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토양수분계 사용기. 화분의 수분, 산도 관리용으로 구입, 하지만 실패

화분 크기따라 제각각 다른 건조속도, 혹시 목마른건 아닐까?

커피나무, 킹벤자민, 파키라 등 10개 남짓한 화분을 기르고 있습니다.

 

특히 가장 애지중지하는 화분은 6개의 커피나무 화분인데요, 두 번의 분갈이를 통해 세 그루의 커피나무는 대형 도자기 화분에, 나머지 세 그루의 커피나무는 그보다 작은 15~30cm 짜리 플라스틱 화분에 심어놓은 상태입니다.

 

화분 크기가 제각각인 것은 일단 집에 있던 플라스틱 화분을 그대로 사용하고 싶기도 했고, 대형 도자기 화분의 가격이 만만치 않아 근처 화원에서 중고 도자기 화분을 구하다보니 같은 모양을 구하긴 어려웠습니다.

 

사실 모두 대형 도자기 화분으로 바꾸기에는 베란다의 공간이 허락하지 않는 이유가 가장 큽니다.

 

어쨌든 화분의 종류와 크기는 제각각이지만 심어놓은 커피나무는 모두 건강하게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커피나무 커피묘목 coffee tree 화분 화초

 

식물을 키우면서 경험으로 알게 된 지식 중 하나는 식물의 물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화분에 물을 제대로 주지 않아 말라죽는 경우는 거의 없고, 반대로 물을 너무 많이 주어 과습으로 식물을 죽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평소 커피나무 화분을 비롯한 집안 화분에는 1주일에 한 번 물을 줍니다.

물론 여름에는 주기를 조금 더 짧게 잡기도 하는데, 대개 화분의 흙을 조금 파서 건조하다는 느낌이 들면 물을 주곤 합니다.

화분에 물을 줄때는 화분 아래로 물이 흘러나올 정도로 물을 흠뻑 주는데, 문제는 커피나무 화분의 건조 속도가 화분 크기에 따라 제각각이라는 것입니다.

 

작은 커피나무 화분은 1주일이 채 지나기 전에 겉흙이 바싹 마를 정도로 건조가 빠른데

배양토 화분 흙 soil

 

40cm짜리 대형 커피나무 화분의 흙은 1주일, 2주일이 지나도 겉흙이 축축한 느낌입니다.

물론 여름에는 이보다 건조 속도가 조금 빨랐는데, 가을로 접어들면서 건조 속도는 더욱 느려지네요.

심지어 3주동안 물을 주지 않아도 흙에 수분이 남아 있는 느낌입니다.

배양토 화분 흙 soil

흙의 물빠짐이 좋지 않은 것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일단 6개의 커피나무 화분에 모두 같은 흙을 썼으니 흙으로 인해 물빠짐의 차이가 나진 않을 듯 합니다.

 

아울러 대형 화분에 흙을 채울 때 물빠짐을 위해 화분 아래쪽에 바크[각주:1]를 깔았습니다.

일반 화원에서 화분에 스티로폼을 잔뜩 채워 내보내는 반면, 저는 바크를 깔았네요.

2013/05/13 - 기운없는 4살 킹벤자민의 분갈이, 열어봤더니 역시나..

 

아무래도 흙 자체의 물빠짐보다는 화분의 크기에 따른 흙의 양에 따른 차이가 클 것 같습니다.

목마른 식물이 직접 전화를 한다? Botanicalls

어쨌든 화분마다 건조 속도가 제각각이니 흙을 손으로 만져서 물을 주는 시기를 판별하는 방법이 옳은 것인지, 살짝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흙의 습도를 측정하는 장치를 검색해보기 시작했고 검색하던 중 재미있는 토양수분계를 발견했습니다.

 

Botanicalls라는 이름의 이 장치는 흙속의 수분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장치입니다.

이 제품의 핵심 기능은 화분 흙의 수분을 측정하여 상태를 등록된 트위터로 전송하는 것입니다.

botanicalls 토양습도계 식물 수분

Botanic(식물의) + calls(전화)라는 이름이 재미있는데요, 실제로 트위터 메시지를 보내게 되면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목마른 식물이 우물을 파는게 아니라, 목마른 식물이 전화를 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부품이 다 드러난 외관이 참 인상적이죠? 부품 상태로 판매되어 사용자가 직접 조립, 납땜하여 만드는 DIY 키트입니다.

