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처가집 나들이. 느닷없이 고치게 된 1994년 생 뻐꾸기 시계

여보게, 이리 좀 와보게

제가 처가집에 갈 때쯤 되면 장인 어른께서는 이런 저런 자잘한 일거리들을 준비해 두시곤 합니다.

 

컴퓨터가 말을 듣지 않는다거나 즐겨 듣는 라디오의 주파수가 지워져 버렸다거나, 혹은 자동차의 네비게이션을 업그레이드 할 때가 되었다는 등 그 종류가 참 다양합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사용법을 알려드리거나, 잘못된 것을 고쳐 드리는 건 제 전공이고, 간단한 전기 작업도 가능하고, 화분을 분갈이 하는 등의 힘쓰는 일도 가능하니, 아직까지 장인 어른의 요청 사항 대부분을 해결해드린 셈입니다.

 

이번에 갔더니 안방 형광등이 제대로 들어오질 않아 일단 형광등부터 가볍게(!) 갈았습니다..

2013/04/05 - 거실등(FPL등)을 교체하다 확인한 에너지 소비 효율의 위력

처가집 장인어른 형광등 교체

 

장인 어른께서는 식물을 많이 기르고 계시고 가끔 하는 분갈이 역시 제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2014/02/03 - 킹벤자민 화분 분갈이 하는 방법. 큰 식물의 분갈이, 요령만 알면 간단!

 

그런데 지난 해 2월에 분갈이를 했던 킹벤자민 화분을 문득 봤더니 가지가 제멋대로 자라 중구난방으로 뻗고 엉켜 있더군요.

스마트폰 사진이라 느낌이 제대로 날지 모르겠는데, 실제로는 정말 보는 제가 더 답답해질 정도로 엉망으로 엉켜 있었습니다.

킹벤자민 가지치기

 

얼마전 저희 집에 있는 파키라와 킹벤자민의 가지치기를 통해 나름대로의 요령을 익힌바, 제멋대로 엉켜 있던 킹벤자민의 가지들을 짧게 싹 쳐냈습니다.

2015/05/09 - 파키라와 킹벤자민의 가지치기 3주차. 단정하게 변신한 킹벤자민과 파키라 나무

킹벤자민 가지치기

엉켜 있던 가지와 말라 죽은 가지들을 싹 쳐내고 나니 장인 어른께서는 가지를 너무 짧게 쳐버린 것 아니냐고 하셨지만, 곧 연녹색의 새 잎이 돋아날테니 걱정마시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렸습니다ㅎㅎ

 

그리고 땡볕이 내리쬐는 베란다 유리창에 열차단 유리페인트를 칠했습니다.

2015/07/02 - 노루표 열차단 유리페인트 사용후기. 시공이 쉽고 차단 효과가 좋은 유리페인트

열차단 유리페인트 시공

예상치 못했던, 뻐꾸기 시계의 습격

이렇게 오늘도 이런저런 자잘한 일거리들을 무사히 처리했다고 안심하고 있을 무렵, 장인 어른께서는 제가 미처 예상치 못했던 숙제를 내셨습니다.

얼마전 뻐꾸기 시계의 건전지를 바꿔 끼웠더니 시간은 잘 가는데 뻐꾸기가 울지 않는다며 좀 봐달라는군요ㅎㅎ

뻐꾸기 시계

 

제가 그동안 이런 저런 것들을 해결해드리긴 했지만, 뻐꾸기 시계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뿐더러 전혀 예상치 못했던 종목이기에 꽤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살펴보는 시늉이라도 하자 싶어 전동 드라이버를 꺼내 들고 뻐꾸기 시계의 뒷면 나사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뻐꾸기 시계

 

뻐꾸기 시계의 뒷면 나무판을 모두 풀어내고 난 뒤 건전지 덮개를 열어보니 건전지 하나의 방향이 잘못 꽂혀 있었습니다.

시계는 정상적으로 잘 가고 있었기에 건전지 방향이 잘못 되었을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어쨌든 건전지 하나가 건전지 케이스에 표시된 방향과 다르게 꽂혀 있었던 것이더군요. 

뻐꾸기 시계

 

잘못 끼워져 있던 건전지 하나의 방향을 바꿔 끼우자, 언제 그랬냐는 듯 뻐꾸기 시계의 문이 열리고 뻐꾸기가 나와 청아한(!) 소리로 뻐꾹~ 뻐꾹~ 하며 울기 시작합니다.

 

고장 났던 뻐꾸기 시계는 싱겁게 고쳐졌습니다.

그런데 이 뻐꾸기 시계의 뚜껑 안쪽에 붙어 있는 스티커에 적힌 날짜는 94년 7월, 20년이 훌쩍 넘은 제품이었네요.

뻐꾸기 시계

 

94년이면 제가 대학에 들어간 첫 해, 공부는 뒷전이고 전국 방방곡곡을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던 때이다보니 94년 7월 제조라고 적힌 스티커를 보니 뻐꾸기 시계가 왠지 모를 친근함이 생기더군요.

덕분에 뻐꾸기 시계의 구석구석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는데, 요즘 같으면 플라스틱으로 찍어냈을 부품들을 나무로 깎아 만든 것하며,

뻐꾸기 시계

 

밤에는 뻐꾸기가 울지 않도록 광센서가 달려 있는 부분까지, 꽤 신경써서 만든 제품이었습니다.

뻐꾸기 시계물론 메이드 인 코리아

 

이렇게 울지 않던 뻐꾸기 문제가 해결되었고, 장인어른께서는 내친김에 뻐꾸기 시계의 잡소리까지 해결해 달라고 하십니다.

