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민둥산 등반하던 날의 에피소드. 캠핑장, 곤드레밥, 네비게이션

높은 가을 하늘, 유난히 황금빛의 볕이 따뜻했던 정선

얼마전 다녀온 평창, 정선 여행은 늦가을의 높은 하늘과 시원한 바람, 울긋 불긋 물든 산의 단풍까지 함께 구경할 수 있었던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간만에 캠핑이 아닌 '여행'을 다녀 오다보니, 여러 곳을 두루 돌아다니며 캠핑과는 또 다른 여행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행 스케줄을 전담하고 있는 마눌님께서는 캠핑이든 여행이든 그 곳의 볼거리 먹거리들을 꼼꼼히 검색한 후 미리 짜놓은 스케줄대로 돌아보는 것을 즐기는데요, 이번 평창, 정선 여행에서는 스케줄대로 움직이는 와중에 조금씩 어긋나는 상황들이 있어 더 재미있는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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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1박2일 여행의 마지막 날, 정선 민둥산을 향해 가는 길입니다.

먼 산의 녹색과 노란색, 불그스름한 색의 숲과 추수를 끝낸 휑한 논이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듯 분위기가 있어 차를 멈추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민둥산 억새축제 강원도 정선군 남면 무릉리 여행 등산

맛집 찾다가 발견한 화암약수 캠핑장

정선 민둥산을 가기 전, 미리 찾아둔 맛집을 향해 가는 길입니다.

그런데, 네비게이션을 따라 맛집을 찾아갔더니 식당의 이름이 바뀌어 있군요.

어차피 한 끼 먹는거, 그냥 들어가서 먹으면 좋을텐데, 그래도 '맛집'이라고 찾아간 곳의 이름이 바뀌어 있으니 왠지 내키지 않아 식사는 잠시 미루기로 합니다.

 

밥 시간 좀 뒤로 미루는게 별일 아니었던 것은, 네비게이션을 따라 찾아온 이 곳의 풍경이 워낙 근사했기 때문입니다.

낙엽이 떨어지는 분위기 좋은 길, 옆에는 개울이 흐르고 있습니다.

계단도 만들어져 있는 것을 보면 여름에는 물놀이객들이 꽤 몰려들것 같네요.

화암약수캠핑장 강원 정선군 화암면 화암리 1183 가을 야영 캐라반

 

조금 더 걷다보니 어라? 저 건너편에 텐트가 보입니다.

평일에 캠핑 텐트라니, 갑자기 급 흥미가 당기네요!

화암약수캠핑장 강원 정선군 화암면 화암리 1183 가을 야영 캐라반

 

알고보니 이 곳은 화암약수 야영장입니다.

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와 계곡 양쪽으로 데크와 노지 야영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캠핑장이었는데, 데크 주변에 잔뜩 떨어진 낙엽이 근사한 야영장이었습니다.

화암약수캠핑장 강원 정선군 화암면 화암리 1183 가을 야영 캐라반

 

화암약수야영장은 노지야영료 6000원, 데크야영료 10000원, 전기사용료 3000원, 주차장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꽤 저렴한 야영장입니다.

데크 70개, 노지 30개, 선착순으로 운영된다고 하며 더 자세한 사항은 정선군시설관리공단 홈페이지의 화암약수 안내 페이지나 정선군 시설 관리공단(033)562-7062, 화암약수매표소 (033)560-2576, 562-1944로 문의하면 되겠습니다.

 

사진을 정리하면서 다시 보니 데크 간격이 좁아 캠핑족들이 몰리는 시기에는 꽤 복작거릴 것 같단 느낌이 들기도 하고, 등산로 바로 옆에 자리잡은 야영장이라 좀 신경쓰이는 점도 있겠다 싶네요.

하지만 화암약수 캠핑장은 캠핑장 전체에 흩뿌려진 가을 단풍이 워낙 근사해서, 내년 가을에 꼭 한 번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캠핑장이었습니다.

화암약수캠핑장 강원 정선군 화암면 화암리 1183 가을 야영 캐라반

 

캠핑장 옆으로 캐라반들이 옹기종기(다닥다닥) 모여 있기도 합니다.