 

99달러, 해외배송비까지 포함하면 10만원을 조금 넘는 이 제품은 조립하는 재미도 있고, 좀 더 일을 크게 벌이면 화분 흙이 마르면 자동으로 물을 주는 자동 급수 장치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역시 화분 개수의 압박과 또 이상한 것 사 들인다는 마눌님의 눈초리가 무서워 일단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결국 지른 것은 가격 부담없는, 6000원짜리 싸구려 토양수분계

사실 인터넷에서 '토양수분계'로 검색을 하면 가격대가 천차만별입니다. 2~3만원짜리 부터 시작해서 수십만원, 심지어 수백만원 짜리 제품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요, 역시 계측 제품이라 정밀도에 따라 가격차가 있는 듯 합니다.

토양습도계 토양ph측정 토양산도토양습도계, 단돈 몇 천원짜리부터 수 백만원까지 가격이 천차만별

 

잠시 인터넷을 둘러보다가 주문한 제품은 척 봐도 싸구려틱한 외관의, 단돈 6200원에 팔리고 있는 토양수분계입니다.

어차피 저는 %단위의 정확한 토양 수분을 확인하려는 게 아니고 흙이 건조하다/습하다 정도의 정보만 확인하면 되는 상황, 가격을 보니 제품 성능에 그닥 신뢰가 가지는 않았지만, 아님말고 식으로 하나 주문해봤습니다.

토양습도계 토양ph측정 토양산도 ph Meter6200원짜리 토양습도계

 

제품의 외관, 역시 싸구려틱한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그런데, 6000원짜리 싸구려 토양습도계의 스위치에는 산도 측정(pH)와 광도 측정(LIGHT) 기능도 함께 달려 있습니다.

이거 제대로 작동하기나 하는 걸까요? ㅎㅎ

토양습도계 토양ph측정 토양산도 ph Meter습도, 산도, 광도까지 측정 가능하다는데...제대로 작동하긴 하는걸까? *,.*;;

 

위쪽 투명 플라스틱 안쪽에는 바늘과 계기판이 새겨져 있고, 본체 아래쪽에는 광센서로 보이는 센서가 달려 있습니다.

아나로그 테스터의 계기판 느낌을 물씬 풍기는 계기판을 보면, 나름 느낌있어 보입니다.

토양습도계 토양ph측정 토양산도 ph Meter광센서까지 달려있다

 

뒷면에는 사용법이 적혀 있네요.

측정기의 탐침을 흙의 뿌리 깊이까지 꽂으면 됩니다. 참 간단하죠?

그리고 아래쪽에는 사용후 측정봉을 깨끗하게 닦으라고 되어 있습니다.

토양습도계 토양ph측정 토양산도 ph Meter

 

이게 토양습도계의 탐침입니다. 하나는 구리봉, 또 하나는 알루미늄 봉으로 보이는데요, 정확한 원리는 모르겠지만 어릴적 과학시간 건전지의 원리를 떠올려보면 그때 구리, 아연 전극을 이용해 전기가 오간다는...뭐 그런 류의 원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토양습도계 토양ph측정 토양산도 ph Meter

 

허접한 포장지 뒷면에는 식물에 따른 토양 수분 가이드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RedZone, GreenZone과 같은 단계 아래에 식물 이름이 쭉 적혀 있는데요 이것은 토양 수분계의 계기판에 붉은 구간, 녹색구간에 맞는 식물 이름들을 적어놓은 것입니다.

혹시 제가 기르고 있는 파키라나 킹벤자민, 커피나무가 있는지 쭉 살펴봤지만 아쉽게도 없더군요.

토양습도계 토양ph측정 토양산도 ph Meter

 

토양습도계의 계기판을 좀 더 자세히 살피면 이렇습니다.

위쪽 게이지는 광센서를 이용해 빛의 세기를 표시하며, 두번째 게이지는 토양 수분을, 그리고 맨 아래 게이지는 흙의 산도를 알려줍니다.

토양습도계 토양ph측정 토양산도 ph Meter

싸구려 토양습도계를 흙에 꽂아보니, 잘 작동한다!

재생 플라스틱을 쓴 것 같이 허접한 외관이지만 나름 게이지는 꼼꼼한 싸구려 토양습도계를 화분에 꽂아봤습니다.

