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첫 예방백신 접종 과정과 림핑증후군. 백신 접종 후 다리를 저는 고양이

의젓하게 마친 예방접종

인터넷으로만 고양이 사진을 보던 랜선 집사에서 진짜 고양이 집사가 된지 50일, 고양이와 함께 하는 모든 것이 새로운 경험의 연속입니다.

고양이 뚜기를 입양한 다음 날, 집 근처 동물병원으로 데려가 간단한 건강진단과 귀청소, 구충제를 먹였습니다.

다행히 귀 안쪽이나 몸에 진드기 등은 없으며 한 달쯤 지나 살이 많이 붙으면 예방접종을 하는게 좋겠다는 수의사의 조언이 있었습니다.

뚜기를 데려올 당시 520g이던 몸무게는 45일 후 1.5kg으로 늘었고 건강한 상태라 예방접종을 하기로 했습니다.

결전(?)의 금요일 저녁, 마눌님과 함께 뚜기를 데리고 동물병원으로 가서 몸무게를 재고 청진기로 호흡을 확인했습니다.

귀속 상태는 어떤지 카메라로 확인한 뒤 귀청소를 하면서 간단한 귀청소 요령도 배웠습니다.

드디어 예방접종 시간, 주사약이 준비되는 동안 뚜기를 데리고 있는데, 왠지 불안한 표정이네요.

나 지금 떨고 있냥?

주사를 놓는 동안 목을 뒤로 돌리지 않도록 가볍게 잡아달라는 요청에 따라 머리를 살며시 잡았고

등쪽에 주사를 놓은 뒤 꽤 한참을 마사지해 주었습니다.

어린 고양이에게 주사 놓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제가 맞는 것 처럼 긴장되었지만 고양이 뚜기는 뜻밖에 버둥거리지도 않고 울거나 비명(?)을 지르지도 않고 조용히 잘 맞았습니다.

뚜기의 이름이 적힌 동물수첩에는 예방접종 날짜가 적혀 있고, 3주 간격으로 총 3번의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접종약 라벨도 붙여 주었는데, 적혀 있는 조에티스(Zoetis)상표로 검색을 해보니 펠로셀4 라는 예방접종약이 검색되는군요.

병원에서 접종 당시 앰플 두 병을 주사기 하나에 주입하는 것을 보고 두 가지 약을 한 꺼번에 맞는 건가 했는데 백신과 희석액의 두 가지가 세트로 구성된 고양이 예방접종 백신이었습니다.

펠로셀4 홈페이지에 상세한 설명이 적혀 있었는데, 고양이 바이러스성 비기관지염, 고양이 호흡기 질병, 범백, 폐렴을 예방하는 혼합 백신이었습니다.

확률이 낮다던, 고양이 예방접종 부작용

뚜기에게 예방접종을 하기 전, 이웃 집사님으로 부터 고양이 예방접종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집안에서만 키우는 고양이라면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저희는 캠핑 등 야외에도 간간히 데리고 나가야 할 듯 싶어 예방접종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예방접종을 마친 의사는 이틀 정도 기운 없고 열이 좀 날 수 있으니 휴식을 방해하지 않도록 가만히 두라는 조언을 했습니다.

예방 접종 당일인 금요일 밤에는 여느때처럼 우다다다 뛰어 다니더니 밤이 깊어지자 살짝 느려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토요일 오전에도 살짝 나른한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별 이상은 없었고, 평소보다 제 무릎을 파고 들면서 유난히 어리광을 부린다 싶었습니다.

무릎에서 골골골송을 부르다가 잠이 들어 소파에 올려놓으니 만사 편한 자세로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리고 일요일에는 나무로 고양이 밥상을 만드느라 잘 놀아주지 못했지만,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렇게 이틀이 훌쩍 지나갔고 고양이 예방백신의 부작용은 약간의 나른함이 전부였구나 생각했습니다.

이틀을 무사히 넘겼으니 뚜기의 첫 예방접종도 잘 마쳤나 생각했던 월요일(접종 3일째) 아침, 마눌님께서 뚜기가 이상하다고 합니다.

갑자기 무슨 소린가 봤더니 뒤쪽 다리 하나를 아예 쓰지 못하고 세 다리로 절뚝거리며 힘없이 걷고 있더군요.

어제 밤에도 멀쩡했는데 왜 갑자기 다리를 저나 싶어 만져보니 평소보다 몸이 훨씬 더 뜨거웠습니다.

뒷다리 하나를 쓰지 못하니 가볍게 올라오던 소파나 침대에 올라오지 못하고 바닥 구석에 웅크리고 있기에 침대위로 올렸더니 픽 쓰러져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고양이 예방접종 부작용이구나 싶어 오전에 동물병원에 전화해 다리를 저는 증상과 열나는 증상을 문의했습니다.

접종을 했던 의사는 이틀이 지났으니 딱히 백신 부작용은 아닌 것 같다 했고, 높은 곳에서 내려오다가 다친게 아닌지 물어보더군요.

