굽는게 신기해서 이 녀석의 예쁜 사진들은 다 놔두고 목덜미에 흙묻은 사진을 내놓습니다ㅎㅎ 

마가리 캠핑장 진돗개 해피

 

원래는 1박2일의 일정으로 캠핑을 나왔지만,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하루를 더 머물게 되었습니다.

깊은 숲속 나무 사이로 구름이 끼었다가 파란 하늘이 나왔다가 변화무쌍한 하늘과 함께 또 하루가 지나갑니다.

마가리 캠핑장 평창 봉평

 

둘째 날 저녁은 오랫만에 비어치킨을 구워봤습니다.

비어치킨 받침대를 챙겨온다는 걸 깜빡 잊고 온데다 오랫만에 구웠더니 불조절을 실패해 좀 덜 익었네요.

비어치킨 가스토치

덕분에 몇몇 요리프로에서 봤던 가스토치로 고기 표면을 그을리기를 시전하는 중입니다ㅎㅎ

 

이렇게 마가리 캠핑장에서의 2박3일이 훌쩍 지나갔고 마지막 날, 아침일찍 짐을 챙기고 떠나려니 하루만 더 머물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참 아쉽더군요.

초여름에, 초가을에 한 번 왔으니 눈 내린 겨울에도 다시 한 번 찾아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평창 봉평 마가리 캠핑장2015년9월16일~18일, 평창군 봉평 마가리 캠핑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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