화암약수캠핑장 강원 정선군 화암면 화암리 1183 가을 야영 캐라반

 

캠핑장을 다닐때마다 습관처럼 캠핑장 시설 여기저기를 찍다보니, 이제는 여행 중에 만난 캠핑장 사진도 열심히 찍고 있네요 ㅎㅎ

화암약수캠핑장 강원 정선군 화암면 화암리 1183 가을 야영 캐라반

민둥산 교차로 곤드레밥, 양과 가격보다 아쉬웠던 것은? 

밥집을 찾아 갔다가 밥대신 괜찮은 캠핑장을 구경하고, 다시 민둥산을 향해 출발한 것은 이미 오후 1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습니다.

억새꽃 구경 겸 민둥산 등산을 하려면 아무래도 든든히 배를 채워야했기에, 마눌님은 다시 근처의 맛집을 검색, 도착한 밥집은 민둥산 교차로 근처에 있는 곤드레 밥집이었습니다.

 

그런데, 원래 그런 날이었을까요? 화암약수 캠핑장 근처의 맛집 역시 이름이 바뀌어 있었는데, 이 곳 민둥산 교차로의 곤드레 밥집 역시 검색했던 것과는 다른 이름을 달고 있었습니다.

민둥산 교차로 곤드레 나물밥

 

또 다른 데로 찾아가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 어서 밥을 먹고 등산을 해야했기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양푼이 갈비찜 등 고기를 주로 파는 집이었는지, 천장에는 고기집에서 볼 수 있는 환기시설이 되어 있네요.

뭐, 전체적으로 깨끗하게 운영되는 식당이긴 합니다.

민둥산 교차로 곤드레 나물밥

 

곤드레 밥집에 왔으니 곤드레 밥 2 인분을 시켰습니다.

곤드레 밥은 주문과 동시에 짓기때문에 15분 정도 걸린다고 하는군요.

기다리고 있는데, 주전자와 대접 두 개가 나옵니다.

민둥산 교차로 곤드레 나물밥

 

응? 뭐지? 막걸리는 안시켰는데? 싶은 생각에 뚜껑을 열어보니 들어 있는 것은 역시 막걸리 ...가 아니고 숭늉이었습니다.

돌솥밥을 먹은 후 물을 부어 숭늉을 만드는 그런 의도였는데, 주전자의 포스는 영락없는 막걸리 주전자네요 ㅎㅎ

민둥산 교차로 곤드레 나물밥

 

기다리는 동안 밑반찬들이 나옵니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한 양의 반찬들, 나물 위주의 반찬이네요.

민둥산 교차로 곤드레 나물밥

 

무쇠솥에 곤드레 밥이 나왔습니다.

사실 곤드레 밥은 처음 먹어보는터라, 맛이 궁금했습니다.

민둥산 교차로 곤드레 나물밥

 

일단 무쇠솥에 담긴 곤드레밥을 대접에 덜었습니다.

사실 밥 양이 적은 편인 제가 보기에도 밥 양이 적은게 아쉽습니다.

무쇠솥을 나름 싹싹 긁어 담아도 곤드레밥의 양은 이게 전부네요.

민둥산 교차로 곤드레 나물밥

 

밥을 덜어낸 무쇠솥에는 주전자에 담긴 숭늉을 부어두었습니다.

민둥산 교차로 곤드레 나물밥

 

무쇠솥에 담긴 곤드레밥이 나온 뒤, 강된장이 한 뚝배기 나왔고

민둥산 교차로 곤드레 나물밥 강된장

 

좀 밍밍해 보이는 된장국은 각자 한 뚝배기씩 나왔습니다.

민둥산 교차로 곤드레 나물밥 된장찌게

 

드디어 곤드레밥을 시식할 차례!

대개의 나물밥이 그러하듯, 곤드레밥 역시 특별한 '맛' 보다는 신선한 나물의 향취가 담긴, 갓 지은 밥을 먹는 맛이었습니다.

깻잎을 비롯한 각종 나물 반찬은 대부분 짜지 않아 곤드레밥과 잘 어울리는 향이었고 전체적인 맛은, 괜찮은 편(not bad, not good)이었습니다.

