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남천야영장 이용후기. 시원한 계곡물과 함께 시작한 여름 휴가 캠핑

7일간 여름 휴가, 캠핑 준비

올해 여름 휴가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캠핑장에서 보내기로 했습니다.

 

1주일간의 캠핑이다보니, 하루 이틀짜리 캠핑보다 준비할 것들이 많습니다. 

 

마눌님께서는 캠핑장에서 먹을 것, 입을 것들을 준비하느라 열심인데, 저는 베란다 커피나무가 걱정입니다.

 

지난 해 여름, 5일간의 휴가를 다녀와 보니 커피나무가 물 부족으로 잎이 축 늘어져 있더군요. 

2015/06/30 - 커피나무 물주는 요령. 거대해진 3년생 커피나무로 부터 배우는 커피나무 물주기 방법

 

올해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햇볕이 직접 들이치지 않는 거실로 커피나무 화분을 옮겨두었는데, 커피나무가 천장에 닿을락 말락할 정도가 되었네요.

 

올 겨울 월동을 위해 커피나무를 거실로 들여 놓으려면 휴가를 다녀오자마자 가지치기를 해야겠습니다. 

커피 나무 coffee tree

휴가 1~2일차, 남천야영장

1주일간의 여름 휴가 중 첫째, 둘째날을 보낼 곳은 소백산국립공원 남천야영장입니다.

 

캠핑장 선정 및 예약 담당인 마눌님께서는 7월초, 국립공원관리공단 예약 홈페이지에서 야영장 몇 곳에 예약 신청을 했습니다.

 

국립공원야영장은 여름 성수기철에는 추첨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데, 운좋게도 두 곳의 야영장에 당첨이 되었고, 첫 번째로 남천야영장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 곳 남천야영장은 여름에만 한시적으로 운영되던 곳이었다는데, 올해부터 예약제로 바뀌어 상시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제가 사는 동탄에서 남천 야영장까지의 거리는 대략 180km로 평소 다니던 캠핑장보다 살짝 거리가 있지만 크게 부담되는 거리는 아닙니다.

네비양의 안내에 따라 계곡을 낀, 소나무가 멋진 길을 따라 올라오다보니 맞은 편에서 도로가 끝나는 분위기입니다.

뭐지? 싶었는데, 남천야영장으로 진입하는 길이네요.

남천야영장 캠핑 camping

 

차 한 대가 겨우 다닐만한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니 남천야영장 관리사무소가 나옵니다.

남천야영장은 직원이 출입을 꼼꼼히 체크하고 있었고, 예약 확인 및 간단한 안내를 받고 300원짜리 쓰레기 봉투를 구입한 뒤 다시 올라갑니다.

참고로 소백산 남천야영장의 이용요금은 주차비 포함 16000원, 전기 이용료 4000원입니다.

남천야영장 캠핑 camping

 

남천야영장은 주차장과 야영장 사이트가 분리된 구조로 주차장에 차를 대고 짐수레로 짐을 옮겨야 합니다.

남천야영장 입구로 진입하는 다리 입구에는 국립공원야영장에서 익숙하게 봐 온 나무 기둥이 서 있습니다. 

남천야영장 캠핑 camping

 

남천야영장의 다리를 건너고 야영장 입구로 들어서자 금지 사항에 대한 안내문이 있습니다.

모닥불 금지, 흡연 금지, 애완 동물 출입 금지 등의 주의 사항이 눈에 띄며 특히 모닥불 금지는 야영장 안내 방송을 통해서도 자주 안내하더군요.

남천야영장 이용수칙

다만 모닥불은 금지, 숯불은 가능하다는 애매한(?) 규정 때문인지 대개 화로대를 이용해 불을 피우는 분위기였고, 순찰을 도는 남천야영장 관리소 직원들 역시 화로대만 사용한다면 특별히 제재하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남천야영장은 국립공원야영장 중에서도 경쟁률이 어마어마한 곳이라고 하더군요.

사이트를 내맘대로 고르는 평일 전세 캠핑에 익숙하다보니 이런 경쟁은 익숙치 않지만 사람 많은 캠핑장을 이용하는 기분도 새롭습니다. 

남천야영장 사이트

저희가 머문 사이트는 계곡 옆의 A-3번 자리였는데 사이트에 애매하게 서 있는 나무 때문에 텐트 자리 잡기가 좀 애매하더군요.

A-3 사이트의 나무는 오전에는 그늘을 만들어주지만 오후 2~3시를 넘어가면 옆의 사이트에 그늘을 만드는 터라, 그늘 효과도 다소 애매한 자리입니다.

 

어쨌든, 5*7m의 사이트에 돔스크린과 헥사타프를 이리저리 쳤습니다.

남천야영장 캠핑 camping

남천야영장은 사이트 간 간격이 좁은데다, 저희보다 좀 늦게 도착한 옆집 텐트의 입구가 저희쪽 입구를 향한터라, 헥사타프를 가림막 형태로 설치했습니다.

2014/07/28 - 헥사타프를 가림막으로 설치하는 방법. 쉬운 헥사타프 응용 설치 요령

 

계곡 바로 옆이라 세찬 물소리 덕분에 바로 붙은 옆 사이트의 소음은 가려지지만 시선은 가려지지 않는데, 헥사타프 덕분에 편안해졌습니다.

다소 불편한, 남천야영장의 편의시설

남천야영장은 개수대와 세면대가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설거지를 하고 있노라면 손이 아릴 정도로 시원한 물이 나오는데, 날씨가 좀 추워지면 설거지나 세수가 꽤 큰 일이 될 듯 싶더군요.

남천야영장 개수대

 

개수대 시설 안쪽에 공용 냉장고가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남천야영장 공용 냉장고

 

저희가 머물던 A-3 사이트에서 사이트 한 줄이 더 있고, 건너편에 화장실이 있는데, 이 화장실은 물이나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자연 발효식' 화장실입니다.

