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해 본 김장 담그기. 올해도 어김없이 다가온 초겨울 김장 담그는 풍경

김장 5년차, 올해는 좀 이른 김장하던 날 풍경

결혼 전에는 김장은 저와 별 상관없는 집안 행사였고 단지 김장독을 파내고 묻는 정도의 힘쓰는 일만 살짝살짝 도왔을 뿐입니다.

 

하지만 결혼 뒤, 자연스럽게 처가집의 김장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고, 올해로 벌써 김장 5년차가 되었군요.

 

평소에는 11월말, 혹은 12월 초에 김장을 했지만 올해는 저와 마눌님의 스케줄에 따라 11월 중순에 김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가집은 몇 년전부터 시골에서 절인 배추를 받아 사용했고 올해 역시 충청도에서 절인 배추를 공수받았습니다.

 

올해 배추 농사가 풍년이라더니 다섯 포대 속에 들어 있던 절인 배추는 대략 60포기 남짓, 푸짐하게 들어 있었습니다.

절인 배추 김장 김치

 

김장에서 제가 담당하는 첫 번째 작업이 절인 배추 포대를 나르는 일이고, 두 번째 일이 무우 채썰기입니다.

커다란 무우 열 다섯개 정도를 채를 써는 작업, 채칼을 이용하니 그리 힘들지 않게 한 '다라'의 무우 채가 완성되었습니다.

무우채 김장 김치

 

장모님께서 얼마전 홈쇼핑을 통해 구입했다는 곰돌이 채칼, 꽤 편하더군요.

Made in Korea라는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진 채칼은 굵기를 10단계로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 꽤 신기했습니다.

곰돌이 채칼 무우채 김장 김치

 

채칼 바깥쪽의 다이얼을 돌려 높이를 5단계로 조절하고, 안쪽 다이얼을 돌려 칼날의 갯수를 2단계로 조절하는 방식입니다.

다른 주방기구 사은품(마늘/고기 다지개)과 함께 3만5천원에 구입하셨단 얘기를 듣고 헉! 했지만 마트에서 판매되는 일반 채칼도 1만원~1만5천원 사이라는 얘기에 '채칼 주제에 뭐이리 비싸'라는 말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곰돌이 채칼 무우채 김장 김치

 

생각보다 무척 비싼 곰돌이 채칼이었지만, 착탈식 받침대까지 있으니 김장용 대야('다라이'가 더 익숙하긴 합니다ㅋ)의 턱에 채칼을 걸치고 전광석화 같은 솜씨로 무우채를 만들 수 있네요.

1만5천원 남짓한 일반 채칼 대신 좀 더 투자해 이런 기능성 채칼을 구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습니다.

곰돌이 채칼 무우채 김장 김치

 

 

열 다섯개의 대형 무우를 채썰어 놓고 잠시 쉬는 동안 마눌님은 갓을 잘게 썰어 놓았고

갓 김장 김치 재료

 

장인어른께서는 녹즙기에 무우와 양파를 넣어 즙을 만들고 계십니다.

모두 팔을 걷고 거드는게, 김장의 재미라고 할까요 ㅎㅎ

김장 담그기 무우채

 

이제 본격적인 김장속 만들기가 시작됩니다.

무우채에 쑤어놓은 찹쌀풀을 붓고 고추가루와 액젓, 다진 마늘 등을 넣고 버무리는게 첫 번째 작업입니다.

김장 담그기 무우채

 

좀 편하게 해볼까 싶어 목욕탕 의자에 엉덩이를 붙인채 김장속 버무리기를 시작했지만 무우채의 양이 만만치 않다보니 금새 엉덩이를 들어올리고 무우채를 수직으로 들어올려 섞는게 훨씬 편하다는 것을, 몸이 먼저 알게 됩니다.

김치속 버무리기 김장 담그기

 

충청도식(?) 김장에는 새우젓과 생새우 외에도 경상도식 김장에서 볼 수 없던 생오징어도 들어갑니다.

저는 단지 노동력만 제공하는 입장이라 재료나 양념 등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습니다.

단지 열심히 무우채를 뒤적이며 잘 섞이도록 할 뿐입니다.

오징어 김치속 버무리기 김장 담그기

 

무우채에 또 다시 한 소쿠리 분량의 미나리, 대파가 들어가고 마늘과 생강 다진 것, 약간의 설탕이 또 들어갑니다.

미나리 대파 김장 재료

 

김치속을 거의 버무렸다 싶을 때 쯤 만들어 놓은 김치속 부피만큼의 갓도 투입됩니다.

부을 때는 뭐 이리 많은가 싶지만, 김치속과 잘 섞어 숨이 죽으면 익숙한 비주얼의 김치속이 됩니다.

갓 김장 김치 재료

 

무우채에 찹쌀풀, 고추가루와 액젓 등으로 버무리다보니 뻑뻑한 느낌이 드는데, 무우와 양파즙을 넣어 적당한 농도를 맞추는군요.

무우와 양파즙

 

이번 김치 60포기 분량의 김치속이 완성되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엄청 많아 보이지만 김치속을 넣다보면 아슬아슬하게 모자랄 정도라 김치속을 넣는 중간중간 남은 김치속의 양을 확인해야 합니다.

김장 김치속

 

절여놓은 배추에 김치속을 넣는 것은 저와 장모님 담당입니다.

김장 1~2년차 일때는 배추 사이사이에 김치속을 듬뿍 넣으면 마냥 좋은 줄 알았는데 4~5년차가 되니 무조건 속을 많이 넣기 보다는 배추 사이사이에 양념을 잘 채우는게 요령이란 걸 알게되었습니다.

김장 담그기 김치속 절인배추

 

속을 채운 김장김치는 김치통에 하나씩 둘씩 채워집니다.

장모님께서는 아무래도 김치속이 싱겁다며 소금과 새우젓을 더 넣으려 하시고 저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며 소금 그만 넣으시라 말리는 상황이 여러 번 연출됩니다.

김장 1~2년 차때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기도 합니다 ㅎㅎ

김장 담그기 김치속 절인배추

 

오전 11시쯤인가 시작한 김장은 오후 3~4시쯤 되어서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도착한 절인 배추의 양이 기대보다 무척 많았기에 김치속이 모자라지 않을까 싶었지만, 다행이 딱! 맞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김장 김치

 

김장하는 날 겉절이가 빠지면 섭섭하죠.

김장김치를 모두 담근 후 남은 배추를 잘게 찢어 두고 따로 빼 두었던 김치속에 생굴과 볶은 깨, 설탕 등을 넣어 뒤적뒤적 섞으니 겉절이가 완성되었습니다.

겉절이 김장 김치

 

김장의 마무리로 돼지고기를 삶아낸 수육과 새우젓, 그리고 겉절이가 빠지면 섭섭하죠.

서로 수고했다며 김장의 무탈한 마무리를 축하하며 맥주 한 잔을 기울이는 즐거운 시간입니다.

돼지고기 수육 겉절이 새우젓

장모님은 여러 개의 김치통에 차곡차곡 담아 놓은 김장 김치를 보며 든든해 하셨고 저는 2014년 한 해도 이제 다 갔구나...싶은 생각을 하게 된, 11월 중순 어느 집의 김장 풍경이었습니다.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 질문 댓글은 공개글로 달아주세요. 특별한 이유없는 비밀 댓글에는 답변하지 않습니다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