민둥산 교차로 곤드레 나물밥

 

민둥산 등반 예정 시각은 이미 두어시간 이상을 훌쩍 넘긴 시간, 더 지체하다가는 자칫 어둠과 맞닥뜨리게 되겠다 싶어 맛을 음미하는 대신 후다닥 맛있게 먹었습니다만...역시 곤드레 밥의 양은 많이 아쉬웠습니다.

민둥산 교차로 곤드레 나물밥

 

게다가 더 아쉬운 것은, 1인분에 8000원인 이 곤드레 밥의 기본 주문양이 2인 이상이었다는 것이었는데요,

함께 나오는 반찬에 뭔가 대단히 특별한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정식 집처럼 가짓수가 대단히 많은 것도 아니었는데, 굳이 2인 이상으로 정해 놓은 것은 잘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민둥산 교차로 곤드레 나물밥

비린 것을 즐기지 않는 저 때문에 좋아하는 생선을 자주 못먹는 마눌님이 혼자말을 합니다.

'생선 한덩어리 쯤 나오고 2인 이상이면 이해를 할텐데!'

밥집 찾다 꼬여버린 민둥산 등반 코스, 기름을 부은 네비게이션!

곤드레 밥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젠 정말 민둥산 입구를 향해 가야할 시간!

민둥산 교차로에서 '발구덕 마을'로 차를 몰고 가면 꽤 험한 등산 코스를 차로 갈 수 있다는 정보를 미리 확보한 상태였기에 티맵 네비게이션에 '발구덕마을'을 입력했습니다.

13km, 30분 거리의 길이군요.

티맵 네비게이션 민둥산 억새축제 강원도 정선군 남면 무릉리 여행 등산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대로 남면교차로 -> 남면사거리->억새꽃길을 따라갔습니다.

억새꽃길은 강원도 특유의, 경사가 있는 굽이굽이 산길이었는데요, 한참을 가다가 목적지를 4~5km정도 남긴 지점에 갑자기 '출입통제'라는 안내문과 출입을 막는 빨간색 콘 두개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다음 지도를 찾아보니 이 지점인데요, 산길을 올라오다가 U턴에 가깝게 턴을 하여 다시 산을 올라가야 하는데, X 표시한 지점이 출입 통제가 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티맵 네비게이션 민둥산 억새축제 강원도 정선군 남면 무릉리 여행 등산

지키는 사람 없이 차량 통행을 막는다는 빨간색 콘 두 개, 치워버리고 올라갈까하다가 '산불통제로 인해 억새꽃 축제가 끝나는 날부터(올해는 11월3일부터) 봄까지 외부 차량의 출입을 막는다는 사실을 민둥산억새꽃축제추진위원회 (033-591-9141)와 통화후 알게 되었고, 차량이 진입할 수 있는 민둥산 등산로 입구(정선군 남면 무릉리 148-2)를 안내받아 돌아왔습니다.

 

사실 처음 진입했던 길 (1)에서 바로 (5)의 민둥산 등산로 입구로 등산을 했더라면 가장 깔끔했을텐데,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던 곤드레밥집(2)를 가기 위해 급경사길을 한참 내려왔고, 여기서 식사 후 다시 (3)으로 길을 향했으며, 네비게이션은 자꾸 차량 통제 표시가 있는 (4)지점으로 올라가라고 고집을 부렸던 것이죠.

티맵 네비게이션 민둥산 억새축제 강원도 정선군 남면 무릉리 여행 등산

꽤 가파른 산길을 자동차로 한참을 오르락 내리락, 삽질 끝에 결국 도착한 곳은 (5) 지점 이었으니, 밥 한끼 먹어보자고 꽤 먼 길을 돌고 돌았지만 그래도 지나서 생각해보니 이런 삽질 역시 여행을 떠나야만 즐길 수 있는 낭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도 네비게이션 검색을 해봐도,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길만 안내하고 있고, 네이버나 다음의 지도 서비스를 검색해봐도 역시 출입 통제 된 길로 안내하고 있는데요, 혹시라도 11월 민둥산 억새 축제가 끝난 뒤 민둥산 등산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저희처럼 삽질을 하지말고 바로 민둥산 등산로 입구(5번 지점, 정선군 남면 무릉리 148-2)로 가시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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