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짜 엔코 커피 그라인더 파워 보드 자가 수리 후기. 가까스로 구한 수리용 부품들

파워보드가 타버린 바라짜 엔코 그라인더

지난 5월의 어느 날, 바라짜 엔코 커피 그라인더를 사용 중 전기 부품 타는 냄새와 함께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며 고장나 버렸습니다.


4년 남짓 바라짜 엔코 그라인더를 잘 사용해 왔고 3월 쯤 완전 분해 청소를 한지 얼마 안되서 고장나 버렸네요.


다시 바라짜 엔코 그라인더의 하우징을 열고 살펴보니 파워보드 일부가 까맣게 타 있었고, 그라인더 내부는 전기 부품 탄 냄새로 가득했습니다.


몇 년 동안 멀쩡하게 잘 쓰던 그라인더가 분해 청소한 지 두 달이 채 안되어 전원부가 타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했으니, 처음에는 제가 분해 청소를 하다가 뭔가 잘못 건드려 문제가 생긴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바라짜 엔코 파워보드


그나마 올해 3월에 분해 청소하던 당시의 사진들을 살펴보니 바라짜 엔코 파워보드의 타버린 부분 납땜이 다른 곳과는 다른 상태였고, 프린트 기판의 상태 역시 열을 많이 받은 듯 부풀어 올라 있었습니다.

바라짜 엔코 파워보드

예전 사진들을 확인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지만, 그래도 멀쩡하던 걸 괜히 고장낸게 아니란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저는 국내 총판에서 정식으로 유통한 바라짜 엔코 그라인더를 구입했던 터라, 가장 먼저 국내 총판에 전화를 걸어 파워보드 교체 가격을 물어봤더니 4만3천원이라고 하네요.


파워보드만 구입해 직접 교체하면 좀 더 저렴하겠다 싶었지만, 아쉽게도 국내 총판에서는 전원보드를 따로 사서 소비자가 직접 교체하건, 본인들이 교체하건 가격 차이는 없다고 합니다.


이 즈음, 저는 바라짜 엔코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바라짜 엔코의 각종 부품류들을 저렴하게 판매 중인 것을 알았고, 110볼트 파워보드는 10달러 남짓한 가격에 판매 중인 것도 확인했습니다.

바라짜 엔코 해외 쇼핑몰부품 가격도 저렴하고 종류도 많은 바라짜 엔코 해외 쇼핑몰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220볼트용 파워보드를 구입할 수 없는지 문의해봤더니, 아쉽게도 유럽쪽 커피 용품 홈페이지 주소만 알려주는군요.

용산, 구로전자상가에서 부품 구입

코스트코에서 신품 바라짜 엔코 가격이 18만원 남짓, 4년된 그라인더의 파워보드를 4만3천원 주고 구입하는건 그리 내키질 않아 결국 부품을 직접 구입해 수리를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바라짜 엔코 파워보드의 탄 부분을 확인해 보니, TKS PI 3R6이라고 인쇄되어 있는, 파워 써미스터 쪽이 심각하게 탄 상태였고

파워 써미스터 TKS PI 3R6


파워 써미스터와 함께 연결되어 있는 박스 콘덴서(상단 하늘색 사각형 부품) 역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되었습니다.

바라짜 엔코 파워보드 박스 콘덴서

대부분의 경우 구글 검색, 혹은 전자부품 홈페이지에서 인쇄된 기호 일부를 입력하면 해당 부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두 부품은 열심히 검색을 해도 특별히 힌트될만한 정보나 구입처를 확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차피 핸드 그라인더를 쓰면 되는 상황이니 그리 급할 것은 없었고, 7월 중순 용산 전자상가에 나가는 길에 파워보드를 통째로 들고 부품을 알아보았습니다.

용산 전자랜드 지하


전자 부품을 구입할 때 가끔 들렀던 용산 전자랜드 지하 1층의 가게 몇 곳을 들러 수소문한 끝에, 성음전자에서 박스 콘덴서를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용산 전자랜드 지하 성음전자


개인이 낱개로 사러 온 때문인지 성음전자 주인장은 꽤나 무뚝뚝했고 (제가 어리게 보였던 듯) 반말까지 툭툭 던졌지만, 470nK 275V X2라는 넘버를 불러주고 같은 부품 하나를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박스 콘덴서 470nK 275V

박스 콘덴서 1개 500원, 주차료가 2000원 남짓 들었지만 어쨌든 같은 부품을 구입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용산 전자랜드 지하 1층에서 필요한 부품을 모두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같은 넘버가 붙은 파워써미스터는 구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구로 전자상가의 만나전자라는 곳이 해당 부품의 총판이라 얘기를 듣고 1주일 정도 지나 구로 전자상가의 만나전자에 들렀습니다.

