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에서 후딱 만든 대나무 훈제 닭다리 구이 레시피. 닭다리를 품은 대나무

봄 비와 함께 하는 2015년 두 번째 캠핑

해마다 벚꽃이 피는 계절이 되면 꽃구경을 다녔는데 올해는 어찌어찌하다보니 TV에서만, 그리고 마눌님을 출퇴근 시키는 길에서만 벚꽃을 구경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벚꽃 시즌이 끝나기 직전에 캠핑 일정이 잡혀 단양으로 벚꽃 구경 겸 캠핑을 나왔습니다.

 

단양의 소선암 오토캠핑장으로 오면서 충주호의 벚꽃길에서 꽃구경에 넋을 놓은 마눌님께 집근처에서도 흔히 보는게 벚꽃인데 뭐 다르냐고 물었더니, 출퇴근 길에 보는 것과 '꽃구경'하러 나와 보는 것은 기분부터가 다르다는군요 ㅎㅎ

 

벚꽃 시즌이 이제 마지막이라더니, 소선암 오토캠핑장으로 들어서자 부슬부슬 봄비가 뿌리기 시작합니다.

 

바람만 불지 않는다면 빗속의 캠핑은 오히려 반기는 쪽인데, 오늘이 딱 그런 날이네요

소선암 오토캠핑장

 

꽃구경 하며 천천히 오느라, 그리고 원래 가려고 했던 캠핑장이 휑한 느낌이 들어 목적지를 급히 바꾸느라 소선암 캠핑장에는 오후 늦게 도착했습니다.

뚝딱뚝딱 돔스크린을 치고 살림살이 배치를 마친 뒤, 출출하다고 했더니 즉석에서 갈아만든 감자전으로 일단 요기를 하라고 합니다.

대나무 스피커 캠핑 Camping블루투스 스피커를 밀어낸 대나무 스피커

갑자기 떠오른, 대나무 닭다리 구이 레시피

바삭한 감자전과 맥주 한 잔으로 간에 기별을 보낸 뒤, 마눌님께서 준비중인 닭다리 구이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마트에서 구입한 포장 닭다리에 바질(마트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허브 종류)을 잔뜩(!) 뿌리고 후추와 소금으로 간을 한 닭다리는 원래 화로에 올려 구울 예정이었습니다.

닭다리 대나무 구이 캠핑요리 레시피

 

그러다 문득, 대나무 스피커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 대나무를 이용해 대나무통 훈제 구이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나무 스피커를 만들고 남은 양쪽의 자투리 대나무를 캠핑 화로의 불쏘시개로 쓰기 위해 장작과 함께 챙겨왔는데, 그냥 태워버리느니 흔히 대나무 삼겹살 구이를 하듯, 닭다리를 구워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죠.

2015/04/03 - 대나무로 스마트폰 스피커 만들기. 모양도 음질도 꽤 쓸만한 대나무 증폭 스피커 DIY

닭다리 대나무 구이 캠핑요리 레시피

 

원래 대나무를 이용한 훈제 레시피라면 대나무통 안쪽을 깨끗이 씻은 뒤 고기를 그대로 넣는게 정석이겠지만, 귀차니즘으로 인해 닭다리를 호일로 적당히 감싸기로 했습니다.

닭다리 대나무 구이 캠핑요리 레시피

 

양쪽이 뚫린 대나무 조각인지라 원래는 닭다리를 그냥 밀어넣으려고 했는데, 닭다리가 보기보다 꽤 굵어 대나무를 반으로 갈랐습니다.

20cm 남짓한 길이로 짧게 잘린 대나무라 바위에 내리치니 반으로 갈라지더군요.

대나무 마디가 양쪽에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즉석에서 조달한 것이니만큼 그냥 진행합니다 ㅎㅎ

닭다리 대나무 구이 캠핑요리 레시피

 

'훈제'의 기분을 내기 위해 바닥면만 호일을 받치고 위에는 대나무를 덮은 뒤, 남은 호일로 대나무를 감싸 뚜껑이 벗겨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즉석에서 만들어 보는 것이지만 나름 머리를 썼다고 할까요 ㅎㅎ

닭다리 대나무 구이 캠핑요리 레시피

 

화로에 그릴을 올리고 고기를 구울 때는 장작이 활활 타고 발갛게 남은 숯의 열기로 구우라 말하곤 했는데, 이 때는 배가 고프기도 하고 처음 시도하는 결과물이 궁금하기도 하더군요.

불이 좀 세게 남아 있는 상태에서 닭다리를 품은 대나무를 올렸더니 잠시 후 대나무까지 잘 타들어 갑니다 ㅎㅎ

너무 타면 안되지 싶어 중간중간 대나무 통을 빼내서 후후 불어 불을 꺼주는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닭다리 대나무 구이 캠핑요리 레시피

꽤 오랜 시간 말려서 사용한 대나무인데도 화로불위에 올리니 또 대나무 진액이 밖으로 새어나오는 걸 보니, 뭔가 작품이 탄생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대나무 통을 넣었다 뺐다 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20분 쯤 지나자 활활 타던 장작불도 사그라들어 발갛게 보기 좋은 숯불이 남았습니다.

이 때부터는 대나무통을 가만히 두고 10분 정도 더 지켜봤습니다.

닭다리 대나무 구이 캠핑요리 레시피

 

이렇게 겉에 있던 대나무가 타들어가면서 조각조각 떨어질 때쯤, 닭다리를 꺼내서 상에 올렸습니다.

노릇노릇하게 잘 익은 닭다리가 왠지 맛도 좋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ㅎㅎ

닭다리 대나무 구이 캠핑요리 레시피

 

닭다리 하나를 집어들어 시식해본 마눌님, 오오!!! 하면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웁니다 ㅎㅎ

대나무통속에서 은근한 열기에 훈제를 시킨 덕분인지 닭다리에 간이 잘 배어든, 맛난 닭다리 구이입니다.

비어캔 치킨을 해 먹을 때는 고기에 간이 잘 배지 않아 염지를 하는 경우도 있디지만, 대나무 닭다리 구이는 굵은 소금을 뿌리기만 했는데 간이 무척 잘 배였습니다.

닭다리 대나무 구이 캠핑요리 레시피

 

즉석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로 구운 것 치고는 정말 기대하지 않았던, 맛난 닭다리 구이가 되었는데요, 사진을 좀 찍게 잠시 포즈를 취해보라는 마눌님은 맛에 주체를 못하고 연신 손을 흔들어대는군요 ㅎㅎ

보통 두 사람만 다니는 캠핑이라 요리 재료의 양도 적은 편인데, 이 날은 닭다리 4개만 준비해 온 것이 아쉬울 정도로 게 눈 감추듯 닭다리를 흡입했습니다.

닭다리 대나무 구이 캠핑요리 레시피

마눌님은 대나무 닭다리 구이를 해치운 직 후, 친구에게 대나무를 좀 더 보내라는 메시지를 보내더군요 ㅎㅎ

다른 요리와 달리 이건 저와 마눌님의 머리에서 나온 작품(?)인 만큼, '닭다리를 품은 대나무'라고 이름을 불여봤습니다.

 

주변에서 이런 대나무를 구할 수 있는 캠핑장이 흔치 않겠지만, 대나무가 있다면 이런 방법으로 삼겹살이나 닭다리를 구워 먹는 것도 별미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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