밤사이 다칠만큼 떨어지는 소리를 듣지 못했으니 낙상은 아닌 듯 싶었습니다.

그나마 밥은 조금 먹었고, 눈에 보이는 외상이 없으니 지켜보다가 증상이 심해지면 병원으로 데려와 해열제와 진통제를 맞히자고 합니다.

접종 3일째 낮동안 열이 많이 났고, 평소와 달리 이불속에 폭 파묻혀 한참을 끙끙 앓았습니다.

다행히 저녁이 가까와지면서 열도 내렸고, 절던 뒷다리도 많이 좋아졌고 기운을 차린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기운을 차리는 모습으로 밤이 지났는데, 접종 4일째인 화요일 아침에는 어제보다 더 열이 났습니다.

어제 저녁만해도 뒷다리에 힘이 좀 붙은 모습이었는데, 이 날 아침에는 침대에서 일어서다가 힘없이 주저 앉아버리더군요.

누워서 눈을 감고 있는데, 이불을 들추니 추운 듯 몸을 떨고, 뒷다리는 불규칙한 간격으로 부르르 떠는게 꽤 심각해 보였습니다.

마침 이 날 아버지의 병원 정기 검진 때문에 저는 새벽에 서울로 와야했고, 마눌님은 출근해야 하는터라 제가 오후에 동물병원에 데려가기로 했습니다.

마눌님께서는 사람 뒤를 졸졸 쫒아다니던 평소 아침과 달리 이불속에 파고 들어가 고개도 내밀지 않는다면서, 침대에서 오르내리지 못하는 녀석을 위해 침대 위에 화장실과 밥상을 차려놓고 나왔습니다.

병원에서 아버지의 정기 검진이 진행되는 동안, 저는 끙끙 앓던 뚜기가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더군요.

오후에 아버지 병원 검진이 끝났고, 오자마자 다시 동물병원으로 데려갈 요량으로 뛰어들어왔는데 안방에서 느릿느릿 걸어 나왔습니다.

일어서다 픽 쓰러지던 아침과 달리 침대 밑으로 스스로 내려왔고, 열이 내리고 한결 기운을 차린데다 밥도 먹었습니다.

끙끙 앓는 녀석을 혼자 놔두고 밖에 있으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는데, 기운을 차린 모습이 대견해서 옷 갈아입는 것도 잊고 무릎위에 눕혀 쓰담쓰담 해주었습니다.

부쩍 개냥이가 된 느낌

뚜기는 예방접종 후 3일째, 4일째에 가장 심하게 앓았고 뒷다리를 불편하게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접종 5~6일째에는 뒷다리는 완전히 회복된 대신 앞다리가 살짝 불편한 모습인데, 다행히 3~4일째처럼 심하게 절거나 열이 나는 정도는 아니고 앞발을 디딜때 살짝 불편한 느낌이 든다 싶은 정도입니다.

아침마다 즐기는 광합성

동물병원에서는 예방접종 후 이틀 정도 불편할 수 있으니 휴식을 방해하지 말라는 정도로만 얘기했고, 펠로셀4 예방접종 약의 주의사항에도 접종한 고양이의 약 1%에서 발열, 식욕결핍, 무기력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1%의 고양이에 발생한다는 부작용

하지만 제 고양이는 주의사항에 적힌 것보다 훨씬 심하게 앓고 네 다리가 돌아가며 절뚝거리는 증상까지 있었습니다.

'백신 접종 후 다리를 저는 증상' 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니 '림핑증후군'이라고, 제 고양이와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집사들이 꽤 있더군요.

주로 아기 고양이 시기에 접종 후 7일 이내, 다리를 절고 저는 다리가 순차적으로 바뀌기도 하며 열이 나는 등의 증상을 동반하다가 2~3일 정도 지나 증상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즐기던 캣타워 꼭대기로 다시 입성

림핑증후군 증상과 함께 아예 밥을 안먹을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면 동물병원에 데려가야 한다는데, 제 고양이는 그 와중에도 밥은 조금씩 먹어 다행이었습니다.

직접 겪고보니 불편한 증상이 저녁때 좋아졌다가도 밤새 다시 증상이 심해지기도 하니 고양이 백신접종 후 1주일 정도는 평소보다 더 관심있게 지켜봐야겠다 싶습니다.

2차, 3차 접종때는 증상이 많이 완화된다고 하는데, 고양이에 따라서는 1년 뒤 추가접종때도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니 다음 접종때는 의사께 좀 더 상세한 상담을 하려고 합니다.

관련글

• 2017/09/11 - 자투리 나무로 만든 고양이 밥상. 높이 조절 가능한 기울인 고양이 나무 밥상 제작
• 2017/08/27 - 페트병 뚜껑과 면실 조각으로 고양이 장난감 만들기. 아기 고양이의 저렴한 장난감들
• 2017/08/23 - 고양이 스크래처에 줄 감는 다양한 방법. 캣타워 스크래처에 놀이용 끈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