토양습도계의 탐침을 화분에 조금 꽂았더니, 바늘이 빨간색의 DRY존을 살짝 넘습니다. 아무래도 바깥쪽 흙이라 살짝 건조하게 표시되는 듯 합니다.

토양습도계 토양ph측정 토양산도 ph Meter표면에 가까운 흙은 건조한 쪽에 가깝고

 

그럼 화분의 보다 깊숙한 흙의 습도는 어떨까? 궁금해서 탐침을 보다 깊숙히 꽂아봤습니다.

그랬더니 Green존을 거의 넘어가는군요. 이 화분은 길쭉한 형태의 큰 화분이라 아무래도 위쪽 흙과 중간쪽 흙의 습도에 차이가 있는 듯 합니다.

토양습도계 토양ph측정 토양산도 ph Meter탐침을 더 깊이 꽂자 습한쪽에 가깝게 측정된다

 

흙 표면이 좀 더 고슬고슬하게(?) 마른 느낌이 나는 킹벤자민 화분에 토양습도계의 탐침을 깊숙히 꽂아봤더니 역시 Green존의 끝에 바늘이 걸려 있군요.

보통 물을 준지 1주일 정도가 되면 흙 표면이 이정도로 마르고, 이 정도일때 다시 물을 흠뻑 주곤하는데, 물을 주는 간격을 좀 더 늘려야하는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토양습도계 토양ph측정 토양산도 ph Meter흙의 표면은 말랐지만 안쪽은 제법 습도가 있는 킹벤자민 화분

 

그러다 문득, 이 싸구려 토양습도계의 바늘이 정확한 것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워낙 가격이 저렴한 만큼, 제멋대로 바늘이 왔다갔다 하는게 아닐까 싶었던 것이죠.

결국 세면대에 물을 받아놓고 탐침을 담그자 바늘은 바로 오른쪽 끝으로 움직였습니다.

토양습도계 토양ph측정 토양산도 ph Meter물에 담가보니 즉각적인 반응, 나름 잘 작동하는 듯

pH 표시도 제대로인지 확인하기 위해 구연산을 물에 살짝 풀고 담가봤는데, 역시 제대로 반응하네요.

비록 외관은 허접한 싸구려 토양습도계지만 대략적인 성능에는 문제가 없는 듯 합니다.

문제는 엉뚱한데서! 토양수분계의 탐침을 사용하기 꺼려지는 이유

저렴한 비용에 성능은 나름 만족스러운 토양수분계, 하지만 저는 이 토양수분계를 착한 토양수분계로 선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식물의 잔뿌리가 토양수분계의 탐침으로 인해 다칠 것 같다는 염려 때문입니다.

커피나무 분갈이 화분 화초 흙 토양습도계 토양ph측정 토양산도 ph Meter토양습도계의 탐침을 마구 찌르다가는 잔뿌리가 다칠 우려가ㅠㅠ

파키라, 킹벤자민, 커피나무의 분갈이를 할 당시 하나같이 식물의 잔뿌리가 화분 벽면을 따라 꽉 채워져 있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토양수분계의 탐침을 화분 깊숙히 찔러 넣으면, 분명 잔뿌리가 상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토양수분계의 탐침을 화분의 흙에 찔러 넣을 때, 중간중간 뭔가 걸리는 느낌이 들며 힘을 더 주면 쑥 밀려 들어가는게, 잔뿌리가 탐침에 걸려 끊어진 느낌이더군요.

 

아예 화분 하나에 꽂아두고 고정형으로 사용한다면 모를까, 그때그때 토양의 수분 상태를 확인하는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아보였습니다.

결국 이 저렴한 토양 수분계는 평소 겉흙이 엄청나게 빨리 마르는 파키라 화분에 붙박이로 꽂아두기로 했는데, 이렇게 둘 경우 흙속에서 부식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은 염려가 들긴합니다.

 

어차피 처음부터 아님 말고 하는 생각으로 지른 싸구려 토양수분계이긴 하지만 나름 제대로 작동하는 기계의 단점을 엉뚱한데서 발견하게 되어 살짝 아쉬움이 남습니다.

 

  1. 건조된 나무조각. 화분의 물빠짐을 돕고 화분의 무게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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