구로 중앙유통단지


하지만 만나전자에서도 TKS PI 3R6이라는 규격의 파워써미스터는 구할 수 없었고, 대신 해당 부품을 대체할 수 있는 5D-22, 3D-22 짜리 부품 두 개를 추천해 주더군요.

파워 써미스터 NTC 5D-22 3D-22

설명을 들어보니 원래 파워 써미스터는 3.6옴인데, 현재 국내에는 해당 규격이 없으니 5옴(5D-22)과 3옴(3D-22)짜리 중 정상 작동하는 것을 사용하라고 합니다.


부품에 적혀 있는 넘버로는 검색조차 되지 않던 부품이었는데, 그나마 대체품 규격을 알 수 있어 다행이었고, 두 개 3000원에 구입했습니다.

바라짜 엔코 파워보드 부품 교체

타버린 부품을 구하는대로 수리하겠다고 생각했지만, 1주일 남짓 지난 뒤에야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면봉에 알콜을 묻혀 타버린 기판에서 그을음을 제거했습니다.

바라짜 엔코 파워보드 수리


짐작대로 파워써미스터와 박스콘덴서가 연결된 부분이 까맣게 타있었네요.

바라짜 엔코 파워보드 수리


파워보드에서 부품을 제거하기 전, 방향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박스 콘덴서 470nK 275V


인두와 납흡입기를 이용해 부품을 떼어냈습니다.

납땜 납흡입기


바라짜 엔코 그라인더 파워보드에서 박스 콘덴서와 파워써미스터를 제거한 상태입니다.

바라짜 엔코 파워보드


일단 안쪽의 박스 콘덴서를 납땜했습니다.

바라짜 엔코 파워보드 수리


그리고 5D-22(5옴) 파워써미스터를 납땜했고

바라짜 엔코 파워보드 수리


기판이 타버린 부분은 16AWG 전선(꽤 두꺼운 전선)을 이용해 연결했습니다.

바라짜 엔코 파워보드 수리


납땜을 마친 파워보드를 바라짜 엔코 본체에 고정하고 전원 커넥터와 모터 커넥터를 연결했습니다.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바라짜 엔코 그라인더 상단부 마이크로 스위치를 누른 상태에서 전원 버튼을 켜자, 그라인더가 정상 작동합니다!

바라짜 엔코 마이크로 스위치 테스트


그라인더가 시원하게 돌아가는 상태임을 몇 차례 확인 후, 그라인더 기판을 고정했고, 기판에 가까이 붙은 전선을 전기 테이프로 분리했습니다.

바라짜 엔코 조립


그렇게 상태 확인을 완료한 바라짜 엔코 그라인더의 겉 케이스를 덮고 조립을 완료했습니다.

바라짜 엔코 커피 그라인더

단, 겉 케이스를 덮은 상태에서는 상단 호퍼를 끼워야 마이크로 스위치가 눌려 정상 작동합니다.


그렇게 조립을 완료한 바라짜 엔코에 오랫만에 원두를 갈았고, 핸드 그라인더와는 비교할 수 없이 빠르게 갈려 나온 원두를 흐뭇한 마음으로 바라봤습니다.

바라짜 엔코 커피 그라인더


바라짜 엔코 그라인더의 고장과 함께 느닷없이 다시 현역으로 뛰어야 했던 포렉스 핸드 그라인더는 분해한 뒤 깨끗이 물청소를 마쳤고

포렉스 핸드그라인더 세척


건조까지 완료한 뒤 다시 조립해 보관했습니다.

포렉스 핸드그라인더 세척

바라짜 엔코 파워보드의 부품을 직접 구입하는데 든 비용은 총 5500원으로 저렴했지만, 부품을 구하는데 시간이 걸렸고 낱개 부품을 구입하느라 좀 뻘쭘한 상황을 겪기도 했습니다.


일단 부품을 구해 수리해보고, 안되면 국내 총판에서 기판을 통째로 구입하던가 새 그라인더를 구입하려고 했는데 수고가 헛되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구구절절한 얘기를 늘어놓은 듯 싶지만 바라짜 엔코 파워보드와 관련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보니, 제 그라인더와 똑같은 부분이 타버렸다는 사람도 있었기에 저처럼 자가 수리를 하려는 분들이 참고하라는 뜻에서 포스팅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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