어디서 나는 소린가 했더니 시계 안쪽의 추가 좌우로 움직일 때 덜거덕 거리는 소리였습니다.

뻐꾸기 시계 시계추

 

좌우로 왔다갔다 움직이는 추의 끝에는 아무것도 없기에 그냥 추만 떼어내면 될까 싶었는데, 추의 끝에는 자석이 달려 있었습니다.

자석을 보니 뭔가 작동하는데 필요한 부품인듯 싶어 그냥 떼버려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뻐꾸기 시계 시계추

 

뻐꾸기 시계 안쪽에서 좌우로 움직이는 추의 역할이 무엇일까?

잠시 생각한 끝에 뻐꾸기 시계 아래쪽에 시계추가 걸려 있었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고, 장인어른께 여쭤봤더니 예전에 시계추가 걸려 있던게 맞다고 하시더군요.

뻐꾸기 시계 시계추진즉에 좀 말씀해주시지 ㅋ

 

뭐 어쨌든 울지 않던 뻐꾸기도 다시 울게 만들었고, 달그락 거리던 잡소리도 잡았으니 뻐꾸기 시계까지 완벽하게 고친셈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마눌님께 '하다하다 이제 뻐꾸기 시계까지 고쳐내라신다'며 웃었더니 마눌님께서는 좀 미안했는지 카스에 요런 얘기를 올렸더군요ㅎㅎ

카카오스토리

94년 생 뻐꾸기 시계 덕분에 잠시 추억에 잠기기도, 웃기도 했던 그런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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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8) :: 댓글 입력은 녹색 댓글버튼 클릭 후 공개글로 달아주세요. 특별한 이유없는 비밀 댓글에는 답변하지 않습니다

  • 2015.07.04 07:32 신고

    우리집 뻐꾸기 시계도 안 운지 십년이 넘었는데....
    설마 그동안 건전지를 잘못 끼웠던건가? ㅡ,.ㅡ
    잘못 끼우면 시계가 안 가야 되는거 아닌가요? 신기하네....
    진짜 확인 해봐야 하나? 귀찮은데....히잉~~

    가만가만....
    하나 잘못 끼워도 시계가 간다는 이야기는...3개의 건전지 중에 1개만 시계 운행(?)에 관계되고 나머진 뻐꾸기 동작에 관여한다는 거잖아요. 그럼 그동안 멀쩡한 건전지를 시계 안 간다고 바꿨다는 말이네요? @_@
    어쩐지....
    저 큰 건전지 3개가.....뻐꾸기 동작도 안하는데....생각보다 빨리 시계가 죽는다고 느꼈는데.....
    아아아아아악!!!!

    • 2015.07.04 08:17 신고

      이 시계의 건전지 넣는 방향이 좀 특이하긴 하더라구요.
      대개의 경우 방향이 위-아래-위 식으로 서로 엇갈리게 넣게 되어 있는데, 이건 위-위-아래 식으로 넣게 되어 있더라는...

      시계는 잘 갔던걸 보면 말씀대로 두 개는 시계, 하나는 뻐꾹이 뭐 이런 식이었던것 같아요.

      무락님이 건전지 방향을 잘못 끼웠다고 생각되진 않습니다만...혹시 잃어버린 십년...뭐 이런게 되는건가요 ㅋ

  • 2015.07.04 23:34

    비밀댓글입니다

    • 2015.07.05 10:17 신고

      반갑습니다.
      매일 좋은 정보를 찾아 들어오시는데, 기대에 부흥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프리랜서라 평일 캠핑을 주로 다니는 편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캠핑족들은 주말에 사람들이 꽉 들어찬 곳을 다니는게 일반적이라, 제가 소개하는 캠핑장 분위기는 실제로 겪는 것과는 많이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생활불편 어플은 저도 깔아놓기만하고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은 없지만, 증거가 명확하다면 답변이 올 것이라 생각되는군요.
      (저는 신문고 사이트를 주로 사용합니다^^;;)

      앞으로도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양현진
    2015.07.05 14:43

    카이저뻐꾸기시계 이군요

    • 2015.07.05 23:54 신고

      넵~ 요즘도 이 카이저라는 시계 회사가 있나 모르겠네요^^;;

  • 김용수
    2015.07.10 13:40

    저는 일부러 머 시킬까봐 못한다고 합니다

    실제로도 컴터맨님 보다 못해요

    하면 흉내야 내보겠지만요 장인어른께서 뻐꾸기를 다른새로 바꿔달라고 안하신게 다행이네요 ㅋㅋㅋ

    잘보고 갑니다

    • 2015.07.10 13:55 신고

      맞습니다. 꽤 옛날 얘기지만, 군대시절, 그리고 회사 신입시절 컴퓨터 좀 만질 줄 안다고 했다가 크게 데인적이 있었고, 그 후로 어지간하면 난 모른다며 뒤로 빠져 있곤 합니다 ㅎㅎ

      하지만, 처가집이나 본가의 일은 차마 그리할 수 없어서 팔을 걷어붙이곤 하는데요, 이젠 어지간히 적응도 되었고 또 이렇게 일(?)을 하고 온 날은 마눌님의 서비스도 더 좋아집니다^^

      그렇지 않아도 제대로 작동안하면 사드릴 요량으로 뻐꾸기 시계를 좀 검색해봤는데요, 저렇게 나무로 만든 수작(?)은 보기 힘들더라구요.
      큰 고장이 아닌게 천만 다행이었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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