남천야영장 화장실

쉽게 말해 '푸세식' 화장실인데요, 화장실 내부 관리는 자주, 깨끗하게 되고 있었지만 아래가 뻥 뚫린 화장실은 상당히 낯선데다 냄새를 감추기 위한 소독약 냄새가 진동하여 불편했습니다.

실제 이 화장실의 이용을 꺼려지는지 멀리 풀옵션 캠핑장 쪽의 깨끗한 화장실을 찾아가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풀옵션 캠핑장쪽으로 가봤습니다.

옆에 계곡물이 흐르는 근사한 분위기의 나무 데크 길을 따라 가면

남천야영장 계곡

 

풀옵션 캠핑장이 나타납니다.

풀옵션 캠핑장은 말 그대로 캠핑을 위한 대부분의 장비가 갖춰져 있어 몸만 움직이면 되는, 그런 캠핑장입니다.

2013/12/18 - 월악산 닷돈재 풀옵션 캠핑장. 캠핑장비 없이 쾌적한 겨울 캠핑을 즐기는 법

남천야영장 풀옵션 캠핑장

 

그런데 남천 풀옵션 캠핑장의 텐트는 유난히 촘촘히 지어진 느낌입니다.

풀옵션 캠핑장을 들어서는 순간, 다닥다닥 붙은 텐트들만 눈에 들어 왔는데요, 반대편으로 계곡을 바라보는 전경은 나름 괜찮아 보였지만, 밀집대형을 이루고 있는 텐트를 이용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남천야영장 풀옵션 캠핑장

 

풀옵션 캠핑장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나오는 산막 텐트 역시, 오밀조밀 붙어 있는 답답한 느낌이었습니다.

한정된 면적에 짓는 시설이란 점은 이해가 되지만, 지금보다 20~30%만 간격이 있었다면 힐링의 분위기를 내면서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었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남천야영장 산막텐트

 

그래도 남천 풀옵션 캠핑장의 화장실 시설은 야영장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냄새없는 쾌적한 공간이었습니다.

남천야영장 산막텐트

모든 단점을 덮어버리는, 남천야영장의 계곡물

사이트가 좁고, 화장실이 불편한 점과 더불어, 남천야영장에는 샤워시설이 없습니다.

남천야영장에 도착한 첫 날, 비를 맞으며 텐트를 친 덕에 몸에서는 땀냄새가 진동했지만, 샤워시설이 없어 세수하고 물티슈로 닦아내는게 고작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캠핑장에 마련된 샤워시설을 잘 이용하지도 않지만, 막상 필요할 때 샤워시설이 없다는 점은 상당한 불편 사항이었습니다.

 

하지만 남천야영장에는 이런저런 불편한 점들을 모두 상쇄시켜버리는 천혜의 자원이 있으니, 바로 남천야영장 옆으로 흐르는 맑고 시원한 계곡물입니다.

남천야영장 계곡

 

남천야영장의 계곡물은 바닥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고 시원한데다 수량도 넉넉하여 물놀이하기에 최적의 장소였습니다.

남천야영장 계곡

 

녹색이 짙은 산을 끼고 흐르는 계곡물에 한동안 발을 담그고 있었고, 마눌님은 튜브와 함께 뛰어들어 수영을 즐겼습니다.

마눌님 역시 수영을 즐긴 뒤에는 부족한 편의시설에 대한 얘기가 싹 사라졌다는군요ㅎㅎ

남천야영장 계곡

나름대로 꼽아본, 남천야영장의 명당

마눌님과 저의 캠핑장 리뷰에서 빠지지 않는, 캠핑장 명당 품평회를 해보니 남천야영장의 명당은 A-9 자리였습니다.

A-9번 사이트는 A-8번과 A-10번으로 두 면이 인접해 있지만

남천야영장 명당

 

나머지 두 면은 시원한 계곡물이 바로 내려다 보이는, 전망이 근사한 자리입니다.

남천야영장 명당

 

남천야영장 배치도를 통해 보면 이렇습니다.

저희가 머물렀던 A-3번 사이트를 비롯해 대부분의 계곡쪽 사이트들이 한 면만 계곡에 인접한 반면 A-9 사이트는 두 면의 전망이 계곡을 향하는 프리미엄 사이트인 것이죠 ㅎㅎ

남천야영장 배치도

비오는 캠핑장, 부추전

캠핑장에서 이런저런 맛난 것들을 뚝딱 만들어내는 마눌님께서는 비오는 날에는 부침개를 먹어야 한다며 부추전을 양껏 부쳐냈습니다.

덕분에 타프 아래서 후둑후둑 떨어지는 빗줄기를 감상하며 부추전과 맥주를 즐겼습니다ㅎㅎ 

남천야영장 캠핑 Camping

 

남천야영장에서 2박3일을 머물고 떠나는 아침, 날은 맑게 개였고 잠자리들이 많이 날아다니더군요.

남천야영장 캠핑 Camping

 

매번 캠핑장마다 빠지지 않고 남기는 캠핑장 인증샷, 이번에 찍은 사진을 보니 제 앉은 자세가 지나치게 쩍벌남이라 생략하고, 대신 요리삼매경에 빠져 있는마눌님의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남천야영장 여름휴가2015년 7월23일~25일, 남천야영장

남천야영장을 떠나면서 인상깊었던 것을 다시 떠올려 보니 화장실 소독약의 강렬한 냄새, 아침저녁으로 드나들던 분뇨수거차 등 주로 냄새와 관련있는 것이었지만, 그보다는 유독 맑고 시원했던 계곡물이 좋은 캠핑장이라는 사실이 더 크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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